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163화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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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일을 하는 것은 사실 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트리톤의 주민들과 친분을 다지고 길드원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는 다른 스트리머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소통을 하면서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길드원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리고…

준혁은 가장 기본적인 광산일을 끝내고 난 뒤에 대장장이 일이나 혹은 훈련을 하기 위해 이동하기 보다는 바로 길드 하우스로 돌아가 오탈이 준 보어족의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꽤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무려 2700년 전의 역사가 가장 서장에 기록되어져 있었다. 대부분 전투에 관련된 글이었으며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와 같았다.

끝까지 그들의 마지막 모습까지 기록이 담기지는 않았으나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어?"

흥미로운 책이라서 꽤 잘 읽어져 내려갔고 그러던 중 묘한 것을 보았다.

「아름다운 나의 신께서 이야기를 하셨다.

세상의 조율자가 등장하니 그들은 그들만의 기록을 남길 것이다.

나는 열어주고 보듬는 것 밖에 하지 못하나…

그들은 닫고 무너트릴 수 있음이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그들의 힘으로 융성케 하라. 」

"음? 조율자가 등장했다고?"

준혁은 이 조율자의 개념을 단순히 일반적인 영웅의 개념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이 고한 조율자? 열어주고 보듬는 것이 신의 일이며… 닫고 무너트린다? 반대 개념이잖아? 이건 마족 개념 아닌가? 근데 마족은 아니야. 융성케 하라고 했으면… 흐음?"

흥미로운 구간이라서 좀 더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 내려 갔으며 준혁은 눈을 부릅뜰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썩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꽃을 피웠다.

아름다운 나의 신께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들은 세상을 닫을 힘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신탁을 받은 이들은 조율자들이 부디 닫는 힘을 정화로써 활용하기만 바라면서 그들이 실망하지 않게 했다.

우리의 노력은 통했으며…

조율자의 무리 중 우두머리에 속한 그가 말했다.

"일부의 악으로 어리숙하고 순박한 이들마저 끝이나면 아니 된다."

"그러니 우리는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융성케 하리라."

그의 창은 쉬지 않았으며 성스러운 번개는 악을 멸했다.

하지만……. 」

"잠시만 이거? 이거… 그거 아니야?"

테무칸이 말한 그 존재와 굉장히 흡사한 개념이라서 준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기록은 무려 1000년 이상의 기록이다. 2000년 ~ 1500년 즈음의 기록을 보고 있는데 그가 나타났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야? 엘프? 엘프도 700살 ~ 1000살 정도 아닌가? 드래곤? 드래곤은… 저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아는데. 그리고 드래곤이 세상을 닫을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돼."

물론 드래곤들이 집단으로 날 뛰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개인의 힘은 절대로 아니었다.

드래곤은 분명 강함의 피라미드에서 정점에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정점에 종족을 초월한 강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로드급 수준의 에이션트 드래곤이나 전투를 꾸준히 즐겨하며 지냈던 성룡급이 아니라면… 드래곤도 '사냥'을 충분히 당한다.

실제로 제국이 영토와 레어가 겹치는 드래곤을 그냥 사냥해버린 경우가 있었다. 2500년을 산 성룡이었고 이리저리 몬스터들도 종종 보내면서 귀찮게 했는데… 도가 지나치는 바람에 토벌이 되버렸다.

"드래곤은 아닌 것 같은데. 뭐지?"

히든 NPC 개념으로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감이 있었고 준혁의 머리는 풀 가동을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이 그저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는… 히어로 크로니클에 진입하는 모험가들. 그래서 열어 줄 수 밖에 없어.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모험가는 많은 영향력을 남기지… 그리고 빠르게 성장해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설마?"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그 단어는…

'클로즈 베타 테스터!'

자신도 엉겹결에 혜택을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준혁은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고 빠르게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조율자들은… 두 무리로 나뉘었다.

썩은 위정자를 도려내고 새롭게 앉힌 이들이…

다시 썩은 위정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다수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희망을 놓을 순 없다."

그의 말에 많은 조율자들은 좀 더 다양하게 살피며 유랑을 하겠다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는 믿는다. 변화됨을."

우리는 그렇기에 변화를 시도해야 했고 세상의 악과 싸워야 했다.

우리가 쉼 없이 투쟁을 하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질 것이며…

조율자들 역시 믿음을 줄 것이다.

그가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변화됨을 우린 믿는다.

17대 대족장 우르탈 」

'클로즈… 베타 테스터 유저라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 설명되지 않을까?'

비약적인 이야기지만 그들은 테스터 입장으로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수 많은 강함을 메인 컴퓨터에서 보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문명을 부흥 시키고 쇠락 시키며 나름의 조율자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려고 그들을 뽑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그들만의 즐거운 유희도 가졌을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NPC들의 추악함도 선함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갑자기 멸망을 했다고 했지?'

위대한 제국 등이 갑자기 일순간 망해버리는 사태들이 발생을 하여 새로운 문명이 자리 잡은 왕국 등으로 갈갈이 찢겨져 나가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는… 역사서들을 떠올리면서 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도… 테스터들이 존재한다?'

분명 캡슐을 폐기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테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었다.

'아니야… 가능하지. 메인 서버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들을 게임사에서 남길 수 있지? 서버에서도 나름의 조율자 역할로 심어두면… 되고. 너무 강한 이벤트성 존재가 등장하면? 제거 반으로 뜨는 거야. 유저들의 수준이 낮은데… 마족이나 이런 이벤트가 발생하면 다 망하니까.'

아마도 테무칸이 겪은 것도 이런 과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잠깐… 그러면 혹시 크로노스나 이런 녀석도 테스터인가?'

자신의 상상 속으로 진행한 것이긴 하지만… 준혁은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거 자칫하면 일이 굉장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등 뒤에서 묘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휙 돌리니 그곳에는 하얀 로브를 입은 크루노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왔다.

"고마워서 인사를 하러 왔는데. 흐음, 곤란한 것을 보고 있네. 고유 등급의 서책이 남아있을 줄이야. 참… 곤란하단 말이지. 안 그래?"

준혁은 크루노의 이야기에 썩쏘를 지으며 말했다.

"배짱이 아주 두둑하시네."

"뭐, 실력이라고 해 둬. 경계를 너무해서 접근을 할 수가 있어야지. 쩝. 그래도 안된 것 같기는 하지만."

어깨를 으쓱이는 크루노… 아니 크로노스를 보며 준혁의 표정은 점점 더 썩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나친 경계가 이렇게 급발진을 한 것처럼 일이 진행될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등장 크루노… 아니, 크로노스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가볍게 빼앗아 읽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으음, 얘들 멸족 수준으로 무너졌는데. 아직까지 살아남은 녀석들이 있었나 보네."

정체를 숨기지 않고 책을 읽어 나가며 감상을 이야기 하는 크로노스를 보면서 준혁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남의 책을 빼앗으면 곤란한데."

"응? 빼앗을 생각 전혀 없어. 이런 책은 오래 남겨둬야지. 귀한 책이야. 숭고한 기록이라고 보면 되거든. 녀석들은… 그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했지. 지상의 발전과 안정을 위하여 악인들을 제거하고 다녔지만…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반란분자로 여겨졌고 평범한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공적이 된 녀석들이야."

크로노스의 이야기에 준혁은 설마 그런 대우를 받았냐는 식으로 쳐다 보았고 그는 대충 페이지를 주르륵 넘기더니 중후반 구간에서 멈추더니 이내 그것을 건네주며 말했다.

"자, 읽어 봐."

「우리는 정의를 집행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 받을 수 없다.

권력자들은 우리를 막기 위해…

그저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순박하고 순진한 이들을 이용한다.

우리는 그들을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하면서 일을 진행하지만…

다치는 자들이 나오기 마련이었고…

죽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무법자, 반란분자가 되었으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아간다.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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