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159화 (15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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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토크 방송을 앞에 둔 것은 가인과의 합방 및 라온 노래 자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 이전에 식사에 대한 어그로를 깔끔히 털어내기 위함도 있었다.

저런 것은 어그로인 줄 알지만 괜히 이슈가 되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장치를 한 것인데 채팅창의 반응을 보니 아주 후끈후끈해서 괜찮았다.

"님들 잠시만요. 채팅이 너무 빨라서 으윽! 내 눈으로도 파악이 하기 힘들어요! 속도 너무 빨라!"

자신이 앓는 소리를 내니 청개구리처럼 더욱 더 채팅 속도를 높여서 눈을 어지럽게 했는데 준혁은 일부러 힘들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댓글로 놀린 것도 있으니 이런 부분으로 좀 당해준다는 느낌을 선사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해준 것이다.

그러면서 몇몇 질문을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이쿠, 눈 아프다. 그래도 일단 질문 몇 개는 봤네요. 네. 일단 가볍게 제 3 라온 노래 자랑 진행합니다. 1등 상금은 축소하는 것 없이 그냥 동일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은 통큰 준혁의 결정에 환호를 했고 준혁은 웃으며 말했다.

"1회 우승하신 분들은 좀 아쉬울 겁니다. 그래서 제가 쓸모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제작 무기 아이템 중에서 매직 등급 아이템이 나오면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준혁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1회 우승자가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인 보상이라고 여겼다.

솔직히 100만 원을 더 받는 것보다 준혁이 만든 제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더 좋아할 길드원들이고 무기를 역으로 팔게 되면 100만 원까지는 아니어도 몇 십 만원은 건질 수 있으니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솔직히 주지 않아도 그만인 것을 이렇게 챙겨주는데 싫어할 리가 없었다.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 준혁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역시 우리 스트리머라며 칭찬을 했고 준혁은 들뜬 기색 없이 다시 본래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기존 1회, 2회와 동일하게 규칙은 진행됩니다. 좀 더 자세한 부분까지 진행이 되면 사전 공지 올릴 예정이고요. 분탕 하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이번에도 동일하게 참가 신청한 분들 법적인 부분으로 도움 드리니까요. 내 취향 아니다~ 싶으시면 비추천을 좋다 싶으면 추천과 응원의 댓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참여자에 대한 보호까지 다시 선언을 한 뒤, 준혁은 가인과 합동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어제 통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가인은 정말 자신과 합동 방송을 할 경우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합방을 진행하는데 문제 없는 서울에 존재하며 고전 게임을 하고 대회도 종종 열었던 기획력도 있으며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고수들과도 오프라인 친목이 나누고 있다.

이런저런 고전 게임에 박식한 만큼, 대화도 캐스터 정도로 진행을 맞기고 자신이 살짝 해설로 진행을 하면 맛있게 방송이 나올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가장 좋은 것은 아직 MCN이 없다는 점이니까.'

라온미르가 아닌 해외 계열사의 MCN과 계약을 하는데 이쪽으로 끌어 드리면 더욱 더 좋을 것 같았다.

'뭐, 라온 길드는 가입이 힘들겠지. 이미 다른 지역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니.'

화석이라고 불리지만 시청자는 매니아 층이 많아서 신규 유입이 적은 만큼, 자신이 푸싱을 해주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아무래도 격투 고전 게임을 할 예정인데, 시청자 참여도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희 둘이 팀을 먹고 시청자분들과 겨루기를 할 수도 있고 저희가 각각의 팀 주장이 되어서 시청자분들과 편을 먹어서 팀전을 진행 하기도 할 것 같아요. 뭐, 실력은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니 다들 즐겁게 참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날짜는 미정이고 가인 형이 편한 시기에 잡기로 했습니다."

가인을 향해서 형이라고 표현을 하니 벌서 형, 동생을 하게 되었냐는 물음이 채팅으로 나왔고 준혁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형,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분이라서. 하하. 아무튼! 아직 날짜가 다 미정이고 세부 조율도 해야 하니 공지 내용은 여기까지! 2부로 진행하겠습니다."

초대 후다닥 넘어간 감이 있기는 하지만 되려 덕분에 앞선 식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자신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흐지부지 사라졌다.

너무 거대한 떡밥들이 많았고 준혁이 가인 합방 이야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다시 파티 사냥의 합을 맞춘다는 2부 내용도 있었다.

준혁의 콘텐츠들은 모두 즐겁고 재미있지만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냥이라고 시청자들은 생각 하고 있었다.

방패 전사로 꾸준한 데미지도 넣으면서 몬스터들의 어그로 관리와 쉼 없이 이어지는 막고 흘리는 고급 기술들을 구사하는 것도 모자라서 파티 사냥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철저한 오더들은 하루 종일 보더라도 쉼 없이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말로 정밀한 기계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그 와중에 몬스터들의 움직임과 어디서 어떤 구역의 몬스터를 잡고 추가적으로 몬스터가 리젠 될 것이라는 것까지 계산을 해서 진행하는데 준혁이 쉰다고 하기 전까지는 연속 전투가 발생되니 상황적인 측면도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2부 방송에 다들 기대를 하면서 초반에 있는 무기 제작 콘텐츠가 얼른 끝나기를 희망했다.

매직 등급이 나오게 된다면 딱 멈추는 만큼, 부디 바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으나…

"음! 빡세네요. 이게 안되네."

중급 강철로 검 제작을 하고 있었는데 평범한 노말 등급의 검만 나올 뿐, 매직 등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노말 등급 중에서는 꽤 우수한 수준의 작품이 나왔으나 사실 상 쓸모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다시 검을 녹여 철괴로 변환 시켰고 오늘은 영 체면이 살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준혁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는데 언제나 승승장구 하는 모습만 보였던 준혁이 미끄덩~ 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것도 이것대로 재미가 있었다.

▷리수진: 아이코~ 손이 미끌어 졌네! 대협도 안되는 것이 있넵!

▷슈퍼내츄럴: ㅋㅋㅋ 무기는 조심해야겠다. 안 맞는 것 같음.

▷Bobbylow: 웨폰 브레이커 되는 거 아니얌? 엌 ㅋㅋㅋ

▷Zetri: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다. 실패도 하시는 구만!?

▷열쉼히읽자: 크으! 뭔가 아슬아슬하게 안되는 느낌이랄까? ㅋㅋ 근데 그것도 잼나요.

▷nus113: 화이팅입니다. ㅎㅎ 미끌어질 수도 있는 거죠.

준혁은 채팅창의 반응을 보면서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뭔가 잘 되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힘을 줬더니 그게 독이 된 것 같네요. 흐음! 일단 파티원들 정비가 끝나기 전까지 1시간 ~ 2시간 정도 라온 노래 자랑 심사위원을 부탁할 분들을 섭외 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온 노래 자랑은 비록 2회 밖에 진행이 되지 않았지만 심사위원 자리를 탐내는 이들은 상당히 많았다.

음유시인 길드에서는 못해도 부지장급 인사를 고정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그 외에 각종 길드와 혹은 음악 관계자들, 지역 명사들 중에서 노래를 한 가닥 한다는 이들이라면 섭외가 되고 싶어한다.

라온 노래 자랑에서 한번 심사위원으로 뽑히면 라온 길드원들이 이들이 있는 곳을 꼭 찾아가서 매출을 올려 주거나 혹은 칭찬을 많이 하는데 평판과 가치를 상승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렇게 칭찬을 하거나 방문을 해서 매출을 올려주는 이유는 길드를 위해서 귀한 시간을 내어준 것에 대한 감사와 공정한 심사를 하여 축제의 긴장감과 흥을 북돋아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준혁이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 시청자 및 길드원들에게 꾸준히 이야기를 전달한 부분도 있었고 이미 물질적인 부를 이룬 이들은 지역 평판이 올라가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성과인데 수익까지 추가로 생기니 심사위원 직을 하고 싶어했다.

다만, 초기에는 몰라도 이제는 경쟁자가 많아서 이들은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서 나름의 어필을 해야 했는데 번외 심사위원인 칼스 레이너 백작을 제외하고 9명의 심사위원을 뽑기에 인원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음악적인 작품을 어필하거나 혹은 아이들이나 트리톤 주민들에게 음악적인 무엇으로 보상을 해주거나 혹은 다른 형태로 재능 나눔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주민들에게도 나쁘지 않았고 칼스 레이너 백작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었으며 큰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의 세력에도 좋은 평판이 전해지는 것이기에 심사위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나름 적극적으로 이를 실행하면서 준혁에게 어필을 했다.

자신은 심사위원이 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준혁은 이들 중 명망이 높은 이들을 뽑아서 심사위원으로 모셔야 했고 뽑히지 못한 이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잘 달래줘야 했다.

뭐… 그들도 아쉬움은 표해도 일단 축제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노리며 축제를 즐기는데 동참을 했다.

그리고 준혁은 이들에게 음식과 술을 좀 더 양질의 것으로 대접을 하면서 신경을 써주었고 덕분에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관계로 잘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안 뽑힌 사람에서 뽑아줄 이가 6명… 딱 맞게 떨어졌네. 기존 3명이랑 신규 6명 정도. 밸런스 좋다.'

3회 라온 노래 자랑은 2회 때 뽑히지 못했던 심사위원 후보들을 챙겨주면서 분위기를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준혁이 이렇게 발품을 팔아 그들을 만나서 공손하게 귀한 시간을 내달라 부탁을 하면 아주 좋은 그림으로 축제 준비를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가는 곳마다 과일 바구니 정도는 들고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 해서 돈이 들기는 했지만 나름 잘 나가는 심사위원들의 집과 일터를 구경할 수 있어서 시청자들도 꽤 재미있게 심사위원 초빙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심사위원인 보어족(멧돼지수인)이자 트리톤의 농사 길드의 전 임원이었던 오탈이 준혁이 확 구미가 땡기는 말을 했다.

"나를 심사위원으로 뽑게 해준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지. 음! 보어족도 아주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 흠흠."

"신경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심사위원으로 이렇게 초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뭐 이 때라도 뽑힌 게 어디인가. 심사위원 되고 싶은 이들이 50명 이상은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뽑히면 좋은 거지. 아! 그런데 말이야. 자네 요즘 무슨 전설에 심취해있다고 하던데?"

바로 전설에 대한 이야기었고 준혁은 오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제 방송을 보는 분들과 길드원들에게 옛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문화적인 친숙함을 나누기 위해서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고대 시절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세상을 훔친 자, 골렘 마스터, 별빛의 마법사 등등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후후. 그래. 그런 것은 설렘을 만들고 강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지.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용케도 알았군? 찾기 힘든 이야기었을텐데. 나 같은 늙은이가 아니라면 듣기도 힘들 이야기야."

오탈은 외적으로 50대 ~ 60대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건 보어족 특징으로 젊게 보이는 것일 뿐, 그의 나이는 300살 정도가 되었다. 보어족의 수명이 500살 전 후 정도이니 이들이라면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알 수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저도 좀 좋아하고요. 나라를 넘어 대륙을 그리고 세상을 바꾼 영웅들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내 마침 자네가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걸 하나 선물을 하려고 말이야. 요즘에는 책을 읽는 이들이 없어서 이게 사라질 것 같았는데 자네만 좋다면 가져도 좋네."

꽤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된 서책을 오탈은 책장에서 꺼내었고 준혁은 그것을 받자마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유)보어족이 남긴 시대의 영웅서

보어족(라리오 부족)이 겪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적힌 이야기.

보어족(라리오 부족)이 겪지 못한 영웅들은 상세한 기록이 적혀있지 않다.

무(武)와 충(忠)을 숭상하는 보어족은 영웅의 이야기를 동경한다.

"헉? 고유 서책을 저에게 주셔도 됩니까?"

고유라는 것은 한 종족의 대표하는 물품이라고 보면 된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어떠한 부족, 나라, 도시 등이 남긴 하나의 유산품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오탈이 이것을 자신에게 주니 정말 놀랄 뿐이었다.

그리고 이건 굉장한 기록서인 만큼, 어쩌면 테무칸이 이야기를 한 이들이 기록 되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나를 제외하면 망해버린 부족이네. 부족의 생존자가 더 있는지도 없는지도 알 수도 없어. 먼 옛날에 용병대를 따라와 생활을 하고 트리톤에 정착을 했어. 나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네가 이걸 갖고 있는게 낫지."

"그, 그런 말씀을. 아직도 정정하십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 적어도 150년 이상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거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그 책도 먼지만 쌓이겠지. 그 책이 많이 읽혀졌으면 하네. 그 책의 내용이 퍼져서 보어족의 용맹함이 오크들보다 뒤쳐지지 않았음이 알려졌으면 해."

오탈의 이야기에 준혁은 오크를 보고 용맹한 존재라고 길드원이나 자신이 많이 이야기를 했던 것에 대해서 오탈이 꽤 신경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테무칸도 있고 당시 퍼포먼스가 뛰어나서 립 서비스를 해준 것인데 아마 그런 것을 보면서 오탈이 꽤 속이 상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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