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53화 (323/548)

353회

사랑 받는 이유

조용하기 그지 없는 테라스에서 칼스 레이너 백작은 시원하게 음료를 쭉 들이키면서 이야기를 했다.

"자네, 이번에 중립 지역으로 간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도 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계시네. 그리고 자네가 해준 일들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니 줄 것도 있다고 하고."

"예?"

"적어도 우르크 제국에서는 자네 덕분에 모험가들에 의해서 귀찮은 일들이 없어진 상태거든. 뭐, 서대륙 전역으로 따지면 몇몇 나라는 모험가들을 정리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수도로 한번 가야겠어."

준혁은 갑자기 거론된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저, 그게 제가 일정이 빡빡한데 일찍 가야 하는 겁니까? 뭐, 당연히 일찍 가야 하는 건 맞겠지만……."

팬미팅을 비롯해서 크리스마스 때, 봉사 활동을 같이 가고 그러면 시간이 매우 빡빡한 상태였다. 팬미팅 준비도 지금부터 들어가야 했고 그 전에 프로스트, 파이터 게임즈 두 게임 회사와의 스폰 계약 체결도 진행해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아~ 그건 걱정 말게. 대이동마법진을 통해서 이동을 하고 귀환 주문서를 통해서 수도 진입을 할 걸세. 눈 깜박이면 금방이라는 이야기지."

"… 그,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거기 가서 어떤 것을 해야 합니까?"

"딱히 그런 것은 없네만. 그나저나 자네 밖에서도 소문이 좋더군."

"예? 무슨 소문 말입니까?"

금시초문이기에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칼스 레이너 백작은 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좋은 일을 한다고 많은 소문이 들었어. 한결 같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네. 음. 참으로 훌륭해."

"아~ 아하하.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조용히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도둑 길드와 같은 정보 상인에게 파악이 되어서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어찌하겠나. 그들은 정말 널리 퍼져있으니 어쩔 수 없지."

비슷한 개념으로 봐도 되기는 하지만 준혁은 그저 멋쩍을 뿐이었다.

"이곳에서도 그런 것들이 많다네. 전쟁 고아들이 참 많았어. 이런 말을 하면 꼬장꼬장한 노인네라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젊었을 적에는… 우리 아버님 시절에는 근처에 몬스터들이 너무 많았지. 그리고 각종 종족들과의 중재, 다툼이 많았어. 결국엔 전쟁도 이어진 곳도 있었네. 나는 그런 것이 싫었네."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하는 칼스 레이너 백작의 모습을 보면서 준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은 모두에게 있어서 참여한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만 있을 뿐이니 말이다.

"나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아비가 없어져서 배움 대신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싫었어. 그래서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하기로 결정을 했지. 완벽하게 무역에 있어서 내 규칙을 따르게 만들었어. 대신 합리적이어야 했지. 그리고 그렇게 최대 무역 도시인 트리톤이 형성 되었어."

간단히 압축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엄청난 희생과 칼스 레이너의 노력이 집대성 되어져 트리톤이 형성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칼스 레이너 백작이 아닌 다른 영주가 되었을 때 무역 도시로써 다양함들이 사라진 것이로군. 이 사람은 천재야…….'

그 바쁜 와중에 상위 마스터 경지에서 활약 중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한 곳에만 집중을 해서 성장을 했다면 아마 더욱 더 높은 수준의 무력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그럴 수도 있고.'

마스터 경지에 올라서면서 마스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뀽과 같은 마스터에 이른 이들과 만남을 가지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때와 달리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된다는 감이 있었는데…

'칼스 레이너 백작은 그런게 없다. 기척을 죽이는데 탁월한 것이 있던가… 아니면 월등한 경지에 도달했던가. 둘 중 하나 겠지.'

하지만 전자에 많이 초점이 맞춰질 것 같았다. 그러니 간달푸라는 황제의 충신이 그를 요주의 인물로 살폈을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폐하께서는 자네가 특별하다고 하시더군. 내가 아는 것보다 무엇을 더 보셨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걸 위한 선물이니 큰 일을 치르기 전에 오는 것이 좋다고 하셨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황제가 파악을 하고 있나 싶어 준혁은 속으로 굉장히 뜨끔 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긴 그런 무력에 말도 안되는 제국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런 기록이 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음! 그러면 테무칸이 이야기를 했던 번개의 창을 쓰던 사람도 알고 있을까?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왠지 황제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 그리고 이 말씀도 하셨네. 마스터에 올랐으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것이고 적은 더욱 강대해질 것이라고 말이야. 자네 누구와 척을 진 것인가?"

"어… 척을 진 이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백작님께도 부탁을 드린 이들처럼…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음, 그렇긴 하군. 뭐… 아무튼 폐하의 심중을 늙은 내가 어찌 알겠는가. 하하. 다 뜻이 있으신 것이지."

이에 준혁은 확실히 황제가 자신의 직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적까지도 말이다.

자신은 누가 뚜렷하게 적인지 모르지만 황제는 알고 있으니… 수도로 일단 향하는 것을 방향으로 잡기로 했다.

'그나저나 황제는 누구 편일까? 설마 최종 흑막이고 그런 건 아니겠지? 신은 아니지만 신에 근접 하려고 했던 놈팽이를 잡은 상대인데. 아 싸늘하네. 이거.'

딱 봐도 최종 보스 냄새가 풀풀 풍기는 탓에 준혁은 찝찝함이 살짝 생겼지만 이내 받아드리기로 했다.

"그 말씀을 해주시기 위해서 저를 부르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할 부분은 폐하에게 있지. 내가 한 것은 아니네. 아~ 그리고 그 자네를 해코지 하려고 했던 그 사내는 잘 해결 되었나?"

"아마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타인을 해하려고 했다면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맞는 말이야. 세상엔 참 이상한 이들이 많아. 이곳도 그렇지만 자네들 세상도 희한한 부분이 많아. 아무튼 수고했네. 요즘에 해리 녀석이 제법 관리자로써의 티가 나더군. 자네가 중책을 맡긴 탓이겠지."

해리는 차후 만약에 어떠한 직위를 얻으려 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브라운 공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르크 제국에서도 꽤 요란하게 다뤄진 것이고 그곳에 관리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황제가 직접 그것을 처단했기에 별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르크 제국에서 일을 구하기 꽤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호인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해리를 칼스 레이너 백작이 데리고 온 경향도 있었는데, 어찌 일이 잘 풀리면서 라온 길드에 들어갔고 길드의 두뇌가 되었다.

행정 쪽에 탁월한 재능이 있기에 4개로 나뉘어진 길드를 아주 깔끔하게 잘 운영을 했으며 길드 내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해리 역시 많이 밝아진 상태고 말이다.

"해리님 덕분에 저희가 많이 나아진 것인걸요."

"후후. 서로 좋으면 된 것이지. 그나저나 만약에 해리가 트리톤을 다스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트리…톤을요?"

"그렇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 자네의 식견이라면 충분히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길드 운영도 자네가 이끌었으니 말이야."

"… 굉장히 잘 다스릴 것 같습니다. 중립적으로 살필 줄 알고 빠르게 결정짓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지 않고 과정을 살피는데 이상적인 위정자의 모습입니다. 단지,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과감함이 없기에 안정적인 현재의 상황에서는 최고의 치세를 펼치겠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중심을 못 잡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브라운 공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았고요."

해리가 트리톤 영지를 잇는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현재의 트리톤을 다스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변화가 생기고 위험한 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는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종족이 머물고 있는 트리톤의 상황에서는 엄청난 위기일 것이니 굳건한 심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음, 그렇구만. 혹 그렇다면 자네가 트리톤이 위기일 때 굳건히 있어줄 생각은 있는가?"

"… 트리톤은 저희 라온 길드의 본 거지이자 고향과 같습니다. 트리톤에서 저희가 쫓겨 나는 것이 아니라면 떠날 이유가 없죠."

"그래. 그러면 되었네."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직 엄청 정정하시지 않습니까?"

"큰 일을 겪고 나니 후계가 필요한 것 같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네. 뭐, 그냥 쭉 살다가 이대로 끝이 나면 폐하가 임명한 누군가가 오겠지만… 좋은 인재가 곁에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일세."

준혁은 칼스 레이너 백작의 말에 동의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후계가 있다면 트리톤은 더욱 안정적인 곳이 될 것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족히 20년, 아니 30년은 더 정정하게 할 것 같은데.'

마스터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 이상 되어 보이는 실력자로 추정되는 이가 뒤로 물러난 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의 이야기겠지 뭐.'

아마도 최소한 10년 이상의 뒤의 일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사실 상, 라온 길드가 어떻게 되어져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준혁은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해리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확실히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라온 길드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도 종족에 상관 없이 해리씨를 좋아합니다."

"그렇나? 후후. 잘 되었군. 그들이 미래이니 말이야."

"아이들이 미래죠."

"후후, 그래. 솔직히 대답을 해줘서 고맙네. 음~ 그리고 자네 수도로 떠날 준비가 되면 이야기를 해주게. 통신을 통해서 알리면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근데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겁니까?"

"딱히 상관 없네. 그냥 자네가 큰일 치르기 전에 오면 좋다고 하셨지."

"아! 그러면 한 15일 정도의 여유가 있을까요?"

"충분하지."

그러면 대략적으로 굵직한 현실 일정은 다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준혁은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5일 뒤 즈음에 제가 말씀을 드리러 오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그럼 수고 하게나."

* * *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준혁은 칼스 레이너의 저택을 빠져 나왔고 칼스 레이너는 그런 준혁을 쳐다 보더니 책장이 있는 쪽을 향해서 말했다.

"어찌 생각하나? 자네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리를 정말 아끼는 것이 느껴집니다."

"나는 라온 길드가 이렇게 성장하면 트리톤을 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런게 없군."

"저들은 그저 이곳의 주민으로써 살아갈 생각을 할 뿐입니다.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은 주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군… 근데 말이야… 거대한 라온 길드를 여태까지 운영을 했다는 것을 보면… 인디고 역시 나쁘지 않은 지배자라고 생각을 해야겠지?"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백작님과 해리의 재능 아래라고 보여집니다. 분열 없이 지배를 할 수 있는 자고 인디고는 나눔으로써 안정화를 꾸리는 이니까요."

"그것도 그렇군. 고맙네. 화이트. 이로써 4번의 만남이 남았군."

화이트…

수련의 탑에서 상인으로 지내던 그가 칼스 레이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백작님처럼 좋은 고객은 오래오래 만나야 하지만… 저희 일족의 규칙이라서 말입니다. 주인이 아닌 자에게 이렇게 대출혈 서비스를 한 적은 없습니다."

"하하, 알고 있네. 그저… 내 이후를 생각지 않다가 생각을 하니 이래저래 욕심이 나는 것 같아."

"모든 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런가? 지금처럼 둘이 서로를 돕는다면 트리톤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예언자가 아니라서 알 수 없지만… 트리톤은 오래 번영할 겁니다. 인디고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은 변하기에 확답으로 드릴 수는 없습니다."

"후후, 그 정도면 되었네. 음! 그나저나 흔적은 없다고?"

화이트는 칼스 레이너 백작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정체를 지우고 떠났습니다. 뀽이라는 인물과의 접촉이 있다는 것도 확인을 했고… 확실히 재미있는 상대였습니다."

"크로노스라고 했던가? 이름 말이야. 그자와 같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

"백작님을 포함해서 말입니까?"

"짓궂군. 나는 상급 마스터일 뿐일세. 트리톤이 멸망한다면 모를까 말이야."

"그렇다면 트리톤 내에서는 없습니다."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나? 너무 하는 군."

"4개를 다 써도 모자란 것입니다. 이 발언도 서비스인데 봐드리는 겁니다."

입을 다신 칼스 레이너 백작은 농담이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준혁이 떠난 곳을 다시 쳐다 보며 말했다.

"모험가로 인해서 격동을 하는데… 트리톤은 안전하다니 다행이야. 그래. 이거면 족하지. 뒤까지 생각을 했으니… 잘 되겠지. 그것이면 충분해. 수고했네. 다음에는 내가 찾아가도록 하지."

"오랜 만에 밖의 나들이라 즐거웠습니다. 그럼……."

화이트는 그렇게 다시 스르르 사라졌고 칼스 레이너 백작은 눈을 감으며 상념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

"안정된… 트리톤이라. 안정된 트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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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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