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회
사랑 받는 이유
팬미팅 추첨이 끝나고 난 다음의 방송에서 준혁은 채팅창의 텐션이 묘하게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의 설렘과 아쉬움이 빠진 것도 있겠지만 생각 외로 분위기가 쳐져 있는 것을 보면서 준혁은 재빠른 수를 둬야 했다.
만약 지금 텐션이 이렇게 떨어진다면, 끝까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제 추첨이 끝나고 난 뒤에 고민을 해봤는데, 제가 여러분을 더 데리고 가지는 못해도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무엇인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부터 일 주일 동안 매일 치킨 100마리 쏠 예정이에요. 방송 들어오셔서 반갑게 인사 한 마디를 해주시면 자동 참여가 될 겁니다."
700마리의 치킨을 추가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정말 큰 돈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벌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피파 마스터20의 카드깡을 하면서 벌어드린 수익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되었고 말이다.
이에 채팅창은 금세 활활 타올랐는데 일 주일이긴 하지만 매일 치킨 100마리라는 것은 다들 의욕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벤트를 통한 금융 치료 효과로 인해여 채팅 창의 분위기가 밝아지자 준혁은 속으로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기분을 끌어 올려주는 행동들을 방송에서 오늘 열심히 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의욕이 떨어질 때에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흐름을 풀어가 주는 것이 좋은데 대규모 단체 게임보다는 개인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이나 혹은 1:1 대전 게임들이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런 종류의 게임들은 자신이 약간의 도박을 하더라도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신 혼자이기 때문에 괜한 트롤링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아도 되고 또 시청자의 요구대로 진행을 했는데 멋들어지게 클리어를 한다면 그것 역시 좋은 반응이 나온다.
'히어로 크로니클 방송은 일단 방송 분량을 개인 사냥으로 해야겠고… 2부는 인디 게임이 아니라 시청자 참여 대전 게임으로 해서 적당히 어울려 줘야겠다.'
혹은 숙제를 받았던 게임을 같이 하면서 시청자들에 대한 칭찬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준혁은 그렇게 시청자 기세우기 방송을 진행했고…
방송은 매우 흥했다.
티가 나지 않게 매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입맛대로 오랜 만에 진행을 해주면서 시간을 보내니 채팅 참여도 활발해졌다.
15초 딜레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우르르 올라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방송 종료 시점에서는 시청자들이 다들 기운찬 모습을 보였으며 채팅 참여도 역시 평균보다 30% 이상이 높은 시점으로 알찬 방송이 만들어졌다.
'오랜 만에 고생하네.'
시청자 수가 없을 때, 시청자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 이런 식의 방송을 많이 했었는데 넥스트TV 코리아 내에서는 적어도 압도적인 수준으로 성장을 한 뒤에는 딱 자신이 준비한 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만 했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거였을 수도? 이런 식으로 해주고 그래야 방송이 색 다르지. 늘 같으면 좀 그렇잖아.'
종종 변수도 있고 즉흥적인 맛도 있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히어로 크로니클 이후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거대한 크루와 길드를 이끄는 자리에 앉다 보니 방송 스타일도 그렇게 변한 듯 했는데, 개인적인 것을 진행할 때는 굳이 그렇게 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졌다.
'음,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고 방송 종료를 하는 구만. 다음 진행은 좀 신선하게 해봐야겠어.'
* * *
"크리스마스에 애들 뭐 선물 주면 좋아할까?"
지은의 이야기에 준혁은 턱을 긁적이며 고민을 하다가 이야기를 했다.
"음, 학교 다니는 애들은 운동화, 가방, 외투, 옷… 학용품 이런 걸 좀 신경 쓰면 아무래도 좋지. 아직 애들은 장난감이 여전히 좋고."
"사실 봉사 활동은 한번도 안 해봐서. 막 그래. 내가 가도 될까 싶기도 하고."
"뭐, 어때. 좋은 일 하러 가는데. 그리고 치킨, 피자 이런 것도 시켜주면 좋아하고 음~ 애들 먹일 고기들도 좀 사가면 좋아. 정육점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틈틈이 고기를 보내 주시는데 애들이 크면 고기를 많이 찾고 그러잖아."
"그렇긴 하겠다. 고기는 좋으니까. 근데 혹시나 해서 전화 걸고 그랬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너랑 너희 시청자분들이 꾸준히 도와줘서. 아직도 힘든 거야?"
"아이들이 거기만 있는 건 아니니까. 형제고 자매고 다 그런 거지."
"아! 그런 건 생각을 못했네."
"많이 좋아진 거지. 다른 보육원을 도울 정도로 시설이 좋아진 거니까. 다른 곳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쪽을 통해서 그렇게 도움이 되면 좋은 거 아닐까 싶어."
아무래도 어머니가 관련된 곳이다 보니 다른 곳에 기부를 하는 것보다 어머니가 관련된 곳에 기부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와 상관없이 세계적 아동 복지 기구에도 나름 큰 금액을 꾸준히 넣고는 있지만 한국에서의 기부는 다 부모님이 관련된 곳이었다.
"그렇구나."
"나는 그냥 단체에 기부 정도만 했거든."
"음~ 그것도 좋은 거지."
"그래서 막 그런 걸로 기사 나고 그러면 좀 부끄러웠어. 난 딱히 누굴 도와준 것도 아닌 걸."
"허허, 그게 엄청나게 도와준 거야. 지원이 많아도 열악하거든.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었어. 정치 이미지를 키워 올린다고 이런 복지 센터에 찾아와서 기부하고 사진 찍는 정치인이 그냥 말만 하는 네티즌보다 100배는 좋다고. 그 날은 피곤해도 애들이 먹고 싶은 거 먹고 입고 싶은 거 입힐 수 있거든."
"아……."
"근데 누나는 크게 기부를 떡 하니 해줬으니 얼마나 좋아."
이는 정치인의 쇼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해당 복지 센터의 센터장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단발성이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그들이 그냥 취재를 한다고 해서 들 쑤시고 있는 기자보다 낫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기자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기사에 쓰지 않고 따로 기자들을 모아 진행하는 케이블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썰로 풀어 정치인들의 쇼라고 생각을 해도 그나마 그렇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국민 여러분이 잘 봐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가?"
"어. 그리고 누나 가는 것 만으로도 그냥 애들 좋아할 걸."
"애들이? 왜?"
"애들은 예쁜 누나 좋아해."
"뭐어? 너 놀릴래?"
"하~ 이 누나가 진짜 모르네. 애들은 예쁘면 호감을 갖어. 근데 그 사람이 자기에게 잘해주면 더 좋아해. 물론 오래된 관계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빠르게 친해지고 그렇지. 정육점 사장님이 내가 애들이랑 노는 거 보면서 억울함의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고."
정육점 사장님은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 수 있게 될 때까지 무려 2년의 고행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은 몇 번 가서 놀아주고 그러면서 친해졌다.
물론 자신이 잘생겼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정육점 사장님이 과하게 실전 근육으로 압축된 거구에 산적과 같은 수염과 부리부리한 눈으로 좀 고개를 숙이게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탓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친해졌다.
"아무튼 그런 일화가 있으니까 그냥 이것저것 나랑 같이 짐 나르면서 웃어주기만 하면 될 꺼야. 아! 그리고 노래나 이런 거 부르는 건 하지 마. 완치가 되었다고 해도 조심은 해야지."
"과도하게 고음을 쓰지 않으면 상관은 없어."
"그래도. 목 관리 철저히 해야 해. 고운 소리 오래오래 간직해야지."
자신 덕분에 임지은은 스트리머 생활을 빨리하게 되었고 다행히 성대 결절 문제도 깔끔하게 치료가 되어 더 온전한 목소리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상, 현역으로 돌아가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준혁은 임지은이 과도하게 고음이 많은 노래들을 소화해 내며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목소리가 많이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트리머 생활을 하면서 이 부분을 직접 이야기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이 그런 일은 자제 하려고 한 것이다. 한 곡, 두 곡 괜찮다고 계속 하다가는 결국엔 망가지니까.
임지은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지은에 대한 걱정을 담아 이야기 했고 지은은 이런 준혁의 말에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너, 너는 좀 말이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야."
"응? 하하.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아재스럽다."
"치이~ 그래도 밤에 한강 데이트 해서 이런 말들도 다 봐준다!"
"좀 춥기는 해도 괜찮지? 겨울인데도 커플들은 꽤 있는 것 같네. 다들 손잡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바빠."
"응. 나도 진짜 놀랐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하긴 데이트 코스가 쉽지가 않기는 할 거야?"
"아무래도 저 나이 또래면 지갑이 얇을 수 밖에 없으니까."
준혁의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 외의 이야기도 있었다. 준혁과 지은이 한강에서 자주 데이트를 하고 즐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많이 퍼진 상태라서 젊은 연인들이 자주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 되었다.
푸드 트럭도 꽤 생기게 되었고 밤에도 즐길 수 있는 간이 놀이장도 작게 생기면서 더욱 데이트 명소로 거듭나고 있었다.
물론 이런 걸 준혁이 알 리가 없었고 지은도 알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 먹을 거 되게 많이 생겼다."
"맛은 뭐, 비슷 비슷하고 비싸긴 해도 먹으면서 돌아다니기는 좋은 듯."
"응. 스테이크 맛있었어."
"고기는 진리지."
"헤헤, 너랑 이렇게 이야기 하고 그러니까… 뭔가 보육원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싹 사라진 느낌이야. 이래저래 걱정 많이 했거든. 난 낯선 사람이니까… 싫어하면 어쩌지? 이러면서."
이에 준혁은 커다란 손을 지은의 머리 위에 올려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애들이 예쁜 것도 좋아하지만 착한 사람도 좋아해. 딱 보면 누나는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적혀 있거든. 그러니까 걱정 말고."
"… 알겠어."
"가자. 살짝 한 바퀴 돌고 들어 가야겠다. 사람들이 점점 붐벼지는 것 같아."
"응. 정말 그래야겠다."
둘은 그렇게 수 많은 인파에도 둘 만의 공간에 있다는 듯 오붓하게 산책을 했고 한 사내가 흐뭇한 표정으로 준혁과 지은을 향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어휴, 선남선녀네. 10일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 훈훈하기 그지 없는 커플이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나 했는데… 보기 드물어. 참 좋군 그래."
그는 바로 연예계 전문 기자였고 불법적이긴 해도 운 좋게 대화 내용을 녹음하여 아주 좋은 기사를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타이틀은 < 사랑 받는 이유가 있는 커플. > 이라고 하면 좋겠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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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