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회
휴식
"아하하, 이제는 콘텐츠 관련 부분에 있어서 공략 영상을 주로 찍을 거에요. 아무래도 레벨이 부쩍 높아진 분들이 많은 상태라서."
준혁은 히어로 크로니클을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했던 말이지만, 방송 종료 전 약간의 토크를 하는 마무리 방송에서 또 한번 이를 거론했다.
아까 말을 했어도 뒤늦게 들어온 이들이 쉼 없이 동일한 질문을 던지니 적당히 마무리 토크 방송 때 이야기를 해줘야 했다.
"맞다! U튜브 구독자 댓글 이벤트 진행 중이신 거 아시죠? 카페 가입을 하신 분 중에서 U튜브 구독을 하신 분이라면 댓글을 영상 관련 댓글을 달아주시고 메일, 카페 아이디를 작성해주시면 상품권을 매일 15분 정도 추첨해서 문상 만원을 각각 드릴 예정입니다."
만 원은 좀 스케일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매주가 아닌 매일이라는 소리에 그 말을 취소해야 했다.
"그리고 매주 마다 키보드, 마우스, 해드셋도 드릴 예정이에요. 이 부분은 각 영상 마다 추천 많이 받으신 분들을 선정해서 뽑기로 돌려돌려~ 해서 추첨 갑니다."
딱 봐도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자 돈 좀 아끼라는 말들을 쏟아 내었다.
"아! 이제는 서브 직업도 100레벨 이상 다 올릴 예정이라 대장장이 일을 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것도 부지런히 하면 곧 100레벨이라서 운 좋으면 레어 등급도 제작 가능해지거든요? 우리 길드의 장인분들 보다는 못해도 아주 열심히 올려 보겠습니다. 100레벨 까지 올릴 재료는 준비를 해둬서. 흐흐흐. 노가다 방송도 진행됩니다."
전할 말을 다 전한 준혁은 방송 종료를 알리는 멘트를 하면서 가볍게 소녀랜드의 신곡 노래를 한번 틀어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짧게 15초 정도로 짤막한 재생을 한 뒤에, 준혁이 방송 종료를 해버렸기에 시청자들은 홍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준혁이 방송 종료를 한 뒤에 들을 노래 정도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한국인한국팀: 오늘 뷍송 알차따! 오뱅알! 근데 마지막 노래 소녀랜드 신곡 노래 아뉨?
▷발암을맞아라: 최신곡 듣는 대협이라~ 이 말인가?
▶인디고: 나도 최신 노래 듣는 스트리머!
▷압살라말리쿰: 오호!? 노래의 소리가 요술봉의 안락함과 같은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는 군.
▷아싸울린대협: 오늘 근데 방송 시간 좀 짧아서 아쉽! 9시간 좀 아쉽다.
▶인디고: ㅎㅎ 몸 관리를 좀 하게요. 이번에 오프라인으로 뭐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이 있어서. 아무튼 한 2주 정도는 적절히 방송 할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말들을 대충 주고 받으면서 준혁은 채팅으로 시청자와 나누는 것까지 마무리를 지었고 깔끔히 종료를 했다.
"음, 메인 구독을 비롯해서… 즐겨찾기도 엄청 늘어났네. 이게 퓨어파이의 힘이라는 건가."
플랫폼은 다르긴 하지만 그가 홍보를 해줬다는 이유 만으로 평균 시청자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이 대폭 증가를 했다.
"메인 구독이 3개월만 딱 이렇게 유지 되면 땅 좀… 사 놓아도 될 것 같은데?"
비록 별 다른 기술 없이 노가다 현장을 돌면서 세월을 보냈지만 귀로 들은 것들이 많았다.
어디가 개발 제한이 풀렸고 어디가 땅 값이 그렇게 올랐다~ 는 식의 이야기도 엄청 들었으니… 가서 확인만 조금 하면서 구매를 시작한다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을 더 구매하는 건 좀 미련하니까. 적당히 투자를 해보자고. 이래저래 수익이 다변화 되고 그러면 방송도 좀 더 스케일 키우면서 진행이 될 것 같고."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줄어들어도 늘어난 수익 증가로 인해서 자신의 진행하는 콘텐츠들이 무리 없이 이어나가기 위해서 준혁은 이를 하고자 했다.
"이사하고 난 뒤에 살펴 봐야겠다. 땅은 사 놓으면 몇 년은 묵혀야 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알고 있는 지식 중에 확실한 것들을 사용하려면 이 쪽 밖에 없으니……."
게임과 관련된 주식도 이제 슬슬 기억의 한계가 오고 있는 탓에 목돈을 굴리려면 이것 외에는 없었다.
"잘 되면 잘 될수록 걱정도 많아지고 24시간이 부족하구나. 끄응. 그때의 나는 얼마나 흥청망청 산 것인지."
회귀 전의 삶을 보면 이런 걱정도 없이 그냥 들어오면 들어오는 것을 쉽게 쓰면서 놀기 바빴던 것 같았다. 큰 손이라 불리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수준에 넘치는 생활도 했었다.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적자가 터지기도 했었는데 참 어리석었다.
"그나저나 정말 그런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 참. 새삼스럽지만 묘하네."
전세로 가는 거지만 정말 상상하기 힘든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에 준혁은 만족을 했다.
"근데 전세 자금이 너무 싼데. 괜찮은 거 맞나. 라온미르MCN에서 배려를 해주는 것 같기는 한데. 고위 임원 관련 집인가? 음."
유명한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소속사에서 숙소까지 좋은 곳으로 배려를 해준다고 하는데 자신에게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이런 식으로 신경을 써주는 것이 아닐까? 라고 준혁은 조심스레 추측을 했다.
"친회사적으로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어. 역시 큰 기업은 째째 하지 않아."
* * *
공략 방송과 함께 브라운 공국 토벌 의뢰 때 벌렸던 카페의 콘텐츠들을 하나, 하나 수습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2일이라는 기간 동안 알찬 방송을 진행한 준혁은 이사를 완료 할 수 있었다.
"보안이 정말 훌륭하기는 하네. 엄마는 이제 마음이 놓이네."
"하하, 뭐 그냥 대비를 해서 옮긴 거죠. 회사도 그렇고 지은 누나도 좀 그런 말을 계속해서요."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은 하나도 못했는데 네가 이사 이야기 하면서 그런 말을 꺼내니까 걱정이 너무 됐잖아. 그 사이에 무슨 일 있으면 어쩌지 싶어서."
"뭐, 제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일이 있겠어요. 솔직히 미리미리 준비를 한 것 뿐이죠."
"그래도.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네 방송 아이디랑 막 과거 이런 게 기사로 돼서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참! 그리고 엄마 회사 전무님도 네 방송 본다고 하더라. 후원도 하셨데. 네가 그 우리 회사 봉사하는 보육원에 기부를 오래 하는 것을 알고 말이야. 그거 사실 전무님이 추진한 일이거든."
"맙소사? 정말요? 엄마 그 괜찮아요?"
세상이 좁고 좁다고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기에 준혁은 혹여 부당한 압력을 받았는지 걱정되어 안부를 물었다.
"엄마가 뭔 일 있겠니. 전무님이랑 엄마랑 일 한지가 12년인데. 전무님이 이직 해서 올 때 엄마가 업무 전반을 같이 도왔거든. 사이 좋아."
"아?"
"그래서 요즘에 엄마 어깨가 으쓱해. 아들 잘 둬서 칭찬도 많이 받고 좋네."
"회사에서 알아요? 엄마가 내 엄마인거?"
"알지. 그럼. 아빠도 다 알지. 너랑 일본 휴가 갔을 때 찍은 사진이 컴퓨터 바탕 화면인데."
"아!?"
준혁은 이를 전해 듣자마자 더 말 조심을 하면서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실수하면 부모님이 회사에 구설수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이 부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한테 이 말을 들으니 등에서 식은땀이 쑥 올라왔다. 하지만 행동은 태연하고 표정은 약간 멋쩍은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어휴, 괜히 부끄럽고 그런데."
"다 너 칭찬해. 엄마가 네 방송 못 봐도 요즘에 신입 사원들이 네 방송 이야길 하더라. 멋지다고."
"그러면 다행이고요. 부끄럽지 않게 방송 하려고요."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면 됐어. 그나저나 아빠는 오늘 야근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내일 같이 또 올게."
"네. 아! 그리고 저 이사 간 거는 비밀이에요."
"당연하지. 그 정도 센스는 우리 다 있다. 그나저나 아들, 아들은 여자친구 없어?"
갑자기 여자친구에 대해 질문을 하는 어머니의 말에 준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적어도 서른까지는 일만 해야죠. 물 들어올 때 노를 못 저으면 여기는 그대로 밀려서 사라져요. 당장에는 저희가 최고지만 뛰어난 방송인들이 나오면 금방 뒤로 밀리거든요. 확고하게 입지를 다져야 해요."
"그러면 10년인데?"
"연애는 그 이후에 꿈꿔도 충분해요."
방송 생활을 얼마나 오래할지 짐작은 할 수 없다. 스트리머라는 직업은 불안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혁 정도의 규모라면 점진적으로 시청자가 줄어도 튼튼한 콘크리트(골수팬) 층이 있기에 세월이 지나도 무난히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광의 빛은 많이 줄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아.'
찬란하게 빛나고 서서히 가라앉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적당한 때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히어로 크로니클이 얼마나 버틸까? 정말 길게 봐서 지금부터 20년 동안 장수하는 위대한 게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라온 길드의 수명은 5년 ~ 10년 정도 사이일 것이다.'
해리가 이야기를 한 것처럼 비상식적으로 커지고 있는 라온 길드는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자잘하게 길드를 나눠야 했다.
그리고 길드가 나뉘어지면 크루원도 갈라지게 될 것이며 아마 그게 새로운 넥스트TV의 크루 탄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그때를 다 대비해서 좋게좋게 풀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둬야 해. 연애는 할 시간이 없어.'
그렇게 다부진 의지를 떠올릴 시점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어머니의 한숨에 준혁은 정신을 차렸다.
"어휴."
"왜 그러세요?"
"아니. 아들 좋아하는 것 같은 그 방송인이 많다고 하던데."
"에이~ 그거 다 설정이죠. 방송 그렇게 풀어 나가는 거에요. 그래야 콘텐츠가 양산되니까요. 각 방의 팬들도 오가서 후원도 좀 더 나오고. 근데 갑자기 왜 연애 이야기를?"
"아니~ 그냥. 엄마 회사 동료 아들이 결혼하고 막 그러니까. 궁금해서 그렇지. 아무튼, 집은 좋네. 깔끔하고. 그나저나 집들이 하러 방송 친구들은 안 오니?"
"크루원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이사했어요. 괜히 떠벌릴 이유가 없어서. 비밀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하긴, 그렇긴 하네. 알겠어. 생필품이나 이런 건 다 확인했으니까 엄마는 갈게. 방송 열심히 하고."
"바래다 드릴게요. 어차피 시간 남아서."
"그럴래?"
"그래야죠. 당연히. 어디 어머니를 혼자 보내요."
* * *
그렇게 준혁은 어머니를 본가로 잘 모셔다 드렸고 되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자신이 머물렀던 원룸을 보기 위해서 원룸촌 골목길에서 잠깐 차를 댔다.
"좋은 일만 아주 잘 겪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움을 표하면서 정든 거리를 살피며 다시 차에 올라타는데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아아악!?"
비명과 괴성이 섞인 소리에 차에 타려던 준혁은 멈칫하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 보았는데 거기에 한 남성이 미치광이처럼 허공에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엮이지 말자."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른 차에 다시 탑승하는 순간 준혁은 더욱 소름듣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강준혁이 왜 없어!! 여기 강준혁 집이잖아!? 내가 봤다고! 방송에서!! 여기가 맞다고!! 왜 거짓말이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남성의 모습은 정말 소름을 돋게 만들었는데 시청자들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자신의 집을 어떻게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정신병자인가?'
일단 엮이면 진짜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얼른 시동을 걸고 벗어났는데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지나가니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뭐지?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본 얼굴이든 말든 일단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기에 준혁은 바로 망설임 없이 차량을 타고 새롭게 이사한 집으로 출발했다. 오늘 이사 타이밍이 정말 대단히 좋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준혁의 옛 집이 된 원룸 빌딩의 앞에서 남성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강준혁~! 나 김진욱이야! 준혁아!! 너 여기 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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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어제는...ㅠㅠ 일이 바빠서.못썻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추석도 껴있는데.. ㅠㅠ;;월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