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회
준비
"음, 확실히 검기끼리 부딪히니까 간지가 철철 난다잉?"
북어형의 말에 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북어형은 자신이 살펴 보는 것에 대해서 파악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는데 이로써 확실해졌다.
'폭검을 사용하든 아니든 나는 다른 모험가들보다 검기 사용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 NPC와 동일한 상황을 겪고 있어.'
혹시나 능력치의 차이로 인해서 그런가 싶어 자신은 빼고 북어형만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도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그냥 자신의 캐릭터가 NPC화 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썸네일 괜찮게 뽑히겠죠?"
"아! 간지나게 뽑히겠다. 크으! 우리 대장 센수가 너무 좋고!"
"어제 도망가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지금 하게 되네요."
"야, 어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내구도 250 남았다니까? 내 평생에 히어로 크로니클을 하면서 그런 내구도는 처음 봤어."
앓는 소리를 하는 북어형의 외침에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어제는 팍팍 굴려서 저런 말이 나올 만 했다.
"라온 크루가 더 굳건해져야죠. 적어도 히어로 크로니클이라는 게임에서 라온 크루의 업적이 이 정도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근데, 함께 사냥을 하면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야 하고 그건 사냥 속도의 상승 밖에는 없잖아요?"
"알지. 아는데. 어휴, 아무튼 뭐 덕분에 후원은 많이 오더라. 무사히 사냥 성공 귀환했다고."
"그러면 된 거죠. 아하하."
"아무튼 다음 사냥은 조금 살살 해줘라. 어?"
"글쎄요."
말을 흐리며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쳐다 보는 준혁을 보면서 북어형은 절망의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 시청자들에게 외쳤다.
"내가 죽거든… 대장이 굴려서 죽었다고 전해다오!"
"괜찮아요. 어제 보면서 대충 한계치 정도를 파악해서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거에요. 뭐, 위험한 상황이면 제가 빠르게 몇 마리 정리하고 진행하면 되니까."
"크윽! 여러분. 이렇게 무섭습니다. 무서워요!"
"아무튼 오늘은 푹 쉬세요. 저도 장비 업그레이드 좀 하고 수련의 탑 진입을 해볼 요량이니까."
"으음. 그럼 장비 구경 좀 같이 해도 되나?"
"뭐, 해도 상관은 없는데. 형도 장비 사시게요?"
"어. 이번 토벌에 앞서서 레어 장비 등급으로 적어도 상갑, 투구, 방패는 바꾸게."
좋은 선택이었다.
그 정도만 바꿔도 충분히 언데드 몬스터에게 탱킹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음, 근데 형은 훔바바 대장간 말고 신전 장비를 구매하는 걸 추천해요. 조금 비싸도 신성력이 추가로 붙어서 훨씬 안정적일 건데."
"그래? 근데 50골드 ~ 100골드 가량이 비싸서 쉽지가 않은데."
"그러니까 더 빡세게 사냥을 해야죠. 솔직히 말해서 수익은 끝내주지 않았어요? 리자드맨 거검(巨劍)이랑 주술사 지팡이, 리자드맨 주술사 심장… 수익 많이 났잖아요."
"그렇긴 한데… 끄으응!"
"형, 직업 장비가 가장 효율이 좋아요. 매직 등급이야 뭐, 아무거나 낀다고 해도… 레어 등급인데… 제대로 껴야죠."
훔바바도 분명 좋은 장비가 있기는 하지만 질적으로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훔바바도 이 부분을 인정했고 말이다.
레어 등급의 장비는 세트로 입었을 시, 최소 160레벨 ~ 180레벨 정도까지 사용할 수도 있는 장비인 만큼 제대로 된 것을 갖춰 입는 것이 좋았다.
"그렇긴 한데. 어떤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어서. 방패가 특히 고민이야."
"방패는 형 하는 거 보면 카이트 실드 보다는 타워 실드가 좋을 것 같던데요?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지키는 걸 좋아하잖아요?"
"음, 그렇지. 확실히 카이트는 하단 쪽이 좀 그렇긴 해."
"네. 뭐… 싼 맛에 매직 등급 100레벨까지 활용했다고 치고 좋은 장비, 제대로 사세요."
"그래야겠네. 쩝."
"뭐, 그래도 이런 장비가 있다는 것 정도를 보여주는 거니까 대장간은 같이 가죠."
"음… 아니야. 네 말 들으니까 신전 가서 좀 꼼꼼하게 봐야겠다. 지금 사실 방패랑 투구는 바꿀 돈은 있거든. 이래저래 테스트 해봐야겠어."
"투구도 확실히 살펴야죠. 시야가 달라지니까."
투구가 변형되면 시야도 확실히 달라지기에 북어형도 그 부분까지 꼼꼼이 체크를 해봐야겠다는 말을 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준혁도 시청자들을 향해서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했다.
"레어 등급의 장비는 아주… 오래 갈 장비니까 꼼꼼하게 살펴야 해요. 최소 150레벨 이상까지 장착을 해야 하니까요. 뭐, 180레벨 정도까지 사용해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도 들고요. 그러니까 시청자분들도 아~ 그냥 조금 싸니까 부족해도 이거 살까? 하지 마시고 꼼꼼하게 자신의 직업에서 좋은 걸로 사세요. 기왕이면 세트로."
* * *
훔바바 대장간에 도착한 준혁은 익숙하게 훔바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레어 등급의 장비를 살피러 온다고 했기에 그는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와. 음, 돈은 넉넉한가?"
"충분히 넉넉합니다. 리자드맨들은 수입이 좋아서요."
"하긴, 녀석들은 돈이 제법 되지. 그렇다면 아주 빵빵한 녀석으로 준비를 해주지."
"어휴, 그 정도는 아니고요. 단일 능력치가 조금 떨어져도 터틀 드래곤처럼 세트 장비를 구할 생각입니다."
"음~ 세트 효과를 노리는게 확실히 좋지. 그런데 비싸."
"그렇죠. 하지만 오래오래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장이면서 아주 무서운 소리를 하는 군. 오래오래 쓰다니."
훔바바의 지적에 준혁은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장비를 팍팍 팔아야 하는 대장장이의 입장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비싸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하하."
"그러면 이번에는 직원 할인은 없는 걸로 하고?"
"잘못했습니다."
"클클. 뭐, 그래도 자네 말이 맞지. 대장장이의 장비는 목숨을 대신하는 것이니."
이랬다가 저랬다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훔바바의 말에 준혁은 오늘 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부쩍 친해진 탓에 사적인 이야기도 하는 관계가 되었지만 방송 중에 이렇게 표현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훔바바의 반응에 준혁은 대강 어울려 주면서 장비 보관소까지 이동을 했다.
그리고 이미 레어 등급으로 단일 품목부터 세트까지 깔끔히 준비를 해둔 훔바바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걸 다 이렇게 준비를 해주셨어요? 고생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인디고 자네가 뭐, 설명도 하고 그럴 거 아니야. 그래서 내 나름 신경 써줬어. 그리고 길쉬가 많이 도왔고."
"기, 길쉬요? 떠난 거 아닙니까?"
"아니네. 내 일을 조금씩 도우면서 트리톤 지역을 탐방하고 있다고 하더군. 볼 것도 많다고 하던가?"
"그렇군요. 으음. 감사하다고 해야겠네요."
"그렇지."
훔바바의 배려에 시청자들 역시 아주 크게 감동을 했다.
대장장이를 메인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나 서브로 있는 이들 중, 나름 꾸준히 열심히 하는 이들은 훔바바에게 조심스레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훔바바는 그런 이들에게 아낌 없이 가르침을 주었다.
그런 미담은 길드 내부에도 많이 퍼져 있었는데, 이렇게 또 준혁을 위해서 자신들을 위해서 준비를 해줬으니 찬양을 하는 발언만 가득할 뿐이었다.
훈훈한 채팅창의 분위기를 체크하면서 준혁은 일단 멋을 위한 디자인도 있지만 자신이 생각한 방어술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장비 선택에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저런 결론 끝에 준혁은 훔바바에게 4가지의 방어구 세트를 추천 받을 수 있었다.
[ 태양 전사의 세트(9/9) ]
[ 분노한 전사의 세트(8/8) ]
[ 새벽 이슬 세트(7/7) ]
[ 푸르른 달빛 세트(8/8) ]
총 4가지의 세트였는데 일체형으로 된 것들도 있어서 방어구 개수는 차이가 났지만 결론적으로 준혁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다 할 수 있었다.
물론 일체형보다는 세부적인 움직임을 더 잘할 수 있는 구분된 것들이 좋기는 하나 질적 차이는 거의 나지 않았다.
이에 준혁은 어차피 다 비슷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자, 님들 어느게 좋아 보이나요. 선택하시면 제가 따르겠습니다. 훔바바님도 추천을 한 세트들이니 시청자분들이 선택하는 걸로 하죠."
"엥? 자네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다 괜찮다고 여겨지니까요. 어깨 치기나 방패의 상태나 다 괜찮고 다 마음에 듭니다. 그러면 뭐, 저는 다른 이들도 많이 만족하는 걸 구매 하는게 낫죠."
"음. 그것도 그렇군."
그렇게 준혁은 투표를 하니 9세트로 나뉘어진 태양 전사의 세트를 구매하라는 의견이 무려 72%나 되었다.
"72%의 의견이 태양전사의 세트에 기울어졌는데요?"
"오호? 그렇게나? 자네는 뭐 어느게 좋았는데?"
"음, 순위로 따지자면 푸르른 달빛 세트가 1순위고 그 다음이 분노한 전사 세트였죠. 뭐, 새벽 이슬과 태양 전사 세트는 3순위였고요."
"그렇군. 후후, 이거 가장 비싼 걸 사게 되었어."
준혁은 채팅창을 보면서 이렇게 압도적인 이유가 있나 살펴 나갔고 그곳에서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허, 그냥 비슷한데 가장 비싸니까 비싼 거 사라고 추천을 했다네요."
"나야 좋은데. 껄껄, 자네 주머니가 아주 가벼워지겠군."
150골드 가량이 더 비싼 제품이었지만 준혁은 주머니를 털어 좋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시청자들을 향해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일시불로 한번에 다 구매하겠습니다."
"뭐? 그냥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네. 이런 좋은 제품은 일시불이죠."
"으음. 알겠네. 잠깐 기다리게. 자네가 이렇게 살 줄은 몰라서."
당황한 훔바바가 자리를 떠나니 준혁은 놀라움을 보이는 채팅창을 향해서 씨익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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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어느덧...7월입니다.
2019년의 반절 이상이 지나갓네요..
아직도 2019년이 어색한데..ㅎㅎ
참 후딱후딱 지나가네유..
그리고 일시불 F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