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회
만악(萬惡)
시청자들은 물론 준혁마저 패닉에 빠지게 만든 단군은 준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내 외견이 그리 신기 한 것이냐?"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은 없고. 다들 그러니 말이야. 주술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아직도 이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는 노인네, 단군이라 하네. 이리 만나러 와줘서 고맙군."
주술의 부작용이 어려지는 것이라면 강함을 추구하는 이 세계의 삶에서 굉장히 축복인 것 같지만, 준혁은 딱히 그런 것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당장에 자신에게 저런 외형으로 100년만 살라고 해도 멘탈이 터질 것이니 말이다.
"아! 으음. 저는 트리톤에서 라온이라는 모험가 길드를 이끌고 있는 인디고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준혁의 인사에 단군은 흡족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네었고 준혁은 외관이 어떻든 일단 예의 있게 행동을 하여, 초반의 실수를 만회했다.
"음~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은 우리 동대륙에 이상한 모험가들이 많아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거든."
"네? 이상한 모험가들이요?"
"그렇네. 뭐, 넓디 넓은 땅에 자기들끼리 뭉쳐서 화전민을 일군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다고 그게 나라에서 인정 받은 마을은 아니지."
"아… 음. 어떠한 상황인지 이해를 했습니다."
동대륙에 아마 자급자족 형태로 자기들끼리 마을을 꾸려서 발전해 나가는 이들이 있는 듯 보였다.
'지금 한국인은 저런 행위를 하지 않을 거야. 넥스트TV에서 내가 최초로 방송 송출을 한 것도 있고 초반부터 정보를 죽어라 뿌렸는데.'
그렇기에 최소 한국인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레 단군에게 그 마을 인구의 규모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마을의 규모가 큰가요?"
"음, 대략 7000명 정도 되는 조잡한 공업 마을이 4개, 3000명 정도되는 농업 마을이 6개 정도 되네. 다들 조악하기는 하지만 자기들끼리 규칙도 만들고 살아가더군. 신기해서 관찰 형태로 두기는 했는데, 최근에 상인들을 습격하는 녀석들이 있더군. 함정 제작을 해서 말이야. 뭐, 대표의 이야기로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어설픈 이야기지."
"사람과 몬스터를 상대하는 함정의 크기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맞아. 녀석들은 확실히 겁 없는 행동을 했네. 뭐, 이번 일을 정리하고 처리를 할 생각이기는 한데. 그런 망둥이 같은 녀석들도 있는 반면에 자네는 참 특이하단 말이지."
공업 마을에 28000명, 농업 마을에 18000명의 규모를 유지해서 돌린다는 것은 단 한곳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 작업 공장 돌아가는 거구나.'
저 정도의 인원이 마을을 이룬다는 것은 단 한 곳 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저런 모습을 나중에는 취하겠지만, 게임 초기 때부터 저런 미친 짓을 할 곳은 중국 밖에 없었다.
'역시 또라이 클래스도 장난이 아니야. 그리고 저렇게 해서 버틴다는 것도 용하네. 정말.'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자신이 내뱉어야 하는 말이다.
"모험가는 이 세계의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단순한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왔으니 내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강력한 존재로 인해서 그 유희도 무너질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법과 규칙은 지켜야 빛을 내는 겁니다."
"으흠?"
"제가 길드원분들과 그리고 지금 방송을 보시고 계시는 시청자분들에게 늘 이야기를 하는 말입니다. 우린 이방인이고 그 나라에 가면 이방인이라도 그 나라의 법을 따르는 것이 맞으니까요."
단호함이 서려있는 준혁의 이야기에 예아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듯 갑작스레 준혁에게 어깨 동무를 하면서 단군에게 말했다.
"할배, 진짜 마음에 드는 모험가지? 크으. 그래. 규칙은 지켜야지."
길드원을 비롯해서 많은 모험가들에게 이런 사상을 다시 한번 주입시키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대한 견제였다.
중국은 인구수 만큼이나 게임 내에서 초기에 온갖 질병적 행위를 개의치 않고 했는데, 덕분에 모험가에 대한 평가가 대폭 하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차후에는 히어로 크로니클의 NPC들도 모험가들이 이야기를 하는 현실 세계에 소속된 나라를 가지고 판단하는 상황까지 연결되기도 했다. 즉, 저런 규모의 인원들은 더 작업장이 확장되기 전에 일단 제거를 해야만 했다.
'작업장이 나한테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존재일 뿐.'
히어로 크로니클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작업장은 사라져야 하는 쓰레기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강경한 발언을 했고 누군가 이 발언으로 자신에게 원한을 갖는다고 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흐음, 흔들림 없이 곧은 눈동자는 진심이 가득하니 무지한 척 이야기를 하던 녀석들과는 비교를 하면 실례일 것 같구나."
"바다 귀신 양반이 많이 칭찬을 했다니까요. 거 실력이 좀 부족해도 사람 보는 눈은 탁월한 양반이잖아요."
"음, 칼스 그 아이가 그렇긴 하지. 그래도 타 제국의 백작이니 좀 공손히 이야기를 하거라. 우리와 상거래를 하는 상단주다."
단군은 그 말을 하면서 준혁을 향해 슬쩍 미안하다는 듯 쳐다 보았고 예아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 거기가 좀 인연이 깊지? 미안. 내가 좀 성격이 급해서 말이 자꾸 이렇게 나와. 크흠."
"아… 뭐, 저야 괜찮습니다. 근데 두 분이 칼스 레이너 백작님을 알고 계시다니 조금 놀라울 따름이어서."
"아~ 그것 때문에 그런 거구나? 어인족 중에서 우리랑 친한 종족이 있거든? 동해 용왕족이라고… 아무튼 거기가 바다 귀신 아니, 그 칼스 레이너 백작하고 친분이 있어서 말이야. 어떻게 중간 연계로 교류를 하게 되었지. 음. 맞죠? 할배."
자신이 뭐 틀린 것이 없는지 단군에게 괜찮냐는 듯 쳐다보는 예아의 모습에서 뭔가 위계질서가 확실히 잡혔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로운 듯 보였지만 선은 지키고 있었다.
'그랜드를 부린다고? 정체가 뭐야.'
시청자들 역시 단군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드러냈다. 눈에 보이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은 더 호기심을 자극하니 말이다.
"틀린 것 없이 잘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교류가 되었지. 칼스 레이너 그 아이도 역마살이 끼어서 모두가 좋은 계약을 했었지."
"음, 맞네. 이상 설명 끝!"
설명을 하고 싶어서 근질거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무리를 외치는 예아의 모습이 퍽 웃겼지만 준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저를 한번 보자고 하신 이유는 그 수상한 모험가들로 인해서 그런 겁니까?"
"음. 그냥 궁금했네. 어차피 결과가 정해진 상태라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거든. 뭐, 소문은 들었네만 소문과 현실이 다른 일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렇…죠."
"겸사겸사 놀라운 것도 컸어. 듀라한을 잡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 뭐, 장비가 많이 좋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 외에도 자네는 재능이 있어. 자네 같은 이들은 강한 것을 겪으면 더 강해지는 성질을 가졌지. 그래서 본대에서 지내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어차피 후방 쪽에 있으니 딱히 위험할 건 없으니까."
부채를 살랑이며 이야기를 하는 단군의 말에 준혁은 강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응?"
"혹시 두 분이서 동대륙의 어느 나라의 분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나중에라도 한번 찾아 뵙고 싶어서."
"음? 하하. 뭐 그런 것이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수한 제국의 사람일세. 뭐, 나는 그곳에서 단군의 직위에 있고 여기 예아는 무력 대장으로 자잘한 역할들을 해 나가고 있지. 원치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그냥 용병으로 돌아 다니는게 본업이 되었어."
수한 제국이라는 나라는 처음 듣지만 일단 제국이라면 확실히 보통 인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단군 직위를 가졌다는 것을 보면 이건 황실 마법사 개념이라고 대략적으로 추측을 했는데, 주술로 인해서 저주를 받아 저런 어린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으니 황실 주술사라고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간달푸 같은 존재겠네. 다만 예의 넘치는 간달푸.'
상상은 안되지만 딱 그런 느낌이었고 신중한 성격이라면 이 모든 것도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었다.
'방송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을 건데, 그런 것 상관없이 쿨하게 진행을 했다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런 생각이 드니 준혁은 머릿속에 한 가지가 번쩍이며 지나갔는데 단군은 아마도 자신을 통해서 경고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동대륙에 있는 모험가들에게… 앞으로의 일들을 경고한 것인가? 그렇다면… 으음?'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뭐, 아무튼 자신의 일은 아니었고 중국 작업장으로 추정되는 곳을 박살 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흐음, 뭐… 본대에서 일이 해결되면 나중에 한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자네와 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군.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저야 영광이죠."
"그래. 그럼 수고했네. 음 예아 녀석 따라가서 점검도 하고 좀 쉬고 있게나. 기운을 보고 있자니… 5시간 내에 무슨 사단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단군의 이야기에 준혁은 자신도 이제 딱히 자연스레 물어볼 것이 없기에 바로 인사를 건네며 예아와 함께 단군과 헤어졌고 예아는 준혁이 머무를 곳까지 데려다 주면서 이야기를 했다.
"잘 지내보자고. 이번 토벌이 끝날 때까지."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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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