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회
스노우 볼
"어어?"
준혁은 녹화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깜짝 놀랐다.
한 중년 남성이 주차장에 쓰러져 있었고 재빠르게 코에 손을 대어 보니 다행히 호흡은 하고 있었다.
왜 쓰러진지 알 수는 없으나 준혁은 재빠르게 119에 전화를 걸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중년 남성이 있다고 전화를 걸었다.
술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쓰러진 것을 보면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119 구급 요원의 말에 따라 이런저런 확인도 착실히 끝내 주었고, 이후에 호흡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옷의 압박을 줄여주었으며 체온 유지와 함께 마사지를 해주었다.
5분 가량을 정말 열심히 마사지를 하면서 노력을 하다 보니 중년 남성은 신음성 같은 것을 내었고 이내 구급차도 도착을 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준혁도 발견자이자 보호자 위치로 가야 했다.
"괜찮은 건가요?"
"아. 네. 제가 쉽게 말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의식만 없으시지 괜찮은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응급실 가서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발견자님이 잘 좀 해주셔야 해요."
"그거야 당연하죠.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요."
그렇게 구급차에서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말에 준혁은 좀 더 마음 편안하게 병원에 도착을 했고 응급실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과로 같은데, 쓰러지면서 뒤통수에 출혈이 살짝 있네요. 겉 출혈인지 아닌지는 좀 살펴야 할 것 같은데… 보호자가 아니라 발견 하신 분이시죠? 어떻게 검진 할까요?"
"제가 낼 테니까 하세요. 꼼꼼하게 살펴야죠. 사람 목숨 달린 일인데요."
"훌륭하신 분이네요. 요즘에는 MRI도 보험 처리되니까 확실하게 하는게 좋죠. 김간호사 빨리 검사 보네요."
김간호사라 불린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 남성을 데리고 가자 준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과로…
중년 남성을 보면서 회귀 전 자신 때문에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는 늘 야근을 하면서 힘드셨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저분이랑 연세가 비슷했던 시기인 것 같네.'
"저 나이 때에… 종종 오세요. 과로로 쓰러진 분들."
"네?"
"가장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나이거든요. 대학교 등록금을 내고 아니면 애들 결혼 시킨다고 바짝 돈을 모으고… 그런 시기라서. 회사는 슬슬 나이 있다고 눈치를 주지. 버티려면 악착 같이 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죠."
"아……."
"괜찮을 겁니다. 그, 대처가 빨랐던 것 같네요. 쓰러진 직후에 바로 처치가 된 것 같던데."
"주차장에 차를 데고 올라 가려다가 확인을 해서요. 잘은 모르지만 119 에서 대처 요령을 알려줘서 열심히 했는데 다행이네요."
119 구급대원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대처를 잘 했다고 하니 준혁은 뿌듯함이 올라왔다. 회귀 전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나 주고 자기 멋대로 하기 바쁜 삶이었다면 이번 삶아서는 사람을 2명이나 구했다.
"흠흠, 근데 혹시 싸인 좀 가능한가요?"
"네?"
"인디고님 팬이라서. 메인 구독 23 개월 째입니다."
"네에!?"
갑자기 응급실 의사가 자신의 팬이라는 소리를 내뱉자 준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좀 상황이 미묘하긴 하죠? 아하하."
"아… 그 싸인 예. 해드려야죠. 근데… 어디에?"
"잠시만요!"
그는 후다닥 뛰어가더니 메모장과 매직 하나를 가지고 왔고 이내 간호사와 몇 명의 사람들이 더 들어왔다.
"음? 설마?"
"하하, 저희 라온 길드원입니다. 흐… 브라운 공국 때는 참여를 못했네요. 병원일이 너무 바빠서요."
"아… 헉? 길드원분들이셨어요?"
"라온 길드는 어디에나 있죠."
뭐, 자신의 팬들 중에서 변호사도 있고 건물주도 있고 다양한 능력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애초에 준혁의 활동 영역이 그리 넓지도 않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봉사 활동을 할 때 정도였다.
그 외에 자리를 가진 것은 E게임 플레이 엑스포 때 외에는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팬들과 만나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요즘 시청자가 부쩍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좀 놀라우니 말이다.
그렇게 싸인을 쭉쭉 하면서 길드원 아이디도 들었고 자신이 아는 인물도 있었다.
"어? 박박냥냥님이세요? 그 보석 세공 하시던 분 아니셨나? 방송도 짧게 켜신 거 본 것 같은데."
"앗! 맞아요. 저에요! 와, 이쌤 보셨어요? 저 기억하고 있으셨음! 대박 여윽시 우리 대장!"
남성은 굉장히 기쁜 듯 말했는데 준혁은 당연히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엄청 우락부락한 건장한 몸을 갖고 있는 100% 전사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 보석 세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도 꽤 좋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와, 진짜 대박이네. 김… 아니, 그 박박냥냥이가 그때 후원도 5만원 받아서 저희 국밥 사줬거든요."
"아! 국밥은 진리죠."
"덕분에 밥 한 끼 뜨끈 하니 잘 먹었습니다. 혹시 방송한 길드원들은 다 기억하고 그러는 건가요?"
"전부는 아니어도 최대한 다 기억하려고 하죠. 아무래도 전반전인 길드원 상황들을 체크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니까요. 길드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런 저런 것들도 살펴야 해서요."
그렇게 길드원들에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저런 하다 보니 어느덧 환자는 나오게 되었고 검사 결과 다행히 외상만 있고 뇌 속에는 깔끔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단지 혈압이 좀 있는 분 같은데 과로를 해서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추가적인 설명도 들었고 말이다.
"의식은 깨어 나시는 거죠?"
"아마도 곧 깰 겁니다. 그리고 휴대폰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서 30분 내로 올 것 같고요."
"그러면 제가 그 병원비 계산만 하고 갈게요."
"그 가족분들 안 만나고요?"
"에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준혁의 이런 모습에 또 다시 병원 관계자이자 길드원들은 대협, 대장들을 이야기하면서 준혁을 부끄럽게 했다.
'빠, 빨리 도망을.'
그렇게 준혁은 시원하게 자신의 카드를 긁으면서 병원에 있는 길드원들과 인사와 약간의 포토 타임을 갖은 뒤, 집으로 다시 향했고 참 기묘한 하루라고 여겼다.
'그나저나 그 아저씨 성함도 모르네. 뭐라고 이름을 말해줬던 것 같은데.'
길드원들이라고 밝힌 것 때문에 놀란 마음이 커서 그런지 몰라도 싱숭생숭한 느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준혁은 40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폭풍과 같았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깔끔히 샤워를 하고 쇼파에 몸을 누우며 참 인생이 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돌아오면서 그들의 인생도 변화가 온 것이겠지? 그게 스노우 볼이 되어서 바뀐 것들이 많을 거고……."
그게 큰 변화일지 작은 변화일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그러고 보니 병원 관계자들도 얼굴에 피로감들이 상당하던데.'
병원 일도 3D 업종에 속할 정도로 힘들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마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방송을 더 열심히 하자. 그런 분들이 방송을 보고 웃음으로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날려 버릴 수 있게. 그게 내 결론이다."
* * *
[ 병원에서 응급환자 보는 협객단인데…….]
글쓴이: 화타를꿈꿨는데
응급실에 오늘 중년 남성분이 쓰러져서 왔는데
발견자, 보호자가 너무나 익숙한 우리 대장이라는 것을 단박에 파악.
떨리는 마음으로 중년 남성을 살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구급대원의 말을 들어보니 대협이 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주차장에 쓰러진 중년 남성분들을 발견하고 온 거임.
대처를 엄청 잘해서 의식을 잃은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셨다.
정말 다행이다.
넥타이도 풀고 벨트도 풀고 기도도 계속 확보를 해놓고 마사지도 했다고함.
그냥 모르는 이 중년 남성분을 위해서 대협은 멋진 말씀을 하셨다.
< 사람 구하는 일인데 돈이 중요합니까 제가 다 낼테니까 검사 확실히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
우리 대장 말씀 듣고 뻑 가버렸다.
다행히 내가 살핀 것처럼 큰 문제는 없었고 아무튼 마음 한결 놓은 표정한
우리 대장에게 정체를 밝히고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그랬음.
아! 그리고 우리 직원 중 한명이 예전에 방송도 했는데
그것도 기억하고 있어서 화들짝 놀랐담.
아무튼 우리 대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냥 인성이 너무 훌륭한 것 같았다.
우리 애기도 대장처럼 잘 자랐으면 좋겠다.
( 사진 )
방송 공지를 작성하기 위해 왔던 준혁은 인기글에 올라간 글을 보면서 헛바람을 삼켰다.
"아? 비밀로 안 했다."
당연히 자신의 카페와 넥게더는 불이 난 상태였고 다행히 아직은 기사가 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이고… 또 시끌시끌하겠네. 조용해야지 데이트를 하던 말던 하는데."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방송 공지는 나중에 작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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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