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150화 (150/548)

"룬은 딱히 크게 갖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차 룬이 별로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1차… 룬이요? 룬이 2차도 있고 그런 가요?"

"음? 그렇습니다. 이거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군요?"

준혁은 아는 척을 하는 것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룬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이런 룬과 같았고 룬을 여러게 보유한 것 만으로도 엄청나게 격이 달라진다는 것 정도였다.

사실 자신이 무너지는 시점이 지나간 뒤에도 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었을 것이다. 기술이나 이런 것은 몰라도 룬은 정말 정보를 풀지 않기로 유명했던 부분들이니 말이다.

"음, 현재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것들은 1차 룬이 많죠. 하지만 룬도 조합이 있습니다. 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서 제 상품에 있는 파괴와 절단을 조합을 하면 2차 룬이 나오게 되어져 있죠."

파괴와 절단은 자신도 갖고 있는 룬이라서 준혁은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없었다.

"조, 조합을 어떻게 하나요? 저것들을 구매하면 되는 겁니까?"

"아하하, 그럴리가요. 룬을 조합하기 위해서는 최소 1차 룬의 레벨이 3이상이 되어야 하고 룬스톤이라는 것을 구매해야 하죠. 음, 가격은 5000골드 정도 할 겁니다."

"5, 5000 골드요?"

"그리고 실패의 확률도 있죠. 그렇게 되면 레벨이 다운 될 거에요. 하지만 조합이 성공된다면 압도적일 겁니다. 다만 성공 확률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알아도 안 쓰긴 하지만."

그런데 화이트는 2차 룬도 있다는 듯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준혁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그럼 여기에는 2차 룬도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이상도 몇 개 갖고 있죠. 단, 가격은…?"

1차 룬의 가격을 보니 기술서 10권은 구매할 정도의 가격이라서 준혁은 얼마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림의 떡이군요."

"후후. 더군다나 2차 룬들의 경우에는 까탈스러움이 있습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죠. 각인 실패가 될 수도 있어요."

"……."

"그러니~ 1차 룬을 다들 고집하고 있는 거죠. 사실 1차 룬만 꽤 갖고 있어도 어디 지역의 패주는 될 겁니다."

화이트가 공개한 룬 상점에서 1차 룬의 경우에는 파괴와 절단을 제외하면 딱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룬을 아무거나 다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준혁은 미래를 위해서 갖고 있는 자금을 적절히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고민 끝에 말했다.

"파괴와 절단만 주세요. 그리고 여기에 첫 구매 90%를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서 3도 말이죠."

"음~ 정말이지. 아주 야무지게 확실한 정보의 것만 투자를 하는군요. 후후. 그런데 혹시 룬스톤은 필요 없나요?"

화이트의 이야기에 준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90% 세일로 판매를 해주신다면 답변을 해드릴 의향은 있습니다."

"후후. 호기심은 아주 즐거운 거죠. 90%가 아니라 특별 출혈 서비스로 무료로 드리도록 하죠. 후후. 사용을 할지, 하지 않을 지, 정말 궁금한데요?"

"… 으음. 앞으로 근 며칠은 대장장이 작업에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사용 후기와 관련된 것은 익스퍼트 레벨이 되면 5층 도전과 함께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큭큭. 역시 당신은 정말 재미있는 모험가에요. 우우. 그러니까 그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일테고."

"누구 말이죠?"

"음~ 이건 직업 비밀입니다. 아무튼 당신에게 축복이 있기를."

뭔가 미묘한 말이었지만 준혁은 화이트가 자신에 대한 것을 비밀로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여겨서 5000골드 짜리를 그냥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며 수련의 탑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즉시 바로 기술서 3권을 모두 습득하면서 매직 등급 만들기를 작업을 시작하러 이동했다.

적당히 길드원들을 챙기는 듯한 이벤트에 아직도 껄끄럽다고 여겨지는 간달푸가 어떻게 설치던 말던 편안히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제.'

끝이 좋아야 해. '다르다. 달라. 내가 알던 것들과 너무 달라.'

큰 줄기는 비슷한 것들이 좀 있지만 자신이 알던 것과 너무 다르게 진행된 초기의 히어로 크로니클의 모습을 다시 한번 체감한 준혁은 고민에 빠졌다.

상태창 및 기술 등은 비슷할지 몰라도 몰랐던 정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수련의 탑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2차 룬? 이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소리야. 애초에 지금 룬 자체를 지금 유저들이 간신히 알아가고 있는 단계인데.'

길드원 중 꽤 재능있는 이들이 직업 관련 길드 관계자에게 직접적으로 선물을 받은 대중적인 룬들이 있었는데 덕분에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준혁은 룬에 관련된 부분은 정보가 매우 귀한 것 같으니 절대로 룬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는 하되 레벨은 공개하지 말고 있으라는 조언을 슬쩍 해주었다.

길드원들은 준혁의 말을 찰떡 같이 알아 들었고 룬이 하나의 비장 카드 정도로 여겨지면서 룬을 얻기 위해 정말 더욱 더 열심히 히어로 크로니클에 인생을 갈아 넣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2차 룬에 대한 이야기는 해준 적도 없었고 룬스톤과 관련된 부분은 이야기를 해준 이도 없었다.

심지어 뀽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준혁은 자신이 갖고 있는 룬스톤을 슬쩍 살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조합)룬스톤

1차 룬을 조합하여 2차 룬으로 만들 수 있다.

단, 실패 시 조합한 룬의 레벨이 -1 하락한다.

"정말 모르겠다. 모르겠어."

레벨을 올리기가 힘든 것이 룬이기에 차라리 레벨을 유지하고 룬스톤은 그냥 사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정말 궁금했다.

'1차 룬은 사라지고 2차 룬이 나오는 건가? 이걸 안 물어 봤네.'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는 준혁은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톡톡 치는 느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음? 어!? 뀽씨?"

"안뇽~ 내 친구."

"아하하. 오랜… 만이라고 말을 하면 제가 좀 많이 훈련을 빠진게 티가 나게 되네요. 핫~"

"괜찮아. 괜찮아. 요즘 바쁘다고 들었어. 훔바바의 밑에서 일도 하고 또 매직 등급 아이템을 만들었다면서?"

"오우, 그게 뀽씨한테까지 퍼졌나요?"

"그럼~ 내가 있는 곳에 라온 길드원이 있고 그러면 소식도 바로바로 듣는다~ 이 말이야!"

준혁은 자신의 바쁨을 이해해 주는 뀽을 향해 고맙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래저래 밀린게 많아서 시간 내기가 힘들었어요. 미안해요."

"아니야. 사실 훈련 관련으로는 이제 슬슬 익스퍼트 수준에 올라오면서 건드릴 것이 없어졌단 말이지."

"벌써요?"

"실전 밖에는 없지. 토벌에서 아주 무쌍을 찍었다고 들었어. 생생하게 이야기를 해주던데. 돌격을 해서 진두지휘를 하고. 응? 아주 대단했다고."

아마도 길드원들이 떠드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길드원들은 일을 하면서 공통된 주제로 스트리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라온 길드의 40% 정도가 자신의 팬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주 이야기가 자신일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발품을 팔아 일을 하는 뀽은 자신의 소식을 아주 잘 접할 수 있고 이렇게 상세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종종 걸어왔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행적이 너무 노출되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도 있어서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뭐, 방송을 하는데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말이다.

'덕분에 지금은 간달푸에게도 덜 시달리고 있는 중이고.'

뀽의 칭찬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준혁은 뀽에게 마침 질문할 것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뀽, 혹시 간달푸라는 마법사분이 찾아오셨나요. 최근 조사대를 이끌고 여기저기 탐사를 하시는 분인데."

"음, 만나기는 했는데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던데."

"아하하. 그런가요?"

"쓸 데 없는 걸 계속 물어봐서 바쁜 호빗 붙잡지 말라고 하고 일이나 하러 갔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하는 뀽을 보니 준혁은 또 거기서도 이야기를 예의 없이 했다고 여겼다.

뀽의 나이도 그렇고 실력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존중을 받을 수준인데 말이다.

'답이 없는 노친네구만.'

나름의 존중을 계속 보였지만 하는 행동은 정말 노친네라고 불릴 정도로 불쾌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을 한 준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좀 말이 직설적이긴 한데, 이런저런 부분을 조사하려고 바빠서 그런 거니까 뀽이 조금 참으세요."

"뭐, 얼마든지 괜찮지. 그런데 왜 이런 걸 질문했어?"

"아니, 저한테 뀽에 대해서 아느냐 질문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최근에 바쁠 때 그 질문을 해서 잊고 있었다가 지금 기억을 했네요."

"에엑~ 중간에 훈련도 받고 그랬잖아."

"네. 근데 그때는 제가 좀 일이 많아서 잊어 먹었어요. 미안해요."

"아니야~ 뭐, 그 정도로 미안하다고 해. 괜찮아."

미소를 짓기는 하지만 눈은 굳어서 웃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준혁은 뀽이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뭐, 칼스 레이너 백작이 잘 달래줬다고 해도. 확실히 짜증 나기는 하겠지.'

준혁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이상한 존재가 토벌 의뢰에 껴서 이래저래 고생이 좀 심했거든요."

"마법사 말하는 거지? 흑마법사인지 뭐 그거."

"네. 그렇죠. 영주님이 혹시 부탁하셨나여? 뀽도 힘을 좀 보태 달라고."

"그렇지. 뭐. 나처럼 트리톤 전역을 돌아다니는 이도 없으니까."

"푸훗. 그렇긴 하네요."

"음~ 근데, 말이 나와서 그런데 그 마법사에 대해서 뭐 정확하게 아는 것 있어? 나도 부탁은 받았는데 뭘 알아야지. 괜히 내가 관심을 받으니까 좀 짜증나기도 하고."

뀽의 이야기에 준혁은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을 하여 주변을 대충 둘러 본 뒤에 딱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작게 이야기를 했다.

"음, 그냥 고위 흑마법사 정도? 딱히 뭐 자세히 아는 것은 없어요. 초기에 한번 트리톤에서 모습을 드러내서 보고는 했는데 그 뒤에는 없어요."

"아~ 그 길드 하우스에서?"

"네. 뭐, 아마도 조사대에서 고위 마법사가 등장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같은 마법사니까 잘 찾고 그럴 수 있잖아요. 황제님의 최측근 마법사라고 그러는데 도망을 가거나 그렇겠죠."

"음… 뭐, 그렇긴 하겠지?"

"말이 좀 직설적이고 껄끄럽기는 해지만 그래도 협조를 잘 하고 그러면 어떻게 트리톤이 더 안전하고 그럴 것 같기는 해요. 뭐, 칼스 레이너 영주님은 그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좀 곤란한 일을 겪는 것 같지만요."

준혁은 대충 간달푸에 대해서 욕을 하기 보다는 살짝 두둔을 해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순간 뀽이 미간을 찌푸리며 골목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싶어서 같이 고개를 돌리는 그곳에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간달푸가 존재했다.

"훌훌훌. 그것 참, 말 예쁘게 하는 모험가로군."

"또 엿보기, 엿듣기를 하네. 그거 하지 말라고 칼스 레이너 백작이 이야기를 했을 건데."

"길거리에서 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들을 권리가 있지. 자네의 집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은 엄청 잘하는 군."

"뭐, 마법사 이전에 정치가로도 나름 활동을 하려고 했으니 말 빨은 좋아야지."

뀽은 간달푸를 뒤늦게 감지를 했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연신 미간을 찌푸렸으며 준혁은 만약 자신이 간달푸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면 일이 또 꼬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푸후-… 안녕하세요."

"보자마자 한숨이라니. 하긴 내가 좀 그렇긴 했지?"

"좀 정상적으로 만남을 가지셔도 될 것 같은데. 딱히 만남을 거부하는 것도 아닌데 좀 그렇습니다.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흐음."

"자네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렇지. 흠흠. 미안하네. 뭐, 그런데 자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을 해주는지는 몰랐단 말이지. 솔직히 고맙군. 나도 외골수 기질이 있어서 대화를 이딴 식으로 밖에 못하네."

절대로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준혁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줬다.

"뭐, 큰 사건이니까… 감내할 것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모든 이들의 안위가 걸린 일이잖아요."

"그렇지! 맞아. 참 좋은 말을 하는 군."

간달푸는 준혁의 이야기에 크게 호응을 하면서 슬쩍 뀽을 쳐다 보았다.

뀽은 간달푸의 시선을 느꼈는지 더욱 더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준혁에게 말했다.

"아무튼 그 대장장이로써 제대로 된 길을 걷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왔는데…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샜네. 음, 아무튼 나는 가볼게. 영 불편해서."

"네? 아… 예. 알겠습니다. 대충 일들이 정리되면 다시 훈련 열심히 받도록 할게요."

"그래. 알겠어. 그리고 막 너무 착해도 안되는 거야. 응?"

"아… 네. 하하."

슬쩍 간달푸를 흘기면서 이야기를 하는 탓에 준혁은 어색한 웃음으로 뀽의 말에 대답을 해줬고 뀽은 기분이 상했다는 듯 투덜거리며 간달푸에게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준혁은 그런 뀽을 챙기기 위해서 이야기를 했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기에 제가 좀 부족하고 그렇지만 뀽을 왜 감시하시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어요. 되게 그냥 성실하고 착한 노움이에요."

"다재다능하고 성실한 노움이라는 걸 알고 있어. 성격은 의외로 어린아이와 같고 말이지. 근데 말이야. 자네 이상하지 않나?"

"네?"

"어린 아이와 같은 성격을 지닌 강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준혁은 간달푸의 이야기에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험가들은 그냥 몬스터를 사냥하고 성장을 하여 강해진다지?"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강해질 수 없네. 전투 하나하나가 생사의 갈림길이고 쉼 없이 더 강한 내가 되기 위해서 깨달음을 추구하지. 그래야 말 강자가 되거든."

"… 그것도 그렇죠."

"물론 천부적인 재능으로 순식간에 강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자들도 있네만… 저 노움은 그걸 벗어났어."

더욱 혼란스럽다는 듯 표정을 짓는 준혁에게 간달푸는 말했다.

"마법사로써 실력도 7클래스에 위치한 존재네. 마법과 검을 천재들도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단 말이야. 그런데 저런 성격을 지녔다는 것은 뭔가 꺼림칙한 이야기야."

너무 비약적인 것이라고 여겼다.

사람이 모든 것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적당한 가면을 쓰고 대하는 것처럼 뀽도 그럴 것이라고 준혁은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이가 있나요. 적당히 가면을 쓰고 대해서 저런 모습이겠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난 가면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거네. 자네도 제법 나에게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평범한 이들을 위해서 참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내뱉었지. 그게 자네의 진짜 가면이라고 생각하네."

딱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간달푸가 뭐 그렇다는데 준혁은 딱히 아니라고 말을 하기는 좀 그랬다.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욕하려고 했는데. 혓바닥 미친 노친네라고…….'

그러나 간달푸는 준혁을 보지도 않고 멀리 사라지는 뀽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는 저 친구를 지켜봤지. 그러면서 느낀점은 강자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거야. 뭐랄까… 그래. 그냥 저렇게 되어버린 존재라고 해야 하나. 흐음."

"네?"

"뭐, 일단 알송달송 흑마법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궁금해서 이리저리 따라 다니는 뭐… 그런 이야기야."

"……."

"아무튼 자네의 그 마음, 자세, 생각… 내 깊이 담아두도록 하지. 아! 그나저나 한 오크가 자네를 길드 하우스에서 기다리던데. 밥 한 끼 얻어 먹으러 갔다가 봤는데. 어서 가 보게."

오크라는 말에 준혁은 혹 테무칸인가 싶어서 소식을 전달해준 간달푸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인사를 전했다.

"어찌 되었든 이리저리 동분서주 조사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꼭 잡아주세요.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이네. 흔적이라도 찾아야지. 뭐, 나오는 게 없어서 문제이긴 하지만. 잘 가게. 나는 저 친구 구경하러 갈 생각이야. 클클. 확실히 마법 실력은 떨어져서 훔쳐 보는데 잘 모른다는 말이지. 스릴 넘치게 재미있어."

이런 간달푸의 이야기에 준혁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지는 간달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뭔지 몰라도 일단 간달푸는 자신에게 착각을 했고 덜 귀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뀽만 불쌍하네. 그럴 듯한 개소리를 하면서 달라 붙고 있으니. 성격이 어쩌고 저쩌고 뭔 상관이야.'

끝이 좋아야 해. 간달푸의 이야기를 듣고 이동한 길드 하우스에는 테무칸이 있었고 준혁은 그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이에요! 테무칸님."

"하하, 그래. 인디고 그간 잘 지냈어?"

"뭐, 나름 할 일들을 하고 지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네요."

"그렇군. 흠흠. 그런데 좀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나?"

"네? 아! 물론입니다. 오시죠."

테무칸이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조용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지만 나쁜 것은 없다고 여기에 길드 하우스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 쪽으로 그를 데리고 왔다.

"음, 건물이 뭐랄까……."

"별 거 없죠? 딱히 내부를 꾸미는 것보다 길드원분들이 뭐라도 더 하나를 할 수 있고 쉴 수 있도록 만들어서요. 그래도 생산 쪽에 있는 분들이 본인들의 작품으로 꾸며 주셔서 이 정도에요."

"후후, 그렇군. 그래 확실히 병사의 사기가 가장 중요하지. 흐음."

"길드원분들이 없으면 길드도 없는 거니까요. 그나저나… 어떤 말씀을 하려고 이렇게?"

준혁의 이야기에 테무칸은 품 속에서 조그마한 푸른 구슬을 꺼내었고 이내 그것을 깨트렸다.

「음성 차단 마나막이 형성 됩니다.」

「사용자의 마나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유지 됩니다.」

"음? 음성… 차단 마나막? 이런 것도 있군요."

인테리어를 할 때, 소리를 차단 시키는 마법진을 각인하여 작동은 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는 줄은 몰랐기에 준혁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뭐, 높은 분들은 비밀스러운 것들이 많으니까. 이게 필수지."

"그런가요? 아하하… 그런데 저는 딱히 뭐 없는데요?"

"음, 귀찮은 그 마법사 양반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게 껄끄러워서 말이야. 여기저기 조사대라는 명목으로 들쑤시고 다녀서. 뭐, 나야 신원 확인되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여간 짜증나는 것이 아니었지."

테무칸은 오크의 나라 바아루크에서 장군직을 하던 오크인 만큼 간달푸가 아무리 막가는 존재라고 할 지라도 뀽처럼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

"음, 아무래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거라서 좀 거칠게 한 것 같네요."

"그냥 충실한 사냥개 같은 느낌이던 걸? 트리톤은 큰 영지고 큰 영지는 황제에게 큰 관심을 받으니까. 뭐, 적절히 찔러 보면서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작업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 그런가요?"

"뭐, 다들 그래. 높은 분과 연결 되어져 있으면 다 저렇게 돼. 나도 뭐, 다를 게 없거든."

테무칸은 자신도 그랬다며 꽤 시크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간달푸에 대해 크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 넵. 근데 테무칸님 저를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아아, 흐음. 그게 말이야. 자네 그… 흐음. 의뢰를 하나 받겠나?"

"의뢰요?"

자신들에게 무슨 의뢰를 넣을지 짐작이 되지 않은 준혁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의뢰는 100레벨 정도 수준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정도가 끝이었고 그 외에는 기껏 해봤자 잡부 정도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준혁의 의문 어린 음성에 테무칸은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음, 뭐 단기 의뢰는 아니고 평생을 걸쳐서 부탁하는 의뢰라고 할 수 있네."

"평생이요?"

"모험가들은 자유롭게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갈 수 있으니까. 앞으로 자네들이 성장을 하고 강자가 된다고 해도 특별한 것 없이 오갈 수 있으니까 가장 긍정적인 존재들에게 이걸 부탁하고 싶었어."

굉장히 뜬금없는 부탁이라서 준혁은 난감했지만 일단 듣기로 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너무 광범위하고 그런데요."

"음! 그게 말이네. 이걸 듣는다면 그 일단 무조건 수락을 해야 하는 거라서."

"네? 아… 으음."

준혁은 코 꿰이는 상황이 연출이 되는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좀 그런가?"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좀 그런 상황입니다. 길드도 길드지만 지금 트리톤의 상황에서 이런 의뢰를 받아드린다면 곤란해서요. 적어도 뭐라도 들어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테무칸과 좋은 관계를 맺고는 싶지만 이건 아니기에 준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했고 테무칸 역시 준혁의 입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애초에 테무칸님이 찾지 못할 정도라면… 저희가 찾는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일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모험가 중에서 뛰어난 편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작은 마을의 자경단 수준의 실력 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산골 마을의 자경단에도 퇴역 용병이나 전쟁을 몇 경험한 병사들이 존재한다면 익스퍼트에 준하거나 혹은 익스퍼트의 경지인 이들이 있다. 이들은 충분히 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자경단의 수준을 현재 라온 길드 정도로 끌어 올릴 능력도 되었다.

그러니 준혁은 현재 라온 길드를 과신하거나 과대포장을 하지 않고 현실적인 능력과 수준을 거론하며 테무칸에게 이야기를 했다.

"으음……."

"더군다나 저희는 트리톤을 일단 베이스로 해서 활동하는 길드인데… 이 의뢰로 인해서 혹 테무칸님의 나라와 트리톤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확실히 그래."

"어떠한 것인지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임원들과 이야기를 해서 진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고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길드장이기에… 그 어떤 것에서도 길드원들의 안정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선을 긋는 준혁의 발언에 테무칸은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품속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후우, 뭐… 자네가 어디서 입을 함부로 꺼낼 이도 아니고. 사실 이 사람을 찾고 있네."

"사람이요?"

사람을 찾는데 자신이 어떻게 아냐는 듯 표정을 지으니 테무칸은 답변을 해주었다.

"모험가들은 밖에서도 소통을 할 수 있지. 머리 있는 이들도 방송을 통해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가?"

"아!"

준혁은 어떠한 말인지 대충 알아들었고 테무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정확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네. 나타났고 전장의 모든 것이 다 휩쓸려 나갔을 뿐이야."

"네?"

"나는 바아루크 오크 제국의 7장군 테무칸이네. 정확히는 7장군 이었던 사람이지. 그런데 내가 관리하는 지역에서 희한한 보고가 들어왔네."

"보고요?"

"마기에 오염된 존재들이 나타나서 전선이 급격히 무너졌는데… 일순간 번쩍이는 번개가 꽂히더니 창을 든 존재가 나타나 적들을 일소 시켰다는 보고였어."

"예에?"

마기에 오염이 된다는 것은 기존의 몬스터 강함보다 최소 2배 이상은 강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준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병력이 주둔한 곳이 밀릴 정도로 몬스터들이 몰려왔는데 일순간 그들을 제거 했다는 것은 국가를 초월한 강자에 속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리고 나는 그런 강자들을 알지 못하네. 우리 제국 근처에는 그런 강자가 존재하지도 않았어. 9클래스 마법사도 있고 도끼를 쓰는 전사도 있고 편을 쓰는 이도 있고… 수 많은 절대적인 강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는 없지."

준혁은 확실히 오크 제국 수준이라면 주변의 강자들은 확실히 파악을 하고 있을테니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군요. 흐음."

"절대적인 강자야. 나는 그곳에서 흔적을 보았네. 이건 압도적이네. 내 스승님보다 강하다고 확언을 할 수 있어."

테무칸의 스승은 아마도 그랜드 마스터 급의 인사로 추측되었는데 준혁은 테무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기묘했다.

그리고 간달푸가 이야기를 했던 것들이 조금 떠올랐다.

'그때… 9클래스 마스터가 최소 8클래스의 흑마법을 배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고 했었나? 그런 식의 궤를 달리하는 강자인가?'

추측으로 그냥 떠든 것이지만 테무칸의 두려움과 호승심, 호기심 등이 뒤섞인 눈빛을 보니 왠지 모르게 크로노스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존재를 더 초월한 존재… 라고 볼 수 있는데. 트리톤에서 나는 그걸 겪은 것 같네. 아마 자네를 따라 본 그런 존재 말이야."

"아?"

"그는 자네에게 호기심을 드러냈다고 했지? 그래서 난 자네에게 이걸 의뢰하려고 했네."

이에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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