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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금 저는 굉장히 곤경에 놓여진 것 같습니다. 이건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지금 마나 포션 꾸준히 먹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건데, 3층에 활용할 기술들을 쓰면서 버티는 중입니다."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현재 준혁이 얼마나 위기에 몰렸는지 알 수 있었다.
우수한 내구력을 자랑하던 터틀 드래곤의 중갑 세트가 여기저기 파손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데릭이라는 끔찍한 오크 전사와 함께 60마리 이상의 야생 오크들이 준혁을 향해서 흉흉한 눈빛을 보이고 있어서 더욱 더 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모두가 황당해 하는 것은 격노한 야생 오크를 먹음으로써 동족 포식자 효과 때문에 광폭화가 이뤄지고 광기Ⅱ라는 기술적 효과로 인해서 피아 식별 구분 없이 날 뛰어야 하는 녀석이 아주 차분하게 지휘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준혁은 자신이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는 가설을 이야기 하며 데릭과 1:1의 전투 구도를 살짝 만들어서 허벅지 쪽을 크게 베어내는 성과를 만들어 내었으나 준혁도 한방 크게 얻어 붕 떠서 날라가 바닥에 널 부러지는 경험을 했다.
가설도 틀리고 몬스터에게 발라당도 당하는 정말 어이없는 한 방 공격 이었다.
준혁은 이런 강력한 일격에 어이가 없어 잠시 정신이 멍했지만 이내 빠르게 추스리고 데릭의 상태를 쳐다 보았다.
뭔가 변화가 있나 없나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데릭은 멀쩡한 모습을 보일 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데릭의 이름 밑에 적힌 여러가지 상태들이 뭔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준혁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현재의 상황을 이해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히어로 크로니클에 버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단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데릭의 부하와 기존의 야생 오크류를 정리하는데 힘을 썼다.
다행히 녀석은 그리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성공적으로 격노한 야생 오크들을 정리하며 전투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 정도까지 정리를 해냈는데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5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5개의 균열이 열리고 영리한 야생 오크와 격노한 야생 오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누구라도 멘탈이 깨질 수 있는 상황에서 준혁이기에 그나마 버텨내고 다시 사냥을 이어 나가서 60마리까지 줄인 것이지 다른 플레이어라면 진즉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구도… 60% ~ 70% 정도 남았는데. 으음. 폴드런의 방지턱은 파손이 되서 이제 머리 공격을 조심해야겠네요. 버티는 것이 답인지, 아니면 잡을 수 있는 지……."
시간은 대충 17분 ~ 20분 사이를 지나고 있을 테니 버틴다면 꾸역꾸역 버틸 수는 있겠으나 장비의 내구도가 위험해서 3층을 가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공격을 펼친다면 내구도를 40% ~ 50% 정도로 유지를 할 수는 있겠으나 죽어서 클리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있던 준혁은 못 먹어도 일단 끝까지 전투를 하는 것으로 가기로 했다.
"남자가 칼을 뽑았는데, 무라도 썰어야죠. 버티는 것보다 강공으로 가겠습니다. 버그인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저 녀석을 보호 하려는 모습을 보이니 주변 공격을 해보겠습니다. 부하 녀석들도 못 죽였네요."
데릭의 부하들도 데릭 만큼이나 보호를 받아서 죽이지도 못했기에 준혁은 부하라도 일단 죽여 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날라오는 화살들을 쳐내면서 다시 안으로 파고 들었다.
준혁의 움직임에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데릭은 뭔가 사람처럼 씨익 웃음을 지었는데 준혁은 그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또 이를 본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웃네? 하, 참!"
100레벨 이상의 익스퍼트 이상급의 야생 오크 종도 아니고 기껏해야 쪽 수를 믿고 설치는 녀석에게 비웃음을 당했다고 여겨 열이 확 끌어 올랐지만 그래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움직임들은 다 취하면서 녀석의 도발에 반드시 한 방을 먹이리라 다짐했다.
마치 데릭을 노린다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전투를 벌이는 준혁을 보며 시청자들은 제발 준혁이 30분만 버티면서 2층을 클리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하지만, 준혁은 데릭이 아닌 데릭과 함께 온 15마리의 부하 중 밖으로 빠져 있는 녀석을 노렸는데 정확하게 목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내가 노린 건 이 녀석이다. 또 웃어 봐라."
그러자 데릭은 그 전에 격노한 야생 오크가 죽어나갈 때도 보이지 않았던 반응을 보였고 그건 데릭과 함께 등장한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안절부절 큰일이 났다는 표정을 지었으며 자신을 집요하게 공격을 하던 영리한 야생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음?"
이런 분위기의 변화는 준혁을 포함해서 시청자들도 바로 읽을 정도였고 데릭은 준혁이 벤 자신의 부하 오크의 앞으로 이동하더니 준혁을 향해 말했다.
"인간."
"말을… 하네?"
"나는 전사. 부하의 죽음. 너를 죽인다."
"여태까지 죽이고 있었는… 잠시만. 격노한 야생 오크는 동족 취급을 못 받는 그런 존재인 건가?"
준혁은 생각을 해보니 녀석이 먹었던 것은 격노한 야생 오크만 먹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준혁의 말에 시청자들도 물음표〈???〉와 느낌표〈!!!〉를 도배하면서 설마 하는 표정으로 데릭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데릭은 손에 묻은 자신의 부하의 피를 얼굴에 칠하더니 녀석의 귀를 뜯어 먹었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함의 절정이었는데 그 순간 준혁은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Lv.86 오크 전사 데릭(동족을 잡아 먹는: 동족 포식자)]
- 동족 포식자: 동족을 잡아 먹으며 생명력 회복 및 광폭화
- 분노: 공격력 30% 상승 방어력 30% 하락
- 리더: 주변의 동족 공격력 10% 상승
- 광기Ⅱ: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전투 돌입 시, 피아 식별X
- 저주Ⅱ: 생명력이 80% 이상 회복되지 못한다.
- 출혈Ⅱ: 15초에 1% 생명력 하락
"레, 레벨이 올랐어!?"
76이던 레벨이 동족 하나의 귀를 뜯어 먹었을 뿐인데 86레벨이 되었고 이를 같이 지켜 보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 경악성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를 겪는 준혁은 그야 말로 황당함의 극치를 겪었는데 데릭의 몸에서 붉은 색의 기류가 뿜어져 나오고 눈이 살짝 뒤집히는 모습을 보면서 준혁은 자신의 가설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격노한 야생 오크는 동족이 아니었구나! 부하들만… 동족이었어!"
준혁의 외침과 함께 데릭의 눈이 전부 붉게 되더니 엄청난 큰 포효를 내질렀다. 이를 모두 본 준혁은 마른 침을 삼키며 추가적인 이야기를 이었다.
"종족이… 다르다는 것은 야생 오크의 개념으로도 상위 종이라는 것인데… 한 단계 상위 종이라고 가정만 해도 익스퍼트 수준으로 들어가는데 설마?"
일반적으로 퍼진 야생 오크들은 주술사 혹은 마법사 계열이 대부분 부락의 우두머리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70레벨 ~ 80레벨 정도다. 종종 100레벨까지 올라간 존재들도 있기는 한데, 드문 케이스였고 평균 레벨이 70레벨 ~ 80레벨 정도다.
일반적인 파티 구성만 짜고 있다면 무리 없이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웬만한 도시 병력이면 이들을 경비 병력 정도로 물리 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상위 종에 해당 되는 존재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른데 이들은 기사 병력이 필요했으며 4클래스 마스터 이상의 마법사 및 중급 정령을 다루는 정령술사 등이 있어야 대응을 하기 용이했다.
즉, 데릭이 80레벨 ~ 90레벨 정도면 준혁이 어떻게든 비빌 수 있겠지만, 동족 포식을 하고 난 뒤에 100레벨이 넘어가는 순간 준혁은 무조건 자신이 패배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에바참치 각인데."
레벨이 상승되고 녀석의 눈이 뒤집힌 것을 본 순간 준혁은 녀석과 싸움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다시 방향을 선회해서 30분을 버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차피 10분 가량 정도 뒤에 30분이 끝이 나니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릭의 광폭화 덕분에 진영이 흐트러진 영리한 야생 오크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자신에게 계속 활을 쏘며 귀찮게 했던 녀석을 몇몇을 제거하고 격노한 야생 오크 무리로 파고 들려고 몸을 비틀었는데 황당한 것을 또 봐야 했다.
"아. 큰일났다."
죽인 영리한 오크들을 데릭이 주워 먹더니 이번에도 레벨이 오른 것이다.
[ Lv.91 오크 전사 데릭(동족을 잡아 먹는: 동족 포식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10레벨이 오른 것이 아니라 5레벨 만 상승을 한 탓에 익스퍼트 수준으로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준혁은 이로써 영리한 야생 오크도 상위 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화살을 잘 다루더라. 어휴."
자신이 껄끄러웠던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를 모두 본 시청자들도 원성의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는데 준혁의 이런 부조리함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준혁은 단순 스트리머 이상의 존재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같은 길드원 소속으로 준혁은 최대한 길드원이자 시청자인 이들과 가상이지만 만나고 교류하고 웃고 즐기며 떠들면서 친구와 같은 지인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또 개인적으로 비방송 중인 서브 직업과 관련된 일을 할 때 고민에 대한 이야기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면 위안과 위로를 해주거나 현실적인 타개 방법 등을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줘서 힘을 얻기도 했다.
그렇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은 스페셜 직업을 얻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준혁이 불합리한 행위를 당하고 있으니 속이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것이다.
▷한국인한국팀: 아, 이건 좀 진짜 에바참치 아닌 가?
▷오페라의유령: (슬쩍) 좀 그렇네. 35레벨 ~ 40레벨 정도인데. 사실 상 거의 보스 몹을 잡으라고 한 거였네요.
▷어둠의인디고팬: -_- 이건 아니야. 게임이 미쳤네. ㅋㅋㅋ
▷할일없는넥수: 와, 여기서 더 레벨 업 하면 진짜 이건 쌍욕해야 합니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냥냥루나푸르미: ㅋㅋㅋ 그냥 이건 대협 못 깨도록 조지는 각 같은데. 게임 사가 보고 있는 거 아님? 좀 이상한데
▷무무단행동대장: 이건 진짜 조사해야 한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네. 이건 깨라고 한 게 아닌데! 와, 미쳤다 방패로 막았는데 피 빠지는게 5% 정도가 날라가네?
준혁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다가 기습적으로 날라온 데릭의 주변의 오크들을 포탄처럼 던지는 공격에 머리를 빗겨 맞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훅 달았다.
그나마 머리를 숙이고 재빨리 방패를 들어 올려 이 정도였지 정타였으면 적어도 15% 이상의 생명력이 증발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여기서 터틀 드래곤의 가호 쓰자, 아니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포션도 너무 많이 쓰면 곤란해'
3층을 가기로 한 것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으니 일단 터틀 드래곤의 가호를 쓰고 버티면서 2층 탈출 혹은 승리를 생각해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저 자식은 처리하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이 광폭화에 들어가면서 주변의 오크들도 10마리 이상이 휩쓸려서 전투불능이 되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가능한가? 가능은한데 정말 3층 도전은… 지금 2층도 이 상황인데 3층 보스도 저런 상태면 그냥 무조건 죽는 거니까 아쉬운 마음을 접자. 접어.'
〈 터틀 드래곤의 가호를 사용하셨습니다. 30분 동안 회복력 20% 방어력 10% 상승. 〉
"후우, 이럴 거면 처음부터 쓸 것 그랬나 봐요. 그 생각하니까 더 화나네요. 반드시 저 녀석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준혁은 이를 갈며 눈이 돌아갈 대로 돌아간 데릭을 쳐다 보며 자세를 취하면서 주변 오크들부터 일단 정리에 들어갔다.
녀석과 제대로 싸워서 결착을 내려면 이런 녀석들이 빨리 사라져야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일이 바빠서 예약글을 걸었는데..
예약글을 걸면서 정말 깜짝 놀랐네요..
벌써 22일...
2019년이 벌써 이렇게나;..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새삼스럽게 놀랐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