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회
지킨다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거나 말거나 준혁은 일단 땅을 파면서 느낀 점은…
"이거 흙이 아닌데?"
처음에는 장비를 장착하고 있어서 단순히 푹신하다는 느낌 정도만 받았는데 장갑을 벗고 만져보니 흙이라고 하기에는 좀 기묘했다.
아직 레벨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훔바바 대장간에서 제법 비싼 광물이나 희귀 광물들은 꽤 살폈고 광부 일을 하면서도 진귀한 것도 몇 번 목격하고 만져 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서 준혁은 일단 이 기묘한 것을 가져가 보자는 생각을 하여 포션 하나를 쭉쭉 마신 뒤에 빈 병에 이것을 담기 시작했다.
<(??)삶과 경계의 ?? 를 획득하셨습니다.>
<수호자의 기운이 삶과 경계의 ?? 를 정화하기 시작합니다.>
"어?"
예상치 못한 알림 문구가 또 다시 뜨면서 준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병을 쳐다 보았는데 이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분명 흙과 비스무리한 것을 담았는데 붉은색의 액체와 검은 빛의 흙으로 나뉘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내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 삶과 경계에서 고대 신의 신혈(神血)과 신토(神土)를 획득하였습니다.>
"신의 피, 신의 흙?"
뭔가 되게 거창한 아이템이 나오자 준혁은 황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이걸 쳐다 보는 상황에서 <고대의 무신>이 알림을 통해서 묘한 뜻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고대의 무신 ○○이 신혈과 신토를 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대의 무신 ○○이 신혈과 신토에 당신의 피를 섞길 희망합니다.>
"피를?"
의문이 들어서 되물어 보았지만 대답은 없었고 준혁은 그가 여태까지 자신을 도와준 것을 생각해서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뭐, 믿습니다. 여태까지 도움 준 것 만으로도 날 살려준 거고, 여기서 안 죽는 것도 도움 받는 상황인데."
조심스레 검으로 손가락 끝을 베어서 포션병에 넣으니 이내 무신의 뜻이 알림에 나타났다.
< 고대의 무신 ○○이 잊혀진 이름 드러냅니다.>
< 고대의 무신 강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당신이 보인 행동에 대한 평가를 내립니다.>
< 고대의 무신 강림은 당신이 수호자에 걸 맞는 인재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강림의 기운이 신혈과 신토에 적용되어 당신의 피와 융화 되기 시작합니다.>
< (갓)신육(神肉)이 완성을 습득하셨습니다.>
- (갓)신육
신의 작은 살점이다.
복용하게 된다면 엄청난 일이 발생된다.
* 신성 획득
* 반인반신 획득
* 육체적 한계 수치 최대로 개방
* 신성 기술 2배 적용
* 신성 공격 데미지 70% 감소
* 복용 시, 현재 모든 능력치 2배 적용
* 장비 능력치 상승 옵션 적용 X
신의 살점이라는 말에 준혁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고 내용을 살펴 보면서 더 기괴해질 수 밖에 없었다.
"뭐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좋지 않은 옵션에 준혁은 헛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장비의 능력치가 적용이 안된다면 차후에 자신은 몇 천에 이르는 능력치 상승 수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버프가 2배 적용된다고 해서 커버가 되냐고 묻는 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지!'
그런데 기존 모든 능력치 2배 적용까지 포함을 한다면 괜찮지 않냐는 말을 한다면 그래도 부족했다.
"더군다나 강화 시스템도 있는데. 아니, 잠깐만 근데 지금 복용하면 음?"
버프 상태가 유지되어져 있는데 분명 저기에는 <현재> 모든 능력치 2배 적용이라고 명시가 되어져 있었다.
'무극으로 인해서 신체 수치가 엄청 뻥 튀기 되어져 있기는 한 상태인데. 이것도 인정을 받는 건가?'
강림이라는 고대의 무신은 이것만 딱 던져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준혁은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지금 내가 너무 강한 면이 있어서 밸런스 패치를 좀 해줘야 해. 나름 너프를 먹는다면 수련의 탑에서 패시브 기술 계열로 능력치 상승 물품을 구매하지 뭐. 능력치 옵션만 적용을 안 받는 거지, 나머지 옵션은 괜찮다는 거잖아?'
공격력 상승이나 방어력 상승 등의 퍼센트(%)와 관련된 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것 같으니 준혁은 고민 끝에 이 기묘한 것을 먹어 보기로 했다.
킁킁-
포션 병에 있는 신육의 냄새를 맞아보니 그 어떤 향도 나지 않았고 흔들어 보니 뭔가 젤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지국인가? 이와 중에 국밥 땡기네."
머리를 긁적이면서 거북함을 최대한 없앤 준혁은 바로 포션병 입구에 입을 가져다 놓고 신육을 마셨다.
* * *
준혁이 자신을 구하고 육망성에 사라지고 난 뒤, 예아는 멍한 상태가 되었다. 가슴에 욱씬 거리는 아픔도 있고 자신을 짓누르는 방패의 무게도 느꼈지만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왜 목숨을 걸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모험가는 죽어도 다시 부활을 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 불편한 점이 발생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랑 친분이 깊지는 않은데.'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켜줄 의리가 준혁에게 있다고 생각지 않았기에 이 결정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강력한 일격이 너무 손쉽게 막히는 것을 떠올리면서 새삼스럽지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두려움 따위는 이미 버려둔지 오래였다. 용병일을 하면서 돌아다니면 죽을 각오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수 많은 전쟁터를 돌아다녔고 수 많은 의뢰를 했으며 수 없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고 문턱을 넘는 동료들을 보았다.
"빌어먹을!!"
이내 치밀어 오른 화는 분노가 되어서 온 몸을 휘감았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 주변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공격하면서 초대 공왕, 브라운을 쳐다 보았다.
녀석은 육망성으로 준혁을 흡수하려는 모습을 보인 이후에 뭔가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게 또 함정일 것 같아서 일단 주변 동료를 구하면서 차근차근 뒤로 물러나는 것만 생각을 했다.
일단, 살아야 복수도 가능하니 말이다.
그런데…
뒤로 최전방의 인원이 빠지는 것을 도와주던 예아는 기묘한 것을 보았는데 무장이 아닌 가벼운 옷차람을 한 금발의 사내가 후방에서 이곳까지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가 걸을 때마다 주변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폭사를 하면서 사라졌는데 데스 나이트, 아크 리치는 물론이오 테러 나이트, 팬텀까지 그에게 다가가는 순간 폭발을 하고 사라졌다.
"뭐, 뭐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본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최전방으로 다가온 그는 어느새 자신의 옆까지 왔고 금발의 사내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친우인가?"
"뭐, 뭐야? 당신."
"자네 대신 목숨을 걸었던 인디고와 친우인가?"
"… 토벌 의뢰 때 만난 인연이다. 그리고… 내 실수로 죽었다."
"흠! 이래저래 역시 오지랖이 넓은 모험가로군. 모험가는 죽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던지다니. 후후. 천성이로구나."
금발 사내의 이야기에 예아는 잔뜩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당신 누구?"
"걱정하지 말거라. 인디고는 죽지 않았다. 그저 저 녀석의 뱃속에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뭐라고? 정말이야?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데? 녀석을 구할 수 있나? 내가 도움이 되겠어? 아니 그나저나 당신 누구냐니까?"
"수다스러운 녀석이로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자는 거부 당한다. 오로지 썩은 육신과 불멸의 혼만이 남아 있어야 할 터, 허니 지금 브라운 녀석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뭐, 갓난아기가 상한 음식을 먹고 그 독이 온 몸에 퍼지고 있는 상태랄까?"
예아는 그제서야 녀석이 준혁을 흡수하고 난 뒤 녀석이 행동을 멈췄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동료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 있거라. 휩쓸리면 너도 죽으니."
"그게 무슨? 어?"
"경고했느니라."
금발의 사내 말에 예아는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으나 그의 몸에서 분명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아까 초대 공왕인 브라운이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고 지칭을 했던 그때의 그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피해야 해!'
자신의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않는 존재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정체를 파악하지도 못할 수준의 강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뒤로 그냥 물러나!"
예아의 외침은 최전방의 인원들에게 전달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빠르게 물러나면서 거대한 황금색의 기류가 금발의 사내 몸을 휘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브라운… 황가의 충성스러운 개여. 긴 시간을 보필 하고자 했던 그대는 넘지 말아야 할 것을 넘었다."
- 기르… 메쉬
- 나는 '그분'에게 갈 것이다.
- 나는 '신'이 될 것이다.
- 삶과 죽음을 지배하여 위대한 부름을 받을 것이다.
- 나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 그러니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우르크의… '현' 황제여.
알 수 없는 대화의 끝에서 초대 공왕인 브라운의 말 끝에서 밝혀진 금발의 사내 정체에 전쟁터에 있는 모두가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 서대륙의 최고 정점 제국이라 부를 수 있는 우르크의 황제가 지금 이곳에 있는데 더군다나 자신들도 측정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의 보유자라는 것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날 지경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신이 되고자 했나? 타락한 신성을 얻었지만 아쉽구나. 제국 황실은 예전부터 한 가지 직업을 갖고 있었다."
- …신살(神殺)
브라운이 신살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기르메쉬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더니 턱을 긁적이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는 것도 뺏는 것도 모두 황제의 힘이니… 너의 망령된 생각과 모든 것은 거둬가겠다."
그와 함께 브라운이 선보였던 육망성과 모양은 같지만 황금색으로 된 마법진이 그의 주변에서 수 백을 넘어 수 천 개가 생성되었고 기르메쉬는 턱을 긁적이던 손가락을 튀겼다.
딱!
"처형."
가볍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처형을 말하자 마자 황금빛의 기류가 하늘을 뚫을 것처럼 올라가며 브라운을 휘감았으며 브라운의 신체는 재생과 소멸이 반복되어갔다.
"흐음, 선을 넘는 연구이긴 했으나… 결과물은 인정할 만 하구나."
- 그저… 크에엑!
- 같은 곳에서…
- 함…크리륵! 께… 모시고…
- 나는… 황가…의 충견…
- 나는… 크아아아아아! 나는!!!!
- 아직도… 닿지… 못하는 것인…가?
- 기르메…쉬!!
등장에 비해서 굉장히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브라운을 향해서 기르메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천한 것은 언제나 미천하다. 하지만 뜻은 고결하기에 미천해도 벗으로 삼고 같이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너는 충견으로 있었고 오로지 뜻은 <너>에게만 있었으니 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 …….
"한정된 삶을 살았다면… 충견으로써의 뜻으로 괜찮았을테지만… 주인의 뜻을 거스르는 개가 되었으니 깔끔하게 목을 내어 놓고 죽거라."
기르메쉬의 대답을 끝으로 브라운의 신체는 재생되지 않았고 깔끔하게 온 몸은 소멸되면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기르메쉬는 거대한 브라운의 신체가 소멸되고 금색빛의 기류 안에서 보이는 청년의 영혼을 보더니 허공에서 검을 꺼내어 휙 휘둘렀다.
영혼의 목은 그대로 잘려 나갔고 그 역시 금색의 기류에 증발되어 사라져갔으며 이후에 다시 한번 기르메쉬는 검을 휘둘러 공간을 베어 낸 뒤에 그곳에 손을 넣었다.
"잡았다."
그 말과 함께 잘라진 공간에서 자신의 손을 빼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있는 준혁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그렇게 된 것인가."
"길, 길쉬?"
"흐음.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수고했다. 인디고 그대 덕에 수월하게 마무리를 했구나. 차후에 선물이 갈 터이니 잘 받도록 해라. 현 수호자."
"!?"
마지막 수호자와 관련된 발언은 아주 작게 자신의 귀에만 들려올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준혁의 귀에는 그 누구보다 컸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쳐다 보았다.
준혁의 시선에 기르메쉬는 대답해줄 생각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다시 한번 튀겼고 간달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간달푸님!?"
갑작스러운 간달푸의 등장에 깜짝 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간달푸는 준혁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기르메쉬만 쳐다 보았다. 그리고 기르메쉬는 한껏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자."
"예. 폐하."
공손한 인사와 함께 간달푸는 짧은 대화와 함께 사라졌고 준혁은 또 한번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폐하?"
그리고 지금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가 최전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뭐야? 진짜 없어… 졌잖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를 지켜보고 있던 예아는 준혁을 향해서 뛰어오며 소리쳤다.
"인디고!!"
사망 플래그를 쉼 없이 외치던 예아가 살아있는 것을 보며 준혁은 자신이 도박수를 던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면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일단 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본대에서 활동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어. 시청자들에게 뭐라고 설명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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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벌써..19일이네요..
시간이 정말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