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14화 (284/548)

314회

휴식

갑자기 자신들의 열애를 알게 된 이가 생겨 당황했지만 박필중은 그 말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박필중의 아들이 나왔는데, 히어로 크로니클을 하러 갔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들보다 정말 더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강원도 펜션에서 QGN 방송은 평소보다 15,000명 정도 높은 수준의 시청자를 유지하면서 방송도 잘 마무리 되었고 스태프들 중에서 나름 고인물들이 존재하여 준혁과 박빙의 대결을 보인 것에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준혁 역시 한국의 게임 인재 풀에 대해서 놀라며 한국이 왜 세계 최고의 게이머들이 득시글 거리는 지 알 수 있었다.

숨은 고수는 많았고 그저 각자의 삶 때문에 고수의 길을 잠시 쉬었을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즐거운 시간을 1박 2일 동안 푹 누리면서 지은과 준혁은 내심 알콩달콩 즐길 수 있는 레저들은 모두 같이 즐겼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는 왜 집에 안 가고 우리 집으로 와?"

"심심하잖아. 할 것도 없고. 방송 시간 때까지 8시간 정도 남았는데 혼자 있으면 재미 없잖아."

"하긴… 그렇긴 하네."

"그치~? 그리고 밥도 좀 같이 먹고 그러면 좋잖아. 저번에 배달 음식 잘하는 곳 알아냈거든? 내가 배달 시킬게."

"그래. 그러자."

이때까지만 해도 준혁은 별 생각 없이 임지은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괜찮게 여겼다.

펜션에서 지냈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그녀의 말대로 혼자 먹는 식사보다 같이 먹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아! 맞다. 나 짐을 하나 안 가지고 왔는데."

"짐? 아~ 너 검은 색 백팩 없네."

"그래. 그거 뒷자석에 놓고 왔네. 쩝. 누나 비밀번호 알지?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금방 가지고 올게. 물기 있는 것들이라서 냄새네."

"그래. 그럼 나는 쉬면서 배달 음식 시키지 뭐."

지은은 들어가고 준혁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짐을 가지고 올라왔는데 준혁은 무슨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누나, 나 왔어. 음~? 음식 냄새… 나는데? 벌써 배달 왔어? 그건 좀 그런데?"

집안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준혁은 의문을 품었다가 순간 서늘한 감각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현관쪽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은과 자신의 신발을 제외하고 익숙하지만 낯선 신발 두 켤레가 있는 것을 보면서 안색이 굳어졌고 헛바람을 삼키며 빠르게 거실을 살폈는데…

그곳에는 당황한 표정으로 있는 부모님과 지은 누나가 어색하게 있는 것을 보면서 눈이 질끈 감겨졌다.

"이런……."

당황스러움을 뒤로 하고 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단 부모님께 인사를 건네었다.

"어머니, 아버지… 음. 어서 오세요. 어… 그러니까 음. 네. 그렇습니다. 하하."

강원도로 가기 전에 아버지랑 같이 오셨기 때문에 또 방문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준혁이라서 <또 오셨네요?> 말이 입에 순간 맴돌았는데 이걸 내뱉는 순간 분위기는 더 혼돈의 카오스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 그래, 아들 어서와라. 그… 엄마랑 내가 좀 타이밍이 잘못왔지? 음. 그… 오늘 네가 오면 피곤할 것 같아서… 아하하. 아빠가 음, 뭐 음식이나 이런 거 좀 해서 같이 먹으려고 왔는데. 눈치가 없었다."

"아뇨! 그, 눈치가 없다뇨. 그런 건… 엄… 음!"

대화는 어색하게 끊겼고 이를 듣고 있던 준혁의 어머니인 정미는 준혁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들…? 엄마랑 이야기를 할 때랑 뭔가 조금 달라서 많이 놀란 상태인데. 더 할 말 없니?"

"네? 아… 뭐, 딱히 없죠. 하하."

연애는 관심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발언을 했어지만 준혁은 뭐, 어쩔 수는 없다고 여겼다.

고백을 받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뻔뻔한 대답을 준혁이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능청스럽게 하자 정미는 눈을 흘겼지만 크게 반응이 없는 아들의 모습에 흘긴 눈을 풀었다.

"언제부터 사귄 거야?"

"응?"

"준혁이 네가 사귀자고 한 거야?"

"어? 어어. 뭐, 그렇지 말도 잘 통하고 배려심도 많고 무엇보다 좋아서."

준혁의 발언에 지은은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 보았다가 사과처럼 얼굴이 발갛게 달궈졌고 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그러면 나 누나 좀 집에 데려다 주고 올게요."

"아니야. 됐다. 연락을 안하고 온 우리가 방정이지."

"네?"

"흠흠, 잠깐이지만 이야기를 해보니까 참하고 그렇더라. 엄마는 아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 화이팅. 여보 얼른 가요."

그 짧은 시간에 대화도 다 했냐는 듯 쳐다 보니 지은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만. 음, 그래. 아들 나중에 네가 집에 와서 음 이야기도 하고 그러자. 하하하. 그리고… 지은양 우리 아들 잘 부탁해요. 얘가 애늙은이 기질이 있고 그래서 답답할 수도 있는데."

"여보?"

"하하하. 그럼 우리 이만 가보마. 그, 고기랑 해서 맛있게 잘했다. 냄새 끝내주지? 네 엄마가 아주 정성을 다해서……."

기어코 옆구리가 꼬집히고 난 뒤에 빠르게 현관으로 향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준혁은 부모님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연락 안하고 오셔도 돼요."

"아니다. 다 큰 성인 집에 오는데. 흠흠. 그럼 가보마. 보안도 좋고 다 좋더라. 내부 시설도 좋고 말이다. 하하. 우리 아들 출세했어!"

그렇게 아버지는 먼저 밖으로 휙 나가셨고 어머니는 현관에서 샐쭉한 표정으로 준혁에게 말했다.

"너… 엄마 속이고 그러면 안돼."

"속인 건 없었고."

"끝까지? 어휴. 아무튼 마음도 곱고 행동도 곱고 그렇네."

"얼굴도 고와."

준혁의 말이 지은에게 들렸는지 흠칫거리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정미는 얼른 자신이 가야 분위기가 풀리겠다 싶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수고해."

"주차장까지 같이 가요."

"됐다. 우리 그렇게 센스 없지 않아."

"어흠. 참… 괜찮은데."

"갈게."

부모님이 그렇게 돌아가시고 난 뒤 준혁은 주차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두 분이 내려가시는 모습을 본 이후에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고 그곳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지은을 보았다.

"미안.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너어~! 부모님한테 그렇게 능글하게 말하고 그러면 안돼."

"응? 그렇게 없었는데. 솔직하게 대답했어."

"뭐어?"

여전히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는 준혁의 모습에 지은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한 건 뭐… 내가 먼저 고백했다는 건데, 그거는 상관 없잖아."

"그건……."

"그리고 심성 곱고 행동 곱고 얼굴도 곱고… 거짓말하거나 능글거린 거 없어. 솔직하게 이야기 한 거야. 이런건 정면 돌파로 딱딱 말해야 편해서."

"너… 진짜 바람둥이고 그런 거 아니지?"

"이번 생은 모태솔로가 맞습니다."

학창 시절로 회귀를 했지만 그때 뭐, 주변에서 고백을 해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준혁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당시에는 회귀에 대한 것과 함께 주변의 또래 친구들이 다들 자기 자식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사귀거나 그럴 생각이 단 하나도 없었다.

지은과 사귀는 것도 살짝 머뭇거렸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그래서 회귀에 대한 부분도 섞어서 장난스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에 지은의 표정은 황당함이 가득했지만 어찌 되었든 기분은 괜찮아 보인 듯 했다.

"치… 말은 청산유수셔. 그래도 다행이야. 처음 걸린게 너희 부모님이라서."

"음, 부모님이라서 다행이기는 한데… 조금 수정해야 할 부분은 있네."

"뭐가?"

"처음 걸린 거 우리 부모님 아니야. 펜션 사장님이셔."

"뭐어!? 자, 잠깐 펜션 사장님… 우리 길드… 그 루카스… 님이라고 네가 말하지 않았어?"

"응. 그렇지… 그 손잡고 걸었을 때 보셨다고 하더라고."

준혁의 이야기에 지은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다시 쇼파에 철썩 주저 앉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잘 걸리지!?"

"그러게. 뭔가 계속 걸리는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뭐, 그래도 비밀 보장해주신다고 했으니까. 걱정 마. 워낙 입 무거우신 분이잖아."

"그렇긴 하지……."

"세상사 근심걱정을 계속하면 내 건강만 헤쳐. 그냥 밥이나 먹는 걸로 하자. 뭐, 알레르기 있고 그런 거 없지?"

"어? 어어."

별 것 아니라는 듯 준혁이 가볍게 행동을 하자 지은은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식탁에 준비를 해 놓은 음식들을 보면서 침을 꼴깍 삼켰다.

"너희 어머니 요리 솜씨 좋으시다."

"음… 솔직히 말하면 솜씨는 좀… 그냥 모양새를 잘 만드신다고 해야 하나? 보는 맛은 있게 하셔."

"야, 너 그런 말 하면 안된다?"

"맞벌이신데… 요리까지 잘하실 수 있나."

"아…?"

하지만 지은은 음식을 몇 점 집어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너 이런 음식을 갖고 맛 없다, 평범하다 그러면 안돼! 엄청 맛있는데?"

이에 준혁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맛을 봤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마법의 가루를 쓰신 건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정말 맛있어서 준혁은 괜히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된 것 같아서 머쓱했다.

"그러네?"

"너도 참… 아무튼. 모르겠다. 네가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뭔가 마음이 탁 편안하네."

"뭐, 걸리면 걸리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 어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죄 짓는 것도 아닌데."

"… 그렇네. 히히. 근데 역시 확실히 남자친구 잘 사귄 듯."

"그건 인정해. 흠흠. 먹자."

그렇게 둘은 죽창(竹槍)이 날라와 꽂혀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대화를 나누면서 알콩달콩 시간을 보냈으며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며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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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비가 오고 난리도...아닙니다유..

벌초 조심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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