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회
브라운 공국
"… 이거 정말 소개만 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는 군. 별 다른 전투는 없었나?"
이중근PD의 물음에 다크 서클이 눈 밑까지 축 떨어져 있는 황재웅은 마치 언데드 몬스터가 된 것 마냥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말했다.
"정찰 언데드 몬스터로 레이스 무리들이 대규모로 강습을 했는데, 신성 마법으로 전부 요격을 하는… 전투 장면이 나왔습니다."
"오! 끝내 줬겠는데?"
"그렇습니다. 그리고 스켈레톤 무리도 등장 하기도 했는데… 이는 바로 원거리 공격으로 모두 요격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라온 길드가 담당을 해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즉각적인 대응도 훌륭했다는 평을 들었고요."
"좋아. 후후, 아주 잘 나왔군 그래."
푹 자고 왔는데, 일이 더 잘 진행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이중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거 붕붕 드링크가 아주 효과가 좋네. 보자~ 시청자 댓글도 QGN의 편집 센스에 아주 칭찬을 하고 말이야. 음! 재웅이 고생 많았다."
"그, 그럼? 저도 잠시 휴!"
"그러니까 좀 더 봐줘. 밑에 애들한테 네 센스만 딱 전수하면 잠도 좀 자고 그래야지. 2교대라서 이번에 새롭게 교대 된 애들은 다를 거 아니야."
"으어!? 그, 그렇죠."
"그래. 네가 힘내라. 원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힘을 내야 되는 거야. 하하."
황재웅은 순간
"저보다 더 높으신 분은 푹 자고 온 것 같은데요!?"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편집 방향성만 딱 집어주면 자신도 쉴 수 있다는 이중근의 이야기에 꾹 참아 내었다.
"생각해 봐. 네가 가르친 걸 애들이 못해 봐라. 애들은 그나마 2교대라고 하는데, 너는 그게 힘들잖아."
"허억?"
"그러니까 아주 딱딱 요점을 잘 집어주고 이렇게 하라고 딱 메뉴얼을 만드는 것도 좋을 거야. 뭐, 메뉴얼대로 안되면 내가 좀 봐주면서 진행을 하면 되고."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다 너 믿어서 이렇게 전권을 위임하고 그러는 거야. 진경 작가가 좀 있으면 괜찮았을 건데. 크흠."
황재웅은 이중근의 말에서 굉장한 아쉬움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진경 작가가 이래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다들 시청자가 어때?"
"외국인까지 유입이 되면서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QGN의 한국 게임 프로 리그를 보던 외국인들이 유입이 된 부분도 있고, 그 강준혁씨의 U튜브 외국인 비중도 대단해서 20% ~ 30% 정도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에 이중근은 깜짝 놀라면서 대략적으로 수치를 환산해 보았는데, 헛바람을 삼키며 말했다.
"이거 넥스트TV 터지는 거 아니냐?"
"아슬아슬하게 버틸 것 같기도 하고 해외 서버를 조금 당겨올 것 같기도 합니다."
"…허허허."
"그리고… 강준혁씨 방을 비롯해서 외국인 시청자들이 후원을 마구잡이로 쏘는 부분이 많아서 이래저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니 뭐, 그 방은 원래 큰 후원 하는 이들 많았잖아? 중동 부자도 있다고 하고 러시아 부자도 있다고 하던데."
"네. 그런 사람들이 지금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어서요……. 그 단순 후원은 아니고 넥스트 후원이라고 아십니까? 넥스트TV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캐쉬 같은 것인데. 그걸 사용하면 채팅창에 응원 메세지를 1등이 적을 수가 있습니다. 그걸 중동어로 하느냐 러시아어로 남기느냐 이걸로 싸움 중입니다."
"어디 봐!"
이중근은 황당한 표정으로 준혁의 채널을 살폈는데 응원 후원 1위가 중동이고 2위가 러시아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얘네 얼마나 쓴 거야?"
"100개 1000원 입니다."
"가만히 있어 보자. 일, 십, 백, 천… 십 만, 백만, 천 만…? 22,450,000 넥트면 이게 얼마야? 2위는 21,000,000 이네?"
"… 2억 2천만 원 정도입니다."
"뭐? 장난해? 에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가 잘 못 본 거 아니야? 잠시만 있어 봐. 3위는 같은 중동이고 15,550,000 넥트, 4위는 영어권 나라네. 10,000,000 넥트… 5위는 8백만 넥트… 야, 씨벌 있어봐. 지금 강준혁 방에 얼마가 터진 거야?"
"… 주무시는 동안에 8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8억이라는 말에 이중근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대출 받아서 산 집이 3억 5천짜리인데 아직 대출금을 못 갚았거든?"
"저 결혼하면서 9천만 원 대출 끼고 전세 들어갔습니다."
"… 저거 난리 났냐?"
"애초에 넥트라는 개념이 외국에만 쓰이고 한국에는 잘 쓰이지 않아서 시청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강준혁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만 개 터졌을 때, 10만 원 큰 후원 고맙다는 말을 했던 것을 보면 그냥 원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중근은 헛웃음을 터트리면서 강준혁의 방송을 보았다.
강준혁은 분명 엄청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길드원을 통솔하는데 힘을 쓰고 있었으며 꾸준히 오는 정찰 언데드 몬스터들을 격추하고 성벽 넘어에 알림 함정들을 설치하는 모습을 보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시청자들도 몰랐어?"
"애초에 한국에 넥트 개념이 잘 적용이 안된 상태라서 알고 있는 이들이 있었겠지만, 채팅이 워낙 많으니 그냥 묻힌 듯 합니다."
"… 허허."
"그리고 강준혁씨의 방송 후원 링크를 보면 메인 구독, 후원, 카페, 넥게더, U튜브, DH캡슐 링크까는 있지만 넥트 후원 관련 링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후원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린 미국 시청자가 어그로를 끌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검색 포탈 사이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데? 이걸 왜 지금 말해?"
"의외로 검색 포털 사이트는 별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방송 보기 바빠서 그런 건지 몰라도 되려 전투와 관련된 내용이 10위 권에 올라온 상태입니다."
이상했다. 이중근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잠시만, 이거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저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통제 하는 거 아니겠지?"
"에이, 20세기도 아니고 그런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번에 1억 원 후원 받은 것은 터졌는데 지금 안터진 거 보면… 금액보다 게임에 대한 말이 더 궁금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면… 그런 걸 터트릴 이들 조차도 게임하기 바쁘거나 혹은 게임 구경을 하기 바쁘거나… 말이죠."
"음! 그렇기는 해? 그렇지? 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네. 대통령 아들이라고 해도 그게 쉽겠습니까. 뭐, 넥스트TV랑 같은 모기업에 속한 그린버 정도는 괜찮겠지만… 두 번째 포탈 사이트인 다옴은 어떻게 막겠습니까? 거기도 잠잠하잖아요."
"하긴, 그렇긴 하다. 요즘 내가 과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후우. 진경 작가한테도 좀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크흠.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문제야."
확실히 황재웅은 예전보다 이중근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돌 다리도 너무 두들기고 건너려는 모습을 보여서 답답한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하긴 선배가 좀… 다사다난한 시절을 겪다보니… 음.'
이래저래 QGN 살리려고 노력했고 많은 걸 겪었다. 그래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되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가 이내 이중근이 내뱉은 말에 안색이 굳었다.
"음, 좀 쉬어야겠네. 쉬면서 강준혁씨에 대한 후원 관련으로 조금 넥스트TV에 이야기를 해보고 밖도 좀 살피면서 마음도 다 잡아야겠어."
"예?"
"그러니까 네가 좀 여기를 책임감을 가지고 잘 이끌라는 이야기야. 무슨 말인지 알고 있지? 2교대로 새롭게 오는 애들 잘 가르치고 조금만 더 버티고 있어 봐. 일단 나도 알아는 볼 테니까."
"아니… 서, 선배님?"
"어허! 다 너를 믿어서 책임자를 맡기는 거야. 알겠어? 내가 너 아니면 누굴 믿어. 흠흠. 그러면 조금 있다가 보자고."
어깨를 다독이며 가는 이중근의 모습에 황재웅은 자신이 뭔가 크게 당했다는 느낌을 지으며 준혁의 방송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좀비류 몬스터를 비롯해서 수 많은 언데드 병력들이 걸어오는 소리에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며, 마운트 장군의 빠른 집결 명령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중요한 때에… 내가 어떻게 쉬어요…?"
메뉴얼을 주고 가르쳐 준다고 해도… 이 중요한 타이밍에 자신이 쉬는 것은 무리이다. 이중근이 봐주지 않는 이상 말이다.
"선배!?
* * *
"음~ 후원 이슈가 브라운 공국 토벌 의뢰와 관련된 것을 덮을 뻔 했네. 참나~ 그 미국 녀석들의 마켓팅 정신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청년의 말에 히어로 크로니클의 최고위 임원인 장이사는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를 했다.
"110단계를 누락 시켰더니 30위 ~ 50위 정도로 오가는 랭킹에 머물고 있습니다."
"음, 그 정도는 유지 시키고 그 위에를 모두 전투와 관련된 것으로 메꿔. 빵신령이라고 하는 스트리머가 연예인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집어 넣고."
"네. 알겠습니다."
"뭐, 장이사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서도. 후후. 그나저나 말이야. 저 인디고라는 녀석 정말로 특이하지 않아? 기회주의자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하는 행동은 또 그게 아니야. 묘한 느낌을 준단 말이지."
장 이사는 인디고를 평가하는 청년, 히어로 크로니클을 만든 치트키 회사의 주인인 청년의 물음에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학창 시절부터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위의 친구들도 의리가 좋다는 식으로 말이 나왔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희한하다는 말이지. 어린 나이에 부를 일구면 쓰기 바쁜게 정상인데 녀석은 기부를 하고 또 투자를 해서 돈을 엄청 불려. 투자도 실패를 하지 않는 투자만 한단 말이야."
"게임 쪽에 많이 투자를 했잖습니까? 아무래도 자기가 아는 정보도 있을 것이고 게이머인 만큼 좋은 게임인지 아닌지 구분도 왔을 것 같습니다."
인디고를 옹호하는 장 이사의 모습에 청년은 턱을 긁적이며 그것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했다.
"세상은 참 특이해. 종종 이렇게 난 놈들이 등장을 한다니까. 그래서 더 흥미가 생긴 단 말이야. 김원일하고도 인연이 있어서 더 정이 가는 것 같아. 흐음. 계속해서 관리를 해줘. 뭐, 게임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서 후원 관련으로는 이슈가 없게 만들고."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브라운 공국은 어떻게 될까? 선이 넘은 곳인데 말이야. 발동을 할까?"
"… 검이 움직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래. 알고 있지, 심지어 저기 인디고랑 접촉도 했잖아. 아주 깊게."
"적절하게 움직이지 않을까요?"
"글쎄, 뭐… 그걸 보는 맛도 있겠지. 본대에 합류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튼 흥미롭게 볼 수 있겠어. 전투가 시작되려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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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커..1억 2천만원이.스타벌룬이...
역시..돈 많은 사람들의...
씀씀이는...
ㅎㅎ...
뭐,많은 논란이 있기는한데..진짜.ㅎㅎ;;
대단하긴 하네요. 준혁이도 질수없다..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