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주고 받고…
칼스 레이너 백작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해리. 트리톤으로 오거라."
"삼촌. 정말 제가 황실에서 이야기를 한 그 지옥을 만들고 있는데… 일조를 하고 있었던 겁니까? 정말요?"
"그 누구도 긴 세월 알아 차리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니 자책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
초대 공왕 브라운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지금까지 유지를 하면서 각종 인체 실험을 펼치고 있었다.
"호문쿨루스다. 신이 빚어주신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 탐욕이 만든 빈 껍데기일 뿐이다. 영혼은 없고 파편만 남아 그저 일상을 반복하는 것 밖에 모르는… 그런 존재들이다."
"그래도 저들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웃고 울고 살아가고… 있었어요. 저랑 같이 말입니다."
"… 그것조차도 브라운 공왕이 만든 것임을 알지 않느냐."
그랬다.
브라운 공국의 주민들의 75% 가량이 무려 브라운 공왕이 만든 인조 생명체인 호문쿨루스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호문쿨루스는 비호문쿨루스와 결혼을 할 경우 번식까지 되도록 만들어졌고 브라운 공왕은 이런 존재들 중 쓸만한 존재들은 공국의 인재로 키워 각종 실험을 일삼았다.
그야 말로 천벌을 받아 죽어도 모자랄 짓을 했던 것이다.
"… 황제 폐하는 브라운 공국을 증발 시키려고 하셨습니다."
"!!"
"간달푸 황실 마법사께서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나마 라온 길드의 의기와 몇몇 선한 이들로 인해서 인형들의 왕국이 살아 남았다고……."
간달푸가 해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선한 존재에 해리가 속했다는 것이며, 황제의 눈 밖에 벗어나지 않은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칼스 레이너 백작은 생각했다.
단지…
"순진함에 대해서 돌려 비난을 받은 것이로군."
"… 조금 더 살피면 어쩌면 알 수 있었을지 않았을까요?"
"가능했다면 폐하께서 이곳을 지금 들리지 않으셨을 것이다."
칼스 레이너 백작의 마지막 이야기에 해리는 그래도 뭔가 마음이 많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위대한 힘을 갖고 계시는 황제 폐하도 브라운 공국의 이상함을 근래에 파악했다는 것이니… 평범한 자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하아……."
"가자, 어차피 대리인 직을 내려 놓았다고 알고 있다. 차라리, 트리톤으로 가서 머리도 좀 식히고 그러자꾸나."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너는 내 조카다. 아니냐?"
"… 맞습니다."
"그래. 조카가 삼촌 집에 다시 오는 것인데 뭐가 이상한 것이겠어.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자신을 다독여주는 말에 해리는 숙인 고개를 바로 들고 이야기를 했다.
"삼촌… 트리톤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럴 줄 알고 짐도 이미 다 빼놨다."
"짐이라고 해 봤자 옷가지 몇 벌 밖에 없는걸요."
"그러니 말이다. 대리인이라고 활동을 하면서 옷 몇 벌이 전부니."
"딱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은혜를 갚기 위해서 움직였을 뿐이죠. 하지만… 그것 마저도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에 씁쓸함이 나옵니다."
"세상 일이 다 알 수 없지. 거대한 흐름에 우리 같은 존재들은 휩쓸리기 마련이지. 그러니 폭풍의 눈과 같은 곳에서 머무르면 되려 안전하다."
폭풍의 눈이 왜 트리톤이냐는 물음을 하기 위해 말을 하려던 해리는 이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 라온 길드?"
"그렇지. 모험가들의 이상적인 존재가 인디고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이 세계에서 머무를 거고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겠… 군요."
"그러니 네가 이번에 트리톤으로 오게 된다면 라온 길드로 들어가서 일을 하면 어떻겠니? 내가 자리를 한번 마련해주마."
"제가 말입니까?"
화들짝 놀라는 해리를 향해서 진지한 표정으로 칼스 레이너는 쳐다 보았고 해리는 이내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빚을 진 것을 갚아 나가야겠죠."
"빚이라……."
"모험가용 의뢰 내용을 발주할 때, 제가 조항 몇 개를 살폈습니다. 이래저래 빚을 진 것이죠."
"그랬니? 으음. 아무튼 큰 결심을 해서 잘 되었다. 라온 길드에는 지금 내정을 잘 관리해줄 인재가 필요하니 좋아할 거다."
"출신 때문에 껄끄러워 하지는 않을까요?"
브라운 공국 출신의 최고위 관료라고 할 수 있는 해리는 이래저래 <찝찝한> 대상으로 여김을 받을 수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되물어 보았다.
"하하, 그 친구가?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나도 아무런 생각 없이 너를 라온 길드로 추천을 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마음도 좀 추스리고 그래. 알겠지?"
"예. 감사합니다."
자상한 눈빛으로 해리를 다독인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함선으로 가자꾸나. 이번에 해로를 좀 달리해서 가는데… 제법 재미있을 거다."
"해로를요? 기존 해로로 가는게 아닙니까?"
"기존 해로에 오면서 너무 자잘한 사체들을 많이 만들어서… 귀찮을 수가 있거든."
"아……."
"뭐, 겸사겸사 다른 해로로 가면서 방송을 하는 저 친구들에게 새로운 해양 생명체들도 보여주면 좋겠지."
"음… 근데 지금 이 시기면 크라켄이 활동하는 시기 아닙니까? 갓성체가 된 녀석들이 슬슬 활동하는 시기인데……."
크라켄 이야기를 꺼내는 해리를 향해서 칼스 레이너 백작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녀석, 크라켄이 설마 오겠냐. 이 쪽 해역으로 오는 길에 어인족 마을이 4개나 있다. 무슨 3마리 이상이 한번에 밀려오지 않는 이상 택도 없는 이야기지."
"… 그렇긴 하죠 3마리 ~ 4마리는 밀려와야 여기 해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 그리고 자리도 못 잡을 거다. 여기를 얼마나 활발히 돌아다니는데… 작년에도 성체가 되지 못한 녀석 2마리를 싹 잡아서 안전해. 여전히 걱정이 많구나."
"… 아무래도 좀. 이래저래 신경이 쓰여서요."
"하하, 편히 쉬면서 가자. 쉬면서."
칼스 레이너 백적이 호언장담을 하며 이야기를 하자 해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자신도 너무 과한 걱정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크라켄 같은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으면 어인족이나 조인족들이 정보 전달을 해주는데… 아직 들려온 소식은 없었다.
단지 어인족 마을이 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그래. 걱정은 좀 적당히 하자. 후우. 너무 해도 안 좋아. 그냥 삼촌이 하자는대로 하면서 머리를 좀 쉬자.'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데 더 복잡한 상황을 겪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칼스 레이너의 이야기대로 그저 같이 움직이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 *
부르르-
"왜? 몸을 갑자기 떨어?"
"어~ 몰라.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이상한 느낌? 어… 뭔가 기묘한 플래그가 세워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 너 또 이상한 말 장난 하려고 하지?"
빵신령, 지은은 준혁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흘기며 이야기를 했고 준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충 묘한 감 같은 거랄까?"
"됐거든? 그나저나 너 정말 괜찮아? 결투 콘텐츠부터 해서 이번에 뉴스 게시판도 신설하면서 엄청 바쁜데… 잠 잘 수 있어?"
"물론이지. 그리고 이제는 공략 콘텐츠 위주로 파티 사냥 진행을 뽑을 거라서. 나보다는 누나나 냥냥이나 아처형이 고생이지. 아~ 빵순이 누나가 제일 고생이려나? 다속성 마법 사용해야 해서."
"됐거든? 이번에 너무 마법을 사용한 탓에 완숙의 경지로 발전했거든?"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그나저나 누나 레벨 얼마야? 비공개면 나한테 살짝 이야기를 해봐."
준혁의 말에 빵신령은 딱히 비공개는 아니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할 수 있는 판이라서 준혁에게 다가가 얼굴을 잡고 귀에 입술을 딱~ 가져다 놓고 소근소근 이야기를 했다.
'가장 앞자리는 뭐, 익스퍼트의 상징이고 중간 숫자는 5 다음이고 끝은 10 빼기 1이야.'
169레벨을 뭐그리 복잡하게 이야기를 하냐는 듯 준혁은 빵신령을 쳐다 보았지만 이내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뭐야, 얼굴 왜 그래?"
"뭐, 뭐가?"
"귀에 바람 불려고 했어?"
"그런 걸 왜 하냐~!"
"아니… 종종 시청자들이 그런 말 하거든. 그래서 그런 장난 치려고 그랬나 싶어서. 아무튼, 다들 비슷하구나?"
냥냥소녀는 168레벨을 찍었고 아처는 170레벨을 찍었다.
냥냥소녀는 아무래도 버프 계열, 치유 계열이라서 버프를 유지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또 따로 이동을 해서 길드원들 체력 관리를 하는 등 이동 시간이 꽤 있어서 생각보다 적게 올렸다.
하지만 아처나 빵신령의 경우에는 말뚝딜(한 자리에 고정하여 공격)을 쏟아낸 탓에 이동 시간도 없고 오로지 사냥에만 집중을 하여 레벨적인 차이가 있었다.
"응. 뭐, 다 그렇지."
"그러면… 돌아가서 110레벨, 120레벨, 130레벨… 이렇게 쭉쭉 10레벨 씩 구간을 잘라서 콘텐츠 뽑아보자. 장비에 따라서 사냥터도 살짝 변경을 해줘야 하니까."
"그거 괜찮다."
"그렇지?"
"응. 그 전에 벌린 일들은 다 수습하고 진행 하도록 하자. 잠도 좀 자고."
"그거야 당연하지. 음? 어! 저기 백작님 오시네."
"출항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우리는 인원 체크 다 끝난 상태라서."
그런데 함선에 승선을 하는 칼스 레이너 백작의 옆에 간단한 백팩을 메고 있는 해리 대리인을 볼 수 있어서 준혁은 의문을 가진 채로 쳐다 보다가 함선에 승선을 하자마자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하여, 대화를 나눈 뒤 그가 같이 올라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준혁은 딱히 해리에게 나쁜 감정이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을 그 자리에서 했으며 기분 좋게 그를 받아드렸다.
해리는 찝찝해서 난감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걱정했던 준혁이 정말 기분좋게 자신을 받아주니 굉장히 고맙고 상처가 더 아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거 봐라. 녀석아. 저 친구는 그런 친구 아니라니까."
"네. 삼촌 말씀이 다 맞습니다."
"그래. 그러니 쉬면서 마음 좀 안정시키도록 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디고님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준혁은 해리의 인사에 활짝 웃으며 화답해 주었다.
"하하, 아닙니다. 가시면 엄청 바쁠 겁니다. 이번에 백작님 지원을 받아서 길드에서 결투 대회도 열고 예산 굴리고… 뭐, 이런 거 엄청 바쁘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가자마자 휴식은 커녕 빡세게 구르겠어. 힘들 때는 노동이 최고지. 자네도 열심히 부려먹게. 많이 쓸모 있는 녀석이니."
"어휴, 최고의 인재는 최고의 노동으로 극상의 효율을 뽑아야죠."
"좋은 말이네."
호탕하게 웃는 칼스 레이너와 준혁을 본 해리는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이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 중독자입니다. 확실히 맡겨만 주세요."
"정말 우리 길드에게 가장 필요한 인재형이네요. 확실히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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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어제 동생이 다시 본가로 들어와서..
짐 정리가..
한참 남았네요... 어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