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회
누구세요?
길쉬를 소개 받았지만, 준혁은 일부러 그와 직접적인 만남을 갖는 것을 회피했다.
찝찝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최근 자신의 주변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과 일들이 생기다 보니 일단 피하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서브 직업과 관련된 일들을 길드 업무 및 모험가의 세상에서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일정 기간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보이며 양해를 구했다.
라온 길드가 브라운 공국으로 원정을 간다는 소식도 듣고 이래저래 수장인 준혁이 바쁘다는 것을 다들 알았기에 이런 부분으로 배려를 해줬으며 준혁은 마음 편히 길쉬와의 인연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2주 정도 뒤에 그는 떠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길쉬와의 접점을 최대한 끊어낸 준혁은 라온 노래 자랑에 대한 세팅을 차근차근 진두지휘하고, 또 보기는 감탄이 나오고 즐겁지만 경험을 하고 나면 영혼을 새하얗게 태우게 만드는 임원 및 길드원을 이끄는 사냥으로 방송을 이어 나갔다.
사냥 후유증으로 인해서 서브 직업에서 막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식의 우스운 말들이 팬 카페와 준혁의 방송 게시판(넥게더)에 올라오면서 웃음을 선사했다.
준혁은 E게임 플레이 엑스포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콘텐츠를 꾸려나갔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 왔을 때, 미션을 또 하나 추가했다.
국밥 미션 콘텐츠는 이미 충분히 단물이 빠진 상태라서 자기들끼리 진국단, 육수단, 국밥단 등으로 세력을 나눠 유쾌하게 놀고 있어 좀 더 기간을 주면 과한 친목으로 돌변하기에 미션을 이틀 정도 빠르게 마감 시켰다.
이미 1위 ~ 5위까지 확고하게 추천 수가 차이가 난 상황이기에 이는 별 문제가 없었고 준혁은 본격적으로 자신과 라온 크루의 흥행을 위한 신규 미션을 걸었다.
'슬슬 방송 콘텐츠로 활용을 해야지.'
< E 게임 스포츠 엑스포 행사(넥스트TV 주관)에서 제가 브이를 하는 모습을 캡쳐해서 올려주세요. 추첨 룰렛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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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아닌 11명!
그리고 10만 원 상품권을 받는 이는 1명이 더 늘어난 6명이었다.
덤으로 5명에는 4만 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주는 빅 이벤트가 되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기쁨을 토해냈다.
그리고 미션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준혁이 이를 가지고 정기적인 콘텐츠로 활용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식의 각자의 뇌피셜 등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E게임 스포츠 엑스포에서 준혁이 얼른 브이를 해주길 희망했다.
눈을 부릅뜨고 아주 캡쳐를 할 것이라는 의욕을 불태우면서 말이다.
미션 공지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자 준혁은 피식 웃으면서 휴대폰을 껐고 이내 서울역 주차장에서 눈을 꿈벅이며 입구 쪽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준혁은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을 보고 자신이 타고 있는 차량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었다.
"여기요~"
준혁의 외침에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이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왔고 차 트렁크를 열면서 말했다.
"루나님, 앵겨님 그 하루 있으신다고 하셨는데 캐리어를 들고 오셨어요?"
휴먼캔디 역시 이 둘을 만나고 짐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내일까지 있는게 좋겠다 싶어서요."
"야외 방송도 좋아해서 내일은 과감하게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할일 만 딱~ 하고 둘이 야외 방송을 할 생각이에요."
야외 방송을 한다는 말에 휴먼캔디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만~ 아니 짐이 너무 많아서 이상했어. 그런데 또 묻는 것 실례가 될 까봐 그냥 아무런 말을 안했는데. 하하하."
"풋, 그거 물어보는게 무슨 실례에요."
"라떼는~ 마리야~ 여자한테 그런 거 물어보면~ 이해를 못하냐고 혼이 났단 말이지?"
"… 캔디 오빠의 그런 개그 때문에 혼이 난 게 아닐까요?"
루나의 매서운 일침에 휴먼 캔디는 바로 녹아버린 캔디마냥 흐물흐물해지면서 고개를 떨궜고 준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숙소나 이런 것도 일단 다 넥스트TV에서 지원을 해주니까. 구경도 하고 음~ 서울 어디 가서 할 건데요? 내가 목적지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앗! 정말요?"
"크루원을 위해서 그 정도는 뭐 문제없죠. 얼마나 더 걸린다고."
"오오! 역시 우리 대장! 차비 굳었다~!"
쌍 따봉을 날리며 칭찬을 해주는 앵겨를 보면서 준혁은 어깨를 으쓱한 뒤에 그들의 캐리어를 건네 받으면서 트렁크에 실으며 말했다.
"지금 가면 나머지 크루분들도 비슷한 시각에 다 만날 수 있어요. 음,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고 하니까 거기서 식사 한 끼 하고 엑스포에서 구경도 좀 하고 행사 시간에 맞춰서 이동도 하고 그래요."
"오~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는데."
"넥스트TV에서 신경을 써주는 거니까 팍팍 드셔도 됩니다. 제가 아주 야무지게 먹는다고 했거든요."
"오오! 역시 우리 대장이 최고라~ 이 말이야!"
휴먼캔디의 능청스러운 이야기에 준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윤기가 따로 카드도 챙겨준 만큼, 아낌 없이 먹어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냥냥이 오면 출발해요. 잠깐 역에 들어갔으니 곧 올 겁니다."
준혁이 말 끝내기 무섭게 바로 냥냥소녀가 모습을 드러냈고 루나와 앵겨를 보자 활짝 웃으며 뛰어오면서 외쳤다.
"언제 왔어~! 나 깜짝 놀래려고 안에서 기다렸는데!?"
"방금왔찌~ 근데 왜 이렇게 짐이 많아?"
"우리 야외 방송 좀 하게. 내일 천천히 갈 거야."
"아~ 그럼 나도 같이 할까?"
"그래도 돼?"
여자 셋이 모이니 서로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면서 수다판 분위기가 벌어졌고 준혁은 작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자, 차에 타고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빨리빨리 가야 북어형네들과 같이 만나니까요."
준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차량에 탑승했고 준혁은 능숙하게 차를 몰면서 E게임 플레이 엑스포가 진행되는 경기도 일산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량에서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고 준혁은 피식 웃으며 조수석에 있는 휴먼캔디를 슬쩍 쳐다 보니 그 역시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스트리머들이라 그런지 다들 말도 많고 할 말도 많은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데 듣기만 해도 웃기고 재미가 있었다.
"음, 이런 식의 만남도 괜찮은 것 같네요."
휴먼 캔디의 이야기에 준혁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있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이렇게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크루원들끼리 뭔가 더 소속감도 갖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덤으로 라온 크루 만의 특별한 뭔가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흐음."
이런 준혁의 이야기에 수다를 떨던 냥냥소녀, 루나, 앵겨는 이야기를 딱 멈추고 준혁에게 물었다.
"뭘 하려고요?"
"정기 모임 갖게요?"
"무슨 생각이 있는 거야?"
연이어 들어오는 질문에 준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직은 뭐, 제대로 되지는 않았는데 MT 같이 떠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요. 크루원끼리 가서 놀기도 놀고. 테마 파크, 휴양지, 익스트림 스포츠 뭐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길게 말고 1박 2일? 길게 잡아도 2박 3일 정도로. 쉼 없이 게임 방송만 하면 우리도 지치니까. 콘텐츠로 이런 숨 쉴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에 휴먼캔디를 비롯해 모두가 눈을 빛냈다.
확실히 최근 히어로 크로니클 방송 및 파트너 계약 등으로 인해서 방송 일정을 정말 타이트하게 잡고 진행 중이었다.
시청자들도 늘고 수익도 늘어나는 탓에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기는 한데, 피로감이 꽤 쌓이긴 했다.
심지어 북어형은 켠왕(시작 이후 클리어를 해야 하는) 콘텐츠를 연이어 하며 16시간 ~ 17시간 방송을 했는데 코피를 줄줄 흘리며 방송을 했다.
물론, 그 뒤로 심하게 피로 몸살이 와서 형수님의 압박을 통해 12시간 방송으로 줄기는 했으나 현재 다른 크루원들도 평균 11시간 이상은 다 방송 중이었다.
"아앗. 함께 방송을 하는 거니까 이건 좋겠다."
"그러게."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에 준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일단 브라운 공국 토벌 의뢰가 마무리가 되고 나면, 회의를 통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는 걸로 가닥을 잡을게요."
준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소풍을 가는 어린 아이 마냥 IF 가정을 하면서 어디가 좋고 어디가 재미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떠드는데 준혁은 충분히 여성 3명이서 수다로 접시를 깨트릴만 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옆을 슬쩍 보니, 휴먼캔디가 조심스레 열차에서 받은 귀마개를 끼면서 자신을 향해 씨익 웃는 걸 보면서 정말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개성 넘치고 대환장 파티를 만들 수 있는 크루원들이라서 너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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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ㅎㅎ
어..일부 독자님이 소재로..
음;; 정치 쪽을 넣어서 다뤄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용.;;
정치적인 소재는 다루지 않습니다.
아마 말씀하신 주제가.. 게임 중독 관련 법안을..가지고 하시는 것 같은데..
음;; 여기 시대가... 미래의 시점이고
또 초기 설정을 보시면 히어로 크로니클을 만들고 난 뒤에 그 어떤 정부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는..식의 내용이 있씁니다..ㅎㅎ;;
죄송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