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23화 (293/548)

323회

공개처형

"이 사람 뭐야? 완전 소름 돋아."

"알잖아. 망상을 꿈꾸는 애들. 아직 설 익어서 이 정도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서로 친분 쌓기 금지, 네임드화 금지라는 채팅 규율을 만드는 거야. 누나 방에서 얘를 언급하는 놈이 있으면 그 녀석도 일반 서드 계정이라고 보면 돼."

"서드 계정?"

"메인은 <훈수두는남자> 서브는 <지은여신신도> 서드로는 몰이꾼 계정이 나올 걸. 뭐, 여기에 휘둘린 시청자 몇 명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 목 쳐야 해."

지은은 연예계에서 겪을 일을 스트리머 일을 하며 겪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과거에 일부러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만들고 도움을 주고 호의를 표하면서 친분을 쌓게 하려는 남성 연예인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아주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인물 중 하나라서 그냥 어려운 상황을 자신이 스스로 다 해결했다.

덕분에 막내지만 당차고 씩씩한 이미지를 얻었고 말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

"세상 사는 곳이 다 비슷한 거지. 좋은 사람도 많은 반면 썩은 녀석들도 많아. 그것보다 나는 얘가 지금 설레발 치는 거 보면 어이가 없어."

"뭐가?"

"여기 댓글 보면 서드 아이디로 추측되는 녀석이 친목질을 시작하거든?"

준혁은 폰으로 저장을 해 놓은 댓글을 보여주었다.

-클린댓글클린마음: ㅎㅎ, 훈수두는남자님 착하시네. 나 같으면 욕하고 그랬을 건데.

└훈수두는남자: 별 말씀을. 골수 팬이라면 큰 충격에 빠지겠지만 저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요.

└클린댓글클린마음: 맞아요. 님 같은 분이 좀 많아져야 하는데.

└훈수두는남자: ㅎㅎㅎ 소수 몇 분이 이상한거지 다들 좋으신 분입니다. 댓글 보시면 욕한 분도 없이 그렇잖아요.

└지은여신신도: 됐다. 너 지랄 쌈 그만 싸 먹어라. 너랑 말하고 나니까 기운 빠진다. 아오. 짜증나. 간다.

└훈수두는남자: ^^;; 지은여신신도님 화 가라앉히시고 일단 나중이라도 사과 글 올려 보세요.

└클린댓글클린마음: ㄷㄷ 거의 마인드가 보살이시네. 무슨 종교 관련 직종이신가?

└훈수두는남자: ㅎㅎ;; 그럴리가요. 그냥 평범한 일하면서 취미로 방송도 좀 하고 그럽니다.

└클린댓글클린마음: 방송 하시는 분이셨구나? 아 왠지. ㅎㅎ 마인드가 좋으시더라니. 즐겨찾기 하러 갑니다.

└훈수두는남자: 아이고; 아닙니다. 그냥 취미라서 불규칙해요.

"웃기지?"

"그, 그렇네?"

"근데 여기서 더 웃긴건 뭔지 알아?"

"뭔데?"

"저렇게 길게 주고 받은 댓글이 15초 만에 설정 됐다. 뭐, 1분이 바뀌긴 했는데 첫 댓글이 52초에 달린 거라서 바뀐 거고……."

"바보인거네."

"응. 바보지. 그래서 일단 윤기형한테 연락을 해 놨어. 넥스트TV 운영자인데… 파워 쎈 사람이거든. 당장에 옥죄지 말고 아주 크게 목 내려칠 거라고."

준혁의 말에 지은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꿈뻑이며 쳐다 보았다.

"누나. 내가 나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건 그냥 대부분 넘어가. 뭐, 살짝 욕을 섞어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넘어가 줘. 친구들끼리 뭐 등신아, 씹쌔야… 이런 말들을 내뱉으면서 게임하고 그러거든."

"알고 있지."

"근데 내 주변을 건드리고 혹은 단순히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득을 취하려는 녀석들은 확실히 목을 내려 쳐. 이용을 하려고 했다면 그 만큼의 책임을 질 각오도 한다고 생각하거든."

"… 어떻게 하려고?"

뭔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준혁의 목소리에 임지은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준혁을 쳐다 보았다. 이런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방송한다고 자기가 입을 열었잖아? 그래서 방송 기록이 있나 살폈는데 히어로 크로니클도 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놀랍게도 12레벨의 초보야."

"그런데?"

"근데 이 녀석 원래 82레벨 캐릭터가 있었어. 다시보기는 전부 지웠는데 클립 영상이 남아 있더라? 남대륙에 있던 캐릭터였는데 삭제를 하고 새로 키웠나 봐."

"뭐라고? 캐릭터를 왜 지워?"

"하하, 왜 지웠겠어. 서대륙의 트리톤 지역에서 활동하려고 그런 거지."

준혁의 말에 임지은은 놀란 토끼눈을 하며 말했다.

"설마 우리 길드 가입하려고!?"

"응. 아이디로 훈수남이라고 하더라. 후후."

녀석은 실수를 아주 많이 했다. 넥게더의 댓글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방송의 전체 다시 보기는 삭제했지만 클립 영상은 삭제하지 않았다.

"트리톤에서 활동 중이라면… 끝장 나겠네."

"그렇지. 아주 끝장 낼 수 있어. 적어도 3년 간 이 게임을 못하게 할 수도 있거든."

"어, 어떻게?"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감옥에 가잖아?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도 3년 동안 감옥에만 있어야 해. 캐릭터를 지웠다가 생성해도 똑같은 처벌을 받아."

"저, 정말이야?"

"응. 그리고 난 이 수작질에 대해서 칼스 레이너 백작에게 도움을 청할 거야. 내가 왜 히어로 크로니클 세계의 NPC들을 사람처럼 대하라고 한 줄 알아?"

너무 뛰어난 AI 시스템으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무난한 대답을 했지만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NPC들이 우리의 세계관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이해… 하려고 한다고?"

"단순히 유희를 즐기러 온 모험가라는 존재를, 자신들의 세상을 방송으로 찍으면서 활동하는 우리 같은 이런 존재를… 그들은 그들의 입장으로 치환을 해서 이해하고 받아 드려."

"……."

"그 말은 우리 외부의 사정을… 히어로 크로니클 내부로 가져왔을 때, 자신들의 입장에서 바꿔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드려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자신들이 유희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개념을 고위 NPC들을 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리고 그걸 굉장히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고 무덤덤하게 받아드릴 수도 있고 그렇다는 말이야."

"아?!"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건방진 태도로 온 모험가와 그들의 세상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그들이 만든 문화에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험가가 있다면 불쾌함을 갖고 있는 고위 존재라도 일단 중립적으로 생각해줄 수 있겠지?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덜 불쾌할 거라고 생각해."

일단 저놈들 보다는 이놈들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 발자국 앞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트리톤에서 아주 철저하게 녹아 내리는 것을 지향했고 이번 의뢰로 인해서 칼스 레이너 백작과 좀 더 교감을 할 수 있게 되었어."

"그게… 밖의 일을 이쪽에 끌어와도 이해한다는 수준까지 된 거구나."

"그렇지. 밖에서는 법으로 안에서는 적어도 3년 이상을 아무것도 못하게 해줄 거야. 3년이 지나면 아마, 많은 변화가 있을 거고 그 초보자는 발도 붙이지 못하겠지."

현실에서 공개적으로 이 사건이 거론되는 것보다 트리톤에서 진행된다면 적어도 히어로 크로니클 게임 인생은 그 기간 동안은 충분히 아웃되는 상황일 것이다.

"아……."

"여기서 더 독하게 하면 노동 형량을 주면 더 독하게 돼. 1년은 8760시간… 인데 3만 시간의 형량을 채워야지 밖으로 갈 수 있다고 하면… 적어도 4년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봐. 게임 접는게 낫지."

히어로 크로니클을 못한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다. 자신도 그냥 그렇게 살아갔다.

다만… 사회 생활을 하는 이라면 답답한 부분이 많을 거다.

"근데 어떻게…? 그냥 강제적으로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니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어. 이런 애들은 자기가 똑똑한 줄 알고 있거든. 확실히 자신의 범죄가 드러난다면 할 말이 없는 거지."

준혁은 피식 웃으면서 깔끔히 무너트리겠다는 다짐을 했다.

"… 쪼금 무서운데 많이 든든하고 그렇다."

"내 주변인에게 그것도 여자 친구에게 수작질을 부리는 놈을 보고 멀쩡한 남자가 어디 있겠어? 다 눈 돌아가지. 최대한 이성적으로 하는 거야. 그리고… 슬쩍 소문도 흘려야지. 초심자 중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방송할 수 있는 스트리머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 직업 가이드 >를 활용해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지원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아?"

"그러면… 충분히 얼굴을 까고 나올 녀석이라고 생각해. 되게 훅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길 거야."

"악성 댓글에 적당히 반응을 해주는 액션도 취할 거고… 뭐, 재미있게 진행될 거니까 누나는 적당히 후원이나 이런 부분 거르는 걸로 하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듯 말이야."

"알았어."

지은은 준혁이 정말로 온, 오프라인에서 목을 내려치려는 계획을 듣고 준혁이 화가 나면 정말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게 자신을 지키기 위한 분노라는 것에 안도감과 든든함을 한편으로 느끼기도 했고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한 이상한 과몰입충에 대해서 혐오감을 끌어 올렸다.

"어휴, 괜히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에이. 괜찮아. 저런 애들 한 둘이 아니야. 누나. 내가 왜 크루원을 쉽게 못 받았게? 그리고 임원분들도 왜 선별 작업을 힘들게 하게… 저런 애들 거르려고 그러는 거야."

"보이지 않는 곳도 너 되게 많이 신경 써야 했구나."

"크루장이니까 당연하지. 라온 크루가 시간이 지나서 인기가 떨어져 서서히 가라앉는 태양이 되는 것은 상관 없어. 하지만… 누군가 오물을 뿌리거나 혹은 수작질을 부린다면… 나는 철저하게 상대를 무너트릴 거야."

회귀를 한 이후에 긴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아직 자신을 해코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귀 전 자신을 몰락시켰던 녀석들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다만, 녀석들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가는… 굳건히 쌓은 자신의 인맥과 모든 것을 동원해서 복수를 할 것이다. 현재의 삶 몫에 회귀 전의 삶 몫까지 더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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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노래하는 여성 스트리머의 실제 사연을 조금 각색한 실화입니다. ㅎㅎ;;

당시 충격이 커서 방송도 꽤 오래 쉬었다고 하네요.

음...세상엔 참 다양한 분들이 많습니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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