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142화 (142/548)

*  *  *

트리톤은 아름다운 도시다.

칼스 레이너 백작은 쉽게 할 수 없는 다종족 교류를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종족의 특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트리톤이 더욱 더 큰 무역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움직이며 가장 낮은 이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가장 힘든 일에는 전면에 나서서 일을 하니 종족은 달라도 트리톤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칼스 레이너 백작에게 존중과 존경을 표했다.

"흐음~ 많이 발전했네."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청년은 정말 해맑은 표정으로 트리톤의 중앙 광장에서 도시의 감상평을 말했다.

마치 오랜 만에 이곳에 들린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듯한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따라 다닐 건지 궁금하긴 하네."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린 청년은 이내 혼자 다시 피식 미소를 터트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공방 거리의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적한 골목길을 계속 이동한 끝에 이동하는 사람이 없는 골목길에 도착을 했고 청년은 지쳤다는 듯 이마에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이동을 시켜야 해?"

청년이 다시 혼자서 이야기를 하니 청년의 뒤쪽에서 일렁거림이 발생하면서 준혁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존재인 뀽이 등장했다.

"당신은 위험하니까."

"흐음. 나는 딱히 별 달리 한 것 없는 걸?"

"… 수 많은 이들을 죽여 놓고 뭐라고?"

"음, 그건 어쩔 수 없었지. 그걸 행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이가 죽었을 거라고. 물론, 납득을 하지 못하겠지만. 그저 아이와 같은 네가 뭘 알겠니. 뀽."

"당신 때문에 수 많은 선지자들이 죽었어! 같이 할 수 있었잖아!"

"나는 효율적인 것을 택하는 걸 좋아해. 모두가 죽는 것보다 다수가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하지 않아? 전부를 다 죽이면 나도 좀 피곤해서. 하핫."

뀽은 이런 청년의 말에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으로는 이해를 하지 못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뭐, 심심해서 들려 봤는데 여기는 그래도 피해가 적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잘 복구된 것 같네. 좋네. 좋아."

"… 단지 그 목적일 뿐이야?"

"음? 그것 뿐이기도 하고… 겸사겸사 아직도 철부지인 뀽을 보러 오기도 했고… 유산들이 움직이는 것 같더라. 네가 가르쳐 준 거야? 뭐,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괜찮기는 하던데."

"인디고는 좋은 친구야."

"응. 그런 것 같더라. 방송하던 애던데? 수익 전부를 정말로 다 토해낼 줄은 몰랐다니까? 그런 녀석이 있었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쳐버려서 은신이 풀렸잖아. 쿡쿡쿡."

청년은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어설픈 실수에 웃음을 터트렸다.

"… 왜 가까이 하는 거야!"

"그야, 네가 키운 것 같아서? 너는 우리의 그리고 녀석의 유산과 같은 아이인데 당연히 잘 하고 있나~? 이렇게 살펴줘야지. 명색이 내가 대부잖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뭐, 그렇다면 할 말은 없고. 딱히 귀찮은 일에 엮이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음~ 아무튼 이 세계는 여전히 활발하고 재미있네."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 마냥 이야기를 하는 청년을 보면서 뀽은 잔뜩 경계를 하며 노려 보았고 그런 뀽의 모습에 청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긴장 풀어. 별 다른 행위는 할 생각도 없고 할 이유도 없어. 그냥 둘러 보고 있는 것 뿐이야. 흥하게 하는 것은 녀석의 일이지만… 망하게 하는 것이 내 일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니까. 뭐, 여기는 당분간 그런 일은 없어 보이네. 좋은 녀석이 자리를 잡았어. 네가 딱 좋아할 녀석 같다."

"… 진짜야? 진짜 아무런 짓 안 해?"

"응. 뭐, 문제가 있다면 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아니잖아?"

정말 화가 나는 상대지만 내뱉은 말은 지키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뀽은 조금은 안색을 풀고 말했다.

"그럼 얼른 사라져."

"축제는 지켜 볼 건데? 재미있게 놀 것 같아서. 배짱이 좋은 건지. 뭔지…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인디고에게 접근하지 마! 크로노스."

"보고? 흥미로운 상대라서. 긴 시간 나도 고생했는데 좀 즐기기도 해야지. 아무튼 네 얼굴도 봤고 괜찮네."

"……."

"나름 긴 세월을 방랑하기에 기존 거주민에게 훈련법을 가르쳐 주는 줄 알았는데. 선택지가 모험가라니. 정말 의외이긴 하네. 잘 가르쳐 봐 싹이 좋으니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톡톡 건드리는 크로노스를 향해서 뀽은 다시금 적개심과 분노를 터트리려 했으나 크로노스가 가볍게 손가락을 탁 튕기니 뜨겁게 달궈진 머리가 싹 식혀지는 것을 느꼈다.

"큰 힘일 수록 휘두르는데 많은 생각을 해야지. 너처럼 그렇게 사용을 했다가는 재앙이 되어버릴 걸?"

"누가 할 소릴!"

"글쎄. 나야 모르지. 아무튼 재미있는 도시에서 놀다가 갈 테니까 종종 너희 집에 놀러 갈게. 맛있는 술과 안주를 부탁해. 내가 추억 돋는 이야기도 해줄테니까."

"누구 마음대로 내 집에 와!"

"내 마음대로. 마지막에 결정 짓는 것은 나니까."

싱긋 웃으며 속을 뒤집는 말을 하는 크로노스를 향해 이를 가는 뀽이었지만 이내 웃으며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져버려 허탈감만 차올랐다.

"선지자면서 왜!"

알 수 없는 둘의 대화였으나 트리톤에 크로노스라는 희대의 변수가 준혁에게 관심을 보이며 머물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수면을 취하고 난 준혁은 확실히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몸도 적잖게 무거웠고 오래 누워있다 보니 아무리 좋은 캡슐이라고 해도 찌뿌둥한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체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확실히 요즘에 방송 시간이 너무 길었으니까."

소화해야 할 일정이 꽤 있어서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체력이 꽤 부족한 듯 보였다.

"음, 건강원에서 즙이나 좀 짜서 먹어야겠다."

일도 좋지만 이 중요한 시간에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아 버리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버리기에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쓰자는 생각을 가졌다.

"그건, 그렇고… 잠들기 전에 그 녀석을 찾아야 하는데. 내 쪽에서 찾지 못한다면 다른 스트리머들의 시각으로 찾아 보면 되겠지."

자신은 방송 종료를 했지만 당시에 방송 종료를 하지 않고 계속 방송을 하고 있었던 동료 스트리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방송 마지막 부분을 다시보기로 돌려 보기로 했다.

길드 토벌 의뢰를 성공하고 난 뒤의 반응도 살펴 보고 싶었으나 그건 지금의 일보다 훨씬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면 트리톤에서 쌓은 기반을 비롯하여 자신의 게임 인생이 꼬이게 생겼는데 반응은 무슨 반응인가?

"휴먼 캔디님, 북어형님, 루나님도… 하셨고 푸르미님, 무무님도 하셨네. 음… 냥냥이랑 아처 형도 했고. 더 없나?"

7명의 스트리머 방송을 다시보기로 돌리면서 준혁은 자신이 보았던 곳에 어떻게 녀석이 나타났는지를 살피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며 재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40분 가량을 살펴 보았음에도 여전히 귀신처럼 나타났다가 귀신처럼 사라졌을 뿐이었다.

"뿅! 했다가… 뿅. 하고 사라졌네. 일단 나타난 것은 맞구나."

다행히 다른 스트리머들의 다시보기에는 찍혔기 때문에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은 아니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트리톤으로 진입을 했다라… 이거 칼스 레이너 영주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이래저래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듯 하여 머리를 벅벅 긁적이던 준혁은 일단 녀석이 온 것까지는 확인을 했으니… 나중의 일은 접속을 하고 난 뒤에 이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일단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고 먹고 씻자… 그리고 접속해서 이 부분을 알리고 난 뒤에 일을 진행해 보자고."

어차피 녀석이 나쁜 마음 먹었다면 다 죽고도 남았을 것인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배포 있게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도 복불복인 상태란 말이야. 걸릴 게 많아서 복잡해 죽겠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막말로 트리톤이 무너져도 자신이 소유한 골드로 다른 영지에서 뭘 해도 할 수 있었기에 그냥 배짱 플레이를 하자고 여겼다.

"스트레스 받으면 나만 손해니까."

되려 확인하지 못했을 때는 불안했다가 확인을 하고 나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머리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게임 초반에 망하겠어?"

누구냐? 넌. 접속을 한 준혁은 바로 칼스 레이너 백작을 찾아가서 크로노스가 길드 하우스까지 침입하여 축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갔다는 것을 알렸다.

이에 칼스 레이너 백작 미간을 찌푸리며 도통 짐작을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외에는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고?"

"그렇습니다. 그 뒤에는 사라졌습니다."

"이것 참! 끄으음… 도통 알 수가 없군. 절대자들의 감정은 파악을 할 수가 없어."

"조사대는 언제 즈음에 오는 겁니까?"

"자네가 가고 난 뒤에 나 역시 바로 이동했네. 증거 품목까지 있어서 바로 황제 폐하를 뵙고 조사대 파견까지 약조를 받았어. 아마도 축제를 할 즈음에 올 것 같기는 한데."

증거 품목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늦냐는 눈빛을 준혁이 보이니 칼스 레이너 백작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의 한 걸음은 주변 나라들의 경각심을 일으키니 쉽게 할 수 없음이지."

"아… 그렇겠군요. 괜히 오해를 사게 된다면."

"뭐, 그렇지. 트리톤은 무역항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 그나마 빨리 올 수 있는 거야."

"그럼 일단 다 대기만 하시는 중이십니까?"

"아니. 딱히 그렇진 않았네. 각 길드의 지부장 급 인사들에게는 현 상황을 전달했어. 신원 파악을 할 수 없는 9클래스로 추정되는 마법사가 트리톤에 진입을 했으니 조사대 파견 전까지 조심을 하라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 혹시 드래곤들의 유희가 아닐까요?"

"유희? 아아~ 폴리모프를 하여 돌아다니는 것 말인가? 요즘 세상이 어떤 시기인데 그러고 다니나. 차라리 드래고니안처럼 꾸며서 다니는 것이 훨씬 편안한데 말이야."

드래고니안을 이야기하자 준혁은 의아함을 가졌다.

드래고니안을 싫어하는 드래곤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덜 떨어진 사생아와 취급을 하면서 드래고니안들을 전문적으로 죽이며 청소라는 이름으로 학살을 했다.

뭐, 나중에는 로드들의 명령 때문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자신들이 수호룡으로 있거나 혹은 자신들의 영역 근처에 위치해 있으면 아주 즉각적인 사살을 했다.

개인의 영역까지는 통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을 다 극복할 정도로 드래고니안이라는 종족은 매력적이라서 수억, 수십 억 원의 현금을 주고서라도 되고자 하는 부자들이 정말 많았지만 말이다.

"그 싫어하지 않습니까?"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딱히 그렇진 않을 것인데? 드래고니안을 보살피는 드래곤분들도 계시네. 로드 산하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는 이들도 있어. 우리 항구에 1년 주기로 종종 오시는데… 큰 손님이시지."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에 준혁은 확실히 과거의 히어로 크로니클 세계관은 자신이 겪었던 히어로 크로니클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하지만 달라. 그래서 뭔가 이득을 볼 수가 없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이템 조합 및 장비를 올리는 서순 정도나 성장 관련 부분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렇군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종종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때문에 도시나 국가적 피해가 발생되면 이만저만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네. 그래서 대부분 외딴 곳에서 어울리며 힘을 가다듬고 사용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이야기를 해주더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준혁은 이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야기가 조금 샜네요. 제가 너무 허황된 이야기를 해서."

"음? 아니네. 나름 그럴 듯한 이야기긴 해. 만약 자네의 말처럼 그 존재가 터틀 드래곤 내부에 있었다면… 단순히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그랬다면 뭐랄까… 가능성은 조금 있지. 사실 갑자기 튀어 나온 그런 존재들은… 의심을 하기 충분하지."

"그렇군요."

"다만 흑마법을 다룰 수 있는 드래곤들이라면 종족으로 보았을 때 골드와 블랙 두 종족 밖에 없는데 역사적으로 이 두 종족이 모두 흑마법에 대해서 그리 우호적이지 않네. 종종 미치광이들이 갓 성룡이 된 이들을 포획하여 본 드래곤 및 사령 드래곤으로 만들어서 다니다가 로드들에게 집중 포화 공격을 맞고 죽고 그래서……."

흑마법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흑마법에 친화적이라는 것이고 결론은 두 종족은 최고의 재료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골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은 흑마법사들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과거에는 8클래스 마스터이자 9클래스 유저에 등극한 흑마법사를 아무런 이유 없이 골드 드래곤이 브레스로 직격하여 사살한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이건 회귀 전에 던전에서 본 기록인데 진위여부가 판별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 싫어하는 것은 맞기는 했다.

'이건 똑같구나.'

그래도 종종 드래곤 중에서도 정신 이상한 놈들이 그러고 다닌다는 카더라~ 통신이 하나 있어서 이야기를 해본 것인데 칼스 레이너가 가능성은 있다고 하니 준혁은 진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보다 당연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그가 그럴 수도 있다고 하니 긴가민가 하는 마음이 생겼다.

"뭐, 일단 뭐든지 현재는 가능성을 열고 봐야 하니까. 다 그렇다고 하는 거지. 조사대가 오고 진행을 하면… 나름 윤곽은 잡힐 걸세."

"아… 네."

그저 극히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모든지 열고 살피겠다는 칼스 레이너의 생각을 알게 되자 준혁은 조금 기운이 빠졌지만 칼스 레이너의 인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다시 한번 확인을 했으니 괜찮다고 여겼다.

'드래고니안까지 연결이 될 줄은 예상도 못했네.'

수 많은 종족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히어로 크로니클이지만 드래고니안 족은 공개되지 않은 히든 종족이었다.

그런데 이곳과 연결된 자가 칼스 레이너라고 하니 준혁은 꽤 놀라웠고 그들이 트리톤에 와서 교류 무역을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것만해도 충분하지. 나중에 드래곤 스케일이 필요하면 구할 수나 있는지 봐야겠다. 드래고니안에게도 얻을 수는 있다고 했으니까.'

급이 좀 떨어지는 해도 웬만한 보스 몬스터보다 좋은 재질의 재료가 자체적으로 수급이 되는 종족이라서 인연을 만들면 좋다고 여겼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의뢰들을 트리톤에서 수행을 해야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온 자신은 칼스 레이너 백작의 입장에서 꽤 고마운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단순히 트리톤의 귀찮은 일을 해주는 모험가들을 이끄는 존재에서 좀 더 성장하여 일반 주민들과 동일 시 되었다면, 이제는 작은 힘이지만 제법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고 여겼다.

'권력자랑 이 정도의 거리가 딱 좋지.'

더 깊으면 곤란해지고 더 얕으면 이도저도 아닌 관계일 뿐이니 이 정도로만 하고 이야기를 그만 하자고 여겼다.

알릴 만큼 알려줬고 나름 이야기도 나눠서 자신이 꽤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의견을 나눈 듯한 모습은 그렸으니 말이다.

"저희 길드원들도 일단 기억하는 인상착의를 가지고 부지런히 찾아 보려고 합니다. 구석구석에 저희 길드원들이 없는 곳이 없으니… 그냥 새하얀 로브를 입고 돌아다닌다면 바로 찾을 겁니다. 뭐, 그렇게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하하. 그렇겠지. 그래도 자네들이 있으니 확실히 도시 관리 쪽은 편안한 것 같군. 길드의 임원급의 이름을 알려주면 그들이 우리 병력에게 보고를 바로 할 수 있도록 해주겠네."

"아! 그러면 신속하겠군요. 알겠습니다."

준혁은 자신 외에는 딱히 관심을 주지 않던 칼스 레이너가 길드 임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부디 한번 만 별 탈 없이 자신들의 시야에 녀석이 잡히기를 희망했다.

'그러면 최소 자경단 수준으로 인정 받겠지.'

실질적인 무력 싸움이 발생되면 당연히 자신들도 좋지 않겠지만 적어도 합리적인 부분에서는 빠른 퇴치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건 좀 더 친밀해지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런 것이 하나, 둘 포석이 되어서 그렇게 되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접속을 할 때는 녀석 때문에 좀 짜증 났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뭐, 되려 이득이다 싶네. 음, 나쁘지 않아.'

걱정을 해서 걱정이 늘어 걱정에 잡아 먹힌다는 말이 앞선 자신의 모습 같았다.

인디고라는 캐릭터에 숨겨야 하는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괜히 겁을 먹고 걱정만 한 가득 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자네들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질 줄은 정말 몰랐어. 한결 같은 모습도 그렇고 자네가 리더로써 길드를 이끌어가는 자세들이 참 마음에 드네. 앞으로 나도 예의주시하면서 자네를 응원하도록 하지."

"아! 감사합니다. 절대로 실망 시키지 않고 모험가와 기존 주민들이 서로 상부상조하여 잘 융합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 나야 정말 좋지. 후후. 아! 그리고 확실히 황제 폐하께서 자네에 대한 것을 궁금해 하셔서 조사대가 좀 이것저것 짓궂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 양해해 주게."

"네? 아… 네. 그 저를요?"

"그래. 아무래도 자네들이 신기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

"아… 네."

제국의 황제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말에 준혁은 기분이 싱숭생숭했지만 좋은게 좋은 거라고 여겼다.

'사실 상 개이득이지 뭐.'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칼스 레이너 백작과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를 지은 후, 늘 똑같이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위해서 곡괭이를 들고 광산으로 향했다.

덤으로 라온 노래 자랑도 홍보하면서 말이다.

For Raon[ 블라인드 퀘스트로 얻은 부산물 다 길드 자금으로 다 기부함? 리얼임?]

글쓴이: 킹갓관종환자

여기저기 어그로 끄는게 취미이기는 한데, 오늘은 어그로가 아니라…

진짜로 질문을 하는 건데…

라온 길드님들 진짜로 길드 자금에 진짜로 인디고님 기부함?

3만 골드를 정말로 다 기부함?

못 받아도 억 소리를 받는 그 돈을 그냥 다 기부함?

리얼임?

지금 대충 1골드 당 5500원 꼴 하던데…

3만 골드면 1.65억 원인데 이걸 그냥 때려 박았다고?

구라 아니고 진짜로 다 넣음?

다 넣었으면 솔직히 나보다 더 어그로꾼인데?

슈벌…?

댓글

-한국인한국팀: 다했음. 광산 할당량 채우고 대장장이 일 다하고 난 뒤에 보석 가게에서 보석들 정리하고 다 기부함. 31200골드 전액 넣음

└ 킹갓관종환자(글쓴이): 미쳤다. ㅋㅋ 돈을 벌자는 건지 쓰자는 건지?

└ 한국인한국팀: 님의 기준으로 남을 보면 안됨.

└ 킹갓관종환자(글쓴이): 아니 뭐, 그런게 아니라 자기 이익은 그래도 챙겨야 하지 않음? 3만 골드 넣고 1200골드는 챙겨도 되겠는데?

-오페라의유령: (슬쩍)마음의 넓이가, 마음의 풍족함이 다른 거임. 라온에 큰 애착을 갖고 계시고 정말 노력하고 있음

└ 킹갓관종환자(글쓴이): 애착이야 나도 갖고 있지. 나도 라온 방송 볼 때는 입 닫고 잘 보고 있는데. 단지, 초기에 저 돈을 개인적으로 썼으면 콘텐츠가 더 나올 수도 있지 않았나 싶어서.

└ 오페라의유령: 그 부분은 예전에 초기에 말한 거 있음. 모두 함께 간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음. 모두가 즐겁게 라온 스타일. 모름?

└ 킹갓관종환자(글쓴이): 모르겠다. 모르겠어. 진짜 이게 클래스의 차이라는 건가? 내 작은 마음으로는 이해를 못하겠다.

-유동닉 1호기: 애초에 초기부터 자기 수익의 큰 부분을 기부를 하면서 지내는 사람이었음. 어린 나이에 돈을 크게 벌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그런 것 없잖아. 그냥 지구에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한 좋은 사람임.

└ 마그마를마그마: ㅇㅈ. 저런 사람 없다~ 이 말이야!

-절대태보해: 근데 글 내용은 공감이 되긴 함. 솔직히 2억 상당의 돈을 게임에 그냥 모두 투자한다는 것은 ㄷㄷ 아무리 대협이 대기업 스트리머지만 수익으로 봐도 엄청난 부분일 건데. 솔까 말 안 했으면 모르는 건데.

└냥냥펀치: 그러니까 U 튜브 광고 스킵하지 말고 열심히 보란 말이야. 숙제 게임 과금 하지 않아도 다운로드 받아서 플레이도 하공.

└절대태보해: 이미 과금으로 1100만 썼습니다.

└냥냥펀치: 블랙말랑카우, 흑우셨구나. ㄷㄷ

-오직라온만: 오.직.라.온.만.절.대.라.온.해.

└둑흔둑흔도서부: 오.직.대.협.만

-풉ㅋ풉ㅋ: 인디고님이 말했다. For Raon. 나를 믿고 라온 길드를 만들어 준 길드원분들을 위해서 아깝지 않다. 그냥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하다. 그저 빛! 그저 대협!

└내생의대협: ㅠㅠ 날 가져요. 엉엉!

└오키바리: 하, 진짜 그저 시청자 밖에 모르는 바보 같으니. ㅠㅠ

크로노스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딱히 할 것이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에 준혁은 평소처럼 할 일을 모두하고 방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보석 가게에서 진주와 사파이어를 정리를 하여 벌어드린 수익까지 모두 포함한 31200 골드를 길드 자금으로 일괄 넣었으며 이 금액으로 길드 하우스 부지를 늘리고 시설 증설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시청자들이나 길드원은 저런 금액을 정말로 기부를 해버리는 준혁의 행동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장에 채팅창은 현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라는 식의 말이 많았지만 준혁은 말했다.

"For Raon(라온을 위하여). 아깝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라온에 드디어 제가 무엇을 남긴 것 같네요. 다양한 시설과 부지를 넓힘으로써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먼저 체험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따라와 주세요. 실망 시키지 않겠습니다."

토벌 의뢰 때도 꾸준히 외쳤던 라온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준혁이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니 시청자들과 길드원들은 그저 감동을 할 뿐이었다.

당연히 그와 함께 후원이 쇄도 했으며 준혁은 첫 큰 금액이든 작은 금액이든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깔끔한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내용은 대부분 라온 노래 자랑을 어떠한 식으로 열 것이며 여기저기랑 연계해서 축제 당일에 빠르게 설비도 완료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주된 것이었다.

단순히 길드 하우스 내에서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가게에 찾아가서 양해를 구해고 방송으로 보여주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사장들은 당연히 수 많은 모험가 및 라온 길드원이 자신의 미래 고객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축제는 걱정하지 말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마치 저녁 시간 대의 생활 정보 프로그램의 리포터처럼 준혁은 트리톤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가게 홍보를 해줬으며 겸사겸사 관광지를 둘러 보기도 하며 자연 풍경을 담으면서 트리톤을 홍보했다.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톡톡 건드리면서 다들 정말 트리톤에서 자신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할 즈음에 준혁은 계획했던 말을 꺼냈다.

"지금도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잘 하면서 열심히 서로 성장해요. 가상이기는 해도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런 풍경들과 쌓은 인연이나 추억들을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열심히 우리 노력합시다."

트리톤을 지키고 싶다는 아니어도 라온 길드에 소속되어서 만든 추억이 있는 트리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 심어 놓은 작업이었다.

크로노스라는 희대의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뭔가 제대로 된 구심점이 필요한데 자신과 라온 길드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나라가 바뀌어도 정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준혁은 서로의 유대감을 톡톡 건드린 것이다.

물론 크로노스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약에 공격을 당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서 방비를 하면서 트리톤을, 라온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아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되더라도 이런 노력들로 인해서 라온 길드는 적어도 우르크 제국 내에서 활동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과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하려는 칼스 레이너 백작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최소한의 밑 밥을 깔아 놓은 것이다.

그렇게 설계 작업을 끝 마친 준혁은 1부 방송 종료를 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2부 방송으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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