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10화 (280/548)

310회

휴식

"뭐? 정말이야?"

임지은의 깜짝 놀란 목소리에 준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진짜 어이가 없기는 한데, 이사가 끝난 당일에 이런 일이 터지니까 황당하기는 하더라고. 어머니 집에 모셔다 드리고 좋은 일 가득했으니까 추억 정리를 한번 하러 갔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길에서 소리를 막 지르면서 그러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 집을 찾아서 올 정도면 차 번호판이나 이런 것도 외웠을 것 같아서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을 때, 얼른 차 몰고 도망갔지. 깜짝 놀랬다. 누나 말 듣고 이사에 대한 생각을 좀 하고 있었던게 다행이었어. 팀장님 제안 받은 것도 좋았고."

"미쳤다. 그런 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뭐, 신고하면 괜히 신분 노출 되고 그렇잖아? 아무튼 참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러니까 내 말 듣기 잘 했지? 내가 그런 쪽으로는 촉이 엄청 좋다니까? 옛날에 우리 그룹 따라 다니는 스토커도 내가 딱 발견하고 그랬다~ 이 말이야."

본인의 촉을 이야기하면서 빨리 칭찬을 해달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임지은을 보며 준혁은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분위기를 맞춰 주었다.

"누나 말 들어서 떡 하나 생긴 거지. 감사합니다~"

"히히. 그래. 내 말 들으면 된다니까? 여기는 그런 일도 없어. 무조건 거주자 허락이 있어야 하거든. 없으면 방문객도 못 들어와."

"응. 어머니도 그것 때문에 당황해 하시다가 보안은 확실히 좋다고 말하시더라."

"그나저나 집 되게 좋네?"

"누나 집만 할까. 뭐, 실평수는 26평 조금 넘는데 혼자 쓰기에는 좀 넓어."

"보니까 운동기구 잔뜩 들어간 방도 있던데."

"응. 운동은 해야지."

"여기도 헬스 시설 있고 그런데?"

"에이, 귀찮잖아. 괜히 주민들하고 만나는 거 귀찮고 그래서."

괜한 다툼이라도 일어나면 그것 만큼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준혁은 그냥 이번에 집에 미니 헬스장을 차렸다.

"그건 또 그렇긴 하겠네."

"거실까지 해서 설치하고 나니까 좋긴 하더라고."

"진짜 관리 엄청 하는 구나?"

"규칙적으로 살려고. 인생 막 살지 않으려고."

회귀를 한 이후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고 좀 더 규칙적인 삶을 희망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누가 보면 막 사신 줄? 너 학창 시절 완전 대박이라고 소문 다 났는데?"

"그런가? 그래도 더 잘하려고."

"오오~ 건실한 청년인데?"

"잘해야지. 우리의 인기가 얼마나 갈 지 모르니까. 최대한 빠져 나가는 인원이 생긴다고 해도 다들 한 가닥 하는 스트리머로 남게 해야지."

"… 엄청 미래까지 생각 하는 구나?"

"크루장이니까 열심히 생각해야지. 그래야만 살아남아."

묵직한 이야기를 또 태연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멋들어진 대장의 모습을 보인 준혁을 향해 지은은 심장이 콩닥 뛰었다.

'이래서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어.'

책임감이 강하고 미래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생각하며 나아가는 모습은 자신이 알고 지낸 이들과는 많이 달랐다.

거의 대다수의 이들은 현재 인기에 취해서 흥청망청 그냥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는데, 준혁은 아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확실히 멋진 리더의 참 모습을 보였고 자상하고 위트 있게 상황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실로 존경스러움이 들었다.

"계획은 있어?"

"라온 길드를 분열해야지. 어차피 분열이 예고된 상태라서."

"뭐, 뭐라고?"

"라온 길드는 너무 많은 길드원들이 한 길드에 밀집된 상태야. 그리고 이건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거야."

"… 어떤?"

"유입은 계속 될 거고 그 중에 문제를 일으킨 인원이 생긴다면 라온 길드 전체가 싸잡혀서 욕을 먹는다는 이야기지. 가수로 표현을 하면 표절곡을 불렀다가 욕을 먹은 느낌이라고해야 하나? 잘못은 작곡가가 했는데 욕은 가수가 먹잖아?"

"아?"

"그런 비슷한 느낌이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러니까 나눠야 해."

해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절대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했기에 준혁은 이를 슬슬 준비하고자 했다.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전투, 비전투로 나뉘면 그건 독이 되니까… 비기너로 따로 빼서 초심자들이 활동하는 길드를 트리톤에 세우고, 그 뒤에 제조 및 비전투 계열을 나뉘어서 지상, 해상으로 구분지어서 활동하게 해야지."

"어? 그거 괜찮네?"

"응. 라온 길드 자체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고… 라온 길드 내에서 1팀, 2팀, 3팀으로 구분되어서 진행할 거야. 그… 누나 소속사 보니까 팀 마다 관리하는 거 아티스트들 다르잖아? 그런 개념이지."

"아?"

"그리고 협업 할 부분들은 확실히 협업하게 만들고. 내정 관련 부분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트리톤에서 공수를 했으니까 이렇게 나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덜 위험해."

사실 이것도 위험했다.

그래서 좀 더 고민을 한 부분이 스트리머들의 독립이지만 이 부분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동맹 길드에게 이런 부분을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고민중이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벌써 계획 중에 있었구나."

"응.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동맹을 이용한 부분인데, 동맹과 협업을 하는 전담팀을 만들어서 용병의 용병 개념으로 자리를 잡게 하는 거지. 그러면 최대 4개 팀으로 분할 되는 거니까 더 안정적으로 변할 거야. 물론, 내정 업무 보는 이들은 죽어 나가는 거지만. 그래서 임원들을 더 차출하고 지원을 해줘야 해."

"와… 너는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우리랑 다른 걸 계산하고 있네."

"그냥 걱정 많은 사람이야.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서 그렇지 뭐."

회귀 전의 강준혁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내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그래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준혁에게 많은 부담감을 주었고 좀 더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 부지런히 미래를 설계 해야 하고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서 크루원들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지은의 칭찬에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쇼파에 앉아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라는 생각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2년은 고생해야 제대로 나눌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에서 라온 길드는 더 성장을 하게 될 테니 이래저래 길드 내부 일만 진행해도 일이 미어 터질 것이다.

'여기에 열혈도르 형과의 동맹을 비롯해서 주변 길드들과도 1년 정도 뒤면 헙업을 취해야 해. 좋은 인식을 심어주면서 함께 커 나간다는 개념으로… 어휴. 일이 일을 부르네.'

이렇게 잘 풀어나간다면 확실히 적어도 3년 ~ 5년 정도는 라온 길드가 최전성기를 달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길드원의 수준도 많이 올라갈 거고. 나 때문에 일어나는 적들로 인한 피해도 최대한 감소 되겠지.'

수호자라는 직업이 아직도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덕분에 좋은 성장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대답을 한 뒤에 생각에 잠긴 준혁을 보면서 지은은 두근거리는 마음이 점점 더 올라왔는데, 마른 침을 삼키면서 매의 눈으로 준혁을 쳐다 보았다.

'준혁이는 점점 더 인기가 많아지겠지. 그리고 정말 예쁜 여성 스트리머들이 고백을 해올 수도 있어. 아니면 그에 준하는 여성 팬들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

지금 아니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미뤘지만 자신의 후배이자 최근에 핫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다현이 준혁에 대해서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지현을 통해서 전해 들었다.

'은별이도… 위험하지.'

준혁의 매니저였다가 준혁으로 인해서 방송의 길로 들어섰고 라온 크루에 합류한 진짜 1기 멤버인 그녀는 준혁과 오프라인 모임도 같이 나가서 활동한 준혁의 진성 덕후라고 보면 되었다.

지금은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꾸준히 이야기를 하길 언제나 팬심이 있다는 말을 했다.

'준혁이가 진행하는 일들을 다 해버리면… 진짜 더더더 멋진 모습들만 계속 나오게 될 거고! 이제는 안돼!'

그래서 지은은 용기를 내었다.

"준혁아."

"응? 아! 미안. 내가 또 요즘에 생각이 많아서."

"음… 너한테 물어볼 말이 하나 있어."

"뭔데?"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지은의 모습에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너… 나 어떻게 생각해?"

"누나? 음… 예전에는 뭐 유명한 연예인이었네? 뭐… 이런 생각했지만 지금은 좋은 누나지. 착하고 좋은 누나. 뭐, 이래저래 맹한 부분이 많아서 챙겨줘야 할 것도 많고 음… 걱정도 되고 그렇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닌데. 쯧쯧. 지영 팀장님이 왜 걱정을 하는지 알겠어."

"야! 그런건 말고."

준혁이 갑자기 잔소리로 이어나가자 지은은 재빨리 말을 끊었고 준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누가 누나보고 뭐라고 해? 어느 자식이야."

"아니, 아니… 그, 그런 건 아니고."

"그래. 혹시 그런 일 있으면 바로 이야기를 해. 그런 놈들은 봐주고 그런 것 없이 초장부터 박살 내야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느끼고 안 덤비거든."

"알지… 아니 진짜 그런 거 아니고… 끄응!"

"뭔데? 그냥 속 시원히 말을 해야지. 나는 궁예가 아니라서 관심법이 없다~ 이 말이야."

뭔가 고민이 있는 듯 한데 쉽게 이야기를 하지 않자 준혁은 적당한 드립을 섞어 이야기를 했는데 지은의 입에서 튀어 나온 말에 헛바람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나… 너 좋아해."

"?"

무슨 만우절 같은 드립을 자신에게 하는 지은의 이야기에 당황함이 바짝 차오른 시점에서 타이밍 좋게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 주문 배달 음식 시키셨습니까? 초밥이랑 회가 왔던데요?>

배달 음식 관련으로 메시지가 온 인터폰을 향해서 지은은 후다닥 뛰어가 그렇다를 누르고 다른 방으로 쏙 들어갔고 준혁은 멍한 표정으로 이게 꿈인지 실화인지 감이 오지 않아 허벅지를 슬쩍 꼬집었다.

'꿈은 아닌데… 지금 내가 음!'

자신이 위험한 폭탄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끌어 안았던 임지은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시련을 선물했다.

거절을 해도 수락을 해도 엄청난 문제가 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준혁은 이성과 감성이 가슴과 머리를 휘몰아치는 허리케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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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태풍에 피해가 없으신지요..

뉴스보니 참 심란하고 그러던데

부디 독자님들께서는 피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__)꾸벅 안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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