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215화 (185/548)

215회

바쁘다 바뻐

일에 대한 이야기를 끝 마치고, 준혁이 돌아온 곳은 독립한 자신의 집이 아닌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본가였다.

부모님이 오늘 모두 휴식을 하시는 날이라서 오랜 만에 찾아 뵈어 인사도 드리고 아버지께 차량과 관련해서 부탁을 드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우리 아들 얼굴 색이 좋은 걸 보면… 하나도 걱정 안해도 되겠다."

"큭큭, 넵. 그렇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잘 먹고 푹 자고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서 아주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 혼자 나가 산다고 대충 살면 안되지. 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주방에 계시는 어머니를 쳐다 보았다.

"네 엄마, 너 온다고 정육점 가서 아주 소 갈비 사고 난리도 아니었어. 핏물도 새벽녘에 다 빼고 허허. 집에 자주 좀 와. 아빠 좀 얻어 먹게."

"당신! 준혁이 앞에서 이상한 소리 좀 그만 해요."

"어우, 네가 없으니까 요즘 아빠가 이렇게 구박 받으면서 산다. 힘이 없어. 껄껄껄."

여전히 금슬이 좋아 보이시는 두 분의 모습에 준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 때문에 미소를 잃고 늘 걱정하시던 부모님의 굳은 표정은 회귀 전에 정말 마음을 짓누르는 커다란 바위와 같아서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크흠, 아빠가 그 U튜브로 방송 종종 보고 있다. 생방송은 안 보지만 서도. 사람 많이 늘어났더라. 허허허. 아주 뿌듯해. 네 엄마는 생방송도 봐."

"어? 정말요?"

"그 저번에 반찬 가져다 주러 갔는데, 네 엄마 목소리 나온 거 U튜브에 올라왔지?"

"아~ 그거 주간 하이라이트로 들어갔죠."

재미있는 장면이라서 편집자인 이창호가 넣기를 희망해서 그러라고 했다. 시청자에게 잘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었으니 말이다.

"그때 그 댓글 반응 보고 괜찮았는지 종종 보더라."

"여보~! 그런 거 왜 말해요. 준혁이 부담스럽게."

"부담은 무슨. 채팅 창 올라가는 속도 보면 당신이 친 채팅 볼 수도 없겠던데."

몇 만 단위의 유저들이 채팅을 계속해서 치다 보니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에 띄는 몇 개만 볼 수 있었다.

"음, 별로 부담스러운 거 없으니까 자주 보러 오세요."

"나는 U튜브가 좋더라고. 내가 좋아요 꾸준히 눌러주고 있다. 광고도 스킵 안하고 다 봐주고 있다~ 이 말이야."

"푸핫! 감사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쓰는 채팅 어투를 따라하며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어휴, 네 아빠 또 저런다. 요즘에 유행하는 채팅이나 밈 같은 거 막 따라하고 난리도 아니야. 얼마 전에는 태보인가 뭔가 그거 율동인지 그거 따라하고 있더라."

"어허! 그거 동작 다이어트 운동인가 그런 거야. 흠흠. 신나더라고. 쨉쨉! 원투!"

"못 산다. 내가. 정말. 아무튼 아들, 갈비찜 많이 했으니까 갈 때 싸 가지고. 알겠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돼."

"넵.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준혁은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집안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고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근데, 아들 오늘 너 이렇게 쉬러 와도 되는 거야? 방송 휴방 공지도 없던데."

"네. 식사하고 뭐, 조금 쉬다가 가도 돼요. 아! 그리고 아버지한테 부탁할 것도 있어서요."

"부탁?"

명현은 철이 든 것인지 아니면 독립성이 강해진 것인지 몰라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준혁의 행동이 많이 바뀌면서 아들인 준혁을 뭐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부탁이라는 단어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 아버지 지인 중에서 혹시 차량 딜러 하시는 분 없으신가요? 국산차든 외제차든 별로 상관은 없는데."

"응? 있지. 근데 왜?"

"아, 이번에 제가 QGN이라는 게임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하나 들어가는데요."

"아~ 그거 알고 있다. 네가 TV 나온다고 해서 그 채널도 즐겨 찾기로 딱 해 놨지. 허허허, 이미 근데 거기서 네 영상도 많이 나오고 그러더라고. 하하하."

QGN에 대한 부분을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며 TV 출연을 꽤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시니 준혁은 이것을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근데 그거 외에도 추가적으로 고정 게스트 형식으로 제가 하는 게임 관련으로 출연을 하게 될 예정이거든요. 뭐, 이건 좀 더 자세하게 소속사랑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서."

"그래?! 아이고. 우리 아들 TV 스타 돼버렸네? 허허허."

"TV 프로그램 2개나 나온다는 거지? QGN이라는 곳에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고 계시던 어머니도 깜짝 놀라셨는지 바로 되물어 보셨고 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방송국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차량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 별로 생각이 없었지만 꽤 길게 이 프로그램들을 할 것 같아서……."

"아~ 이해했다. 그래서 아빠한테 부탁하려는 거구나?"

"네. 겸사겸사 아버지 체면도 살려드리고… 그러려구요."

"아이고~ 우리 아들 기특해라. 허허허."

차량 구매에 대해서 딱히 별 반대의 말씀을 안 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 준혁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여겼다.

"일시불로 구매를 할 예정인데 아버지가 좀 알아 봐 주세요. 차종은 SUV 쪽으로 하고 싶은데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이번에 행사 초대 된 곳이 있는데 제가 크루원들 픽업도 좀 해야 해서……."

"그 차량 사려면 좋은 거 해라. TV보니까 이번에 연예인 사고가 났는데 차가 좋은 차라서 그런지 사람은 멀쩡하더라."

어머니의 이야기에 준혁은 눈을 꿈벅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요즘 국산차도 좋아요. SUV 쪽은."

"뭐, 네 엄마 말이 맞기는 하지. 나도 그거 뉴스로 봤는데… 음! 있어 봐라. 아빠 친구한테 일단 연락을 좀 할테니까. 아! 그래 너 얼마나 있냐?"

"음~ 대충 현금으로는 1억 5천만 원 정도요?"

"… 네가 우리 집 가장해라. 엄마랑 아빠 좀 쉬게."

불과 얼마 전에 독립을 해서 돈이 없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1억 5천만 원을 이야기하는 준혁의 이야기에 부모님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아들이 잘 나가는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것에 아주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두 분의 미소에 준혁은 멋쩍어 시선을 잠시 돌렸고 준혁의 어머니인 정미는 아버지인 명현에게 한 소리를 했다.

"애를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쉴 생각을 해욧!"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도 이번에 승진한다고. 내가 왜 회사를 그만 둬."

"그런 말도 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 일 열심히 해요."

"알았어. 크흠! 농담인데. 거참. 나 정우놈한테 이야기를 좀 할게."

"정우씨요? 아! 정우씨면… 그래요. 정우씨면 믿을만 하지."

준혁은 정우를 거론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정우라는 아버지의 친구분은 자신의 일 때문에 부모님이 퇴사를 하게 되었을 때에도 꾸준히 집안에 도움을 주셨던 분이셨다.

아버지가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직장도 잡아주셨다는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고 준혁은 그분을 통해서 차량을 구매를 하고 싶었다.

'은혜는 잊지 말고 평생 갚아가고 복수는 철저히 내 기반을 쌓고 다지면서 다가 온다면 화가 풀릴 때까지 한다.'

부모님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러했고 속으로 작게 심호흡을 한 준혁은 말을 했다.

"정우 아저씨가 딜러 분이세요?"

"그래. 아빠 중학교 때부터 친구야. 아주 좋은 녀석이야."

"앗. 그렇구나. 어디 회사 딜러세요?"

"F사 알지? 미국 회사. 거기에서 일해. 원래 미국에서 일하던 녀석인데 한국 지사 쪽으로 해서 왔어. 고급 인력이다. 하하."

"아~ 그러시구나."

"F사 SUV가 뭐 네가 가진 돈 정도면 충분히 좋게 옵션 해서 나오니까 걱정 말고."

준혁은 아버지의 말씀에 별 다른 생각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준혁의 모습을 본 명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차 사는데 그냥 아~ 그러시구나 하고 끝이야?"

"뭐, 아버지 친구 분이신데 잘 해주시겠죠. SUV가 튼튼하고 안전하다고 해서 그냥 살 생각이었어요. 국산차 쪽에서는 K사의 제품 중에서 좋은게 있다고 하고 수입 외제차 쪽에는 대충 가격대만 살펴서요. 대충 가격 비슷했던 것 같았는데 하하."

"옵션 달면 좀 다르지만 비슷하긴 하지. 아무튼 그래. 뭐, 차량은 걱정 마라. 아빠가 최대한 말해서 힘 쓰라고 할게. 달건 달고 말건 말고."

애초에 차량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기에 준혁은 5천 ~ 7천 정도로 나름 괜찮은 차량을 산다는 것에 만족을 하는 중이었다.

회귀 전에는 억이 넘지 않으면 똥 차라는 개소리를 하면서 어그로를 끌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안전하고 튼튼한게 최고라는 생각이었다.

'참 꼴사납고 쪽팔린 기억들이다. 어휴. 반성해라. 반성해.'

부끄러움에 머리를 긁적인 준혁은 아버지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넵. 알겠습니답!"

"그래. 그럼 아빠 통화 좀 하고 올게."

휴대폰을 들고 벌떡 일어나시며 방으로 들어가시는 아버지를 본 준혁은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일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향해 갔다.

"어머니."

"응? 아들?"

"혹시 뭐,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필요한 거? 없어. 얘. 돈 허투루 쓰지 말고 잘 모아둬. 차 쓰는데 많이 썼잖아."

"괜찮아요. 저건 필요할 때 쓰려고 만든 비상금 정도라서."

"그래도 아껴. 그냥 엄마는 아들이 이렇게 일 열심히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 받으면 됐다."

마음이 한껏 따스해지는 느낌에 준혁은 미소를 지었고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저번처럼 가족 여행 한번 갈까요? 동남아쪽으로요."

"가족 여행? 그, 그건 괜찮을 것 같고. 근데 더 바쁘지 않겠니?"

"에이, 일상을 담은 영상 담아서 올리면 돼요. 뭣하면 매니저 분들 같이 데리고 가서 잠깐 따로 영상 빼줘도 되고요. 뭐, 다들 고생하셨으니까 사실 그 분들한테도 그런 선물 드리고 싶기도 하고."

"으음. 그래. 직원들은 잘 챙겨줘야지. 그건 아빠랑 좀 이야기를 해보마."

"네. 괜찮은 시간 나오면 말씀해주세요."

다른 것은 몰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앞으로 좀 자주 만나뵈러 와야겠다 싶었다.

'그래, 부모님한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부모님께 잘 하는 것부터 하는게 맞는 거지. 나 때문에 그 고생을 하시고 수치를 당하셨는데. 잘 하자. 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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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월의 마지막 입니다.

독자님들의 5월 달이 가정이 평안하고

무탈하셨기를 바랍니다. ㅎㅎ

그나저나 정말 요즘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다가오는 6월달 더위 조심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요.

언제나 댓글 정말 감사하고 힘찬 응원이 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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