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회
만악(萬惡)
히어로 크로니클에 다시 접속한 준혁은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이미 자신의 소문이 브라운 공국에 있는 길드원들에게도 퍼져서 길드뽕이 넘쳐 흐르는 길드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제나 한결 같이 길드원들을 챙기기 위해서 자는 시간을 쪼개며 관리를 하는 준혁의 모습은 그야 말로 이상적인 리더와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 음, 다들 오늘도(?) 화이팅을…! 뭔가 좀 이상한데. 아무튼 계속 화이팅 합시다. 라인 유지하면서 마운트 장군의 통솔을 따르고 세부 오더는 각 조의 리더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을 합시다. 화이팅! >
멋쩍고 부끄럽다는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접속한 준혁을 향해서 채팅창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고 후원 채팅으로 준혁을 향해 큰 손 시청자들은 인사를 건네려고 했다.
그리고 김진욱 역시 이 타이밍을 노려서 어그로 같지만 줄줄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준혁에게 고등학교 동창임을 밝히고 준상을 거론하면서 대화를 하고 싶다는 글을 남기고자 했다.
물론 1,000원 후원이나 10,000원을 하면 자신이 한 짓으로 인해서 괜히 불난 집에 기름을 콸콸 쏟아 붓는 격이라고 생각을 해서 정말 피 같은 자신의 월급에서 10만 원이라는 커다란 금액으로 후원을 하기로 했다.
10만 원 후원이라면 어그로로 보이지 않을 것이고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인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살 떨리는 마음으로 충전을 하고 후원 채팅을 날린 진욱은 자신의 채팅이 언제 뜨는지 한 없이 기다리며 준혁의 방송에 집중을 했는데, 후원 채팅이 뜨지 않는 모습에 의문을 가졌다.
"어? 안 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보유 후원 금액을 확인했는데, 후원은 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었다.
"아씨! 뭐야? 넥스트TV 미쳤나! 버그야? 아니… 나중에 가면 후원 스킵 당한다고! 초반에 빨리 봐야 하는데!"
최전방으로 준혁이 나가게 되면 후원 채팅이 그냥 빠르게 스킵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자주 발생되는데, 그때는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스킵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정말 빌어먹을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진욱은 나중에 넥스트TV에서 환불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며 10만 원을 다시 빠르게 충전을 하여 구구절절하게 후원 채팅을 입력하여 준혁에게 보냈다.
< 후원 채팅 내용 >
- 안녕, 준혁아. 나는 너랑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김진욱이야. 준상이랑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 메신저로 통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 혹시 시간 나면 나중에라도 꼭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런저런 말을 좀 하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야. 부탁할게.
장문충이라고 불릴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채팅에 간절함을 담아 보냈는데 후원 채팅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게임 화면에 송출되지 않았다.
"으아아아! 뭔데 이 씨발!"
그렇게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분노의 일갈을 할 때, 진욱은 준혁이 하는 말을 듣고 벙찐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아! 님들, 지금 후원 채팅 안 뜨죠? 계속 스킵하니까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후원 채팅을 그냥 전투 상황에서는 안 보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 후원 채팅 화면에 안 뜰 거에요. 의뢰 종료까지 이렇게 갈 예정입니다. 죄송해요. 대신에 채팅창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뭐? 그, 그럼 내 20만 원은!? 20만 원은 먹튀 된 거야!? 이런 씨바알? 환, 환불을? 아니 환불을 하면 또 그 무, 문제가! 아악!! 아아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진욱은 이내 채팅창에 도배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 시발. 채팅창에 한 페이지 도배를 때려 박아서 순간이라도 어그로를 끌고 이야기를 해보자. 매니저라도 보고 뭐라도 되겠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채팅을 반복된 내용을 채팅창 최대 전송 수치로 꽉 채워서 채팅방에 날렸다.
- 매니저에게 차단(벤)을 당한 아이디 입니다. 차단과 관련해서 불만이 있을 경우 넥게더 및 개인 카페에 사유를 올려 주시면 매니저가 확인 후 차단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이런 씨이바라앙라알알!!! 매니저 이 개자식들아!!!"
준혁의 매니저는 아주 부지런했고 어그로는 빠르게 차단 목록에 입력 시켜 놓았다. 그렇게 한 명의 어그로꾼이자 잡스러운 악의를 가진 녀석의 목이 날라가고 있었다.
* * *
기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과거의 악의 잡졸이 하나 사라지는 상황이었지만 준혁은 덤덤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면서 채팅 창과 소통을 하며 최전방의 위치에서 다시 멋들어진 오더와 기가 막힌 컨트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준혁의 복귀와 함께 수 많은 중계방의 인원들은 다시 준혁의 방으로 이동하여 이런 준혁의 컨트롤에 대해서 뜨겁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10만 원의 후원을 받고 현재 라온 길드와 무조건 동맹을 맺게 될 열혈도르가 열성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으~ 내 동생! 저 컨트롤 좀 봐! 진짜 방패 쓰는게 차원이 다르다니까? 내가 그래도 방패는 꽤 쓴다고 생각하는데, 차원이 달라. 차원이. 이게 재능인가!"
"알고 있기는 하네요. 형."
"그래도 형이 자기 수준은 잘 알고 있어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욥욥과 보셈이 이런 열혈도르의 멘트에 실시간 음성으로 디스를 추임새로 넣으면서 시청자들은 빵빵 웃음을 터트렸다.
"와, 얘들이 나 섭섭하다?"
"에이~ 형. 솔직하게 형 방패 컨트롤이 상승한 이유가 뭐에요. 창 공격을 제대로 잘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막다가, 막다가! 실전용으로 발전된 거잖아요. 저 형 때문에 죽을 뻔 한 적이 몇 번이에요? 형 믿고 총사로 직업 정하고 난 뒤에 하아!"
팩트로 후려치는 욥욥의 이야기에 열혈도르는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총사(銃士)
현대의 총 + 마법적 요소를 섞은 하이테크 직업으로 라온 길드에도 꽤 많은 총사들이 있었다.
인기가 있는 직업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초기 성장이 너무 답답하다는 점이었다.
원거리로 사용하는 총들은 턱 없이 가격이 비쌌고, 근거리에서 쏘는 단발성 총을 사용하며 근접 + 중거리 딜러 혼용으로 사냥을 해야 했는데 탱커가 좋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 쉬웠다.
더군다나 저레벨에 쓰는 총은 위력도 낮은데 총 소리는 커서 어그로가 엄청 끌려서 이래저래 민폐 캐릭터가 되버린다.
물론, 이것도 탱커가 좋으면 다 커버가 되는 문제지만 욥욥의 탱커는 열혈도르였다.
오크까지는 꽤 나름 괜찮은 탱킹을 보여주고 공격도 곧 잘 했지만, 리자드맨 이후의 사냥터부터는 온 몸을 비틀어서 탱킹을 하는 것으로 벅찬 상황이었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하는 리자드맨의 모습에 이래저래 적응을 잘 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습을 꾸준히 하다보니 최근에는 좀 나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욥욥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펼쳐야 했으며 그나마 힐러, 홀딩을 하는 보셈은 이를 모두 지켜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크흠, 아니 뭐. 사냥터가 너무 바뀌니까. 적응이 잘 안 돼서 그런 거지. 그래도 곧 잘 적응을 해서. 이제는 괜찮잖아."
"그나마 이제는 어그로가 덜 끌리기는 한데. 형 때문에 이제 펌프식 총으로 근접 사냥하는게 익숙해져서 중거리, 원거리 공격을 하는게 이상하게 잘 안되잖아요. 감 찾으려면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크흠. 미안하다."
괜히 섭섭하다는 말을 했다가 배로 구박을 받은 열혈도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눈치를 살폈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만담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확실히 다른 중계방보다 재미있다는 식의 발언들을 채팅창에 남겼다.
이에 만담을 주고 받은 열혈도르와 욥욥, 보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 했으나 이내 꾹 참아내었고 보셈이 둘의 만담을 적절히 끊어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 필요 없고, 내가 제일 고생이야. 치료 마법하고 홀딩하고 다른 동레벨 모험가보다 3레벨이 높아. 말이 필요가 없어."
"……."
"……."
침묵으로 보셈의 이야기에 반박을 하지 않는 둘을 보며 시청자들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보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휴, 내 이야기는 어떻게 하나도 안하고. 아무튼 둘이 싸우려면 나한테 사과부터 하고 진행하라~ 이 말이야. 앙? 어!? 잠시! 오오오 저거 뭐야!?"
"크흠, 뭐 또 그렇게 진지하게. 어어어!?"
"으엇?! 저거 뭐야? 어!"
이들이 만담 핑퐁으로 분위기를 끓어 올리고 있을 때, 준혁이 위치한 최전방에서는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했다.
마운트 장군이 당황할 수준의 강력한 몬스터가 말이다.
* * *
< 삶과 죽음의 수문장, 듀라한이 대거 등장을 합니다.>
< 절망을 노래하는, 피어 고스트가 대거 등장합니다.>
★ 최전방 뒤로 물러!
★ 비상 대기조 전원 투입! 휴식조 비상 대기조로 이동!!
★ 마스터들 위치로! 비상 사태다!
듀라한과 피어 고스트…
기존의 잡스러운 언데드 몬스터와 달리 이들은 익스퍼트 상급 이상의 수준이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언데드 몬스터로 본대의 인원들이나 상대하는 중급 언데드 몬스터들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대거 등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수가 각각의 방향마다 108마리 이상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 와중에 녀석들이 아크 리치의 가호를 받게 된다면 익스퍼트가 아닌 이들은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 익스퍼트가 아닌 이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 나면서 자리 메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온 길드의 인원들이 현재 접속을 종료하는 인원 없이 꾸준히 사냥을 한 탓에 익스퍼트가 된 이들이 3900명 정도 대거 증가된 상태여서 빈 구멍 없이 메꿀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이를 확인한 마운트 장군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살짝 안도의 숨을 순간 귀를 찌르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퍼져 나갔고 익스퍼트가 아닌 이들은 엄청난 경험을 해야만 했다.
< 피어 고스트의 절망의 외침이 울려 퍼졌습니다. >
< 절망이 당신의 몸에 깃들어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 됩니다.>
< 피어 고스트가 모두 제거되지 않으면 절망의 외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 듀라한의 죽음의 울림이 울려 퍼졌습니다. >
< 죽음의 울림이 당신의 몸에 깃들어 모든 데미지가 20% 하락 됩니다. >
< 듀라한이 모두 제거되지 않으면 죽음의 울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 절망의 외침과 죽음의 울림의 사용으로 인해서 피어 고스트와 듀라한이 물러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당신들의 죽음과 절망을 듣기 위해 달려듭니다.>
< 피어 고스트와 듀라한의 방어력, 공격력, 생명력이 30% 상승합니다.>
이를 빠르게 전해 듣게 된 준혁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와, 재 접속 30분 만에 이게 이렇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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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7.7 견우직녀 만나는 날이었네욤..ㅎㅎ..
솔로라서 ..크흠..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