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읽고 바로 재미있게 풀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그래. 그거면 되네. 아! 그리고 책은 읽고 읽혀져야 하기 때문에 자네가 누군가에게 그걸 선물을 해도 좋네. 선물을 받은 이가 또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면 좋을 거고 말이야. 나름 고급스러운 각인이 돼서 손상도 안되고 좋아."
딱 봐도 태가 달랐기에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보입니다."
"허허허. 솔직해서 좋구만. 아무튼 재미있게 읽게. 그게 그래 보여도 엄청난 양이야."
두께도 범상치 않았고 슬쩍 펴서 살피니 글자도 그리 크지 않고 나름 촘촘하게 박혀져 있어서 이래저래 읽기는 힘들어 보이기는 했다.
"괜찮습니다. 좋은 책인걸요."
"하하, 그런가? 음. 그리고 어 자네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해줘도 되는가?"
"네? 아! 물론입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준혁은 살짝 당황했지만 오탈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음, 라온 길드원들도 보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시청자분들의 상당 수가 저희 길드원입니다."
"허허. 그러면 이야기를 하겠네. 자네들이 와줘서 참 고마워. 트리톤은 자네들 때문에 더 활기차졌어. 아이들이 마음 편히 뒤섞여 놀 수 있는 곳도 생겼지. 이래저래 고마운 마음 뿐이야. 참 좋은 곳을 더 좋게 해줬으니 말일세.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내보세. 아! 그리고 내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밭두렁도 예쁘게 잘 봐주게. 허허허. 싹싹한 친구야."
준혁은 밭두렁을 거론하는 오탈을 보면서 웃음이 툭 튀어나올 뻔했다.
"밭두렁님은 저희 길드 이전에 크루로 같은 소속의 방송인입니다. 동료라고 보시면 돼요. 시청자분들도 다 좋아하십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구만. 그 친구가 참 싹싹하거든. 그리고 길드원들이 못하는 부분까지 자기가 솔선수범하여 메꾸네. 물론 그걸 모르는 어리숙한 초보자들이 있는데. 이래저래 노력하는 부분이 안 알려저서 말이야. 그게 아쉬워서 자리를 좀 빌렸네."
오탈이 이렇게 말을 하자 시청자들은 밭두렁을 향해서 갓두렁이라며 칭찬을 했다. 길드 토벌 의뢰 때, 밭두렁이 베이스 캠프를 차리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응? 뭐, 그렇게까지야. 아무튼 수고하게나. 나는 이만 퇴비를 좀 살피러 가야해서 말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오탈은 준혁의 어깨를 다독이며 이동했고 준혁은 책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은 뒤에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묵묵히, 열심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은 이렇게 알아 봐 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갓두렁 찬양합시다. 크으! 우리 길드라서 취한다! 우리 크루라서 취한다! 주모오오오!"
준혁의 외침에 시청자들 역시 큰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영상 클립으로 제작되어 방송 중인 밭두렁에게 폭탄처럼 투하 되었다.
덕분에 밭두렁은 이 날 후원으로 250만 원 이상을 벌어드리면서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기뻐했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과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준혁은 보어족이 준 책에 무슨 흔적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티 사냥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레벨 업에 앞서서 오크를 잡으며 성장된 부분들을 체크하고 합을 다시 맞춰볼 것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4시간 정도는 플레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를 해야 했다.
"자, 그럼 길드 하우스로 돌아가서 사냥을 진행해 보도록 하죠. 다들 오셨으려나."
초대 심사위원까지 성공적으로 초빙한 준혁은 길드 하우스에서 각자 상태를 테스트 하며 있는 고정 파티원들(냥냥소녀, 아처, 빵신령)과 합류를 했다.
오랜 만에 파티 사냥을 나간다는 것에 이들은 모두 들뜬 기색을 보였으며 또 자신들의 상승된 실력을 보여주기 싶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겨왔다.
준혁은 이런 파티원들의 반응에 그럴 만 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들 레벨 수준 이상의 테크니컬적인 부분을 무난히 잘 다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고 의욕이 가득한 파티원들을 데리고 준혁은 개성이 돋보이지만 파티의 균형은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오크들을 학살했다.
솔직히 학살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쓸어버렸는데 사냥터 도착 3시간 만에 쓸어버린 오크 부락만 5개였고 부락을 넘어서 마을 규모도 1개를 쓸어버렸다.
여기서 돋보인 것은 파티원들의 범위 기술들이었는데 다중 홀딩 및 범위 폭격, 그리고 연속 발사 및 다중 발사의 공격으로 쉼 없이 몰아치면서 사실 상 준혁은 탱커보다 초반 어그로를 잡고 오더를 하는 정도만 보이면서 파티원들을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화력이 다음 사냥터로 넘어가기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을 했기에 준혁은 나머지 시간들을 사냥을 하기 보다는 돌아가서 개인적인 점검을 하며 마무리 짓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청자들에게 눈요기를 제대로 시켜주기도 했으며 너무 길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루할 수 있으니 적절히 끊은 것이다.
이런 준혁의 결정을 이해한 파티원들은 아쉽지만 맛보기는 여기까지라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올린 준혁 때문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잠깐만!"
"왜 그래?"
"무슨 소리 났는데?"
냥냥소녀는 폐허가 된 오크 마을을 보면서 무슨 살아 남은 오크가 있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렸으나 전혀 그런 것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무슨 소리야.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아니야. 무슨 철 소리가 났어. 철컹- 하는 소리. 아처 형 못들었어요?"
준혁의 물음에 아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채팅을 좀 보고 있어서 집중을 하지 못한 상태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처의 대답에 준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이 잘못 들었나라는 표정을 짓자 빵신령은 준혁에게 가장 쉬운 제안을 이야기 했다.
"으음. 뭔가 찝찝하면 대충 둘러 보면 되지. 어차피 시간 있잖아."
"그럴까?"
"응. 뭐, 여기 둘러 보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기껏해야 15분 정도면 다 둘러 볼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았고 또 준혁이 소리를 들었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빵신령의 이야기에 따라 찾아 보기로 했다.
모두가 찾아 보는 것으로 결정이 났을 때, 준혁은 시청자의 영상 후원이 왔는데 그걸 보면서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다시보기맨: 소머즈세요? 이걸 어떻게 들었댜? 다시 보기 하면서 사운드 크게해서 간신히 들었다~ 이 말이야!
- 다시보기맨 님이 5,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넥스트TV 클립 영상 ]
영상을 재생하니 확실히 처얼컹- 하는 소리가 들렸고 시청자들 중에서도 이어폰이나 해드셋을 끼지 않았다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여서 다들 준혁의 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만큼 준혁이 온 감각을 날 세우면서 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대단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이 영상이 비단 준혁의 방 뿐만 아니라 다른 파티원들에게도 전해졌는지 빵신령은 준혁의 옆에 와서 툭 치며 말했다.
"소리도 잘 듣는 기술서 산 거야?"
"그런 기술 없거든? 아무튼 소리는 들었으니까 찾아 보자. 철커덕- 거린다는 소리는 쇠로 뭔가 되었다는 건데. 보자고."
"오케이~!"
준혁의 이야기에 빵신령은 대답을 했고 바로 고개를 돌려 아처를 쳐다 보았다. 아무래도 도적처럼 탐색 기술이 전문적이지는 않아도 나름의 탐색 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처이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아처가 제일 믿음직했다.
빵신령의 시선에 아처는 조용히 기술을 활성화 시킨 다음에 준혁이 소리를 들었던 방향을 탐색을 했는데 불 타버린 목재 건물 아래에서 미약하지만 철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으으음-
확실한 신음 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난 뒤, 준혁 불 탄 흔적들을 지우면서 바닥을 한번 두들겨 보니 밑에 공간이 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공간이 있는데? 대피한 오크인가?"
"에에? 오크가 그런 머리도 있었어요? 저 레벨 구간 오크인데?"
"그래도 뭐, 나름 목재 건물들도 있는 마을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일 수도?"
"으음! 일단 틈을 찾아서 열어 보면 되는 거지."
괜히 바닥을 부수는 것보다 틈을 찾아서 뜯어 내듯 여는 것이 안전하기에 후후- 불면서 통로 입구를 찾았다.
입구 손잡이가 불에 타버려서 열기가 껄끄러웠으나 어거지로 잡아 당겨 준혁은 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상당한 미남의 남성이 커다란 구속구에 손발이 묶인 채 멍하니 자신들을 쳐다 보고 있었다.
"아이고 깜짝아?"
"누구세요?"
"헉?! 사람?!"
"괜찮으세요?"
다양한 반응이 다들 입에서 튀어나왔고 준혁은 안으로 뛰어 들어가 남성의 상태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리고 다행히 이상은 없는 것 같아서 안도를 하며 일단 그래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고급 포션을 하나 까서 남성에게 말했다.
"이거 고급 포션인데 일단 상태가 어떨지 몰라서 마셔봐요. 은별 아니 냥냥아 치료 마법 계열 좀 이 사람한테 해줘 봐."
"어? 어어! 알았어."
고급 기술은 없어도 중급 수준의 기술을 이번에 배운 냥냥소녀의 각종 치유 및 버프 기술이 남성에게 쏟아졌고 남성은 눈을 꿈뻑이면서 준혁이 주는 포션을 벌컥벌컥 마셨다.
"캬~"
"에? 괜찮으세요?"
"시원하다!"
"… 괜찮으신 것 같네요."
"고마워요."
다행히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마움을 표하는 남성을 향해서 준혁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뻔 했다. 꽤 힘든 상황인 것 같아 보였는데도 유쾌한 모습을 보이는 남성을 보면서 아이러니한 느낌이었다.
"아, 네 뭐. 근데 어쩌다가 여기에? 오크가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오크가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말도 안되는 구속구였고 딱 봐도 상당한 실력자가 만든 것임을 준혁은 알 수 있었다.
"저는 크루노입니다. 그리고 직업은 연금술사 겸 마법사 겸 주술사죠."
"예?"
준혁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고 그건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사와 연금술사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주술사까지 집어서 넣어 말한 크루노라는 남성의 이야기에 의문을 자아냈다.
주술사는 마법사와 상충되는 존재다. 주술사는 마나가 아닌 동양 쪽 마법사라는 개념을 통해서 기(氣)를 활용하고 혹은 정신력이라는 개념을 소모한다.
주술사를 하면 마법사를 하지 못하고 혹은 마법사를 하면 주술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물론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이나 신체를 타고난 이들이라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다룰 수 있다고는 하는데… 10년에 1명이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고 표했다.
그리고 이런 재능을 가진 이가 두 개의 직업을 모두 선택할 확률까지 계산을 한다면 크루노와 같은 존재는 그야 말로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었다.
"이번에 연구를 한 제품이 있었는데요. 그걸 트리톤에 가져다가 홍보도 좀 하고 팔려고 했는데 소문이 어떻게 돌았는지 이 꼴이 되었네요."
"… 여긴 오크가 살던 곳인데요?"
"네. 저를 납치했던 이들이 여기에 버린 건지 맡긴 건지 두고 가더라고요. 술 먹고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후우~"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 듯 한데 준혁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죽이면 죽이는 것이지 오크에게 맞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좀 이상한데요? 여기 오크 수준들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나름의 집단 문화를 꾸리고 있기는 하지만 오크 한정이지 인간과 거래를 할 정도로 높지는 않고요."
"근데 여기서 절 받았는데요? 그 부러진 송곳니를 가진 오크가 고기 2개가 담긴 수레를 받고 넣었습니다. 확실해요."
크루노의 이야기에 준혁과 스트리머들은 이 마을의 우두머리 오크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기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도 기억했다.
거처에 쓸만한 아이템이 있나 들어갔다가 고기만 한 가득 있는 것을 보고 나왔었기 때문이다.
"여기 온 지 며칠 된 거죠?"
"어~ 이리저리 끌리고 그랬으니까 자세하게 알 수는 없고 이곳에서만 대충 잠을 5번은 잔 것 같네요. 그 전에는 이상한 수면 약품으로 계속 때려 부어서 잘 모르겠지만 24일 밤에 납치가 되었습니다."
"네? 오늘이 10월 24일 인데요?"
"헐? 두 달이 지났다고요?"
크루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이상한 감이 많아졌다. 몇몇 개는 진실이지만 확실히 앞 뒤가 맞지 않았다. 충격에 빠져서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시청자들도 자신들도 바보가 아니었고 꽤 수상하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트리톤에 제가 아는 인물이 있는데 일단 저 신원 확실합니다."
"누구죠?"
"주술사 길드 쪽으로 가면 명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절 알아 줄 겁니다."
주술사 길드의 명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준혁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친 라온 길드 인사로 라온 길드 소속 주술사들에게 상당히 친절하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알려줘서 친절한 명씨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 명씨를 아세요?"
"그럼요! 제가 명이랑 같이 골목을 휩쓴 친구인데요. 물론 대장은 저였습니다만."
"… 일단 이 구속구는 저희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내려치거나 해도 안될 것 같네요. 되려 다치실 수도 있고."
기술을 사용해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딱 봐도 재질이나 이런 것이 자신이 아무리 후려쳐도 멀쩡할 것 같아 보여서 준혁은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대장장이신가 봐요? 재질도 단박에 파악하시고."
"네? 아. 그렇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으음. 일단 그러면 구속구를 저희가 하나씩 들고 가는 걸로 해서 천천히 이동을 합시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꼭 풀고 보답을 할게요."
"음. 그 전에 트리톤에 가면 신원 확인을 하고요."
"그럼요! 당연하죠. 저 범죄자 뭐 이런거 절대 아닙니다. 진짜에요."
다부지게 말을 하지만 사기꾼이 나는 사기꾼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준혁은 긴가민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구속구 들어 올렸다.
"와, 70kg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에엑?! 뭐 능력치가 올라가서 들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으음. 자주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계속은 무리야."
아처나 자신은 신체 능력치가 빠르게 올라서 별 상관이 없지만 빵신령이나 냥냥소녀는 신체 능력이 그리 높지 않았다. 덕분에 이런 무거운 것을 계속 들고 갈 수가 없었고 20분 정도 마다 5분 ~ 10분을 쉬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크루노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기 보다는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는데 마치 이 모든 것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준혁에게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범죄자 데리고 가는 거 아니야?'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일단 데리고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조용히 있는 그에게 딱히 이야기를 걸지 않고 돌아가는 것으로 했다. 돌아간다면 경비병들이 알아서 잘 검사를 할 테니 말이다.
초대 본래 1시간 정도면 돌아갈 길을 2시간에 걸쳐서 간신히 트리톤 영지 입구에 도착한 준혁은 자신들을 알아보는 경비병들에게 살짝 손을 들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준혁의 인사를 알아본 경비병들은 상당히 묵직한 철구를 낑낑 거리며 들고 있는 기괴한 준혁의 파티원들 모습과 멋쩍게 웃고 있는 미남자를 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경비병 중 연장자에 속하는 마이크가 준혁에게 다가왔다.
"이봐, 인디고. 이게 무슨 일이야?"
"안녕하세요. 마이크씨."
"그래. 안녕은 자네들이 나갈 때도 했고 지금도 하지. 그러니까 설명 좀 해 줘? 저 친구는 누구야? 이건 뭔데?"
마이크의 이야기에 준혁은 차근차근 크루노를 발견하고 데리고 온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크루노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솔직한 판단도 추가했다.
"뭔가 이상한 부분들이 꽤 있지만, 일단 트리톤의 주술사 길드에 명씨를 알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지인이래요. 신분 입증도 된다고 하길래 왔습니다. 손발에 묶인 구속구가 일반적인 단순 구속구가 아니라 아티팩트 수준의 구속구라서 해체를 못하고 이렇게 데리고 왔어요."
"명씨를 알아? 이봐. 자네 정말인가?"
헤실헤실 웃고 있는 크루노를 향해 마이크는 되물었고 크루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친구입니다!"
"으음. 친구라."
얼굴이 잘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나쁜 녀석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마이크는 준혁에게 이야기 했다.
"기다려 보게. 일단 대장님한테 보고를 하고, 기사님들이 오시면 들어갈 수 있을 거네. 그 과정에서 명씨도 데리고 오고."
"네. 당연하죠."
"초소로 이동해서 지키고 있는 걸로 하자고. 여기는 너무 눈에 띄니까. 초소에 있는 게 나름 관리도 쉽고."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당당한 크루노의 모습에 마이크는 죄를 지은 범죄자 같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네들도 좀 더 수고해주게. 금방 올테니."
"네. 다녀 오세요."
"사람 구하느라 수고했네. 그 무슨 나쁜놈들인지. 쯧."
마이크의 이야기에 크루노는 자신을 믿어줘서 고맙다는 듯 가볍게 목인사를 했고 마이크는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동료들에게 돌아가 상황 전달을 하고 부지런히 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