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회
수련의 탑
일반 상선은 많이 보았어도 전투 함선을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잘 충족시킬 수 있었다.
현대와 비슷한 느낌의 마법을 이용한 대포나 각종 보호 마법, 그리고 정말로 값비싼 통짜 미스릴로 만들어진 마력 노심 등은 이런 쪽으로 취향이 짙은 이들의 덕심을 충족시켰다.
이를 보면서 준혁은 라온 길드에서도 이런 무기 발명 생산 타입의 장인들을 더 지원해주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인간의 덕심은 끝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 시청자 방송 때는 전투 함선을 이용한 밀리터리 덕심 마무리로 끝을 내었어도 방송 이후의 여파는 조금 달랐다.
이미 그 전에 초기에 찍힌 클립 영상들로 인해서 이미 준혁의 대박 보상 시리즈는 널리 퍼지게 되었다.
또 당연히 전투 영상 역시 퍼졌으며 히어로 크로니클을 중계하는 스트리머들에게 혀를 내두르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포션을 꾸준히 먹으면서 버텼다고는 하지만 일인으로 리자드맨 군단과 싸워 이겨낸 준혁의 모습은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히어로 크로니클을 즐기는 유저들은 세계 최고의 탱딜러(탱커+딜러)라며 극찬을 했다.
단순히 강화된 장비의 내구력이 하락하고 수련의 탑을 포기 했다면 세계 최고의 탱딜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운이 좋고 장비가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생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혁은 강화 장비로 사냥을 끝낸 이후에도 아무런 강화도 없는 서브 장비로 모두 교체를 한 상태에서도 2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전투를 하며 버텨 내었고 질투와 시기 보다는 수긍과 인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준혁의 도전적인 모습은 브라운 공국으로 가는 길드 원정 의뢰로 인해서 이름값을 높이던 라온 길드의 이미지를 더욱 상승 시켰으며 또 수장인 준혁을 히어로 크로니클의 상징적인 인물로 인식이 되도록 만들었다.
준혁은 그저 별 다른 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 진행을 했을 뿐인데 추가적인 효과들이 발생되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자신 덕분에 길드원들의 사기도 꽤 올라간 탓에 이슈를 가라 앉히기 위한 작업은 하지 않았다.
브라운 공국의 원정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주목할 때, 라온 길드의 힘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 * *
[ QGN 게임 방송, 이 주의 히어로 크로니클 Best 10 영상(Feat.라온 크루)]
01위 7시간 20분, 꺼지지 않는 전사의 투혼(Feat.인디고)
02위 저에게는 서브 장비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렸다!
03위 수련의 탑 주인도 감탄 라온 길드의 수장님.
04위 밀덕들아! 보거라! 이게 히어로 크로니클의 전투 함선이다!
05위 이게 우리 라온 길드의 수장님이시다!
06위 역대급 보상에 지려 버렷!
07위 이것이 세계 최고의 탱딜러 품격!
08위 전략의 극한 호리병 만들기?
09위 탱커인가 딜러인가 분석해 보자.
10위 급박한 전투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꿀팁을 가르쳐 주는 여유.
전부 라온 길드의 영상으로 도배가 되었으나 시청자들은 되려 라온 길드의 영상이 아니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라온 길드는 현재 많은 정보를 일반 유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히어로 크로니클의 문물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독점적인 영상 순위에 거부감이 별로 없었다.
애초에 라온 크루의 팬들이 우호적인 댓글을 쉴 새 없이 달아주고 시청률도 뽑아주기 때문에 QGN의 히어로 크로니클 영상은 늘 절반 이상 라온 크루의 영상을 유지했고 말이다.
덕분에 이렇게 1위 ~ 10위까지 라온 길드의 영상이 1위 ~ 10위로 도배가 될 때에는 Feat을 붙여주면서 라온 크루 영상을 메인으로 방영하고 서브로 기타 히어로 크로니클 영상을 공개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영상과 길드 규모의 영상 차이가 큰 탓도 있었고 라온 길드의 영상들이 시청자들의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호기심, 흥미, 몰입감 그리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영상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가 튼 인물이 진두지휘를 하여 영상각을 만들어 내는데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영상이 시청자들에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힘들었다.
또 같은 인터넷 방송인이라고 할 지라도 라온 길드가 너무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탓에 비슷한 느낌의 영상이 나오게 되면 비교가 되는 부분이 많아서 사냥 영상 관련 부분보다는 가벼운 일상 영상들을 많이 담았다.
이것 또한 라온 길드와 비교가 되기는 하지만 사냥 관련 부분보다는 훨씬 나았고 일상 관련은 고유 문화라는 개념이 있어서 어그로를 끄는 악성 유저가 아니라면 별 말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전투 하면 라온 길드를 떠올렸고 이번 영상을 통해서 더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음, 확실히 대단하네."
"그렇죠? 진짜 저래서 성공한 것 같아요."
"그러게. 그리고 판을 보는 능력도 대단한 것 같아. 라온 크루 전체를 담아야 그림이 더 잘 나올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말이야. 당시에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잖아?"
< 영웅 연대기: 라온 > 에 대한 이야기를 이중근PD가 이야기를 하자 진경 작가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덕분에 위 쪽에서 지원금도 더 커졌다고 하던데."
"맞아. 드라마처럼 준다고 하더라고. 대신에 하이라이트 편집 부분에 있어서 좀 우리가 써도 되는 부분이 많이 생겨서 편해지긴 했어. 다양해지고 했고."
"라온 길드 내에서 방송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래저래 연결 시켜주고 그러면 꽤 괜찮을 거에요. 내용도 풍성해지고."
"그래. 그래서 편집실에서 죽어가는 녀석들이 많아지고 있지. 그나저나 라온 크루에 대해서 뭐 더 들어온 소식 없어?"
이중근은 최근에 진경이 준혁과 연락을 했다는 것을 보고 받았기에 이야기를 꺼냈고 진경은 준혁에게 들은 것을 슬쩍 흘렸다.
"자세한 것은 잘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라온 길드 내에서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켜지 않고 길드원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네요. 한 250명 ~ 500명 정도 되는 꽤 건실한 스트리머들이래요."
"그래서?"
"아마도… 이 사람들을 추가로 라온 크루로 받아드릴 생각인 것 같던데. 흐음. 잘 모르겠어요. 그… 뭐지? 아! 길드 내의 임원들 중에서도 방송 관련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카페에서 이미 이건 말이 돈 이야기였어요."
"뭐? 정말이야? 어허? 그러면 이거… 얼마나 많은 것 같던데?"
"그래서 제가 준혁씨에게는 듣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크루 멤버들을 살폈는데 최소 6명 이상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카페에 글들을 조사해보면 최대 10명 정도?"
그러면 20명이 넘는 멤버들이 뭉쳐진 상황이 되기에 이중근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그 사람들이 직업이 혹시 다 다르나?"
"그거야 저도 알 수 없죠. 근데 대부분 다 다를 거라고 추측해요."
"… 편집실에 있는 애들한테 영양제라도 꼬박꼬박 먹여야겠는데. 이거 자세히 좀 알아봐 주라. 20명의 영상이 각기 다른 상태라면……."
이건 정말 엄청난 규모의 영상 제작물이 될 수도 있었다.
"주인공과 메인 스토리는 당연히 인디고로 설정 잡고… 그와 파티 멤버들을 제외해도 주변 파생 스토리가 15명 정도가 된다면… 사이드 스토리로 2화 씩만 빼도 20화야. 여기에 메인 스토리는 앞으로 더욱 더 나올 건데. 하! 100부작 넘어가는 거 아니야?"
"그러면 좋죠. QGN에서 아주 오래~ 갈 수 있는 건데요. 일 주일에 2회 방송을 한다고 해도 50주 분량이고. 1년 정도는 너끈히 채우네요. 광고도 당연히 잘 붙을 거고요."
"그렇긴 한데… 우리가 너무 라온 크루에 휘둘리지 않을까."
"피디님 설마 라온 크루를 휘두르려고 하신 건 아니죠? 거기는 이미 자체적으로 콘텐츠 제작 생산이 가능한 곳인데요."
뜬금없는 이중근의 말에 진경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고 이중근은 그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나는 걱정된다는 거지. 불과 10년 정도 전에 기억 안나? 리그 오브 파이트에서 QGN의 중계권을 박탈하는 바람에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기업이 믿고 투자하면서 수 많은 대회를 동시에 열어서 다양성으로 버텼지. 뭐, 나중에는 리그 오브 파이트가 고개 숙이면서 와서 다시 얻기는 했지만."
"그렇죠."
"라온 크루가 우리를 떠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 라온 크루는 이미 충분히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곳이야. 솔직히 막말로 라온미르MCN에서 독립해서 자신들만의 회사를 세우고 진행해도 돼."
"…그렇겠네요."
"그래서 걱정인거야. 라온 크루를 정말 라온미르MCN이… 우리 본사가 계속 잡을 수 있을지 말이야. 뭐, 라온미르 소속의 연예인들과 오랜 인연이 있고 이런 건 다 좋은데… 돈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잖아. 점점 나이를 먹게 되고 성장을 하고 거느린 사람이 많아지면 뭐, 그렇다는 거지."
이중근은 리그 오브 파이트의 중계권 박탈 시절에 막내PD로써 근 1년 7개월을 콘텐츠와 불안한 위치로 인해서 퇴직의 압박을 꽤 느꼈었다. 피가 마르는 나날이었고 그 뒤부터 콘텐츠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미친개처럼 지낸 세월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가장 성공을 하고 이제는 안정적인 위치지만 라온 크루가 점점 성장하면서 문득 그런 불안감을 느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던데요. 들어보니까 라온미르MCN 측에서 라온 크루 부서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를 하는데, 여기에 원하면 자회사처럼 따로 분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고도 하던데."
"정말?"
"네. 그 박지영 팀장이 슬쩍 이야기를 흘렸데요. 그런데 지금처럼만 라온 크루를 생각해주고 대우 해준다면 라온미르MCN과 라온 크루는 평생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데요."
"오! 그래? 흐흐. 강준혁 그 친구가 의리가 있는 친구지."
"그러니까 괜히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도 그냥 잘 대우하면 되죠. 솔직히 우리가 이제 돈이 없나요? 라온 크루 자체는 그냥 팍팍 본사가 따로 금전적으로 푸싱을 해주는데 뭐가 문제에요?"
"그렇지. 뭐, 10명이든 20명이든 더 늘어나도 그 만큼 지원을 요청하고 주면 되는 건데 말이야. 음~ 아무튼 옛날의 트라우마가 이렇게 무섭다고. 잘 되는데 이런 불안감이 생기고 말이야."
확실히 진경은 라온 크루가 그렇게 엇나갈 확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실한 느낌이 있었다.
준혁은 콘텐츠에 대한 걱정이 많은 인물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도 콘텐츠 확장을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QGN은 그 중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SBC에서 더 좋은 제안으로 왔던 것도 거절하고 QGN과 손을 잡았다고 들었다. 준혁의 거대한 그림에는 자신의 체면도 세워주는 것도 있겠지만, QGN과 계속 쭉 갈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그가 섭섭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잘 챙겨주면 되는 것이다.
"뭐, 그런 걱정을 하고 있고 그래야 상대에게 더 조심히, 더 좋게 대우를 할 수 있는 거니까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음, 그래. 너무 친해져서 격이 없어져도 문제지. 빈정상하기 일 수니까."
"그렇죠. 적당히 회사를 끼고 탄탄한 자금으로 성의를 표하면서 쭉 가면 되는 겁니다. 이런 걱정 하시는 거 보면 피디님이 영양제 챙기셔야 겠네요."
"하하, 그런가? 하긴.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음, 아무튼 진경 작가가 좀 신경을 써줘. 우리 측은 자네가 제일 라인이니까 말이야. 법인 카드는 팍팍 쓰고. 알았지?"
"네. 걱정 마세요. 그리고 라온 크루 사람들은 딱히 그런 것도 없더라고요."
"뭐, 리더가 그렇게 훌륭한데 다들 그런 사람들만 모이는 거지.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어. 후후. 그래. 괜한 걱정 말고 열심히나 해야겠어. 수고해. 먼저 가보지."
이중근은 자신이 오늘 너무 앞서 생각을 해서 조금 추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편집실… 에서 일을 좀 도와줘야겠군. 음!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아.'
=============================
[작품후기]
(__)늦었씁닏.
ㅠㅠ 죄송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