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회
공개처형
1시간 정도 평지화 작업을 하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킨 훈수남은 일을 다 끝 마쳤는지 지친 기색으로 온 한스에게 자연스레 이야기를 걸었다.
"일은 잘 끝내셨나요?"
"대략적으로 마무리는 지었지. 일단 C구역 작업부터 끝낼 생각이네. 그 내가 한다고 건드리지 말라니까 건드려서는 일을 더 키워. 에이."
화가 잔뜩 난 한스의 발언에 B구역이 뭔가 일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고 거기에 많은 이들이 신경 쓰고 있을 테니 자신은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뭐, 이런 게 거기에 있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되는데 애초에 잊혀진 물건이겠지. 크흐흐.'
아무튼 B구역이 요란하면 더 좋다는 것은 확실해서 한스가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훈수남은 즐겁기 그지 없었다.
"많이 복잡해 지셨나 봐요."
"뭐, 보수를 넉넉하게 더 준다고 했으니 상관 없지. 아무튼 자네도 제법 열심히 했구만 그래. 토미 녀석에게 붙잡히면 적어도 30분은 좀 노닥거릴 거라고 여겼는데."
"아하하… 열심히 해야죠."
"좋은 자세야.
한스는 지친 기색에도 흡족한 눈빛으로 훈수남을 쳐다 보았고 그 시선에 훈수남은 속으로 내심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루기 쉬운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훈수남은 한스가 주문하는 일들을 수행하면서 4시간 정도 작업을 했는데, 정말 성실하게 일을 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서 한스가 물어보면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쓸만한 인재라는 식으로 소개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 캐릭터 지운게 아깝지 않았다. 신의 한 수였어. 그리고 나랑 지은 여신님은 천생연분이라는 뜻이겠지. 덤으로 녀석이 구상한 대로 직업 가이드를 가지고 성장을 하게 되면… 분명 관심을 끌 테고 200만 원을 지원 받으면서 성장할 수도 있어.'
추가로 잘 성장하게 된다면 라온 길드 내에서도 핵심적인 위치까지 상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훈수남은 기본 밑 바탕이 되는 이 서브 직업을 잘 갈고 닦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총 6시간 가량을 열심히 노동을 하니 한스는 부지런히 일을 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 만났던 <루이>라는 이에게 데리고 갔는데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자네 칭찬이 아주 자자 하더군. 꾀부리는 것 없이 열심히 일한다고 말이야. 하하."
"별 말씀을요. 당연히 일 당을 받고 하는 것인데 성실히 해야죠."
"역시, 트리톤에 오는 모험가들은 참 개념이 좋아. 음! 그래 내 오늘 자네가 썩 괜찮아서 일당도 반절 더 얹어서 주도록 하지. 그리고 작업한 도구들 그거 자네가 가져도 좋아."
훈수남은 루이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작업에 쓴 물품들은 매직 등급의 물품으로 비싼 것은 10골드 이상을 주고 사야 하는 것도 있었다.
"예? 다, 다섯 개나 골랐는데요?"
"한스가 자네를 그렇게 아끼는 걸 보면 썩 재주가 있다는 것이니 재주 많은 모험가한테 베푸는 것이네. 한스 일 잘 보고 배우라고 말이야."
"가, 감사합니다!"
이래저래 오늘 정말 복 터졌다고 생각을 하면서 훈수남은 90도로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 잠깐 그 작업 도구들 이리 줘 보게."
"네? 아! 예."
물품을 건네 받은 루이는 품 속에서 작은 도장을 꺼내어 들더니 작업 도구에 툭 찍었는데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스파크가 잠시 발생했다.
"엌?"
"싸구려 물품이라도 백작님의 저택에 있는 것이니… 이런 건 기본이지. 예전에 한 욕심 많은 녀석이 작업 도구를 되파는 걸로 매달 100골드 이상을 챙겨 먹는 일이 발생했거든. 그 뒤로 이런 보안 장치를 마련했지."
"그, 그렇군요."
"당시에도 백작님께서 일당은 아낌 없이 베푸셨는데 버릇없는 녀석이었어."
루이의 말에 한스는 기억이 났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드워프, 토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군요?"
"아~ 그래. 이름이 토치였었나?"
"예. 그때 엄청 해 먹어서 저희도 꽤 고생했습니다. 그때 한참 광맥 개발을 한다고 곡괭이랑 안전모랑 해서… 엄청 많이 들어갔는데… 한 2500골드 정도 해먹었을 겁니다."
"그렇게 많이 쳐 먹었어?"
"예. 나중에 800골드를 후려 칠려다가 걸린 일 아닙니까."
"에잉. 그때 우리 사촌 형님이 관리 부실로 직위에서 해체 되셨지."
왠지 더 화를 낸다고 하더니 집안 식구가 엮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훈수남은 토치라는 놈이 나쁜 놈이라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호감을 쌓았다.
"흠, 아무튼 수고했네. 그 훈수남 자네는 내일 바로 여기로 오면 경비병에게 내 이름을 대도록 해. 그러면 바로 C구역으로 오면 돼."
"아! 네. 알겠습니다."
"한스 자네는 B구역 일 좀 마저 해결해주고. 오늘 밤까지 대강 마무리가 될 것 같으니 말이야."
루이가 자신을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훈수남은 자신의 아부가 아주 잘 통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한스와 함께 칼스 레이너 백작의 저택을 빠져 나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한스의 비위를 맞추는 말들을 내뱉었다.
"한스님 생각보다 더 대단하셨군요."
"대단하기는. 뭐, 그저 그렇지."
"장인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장인을 넘어서 거장임을 오늘 깨달았습니다. 열심히 배울테니 지도편달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참. 이 사람 말을 그렇게 허허허… 부끄럽구만."
한스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니 훈수남은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만든다는 속담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겼다.
'꼬장꼬장한 늙탱이 영감이 호탕하게 웃다니. 흐흐흐.'
오늘 자신이 성실히 일한 보람이 있다고 여기면서 저택의 정문을 지나쳐 나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삐이이이-
"음?"
"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괴상한 소리와 함께 빠져 나가려는 자신과 한스를 경비병이 아닌 기사 2명이 가로 막았는데 한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로버트 기, 기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응? 한스로군."
"예. 방금 일을 마치고 나가는 길입니다."
"아~ 그렇군."
기사는 한스의 말에 굳은 표정을 풀면서 이내 가볍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한스 자네 일하고 난 뒤에 작업 도구를 뭐 들고 온 거 아닌가?"
"예? 아닙니다. 오늘 평지화 작업은 이 친구가 했고 저는 오늘 기계 작업 쪽으로 돌려서 작업 도구를 쓴 것이 없는걸요?"
"응? 그래? 그러면… 이보게. 자네 뭐 작업 도구 같은 거 가져왔나?"
이에 훈수남은 자신이 루이에게 받은 물품이 잘못 되었나 싶어서 당황한 표정으로 한스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한스는 훈수남을 대신해 이야기를 했다.
"루이님이 일을 잘한다고 다섯 개의 물품을 그냥 주셨습니다. 제가 꽤 성실한 모험가라고 칭찬을 해서요……."
"루이님이? 그럼 직인도 찍혔나?"
"예! 물론입니다. 자네 얼른 작업 도구를 보여드리게."
"아! 네."
훈수남은 인벤토리에 넣은 작업도구들을 꺼내어 로버트라는 기사에게 모두 보여 주었고 직인이 모두 찍힌 것을 본 로버트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응? 오늘 자 직인으로 다 찍혔는데. 뭐지? 한스 일단 자네가 문을 들어갔다 나갔다를 한번 해 봐."
로버트의 말에 한스는 지시대로 했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고 훈수남은 자신이 문제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봐 모험가 이름이 뭐지?"
"훈수남입니다."
"그래. 자네가 이걸 들고 한스처럼 해보게. 그러면서 물품을 하나, 하나 빼보도록 해. 어느 물품이 이상하게 작동을 하는 지 알아야 하니까."
"아! 네."
훈수남은 로버트의 말대로 공짜로 받은 물품 다섯 개를 왔다갔다 하면서 하나, 하나 내려 놓았는데 마지막 삽이 한 자루 남았을 때까지 소리가 났다.
"삽이 문제인가? 한스 자네가 삽들고 한번 왔다갔다 해보게."
로버트는 훈수남이 가지고 있는 삽을 낚아 채어 한스에게 건네 주었고 한스는 직인이 잘 찍혀진 것을 확인한 뒤 고개를 갸웃거리며 왔다갔다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훈수남과 달리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로버트는 미간을 찌푸린 뒤에 훈수남에게 말했다.
"이봐 모험가. 한번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지금 상태에서 왔다갔다 해보도록."
"예? 아… 네."
뭐가 문제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한 훈수남은 이내 머릿속에 번뜩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품 속에 있는 주머니였다.
'설마… 씨벌?'
생각을 해보면 작업 도구에도 저런 보안이 되어져 있는데, 이런 주머니에 그런 보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아니지? 아닐꺼야.'
만약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이건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은 땀이 온 몸에서 쏟아질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훈수남은 영주 저택에서 나가기 위해 발을 내딛는 그 순간 <삐이이이> 경고음이 울렸다.
"… 한스 자네가 데리고 온 모험가라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훈수남… 설마? 뭐… 다른 물품을 가져 오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
"표정이나 행동을 봐서 적잖게 수상하니 자네도 그렇고 이 친구도 그렇고… 루이님께 가보도록 하지. 아니야… 줄리안님에게 가는게 낫겠어. 바로 확인을 하는 것이 편안하니."
"무, 물론입니다. 훈수남. 뭐라고 말 좀 하게나? 욕심을 낸 것이 있다면 이야기를 하란 말일세."
훈수남은 창백하게 질린 한스가 버럭버럭 내지르는 외침에도 그저 망했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못했다. 어떻게 위기를 탈출해야 하나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태였는데…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자네들 입구에서 뭐하나?"
"아! 줄리안 총관님! 외출을 하셨습니까?"
"그렇네. 라온 길드와 할 말이 있어서. 그나저나 한스를 붙잡고 뭐 하는 거야?"
"아… 그게 한스가 추천한 여기 훈수남이라는 모험가가 있는데… 이 친구에서 도난 방지음이 발생됩니다."
"도난? 한스가 추천한 인물이?"
"루이님이 한스님 추천 인물이라고 작업 도구도 선물을 해줘서 그게 문제가인가 싶었으나 아니었습니다."
줄리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스에게 말했다.
"한스, 자네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이 드네. 하지만 추천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자네도 책임을 져야 해."
"…면목 없습니다. 줄리안 총관님."
"잘 됐군. 내가 바로 즉석으로 확인을 하도록 하지."
인벤토리를 확인한다는 줄리안의 이야기에 훈수남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고 줄리안은 품속에서 동그란 수정구를 꺼내어 훈수남에게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랏빛 주머니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수정구를 통해 보여지는 인벤토리의 물품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신 나간 녀석! 백작님의 주머니를 탐 내!? 어디 소속이야! 어떤 녀석이야!"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단순히 이, 이걸 줏었는데!"
"녀석을 당장 특수 감옥에 쳐 넣도록 하게! 정신 나간 녀석이군."
"억울! 아니 억울은 아니지만! 잠시 마, 말을 할 수 있게!"
"감히 트리톤의 지배자이신 백작님의 물품을 그냥 가져가려고 하다니… 어떤 이유이든 어떤 상황이든 너는 최소 60년은 썩게 만들어주마. 쓰레기 같은 놈."
60년이라는 말에 훈수남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게임과 현실의 시간 대가 동일하니 60년이면 진짜 현실의 60년이었다.
"잠시만요! 돌려 드립니다! 당연히 돌려 드리려고 그랬어요! 여기!!"
주머니를 꺼내어 이야기를 진행하려는 훈수남을 보면서 줄리안은 당연하다는 듯 주머니를 낚아 챈 뒤에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녀석의 입에 재갈이라도 물리게. 당연한 것을 선심 쓰듯 이야기를 하는 미친녀석이로군. 한스 자네는 따로 나와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녀석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할테니."
"무, 물론입니다. 저도 저럴 줄 몰랐습니다."
벌벌 떠는 한스를 보면서 훈수남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뭐라도 말을 더 하려고 했으나 입에 떡 하니 채워진 재갈로 인해서 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발버둥을 쳐보아도 기사들의 능력치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한 초보자의 능력치는 별다른 감흥도 주지 못했고 훈수남은 2평 정도 되는 작은 독방 감옥에 갖혀 버렸다.
거기에 더 최악은 양 손과 양 발이 쉽게 움직일 수도 없는 묵직한 구속구까지 장착된 상태였으며 머릿속은 '망했다'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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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