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회
사랑 받는 이유
무려 1초당 3000원의 후원을 받는 영상 후원인 만큼, 준혁은 카드깡을 하면서 확실하게 반응을 해주었다.
스트리머에 대한 좋은 덕담도 해주었고 인상이 깊었다는 듯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저들을 시청하는 이들은 있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채팅도 나오게 되었다.
뭐, 채팅 속도에 금방 묻히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받은 만큼, 서비스를 철저히 해주었고 그런 노력 덕분인지 피파 마스터 20에서 준혁은 말도 안되는 일을 경험했다.
"어? 이거 카드 뜨는게 뭔가 다른데요? 축구 클럽이 어?! 레전드!? 어어? 아이콘 카드가 나왔네!? 호나우두?"
레전드 중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수준으로 좋은 카드였기에 준혁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와, 지금 한 6만 원 정도 쓴 것 같은데. 이거 레전드죠?"
시청자들은 운빨 망겜이라며 준혁의 호나우두 카드 득템에 혀를 내둘렀고 준혁은 기쁘기 그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유지하며 멍하니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근데 뭐. 저는 피파 마스터20을 오래 할 것도 아닌데. 음, 돈 많이 쓰신 분에게 나오지. 허허. 아무튼 대박이네요."
이후에 시청자들과 너스레를 떨면서 달달하게 30만 원 후원과 15만 원 후원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한 다음에 또 한번 카드를 오픈했다.
"어? 이거 뭐야? 또?"
그와 함께 피파 마스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늘 고수하고 있던 굴리트라는 레전드 축구 선수까지 나오게 되었고 준혁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님들 원래 아이콘 카드 잘 뜨나요?"
▶열혈도르: 말도 안 돼. 내가 900만 원을 까서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은 카드가 이렇게 나온다고!? 그것도 가장 비싼 걸로!?
준혁은 갑작스레 등장한 열혈도르의 채팅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우, 형 그러게요. 이거 너무 좋은 카드가 나와서. 그냥 30만 원 정도만 카드 깡을 하고 적당히 맞춰서 갈게요. 오늘 당장에 해도 되겠는데요? 흠흠, 튜토리얼만 조금 하면 될 것 같네요."
준혁의 도발에 열혈도르는 분노의 채팅을 보였다.
▶열혈도르: 준혁아. 네가 뽑은 카드 2장 나도 있다. 그거 오버야. 허허.
"음~ 그냥 연습 게임 하자는 거였죠. 욥욥님이랑 보셈님 스케줄 맞춰서 해야 하니까요. 하하. 어~ 근데 진짜 하쉴? 아니면 텨텨?"
▶열혈도르: 허허, 아~ 준혁이 이거 안되겠네. 내가 900만 원의 힘을 보여줄게. 내가 몇 날 며칠을 깐 스쿼드의 힘을 너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마.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카드깡을 여기서 20만 원 정도만 더 할게요. 적당히 가성비 카드로 사면 될 것 같네요. 아니다. 레전드 선수인 아이콘 카드를 팔아서 음, 적당히 맞출까요? 그건 또 그런가? 아무튼 1시간 내로 연락 드릴게요."
그렇게 바로 피파 마스터 20 대전은 실행되었으며 준혁은 벌써부터 눈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열혈도르의 모습이 떠올랐다. 축구 관련 콘텐츠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의욕적이었는데, 세월의 힘으로 인해서 컨트롤은 많이 하락한 상태였다.
'그 반면 나는 아주 생생하고.'
피파 마스터 20은 아니어도 최근에 피파 마스터 19 시리즈를 플레이를 했었다.
20과 19가 컨트롤적인 차이는 크게 없다는 것과 그래픽 차이 정도만 있다는 것을 떠올렸을 때, 준혁은 승리를 자신했다.
'첫 판은 감을 잡는 다는 듯이 적당히, 두 번째 판은 무난히, 세 번째는 압도적으로 이겨야 돼. 뭐, 예상보다 실력이 좋으면 그냥 다승을 하는 가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는 거고. 후후.'
그렇게 준혁은 열혈도르와의 간이 예선전을 신청한 뒤, 좀 더 속도를 올려서 카드깡을 시작했고 정말 운이 좋게도 꽤 우수한 선수들로 11명의 선발 라인 업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평균적으로 선수들의 잠재 능력치 수치가 84정도 되는 수준이었고 30만 원으로는 이 수치를 뽑는 것이 기적이었다.
이를 목격한 시청자들은 복불복도 될놈만 된다며 한탄을 했으며 준혁은 카드깡을 하는 1시간 40분의 시간 동안 총 51개의 영상을 보았고 그 중에서 19명의 홍보 방송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 회식비 순식간에 벌었네. 허허. 홍보팀 감사합니다.'
흐뭇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준혁은 바로 피파 마스터 20의 튜토리얼 모드로 들어가서 천천히 연습을 하면서 컨트롤에 대한 감을 익혔다.
그리고 열혈도르와의 음성 채팅을 연결하여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고 미리 보는 친선 대회의 개념으로 열혈도르와의 피파 마스터 20을 시작했다.
* * *
"음, 조작감이 좀 더 뻑뻑해진 감이 있네요. 컨트롤도 좀 아쉬운데. 그래픽만 좋아진 느낌이고 나머지는 뭔가 애매한 느낌? 예전에 피파 마스터 18 정도의 뻑뻑함 같은 게 있는데요?"
준혁은 방송을 하면서 꽤 여유 있는 표정으로 드리블을 하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 피파 마스터 온라인4의 조작감이 더 나아 보이는데. 같은 회사인데. 흠, 그래도 개인기는 화려하게 뽑혀서 좋네요. 빼고, 넣고, 드로우 백으로 슛! 그리고 골인입니다. 튜토리얼에서 연습하길 잘했네요. 딱 그 상황이죠? 다시 재역전!"
열혈도르를 상대로 무슨 시청자들에게 교육 방송을 한다는 듯 태연하게 플레이를 진행하는데 점수 스코어는 3:2로 방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준혁은 첫 판이기에 공격과 패스에만 감을 익힌다는 개념으로 이런저런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국 4:3으로 승리를 하게 되었다.
"하하, 이것 참… 이겼네요. 음, 공격이랑 패스에 중점을 두다 보니 수비가 좀 아쉬웠는데 전략을 수비적으로 수정을 해서 보완을 해야겠어요. 공격은 이만하면 될 것 같은데. 음~ 열혈도르 형도 잘 하시네요."
잘 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준혁은 30만 원을 지른 상황이고 열혈도르는 900만 원을 지른 상황이었다.
물론 준혁이 운이 너무 좋아서 열혈도르가 값비싸게 구매한 레전드 선수 카드인 아이콘 카드 2개를 뽑았다고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차이를 보자면 열혈도르가 적어도 4:2 정도로 이겨야 했다.
- 준혁아, 너 혹시 피파 마스터 20 했니?
"지금 1승-0무-0패 으로 승리 하나 올랐어요. 형이랑 첫 경기입니다."
- 하, 이러면 안 되는데.
"네? 형 잘 하시던데요."
- 아니, 선수 덱 차이가 나는데. 첫 판을 한 너랑. 이렇게 되버리면.
"에이~ 뭐, 1골은 운 좋아서 난 건데요. 아직 2판 더 남았으니까 다음 판 형 이기시면 되죠. 뭐."
- 그게 쉽지가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고고.
뭔가 말리는 듯한 느낌에 열혈도르는 음성 대화를 그만두고 다시 게임을 진행했고 준혁은 이번에는 개인기를 자제하고 수비를 해서 열혈도르가 라인을 당기게 만들고 롱 패스로 공간을 파고 들어가서 득점하는 속칭 뻥 축구로 전술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으로 끝이 났고 열혈도르는 비명을 지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으아아아! 아니~! 골을 왜 못 넣어!? 슈팅을 왜! 아니. 같은 호나우두잖아? 어? 이렇게 되면 안되는 거지! 어?
"아하하, 그냥 아까 수비가 좀 불안해서 롱 패스 전술로 진행을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요. 그냥 호나우두고 치달(공을 차고 달리는 것)이 좋아서 진행했는데. 음, 크흠 그렇게 되었습니다."
- 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이러면 큰일 난다. 지금 채팅창 불타고 있어! 아니 어떻게 30만 원이랑 900만 원이 싸우는데 30만 원이!!
"에이, 뭐 또 그렇게 까지 하겠어요."
- 네가 내 방을 와서 보면 된다. 채팅창 불타는 거 봐! 지금 활활 타오른다.
"네? 진짜요? 형 시청자분들 매너 되게 좋으시던데. 확인하러 가볼게요."
그 말을 하면서 준혁이 정말로 열혈도르의 방으로 채팅을 보기 위해 이동을 하니 열혈도르의 방 시청자들은 바로 태세전환을 했다.
이들은 준혁이 볼 수 있도록 <열혈도르님 힘내세요>, <연습하면 진짜 승부는 이길 수 있습니다.>, <패패승승승 가즈아!> 등등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에이~ 형, 너무 하시네. 시청자분들이 다들 응원하시는데. 일부 시청자분들만 보고 그러면 안되죠."
- 아니야! 준혁아! 와~ 지금 나 소름 돋았어! 지금 이거 닭살 보여? 너희 정말 미쳤어! 어떻게 이래!? 준혁이 온다고!
"원래 패배하고 그러면 안 좋은 채팅이 눈에 들어오고 그러는 거에요. 아무튼 막판은… 그냥 하지 말까요? 형 컨디션 안 좋아 보이시는데."
- 와! 준혁아. 너 속고 있는 거야! 와… 이거 얘들 봐라? 하아! 진짜 무섭다. 애들이 이제 무서워. 하아… 그래도 승부는 가야지. 마지막까지 간다.
"넵. 그럼 저도 공격적으로 할게요. 수비적인 부분은 좀 공격수만 살아나니까 재미가 없네요."
공격적으로 나가면 첫 판처럼 치열한 득점 싸움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 열혈도르는 흔쾌히 좋다는 말을 했고 준혁은 수비, 공격, 패스를 꽤 좋은 느낌으로 감을 잡았기에 세 번째 판에서는 열혈도르를 찍어 눌렀다.
물론 마지막에 일부로 수비를 빼면서 1점을 내주게 해줬지만 5:1로 승리를 거두었고 준혁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 이게 이렇게 되면. 음. 크흠. 아무튼 형. 재미있게 했습니다. 어… 저는 히어로 크로니클 하러 가볼게요. 1부 콘텐츠가… 뭔가 잘 뽑히긴 했는데. 미안해요."
- …….
"형……?"
- 나는 이제 더 지를 것도 없어.
"네?"
- 올 레전드 선수… 올 아이콘 카드라서 더 질러도 지를 수가 없어. 그런데 내가 뭘 어떻게 더 잘 해야 하냐. 이 놈들아! 준혁이가 보통 스트리머야. 프로 게이머들도 인정하는데… 어!? 준혁아 지금 내 방송 빨리 와봐!
"아? 네. 알겠습니다. 금방 켤게요."
열혈도르의 말에 준혁은 방송을 다시 들어가 보니 채팅창은 여전히 응원의 말과 정중한 조언들이 달려져 있었다.
물론 이걸 시청자들이 일부로 한다는 것을 준혁은 알고 있었기에 뭐가 문제냐는 듯 열혈도르에게 되물었다.
"형 왜요?"
- 하~! 얘들 진짜 내 방 시청자 정상이 아니야. 얘들 무섭다.
"… 시청자분들 지금처럼 잘 다독여 주세요. 죄송합니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중거리 슈팅이 계속 들어가는 바람에."
- 그게 아니야. 준혁아. 우리 방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우리는 야생, 정글이란 말이야.
"아하하… 아무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 화이팅."
그렇게 준혁은 끝까지 시청자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음성 채팅을 빠져 나왔고 자신의 방 시청자들을 향해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만약에 제가 졌으면… 제가 열혈도르 형처럼 말했겠죠?"
준혁의 말에 시청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준혁이 말한 것임을 깨닫고 다들 웃음을 터트렸고 준혁은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놀리세요. 저도 막판에 너무 과하게 이겨서 좀 놀랐거든요. 크흠. 아무튼 2부는 히어로 크로니클로 넘어가겠습니다~."
* * *
준혁의 마지막 발언은 클립 영상으로 만들어져 열혈도르에게 전송되었고 열혈도르는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울부짖었고 열혈도르의 시청자들은 역시 방송 센스가 좋다면서 준혁에 대한 칭찬을 하며 바짝 열혈도르를 타박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니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그러나 이런 열혈도르의 앓는 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카드깡에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 열혈도르는 영상 후원을 켰고 속칭 씹덕이라 불리는 과한 수준의 콘셉트가 들어간 일본 애니메이션을 일반 시청자들이 같이 보았기 때문이다.
고통을 같이 참아 내었으니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이를 악문 시청자들의 모습에 열혈도르는 고개를 떨궜다.
"튜토리얼부터 연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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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