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회
휴식
지은은 준혁과 사귀기로 한 오늘 이런저런 폭 넓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더욱 더 흠뻑 매력에 빠졌다.
미래 지향적이고 그걸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준혁은 어리지만 존경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화 자체가 평소와 하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근데 사귀게 되었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네가 날 부를 때 누나라고 하고 나는 준혁아~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그냥 일상 대화 느낌?"
지은의 이런 이야기에 준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달라진 거 많은데."
"뭐가?"
"누나랑 이야기 하는데 나 엄청 가슴 떨리는데?"
"뭐, 뭐라고?"
"그리고 중간에 허세도 많이 섞어서 이야기를 했어.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여자친구한테 이야기를 한다고 과장을 많이 했네."
실제로 대화를 하다 보니 여자친구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은 너무 꿈과 같은 소리를 섞어 이야기를 한 부분이 많았다.
정말 대박이 연이어 터지고 꾸준히 몇 년은 이어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들 말이다.
"너… 모솔 아니지?"
"모솔? 모태솔로? 나 모태솔로 맞는데?"
"그런데 너… 멘트가!"
"나? 무슨 멘트? 그냥 사실적으로 이야기 했는데?"
뭐가 문제가 있냐는 듯 준혁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지은의 새하얀 얼굴은 발갛게 익어버렸다.
"됐어. 아무런 말 하지 말아 봐."
"그래."
준혁은 허세를 섞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거짓말을 너무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괜히 심장이 두근 거리고 걱정이 들어서 솔직히 이야기를 했더니 이상한 의심까지 받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가슴 떨리는 거 맞아?"
"물론이지. 너무(과장을) 했다 싶을 정도로 그래서 조금 많이 떨렸네."
"피~ 속아준다. 얼굴은 완전 멀쩡한데."
"이해(과장을) 해줘서 고마워. 내가 좀 덤덤한 편이야. 괜히 놀란 모습을 보이면 크루원들도 피해가 갈까봐 최대한 덤덤해지려고 노력했거든. 오늘은 근데 이래저래 많이 놀라서. 흠흠."
임지은에게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허세를 부린 것 같아 민망했는데 다 이해한다는 듯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준혁은 배려심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음~ 그런데 준혁아. 이번에 시간 좀 남아? 일정 보면 그래도 무난하게 흐를 것 같은데. 광고 제외하면."
"그렇지?"
"그러면 우리 여기저기 좀 놀러 다니면 안되나?"
"놀러?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어디든 좋지. 히히. 매니저 언니가 내가 운전해서 서울 벗어나면 차키 뺏는다고 했거든. 그래서 단지나 조금 돌아다니고 그래. 근데 너는 아니잖아."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모습을 보이자 준혁은 당황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디가 좋을까?"
"그냥 자연 풍경 좋은 곳들로 쑥~ 한번 돌아다녀 보자."
"그 정도야 뭐. 용인에도 자연공원이 좋다고 하니까 둘러 보고 그러면 되고."
"아앗! 용인에 놀이동산 있는데."
"그렇긴 하지. 근데 거긴 제대로 놀려면 방송 하루 쉬거나 야방으로 돌아야 할 것 같은데."
"야, 야방? 그건 좀… 방송 쉬는 것도 그렇네."
"날 잡고 하루 쉬는 거야 큰 타격은 없지. 아니면 QGN 측을 이용해서 가도 좋고."
"QGN을?"
갑자기 나오는 QGN 이야기에 지은은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 보았고 준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고수를 이겨라를 전체적인 이슈를 한번 집는 토크 방송으로 전환을 하면서 스튜디오가 아닌 용인 쪽으로 돌려서 진행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거기 힘들 걸. QGN이 그렇게 재정적으로 넉넉치 않잖아."
"그렇긴 해. 그러면 용인은 아니더라도 강원도 쪽으로 해서 펜션으로 가닥을 잡아도 괜찮아."
"아앗! 그것도 재미있겠다."
"그렇지? 펜션도 홍보 되고 뭐 수상 레저 스포츠도 좀 즐기고 레트로 고전 게임 등으로 살짝 추억팔이 형식으로 진행을 하면 되니까. 친목, 단합 이런 느낌으로 가면 괜찮고."
용인은 좀 힘들어 보여도 강원도로 놀러가는 것은 확실히 승률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지은은 눈이 반짝였다.
스태프들이 있어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정말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방송이야 이걸 생방송으로 진행해서 야방으로 대충 때우면 되니까 즐겁게 푹 놀다오면 될 것 같네.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이중근PD님이 다양한 콘텐츠 관련으로 이야기 했을 때, 야외 방송 진행이 있었거든."
준혁의 추가적인 이야기에 지은은 준혁의 손을 꼭 잡더니 말했다.
"그럼~ 빠르게 할 수 있어?"
"엇? 어… 뭐, 바로 지금 물어볼까? 대충 야외 방송 한번 진행해도 되냐고 말이야. 음, 이번 의뢰 진행한다고 다들 스트레스가 많아서 슬쩍 단합 및 휴식 겸으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라고 물으면 될 것 같은데. 이중근PD님도 요즘에 되게 바쁘다고 하더라고. 야외 촬영 가서 1박 2일 쉬고 오면 되게 좋아할 걸?"
"그 정도야? 그렇게 확실한 거야?"
"이번에 다큐멘터리 방송 진행하잖아. < 라온: 시작의 첫 걸음 > 1부로."
이중근PD는 짬밥이 있어서 본인은 쉬고 싶지만 아무래도 밑에 부하 직원들이 카페인을 몸에 수혈을 하듯 마셔가면서 극한 노동을 하고 있다 보니 쉽게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앓는 소리를 제법 내고 있었는데, 이 기회를 챙긴다면 아주 좋아라 하면서 진행할 가능성이 100%였다.
"역시 대장!"
"뭐? 푸핫. 갑자기 무슨 대장이야."
"아니야. 진짜 멋있어. 내 남자 친구라서 더 멋있나? 와, 벌써부터 그렇게 밀당을 다 하고 있었구나."
"아니… 뭐, 크루장이다 보니까 이래저래 엮이는게 많아서. 상부상조하면서 가고 있으니까."
"히히, 그럼 얼른 하자! 응? 이번 주면 제일 좋고 아니면 다음주도 좋고!"
"알겠어. 지금 연락해 볼게."
준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핸드폰을 꺼내어 바로 이중근PD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어… 준혁아. 아이고. 정말 바쁘지. 진짜 죽을 것 같지. 너 때문에 간신히 숨통 트였다. 편집실에서 애들이 지금 죽어나가고 있다. 영상을 찾으면 찾을 수록 좋은게 많아서… 이래저래 추가를 하다 보니 쉽지가 않네."
본래 일찍 방영을 하려고 했으나, 저작권이나 조금 욕설이 가미 된 것 때문에 명장면 영상이지만 도려냈던 편집 영상들을 이번에 크루원들의 영상 편집자들이 보내면서 방송을 할 영상들이 대폭 수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QGN 방송국 내부는 전쟁통 난리 수준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그래서 말씀인데 중근PD님
"에이~ 중근PD님이 뭐야 그냥 편안하게 중근 형님이라고 하라니까."
- 하하, 네 중근 형님.
"허허허, 그래. 뭐 할 말이 있는 거야?"
중근은 준혁이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자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밝은 목소리로 뭐든지 들어줄 차례가 되었다는 듯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 음, 이번에 QGN 고수를 이겨라 방송 있잖습니까? 그걸로 중근 형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그렇고 조금 휴식을 취하면 안될까요?
"뭐어? 겨, 결방을 하자고?"
- 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 전에 콘텐츠 관련으로 저랑 이야기 나누셨던 거 기억하세요? 회식 자리에서 노하우라고 막~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아아? 어어. 기억나지."
솔직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중근은 얼른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기억 난다, 안난다로 시간 끌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거기서 그 강원도 펜션을 하나 예약해서 진행해도 좋다고 하셨잖아요?
"어? 어어. 그랬지?"
이중근은 종종 자신이 저런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다녔던 적이 꽤 있었기 때문에 준혁이 확실히 자신이 이야기 한 것을 거론한다고 여겨 아주 제대로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 그 형님도 지금 많이 피곤하시다고 하는데. 그 저도 솔직히 방송 텐션이 좀 많이 떨어졌거든요. 방송 진행하시는 거 보면 공략 방송 위주로 숨 고르기를 진행 중이잖아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많이 피곤하지? 그래서? 어떻게 할까?"
- 음… 고수를 이겨라가 사실은 고수를 딱히 초빙하지 않아도 제가 고수가 되는 게임들이 몇 있잖아요? 고전 레트로 게임 쪽으로… 해서요. 그래서 펜션에서 제가 고수가 되어서 이래저래 MC분들이랑 지은 누나랑 그리고 PD님을 비롯한 스태프분들이랑 대전하는 그림으로 좀 진행하면서 휴식을 좀 취하면 어떨까요?
준혁의 설명에 이중근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그림을 그렸과 확실히 이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게임 실력으로 준혁은 거의 만능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 실력이 좋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게 가능했고 섭외 관련으로 말이 나올 수 있기는 하지만 좋아 보였다.
'거기에 수상 레저 스포츠를 이래저래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아! 저번에 펜션 여셨다는 형님이 계셨는데. 거기를 해서… 연계를 해가지고? 싸게 좋게 잘 나올 것 같은데.'
협찬도 잘 나올 것 같고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그렇게 강원도 쪽으로 떠나서 야외 녹화를 진행하면서 단합을 목적으로 1박 2일을 푹 쉬고 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부하 직원들은 좀 더 곡소리를 내겠지만… 자신도 살아야 했다.
"아이고~ 센스가 너무 좋네. 하하, 준혁이는 QGN방송으로 딱 영입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하. 이거 금방 할 수 있으니까 이번 주 녹화나 다음 주 녹화에도 바로 적용가능한데. 어때? 시간 괜찮나?"
- 이번 주여도 좋고 다음 주도 좋죠. 중근 형님이 편안하실 때 진행해주세요.
"정말? 그래도 될까? 그럼 이번 주 될까?"
- 물론이죠. 그리고 야외 방송도 이제 적극적으로 임할게요. 사실 야외 방송 핑계로 저도 좀 합법적으로 쉬고 그러게요. 아하하.
"그으래~? 아이고~ 알겠어. 내가 얼른 기획서 올릴 테니까! 걱정 말고 있으라고. 하하하. 나만 믿어."
이중근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끊었고 이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좀비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작게 읊조렸다
"붕붕 드링크 이번에도 많이 준비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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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