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회
무관심
"김진욱! 너 이놈의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왜 멀쩡한 사람한테 그런 악성 글을 남기고 그런 거야! 어!"
김진욱은 아버지의 불호령에 몸을 움찔 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자신의 어머니가 체념을 했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사고뭉치인 자신을 위해서 어머니는 회사 퇴직금을 날리실 정도로 많은 부분을 합의금에 쏟아 내셨고, 이와 같은 부분이 아버지께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끌어 안아 주셨는데, 이제는 마치 모든 것을 놓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김진욱은 너무 불안했지만 일단 어머니에게 매달려야 답이 나온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진욱아… 그만하자. 됐다."
"네?"
"오늘 네 아버지랑… 말 끝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의 담담한 말투에 김진욱은 불안감이 휩쌓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냉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네 엄마가 갖다 쓴 돈이 퇴직금으로 다 해결 된 것 같나?"
"예?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데요……?"
"너 이 쌍놈의 새끼 뒤치닥 거리 하면서 까먹은 돈만 1억 5천이 넘어. 절도, 폭행부터… 학생 기록부까지 다 정리를 한다고 들어간 돈만 해도 2천은 족히 될 거다. 그게 네 엄마 퇴직금으로 다 되겠어?"
자신 때문에 쓴 돈이 그렇게 많았나 싶었던 진욱은 확실히 자신이 사고 친 것에 비해서 학생 평가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네 엄마가 2금융에서 빌린 돈만 1억이다. 나랑 하나도 상의 없이 빌린 돈만 8천이었어. 이자 내고 원금 갚는다고 내 등골 휘고 있다."
"네… 네에?"
"나는 네 엄마랑 달라. 잘못을 했으면 잘못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소년원 보낸다고 했는데 네 엄마가 그 짓을 해서 처리를 해버렸다. 그때 네 엄마한테 이혼 이야기 꺼냈었다."
갑자기 웬 이혼까지 이어지는지 몰랐지만 김진욱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아, 아버지? 노, 농담 이시죠?"
"농담 갔나? 나는 네 같은 망둥이 같은 놈 뒤치닥 거리 한다고 내 노후와 네 엄마 노후 망치기 싫다. 지금 빚 간신히 갚아가는데… 또 이딴 짓을 해? 너 집행 유예 기간인 건 알고 있어?"
"아! 아버지?"
"악플 단 상대를 보니까 좋은 일 많이 하는 유명한 젊은이라고 하던데 그런 사람에게 질시와 시기를 한다고 그런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조롱을 해? 너 같은 녀석 100트럭보다 더 귀한 사람이더라."
이래저래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김진욱에게 진욱의 아버지는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합의할 생각도 없고 돈도 없다. 지금 갚아야 할 금액이 3천만 원 남았는데 여기에 또 2천만 원 정도 추가하면 내 퇴직 때까지 갚아도 답이 없어. 그래서 결정했다. 네 엄마랑 갈라서기로."
"네?"
"그래도 너 때문에 갈라서는 거지. 네 엄마한테는 미운 마음 없으니 같이 살기는 할 거다. 하지만 너는 이제 이 집에 발 한 발자국도 못 들여 밀 거야."
"아버지!? 정말 이혼 하신다고요!?"
같이 살기는 해도 정말로 이혼을 한다는 소리에 김진욱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네 아빠가… 말했다. 여기서 사고 더 치면 이제는 나랑도 안 산다고 하더라… 초장부터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아니에요! 어머니. 그게 어떻게 어머니 잘못… 아버지! 잘못했어요. 제가 진짜 잘못했으니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됐어. 그때 벌써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그때도 변호사 만나서 이혼 상담까지 했는데 넘어갔던 거야."
자신 때문에 집이 풍비박산 난다는 말에 김진욱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단순히 부러움을 느끼고 악플을 달았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벌 받고 네가 알아서 하거라. 잡혀가든 벌금을 네가 알아서 내든 이제 나는 너 모른다. 다 큰 성인이고 다른 집 자식들이 대학가서 쓰는 돈보다 더 많은 걸 너에게 썼다. 책임은 없어. 네가 책임지고 네가 알아서 살아."
"아버지!"
"부르지 마.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너한테 도움 줄 능력도 없다. 나가서 정신 차리고 살든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살든 네 인생 네 마음대로 하면서 그렇게 살아. 당장나가!"
몽둥이로 쓸만한 뭔가 없는지 주변을 살피는 아버지의 모습에 진욱은 혼이 나간 상태로 집을 빠져 나갔고 그렇게 멍하니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그때 차량 구매했을 때! 집 주변이 찍혔잖아? 우리 동네라는 것은 다를 거 없으니까 한번 찾아보자!'
지갑에 그래도 3만 원이라는 돈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서 진욱은 희망을 갖고 PC방으로 향했다. 부디 자신이 알고 있는 곳이 나와서 준혁의 집을 찾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하면서 말이다.
* * *
"후우… 진욱이가 이 정도면 정신 차리겠지?"
진욱의 아버지는 진욱의 어머니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고 진욱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야죠… 얘가 언제까지 저럴 순 없잖아요. 글을 보니까 아직 얘가 철이 안 들었어요. 그냥 삐뚤어진게 그대로에요. 당신 말대로… 처음부터 단호하게 나갔어야 했는데. 흐윽!"
울음을 터트리는 진욱의 어머니를 진욱의 아버지는 다독이면서 말했다.
"내가 집안에 관심이 덜 해서 그런거지… 그래도 이혼한다는 말을 하니까 애가 놀라긴 하던데. 괜찮을 거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이런 모진 말을 하라고 하니까 나도 심장이 떨렸어."
"미안해요.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어요."
"괜찮아. 괜찮아. 후우……."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다독이고 챙기면서 자신들의 아들이 이런 큰 충격을 받았으니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한 통의 전화를 받기까지는 말이다.
따르르릉-
"진욱이 아버지 전화 왔네. 나는 괜찮으니 얼른 받아요."
"음? 뭐야. 주철이잖아?"
"주철씨요? PC방 시공 부탁했다던 동생?"
"어어. 뭐, 바닥 타일 시공 부탁해서 신경 써서 해줬지. 덕분에 다른 가게 일감도 얻었고."
"일감이라도 주려고 하는 건가? 그러면 진욱이 녀석 합의금에 좀 보탬이 될 것 같기도 한데."
말은 그렇게 했어도 진욱이 합의금을 다 못구 할 것이기에 못 이기는 척 적당한 부분을 보태줄 생각이었다.
다만 합의금을 모으는데까지 얼마나 힘이 들고 고단한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얼른 받아 봐요."
큰 돈이 나가게 생겼는데 그걸 메꿀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진욱의 어머니는 전화가 끊길까 얼른 받으라 재촉을 했고 진욱의 아버지도 헛기침을 하면서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밝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우리 주철 동생 아니야? 무슨 일인가?"
- 인직이 형님,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그냥 언제나 먹고 살 걱정 하면서 하루하루 버텨 나가고 있지."
- 아이고… 이것 참. 경기가 잘 풀리고 그래야 하는데.
"하하, 뭐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고 그런거지 뭐. 그런데 어쩐 일이야?"
힘들지만 그래도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간 진욱의 아버지 인직은 뒤이어 나오는 주철의 이야기에 얼굴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 아, 형님. 그 형님이 진욱이 주변에서 보이거든 연락을 해달라고 했잖아요?
"어? 어어. 뭐, 그렇지. 근데 그거 왜? 진욱이 봤어? 그거 사실은 우리 집에……."
- 네, 오늘 우리 PC방에 와서 뭐가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막 화면을 보고 궁시렁 거리면서 욕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뭐라고!?"
집에 한번 들렸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려던 인직은 주철의 말에 분노의 외침을 쏟아 내었다.
- 아이고! 깜짝이야.
"아! 미안하네. 미안해. 그 녀석이 지금 PC방에 있다고 자네 PC방?"
- 예, 뭐… 게임이나 뭐 그런 거 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략 영상도 보고 그러네요.
"허허… 사람 새끼가 아니야. 사람 새끼가……."
- 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아닐세. 그 녀석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도 말게. 그냥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있어줘."
- 네? 아… 예. 알겠습니다. 형님. 음… 뭔지 몰라도 힘 내세요.
주철은 자신의 전화로 인해서 집안에 무슨 일이 터졌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통화를 종료했으며 인직은 주철과 통화를 끊자, 정말 눈에서 정말 굵직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눈물은 진욱의 어머니조차 놀라게 만들었고 빠르게 다독이며 말했다.
"여보… 울지 말아요."
통화 소리가 크다 보니 대충 내용을 들었기에 어림 잡아 짐작을 할 수 있었던 진욱의 어머니는 소리도 못 내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편을 다독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아들이라고 조금이라도 보태주기 위해서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더니 들려오는 말은 정말 참혹스러운 소식이었다.
"내가 짐승 새끼를 길렀나 봐. 짐승을 말이야… 부모가 갈라진다고 해도 게임을 하러 가는 짐승을… 키웠어."
"여보……."
"허허허. 내가… 그래도 아들이라고! 하나 뿐인 자식이라고… 영순아 내가… 짐승을…!"
그 말과 함께 갑자기 진욱의 아버지인 인직은 눈을 감고 바닥에 툭- 쓰러졌는데 진욱의 어머인 영순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여보! 여보! 1,119! 119!!"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하면서 119를 호출한 영순은 의식을 잃은 남편이 잘못 될까 안절부절 하면서 공포에 떨었다.
정말 빠른 시간에 온 119 덕분에 인직은 무사히 응급실에 도착을 했고 다행히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혈압이 올라 의식이 잠시 끊어진 것이라서 푹 쉬면 된다는 말에 안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원수 같은 자신의 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박힌 것인지 몰라도… 전화를 안 받는 모습에 영순은 남편이 말한 짐승을 키웠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깊게 박혔다.
남편 말대로 어릴 때부터 버릇을 고쳤다면 지금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 *
"광고는 그렇게 모바일 쪽으로 하나 진행할 건데 라온미르에서 준비해주세요."
준혁의 말에 라온미르MCN의 영업 부장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 걱정 마세요!
"아, 그리고 정부 지원을 받는 인디 게임사들 잘 파악해서 엮어 주셔도 돼요. 라온미르도 좋고 저도 좋고 그러니까요.
- 그렇게 세심하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예. 그러면 그건 차트 받고 난 뒤에 제가 추려서 보낼 테니까 메일로 보내주세요."
- 감사합니다! 아 맞다. 그리고 그 악플러 있잖습니까… 김…….
"아! 악플 관련은 그냥 회사 측에서 다 진행해 주세요. 따로 보고 해주지 마시고요. 바빠서."
- 아아…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통화를 끊은 준혁은 목을 긁적이면서 자신에게 악플을 단 사람이 김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씨… 거참 누군지 몰라도. 패기 좋네. 아무튼 배짱 좋은 녀석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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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소중한 제품들을 잘 지키고 계신가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