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회
황제
블라인드 처리는 황궁 외성에 진입하면서 끝이 났고 준혁은 간달푸에게 방송이 가능한 것이냐고 질문을 했다. 혹여라도 잘못되면 큰일이 나니 말이다.
"저, 방송이 가능한 겁니까? 아니면 그냥 블라인드로 진행을 할까요."
"외성은 괜찮네. 내성 진입 전에는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하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외성까지는 촬영 허가를 받은 준혁은 이리저리 외성을 둘러보면서 웅장함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준혁의 반응에 간달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왜, 뭐가 이상한가?"
"네?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황도의 외성이니 웅장하고 뭐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소하다고 느낀 것 같은데."
"예? 아… 네. 조금 그렇습니다. 아하하."
채팅창 반응 역시 뭔가 기대 이하의 아쉬움이 있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그냥 제주도의 돌담길 같은 느낌의 소박한 느낌이라고 다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제국의 신민이 자기들이 나서서 지은 외성이니까."
"네?"
"초대 황제께서는 내성 밖에 만들지 않으셨지. 하지만 백성들이 정성을 모아서 이 외성을 만들었고 말이야. 이 정원들 역시 외성이 만들어지고 백성들이 만든 정성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지."
"아…! 정말 엄청 나네요."
백성들 스스로가 나서서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라고 하니 준혁이나 시청자들은 외성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건축 전문가들고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이들이었네. 그저 그들이 초대 황제 폐하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이 외성을 지은 것이네. 작은 돌은 아이들이 큰 돌은 어른들이 조금 섬세한 부분들은 건축을 좀 아는 이들이 메꾸고 그렇게 올려진 외성이지. 우르크 제국의 자랑스러운 부분이고 말이야."
"충분히 자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런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싶네요."
"후후, 폐하께서도 다른 것은 몰라도 외성은 틈틈이 살피실 정도로 아끼는 마음이 크시지."
역사의 미화, 포장이 있을 수도 있으나 진실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많이 기울 수 밖에 없었다. 종종 엉성한 부분도 보이는 이 외성을 강제적으로 만들었다면 애초에 소박하거나 엉성한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우르크 제국 역사도 한번 알아 봐야 하나. 여기도 참, 신기해.'
황제의 기이할 정도의 강력한 무력도 그렇지만 우르크 제국 스토리도 엄청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외성과 정원을 둘러보면서 간달푸의 설명을 전해 들으며 쭉 걷다 보니 내성의 모습이 나왔고 확실히 외성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다.
시청자들 역시 감탄을 터트리며 제국의 황궁 답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준혁은 이 황궁의 모습이 뭔가 거대한 요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악할 수도 없는 각종 마법적 요소들이 떡칠이 된 내성벽을 비롯해서 동그랗게 반원구로 감싸진 내성의 모습은 공격을 경계하는 느낌이 적잖게 있었다.
물론, 강력한 존재가 기습적으로 황궁을 공격할 수 있기에 저렇게 튼튼하게 지은 것이 이해는 갈 수 있지만, 뭔가 그것을 넘어선 느낌이었다.
'그런 걸 걱정했다면 고위 귀족들도 나름 준비를 하면서 살았겠지. 황제와 귀족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칼스 레이너 백작을 기준으로 삼아서 살폈을 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면서 내성을 보고 있으니 간달푸는 준혁에게 방송 송출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양해를 구한 뒤, 블라인드를 진행했고 간달푸와 함께 내성에 진입을 했다.
내성으로 진입을 하는데, 준혁은 겉으로 보이는 내성의 모습이 결코 내성의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첫 번째 입구였으며 총 7개의 내성 입구를 통해서 드디어 황제가 있는 성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1개의 입구마다 온갖 마법들이… 떡칠 되어져 있어.'
자신이 제국은 아니어도 왕국에 대한 기억은 살짝 있는데, 거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왕국과 제국의 차이가 질적으로 적게는 5배 많게는 몇 십배의 차이가 나고 우르크 제국은 서대륙의 최강 제국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니 통상적으로 달리 해야 한다고 하지만 확실히 과했다.
'하긴 과하든 말든 내가 뭔 상관이냐.'
뺨을 긁적인 준혁은 조심스럽게 간달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저 황궁을 지키는 기사분들이 너무 없는 것 아닙니까?"
"음? 으음… 뭐, 아직 자네 수준이 높지 않아서 그렇지… 여기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예? 아!"
간달푸의 이야기에 준혁은 반문을 했다가 금세 은신기로 숨어 있음을 깨달았다. 준혁의 반응에 간달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박수를 한번 짝- 쳤는데 준혁은 등 뒤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감각에 거리를 벌렸다.
"어, 언제부터……?"
그곳에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있는 거대한 체구의 호인족(虎人)이 있었고 간달푸는 그를 향해서 말했다.
"폐하께서는?"
"내부 승락이 떨어졌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자, 그럼 가세나. 언제부터는 언제부터겠나. 내성 진입할 때부터 있었지."
준혁은 자신의 실력이 웬만한 마스터에 갓 입문한 수준이지만 각종 부수적인 버프로 인해서 충분히 기존 NPC들과도 경쟁할 수준이라고 여겼다. 되려 강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가 있던 곳에서 쑥 튀어 나온 호인족을 보면서 실감했다.
'정말 NPC한테 까불면 안되는 구나.'
급이 다르다고 해야 하는 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자신은 브라운 공국에서는 그냥 내심 자신이 있었는데 아마 버프 효과가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했다.
당황한 표정을 수습하고 자신의 이름도 소개 시켜주지 않은 호인족의 안내를 받으며 간달푸와 함께 황제가 있는 곳으로 향하니 거대한 홀의 끝 맞은 편에 황제가 보였다.
커다란 의자에 기대어 권태롭기 그지 없는 눈빛을 보이고 있는 황제, 기르메쉬는 가볍게 하품을 하더니 이내 이야기를 했다.
"예는 다 때려 치우고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호치 준비."
인사도 건너 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말을 내뱉는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이제서야 알게된 호인족의 인물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는 것으로 예를 표한 뒤 양 손바닥을 합장 하더니 그곳에 돌과 나무로 된 의자와 탁자가 생겼다.
그걸 확인한 기르메쉬는 호치에게 손을 휘적거리며 나가 보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이내 그는 다시 가볍게 목인사를 한 뒤에 스르르 사라졌다.
준혁은 눈 앞에서 귀신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호치의 모습을 보면서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기에 솔직히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
'혼자서 우리 길드 양학 할 수도 있겠다.'
눈 앞에서 감지가 안되는데 어떻게 저걸 탐색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우리 길드 하우스도 저 정도 실력자면 그냥 다 털리고 있다는 거 아닌가?'
딱히 내부 문건들을 숨기지 않고 다 공개하면서 투명한 집행을 하는 탓에 누가 봐도 문제는 없기는 하지만… 아마 라온 길드에 대한 정보가 여기저기 다 퍼졌을 것 같았다.
"앉도록 하지."
준혁은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간달푸가 하는대로 눈치껏 따라 앉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간달푸 추가적인 보안을."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간달푸는 보호막과 비슷한 결계를 추가적으로 시전 했는데 준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기는 황궁이고 수 많은 실력자들이 숨어 있는 곳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기르메쉬를 쳐다 보니 기르메쉬는 여전히 권태로운 표정으로 깜짝 놀랄 말들을 펼쳤다.
"수호자여."
"예?"
"그대로 인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네?"
"그리고 그것이 대적들을 깨웠구나."
자신의 메인 직업을 정확히 이야기를 하더니 거대한 적들이 일어났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준혁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르메쉬를 쳐다 보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 직업……."
"알 수 밖에 없지. 서대륙에 봉인된 직업이니 말이야. <그>에게 빚을 진 것이 있어서 봉인을 해두었고 그걸 인디고, 자네가 계승했더군."
"예? 봉인… 이요?"
"뭐, 봉인이라고 하면 봉인이고 아니라면 아니겠지. 그가 차기 후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고 하니 봉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기르메쉬가 자꾸만 <그>라는 인물을 거론하는데 준혁은 전대 수호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에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저는 전대 수호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우연찮게 얻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대륙에 거의 남아 있지 않지. 트리톤에 있는 반푼이 서번트 녀석 정도는 제외하고 손을 열 손가락 정도 있을 것이다."
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서번트라는 것을 지적하는데 준혁은 기르메쉬가 정말 많은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음을 느꼈다.
"… 혹시 그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흔한 이름이니 말 못할 것도 없지. 케이. 세계의 시작을 이끈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세계의 시작을 이끈 존재라는 거창한 말에 준혁은 자신이 굉장히 골치 아픈 메인 퀘스트에 핵심 요원이 되었다고 생각을 가졌다.
'… 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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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