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71화 (341/548)

371회

황제

거창하기 그지 없는 발언이지만 준혁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황제가 실 없는 농담이나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디고. 그대는 이 세계의 역사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함을 많이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가?"

"네? 아! 맞습니다."

"그러면 신과 마족 그리고 드래곤을 포함한 다양한 종족들의 역사에 대한 기록도 읽었는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것들은 파악을 했습니다. 다만 신화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그래도 읽었다면 이야기를 하기 좀 편안하겠군."

턱을 긁적인 기르메쉬는 기초 설명을 하지 않아도 편해졌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 세계는 몇 번째 일 것 같나?"

"네?"

갑자기 훅 들어온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준혁은 눈을 꿈벅거리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세계가 몇 번째라는 것도 아직 감도 잡지 못했고 말이다.

"창조신 가이아가 모든 것을 만들고 1세대 피조물인 녀석들이 세상을 만들었지. 자, 그런데… 처음 만든 것들이 완벽할까? 창조신도 아닌 1세대 피조물들이 만든 것들이 말이야."

"……."

"세상은 갈아 엎어지고 다시 만들어졌지. 몇 번을 그렇게 갈아엎고 난 뒤에 1세대 피조물들은 그제서야 세상 다운 세상을 만들었네."

너무나 거대한 이야기에 준혁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런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기는 했다. 미래에 히어로 크로니클에 대한 개발에 있어서 이야기가 나올 때 세계관이 저렇게 만들어졌음을 알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NPC에 불과한 존재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 그게 지금의 세상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세상이 갈아 엎어져도… 살아 남는 녀석들이 있었어. 태어난 세상에서 자신의 무력과 지식을 갈고 닦아 세상을 만든 1세대 존재들, 속칭 신이라 불리는 녀석들 보다 강해진 녀석들이 있었지. 또 어떤 이들은 이 신들이 개인적인 호감으로 인해서 숨겨주곤 했지."

"……."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새로운 세상의 힘이 존재하지 않고 과거 멸망한 세상의 기술들이 탄생되고 전파되면서 그저 창조와 소멸의 일만 하던 신들은 이들의 존재를 깨달았지. 그래서 은닉을 해준 이들을 신들의 자리에서 떨어트리고 자신들보다 강력한 존재라고 그들을 제거 하기 위해 결탁했지."

이에 준혁은 뭔가 내용이 기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신들이 죽이려는 존재는 무엇인가? 간단했다.

"마…족?"

"그래. 초기의 마족. (전대)세계의 생존자들, 강자들, 은닉자들… 뭐 나중에는 떨어진 1세대 신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피조물까지 합쳐져서 지금의 마족이 되었고."

믿기지 않는 말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기원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초기에 본 책들에 비해서 뭔가 내용이 완벽히 달랐다.

"제가 본 책들은……?"

"다르지. 이미 만들어진 피조물들이 마계의 주를 이루며 마족이라 불리게 된 상태이니 바로 이전 세계인 (구)세계와 (현)세계의 기록이 대충 섞인 정도 일 거야. 그 정도만 해도 훌륭한 기록이지. 지금의 이들에겐."

준혁은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잠깐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설명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걸… 황제께서는 어떻게 아시고 계십니까?"

"글쎄 왜 알고 있을까?"

"…네? 설마! 생… 생존자?"

"머리가 나쁘진 않군."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말을 기르메쉬가 내뱉자 마자 준혁은 기르메쉬의 말이 사실일 경우를 가정하고 단순히 (구)세계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고 여겼다. 적어도 몇 번의 세계가 몰락한 것을 눈으로 본 이라고 여겨졌다.

"마…족이신…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런 하찮은 것으로 불릴 이유도 할 이유도 없지. 당시의 세계는 충분히 갈아엎을 만하다고 나 역시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으니."

"예?"

"아무것도 없던 시대였다. 그대를 통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뭐든지 가능했던 무궁한 시절… 그 시대는 글쎄… 마계가 지상을 지우는 것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

어떠한 시대인지 설명은 이해가 되는데 어떤 풍경인지는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종종 참혹한 전쟁을 표현할 때 쓰는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루는 시산혈해라고 불리는 것보다 정도 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추가로 더 하면 강자지존, 약자도태 정도? 뭐… 이것도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굴려본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브라운 공국의 일 따위는 귀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예?"

브라운 공국의 일이 귀엽다는 말을 할 정도라면 준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이 첫 세계에 있었는지 더 알 수 없어 혼란했다.

"그랬으니, 신들이 세계를 닫아도 내가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아… 네."

"하지만 바로 이전 세계인 (구)세계부터는 이야기가 달랐어. 나름의 많은 것들이 정해지고 꽤 좋게 살아갔거든. 덕분에 신들이 많은 관심을 쏟아냈고… 신들의 총애를 받는 녀석들이 줄줄이 쏟아졌지.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되어서 다시 쓰레기 장이 되었고."

"아!"

"소멸이 아닌 정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뜨거운 찬반이 오갔지만 결국엔 끝을 내렸지."

그때가 참 좋지 않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하는 기르메쉬를 보면서 준혁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 러면 어떻게 여태까지 여기서 살아계신 겁니까?"

"강하니까."

"그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1세대… 신들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내가 있는 곳은 하나의 완충지대이자 중립 지역이며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지."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을 내뿜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준혁은 정말 숨이 턱- 막혔다.

지금 저 말은 '신'이 아닌 '신들'도 자신을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기에 무력 측정이 어느 수준인지 아득할 정도다.

"……."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 머무른다. 그들이 나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지. 어떠한 것을 만들어도 상관 없다. 또한 마계의 이들도 상황적으로 이해가 가기에 그들이 무엇을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단, 그 만큼의 대가는 있어야겠지."

"그렇…군요."

"하지만 요즘에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더군. 인디고 네가 등장하면서 마계의 1세대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어."

"네?"

"그로 인해서 신들도 거북해 하는 일들이 발생되고 있고."

마계의 1세대 인물이라면 엄청난 강자들이기에 준혁은 자신이 상대할 녀석들이 얼만큼 강한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로 인해서 신들도 불편해 한다고 하니 자칫 잘못 움직이면… 쌍방으로 공격 받을 수 있는 위치가 자신이었다.

'이런 맙소사. 이거 완전 개똥이네.'

딱히 수호자라는 직업이 주는 것은 쥐똥인데 해야 하는 것은 게임 자체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등골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였다.

"그 제가 딱히 아직 뭘 한 것이 없는데……."

"아니 있다. 트리톤에서는 그게 가장 활발해졌지. 그리고… 다른 대륙의 강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네? 딱히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요? 혹시 어떠한 악영향이 있는 겁니까?"

"악영향이라고 할 수 없지.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게 뭐냐는 식으로 쳐다 보니 기르메쉬의 입에서는 준혁이 생각지도 못했지만 반박하지도 못할 것이 나왔다.

"인디고 그대가 살아가는 세상의 문화다."

"…!?"

"이곳은 이곳의 문화가 있지. 수 백, 수 천, 수 만… 그 이상이 걸려서 만들어진 각자의 문화가 자리 잡았어. 꽤 밸런스도 좋아. 하지만… 그대들의 문화는 이곳에서 받아 드려질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괴리감을 발생하지."

"음!"

"그대가 살아가는 세상과 비슷한 물품들을 만들어 미리미리 적응하게 한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잘 쓰이고 있지만… 기계화 되지 않은 것들이 많네. 새로운 것은 혁명이 일어나고 혁명은 불안전함을 만들어 내지."

혁명은 불안전함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들으니 준혁은 설마 자신들로 인해서 지금의 이 세상이 사라질 수 있냐는 것을 말하는 가 싶어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쳐다 보았다.

그리고 기르메쉬는 자신의 시선에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으며 답을 해주었다.

"과도하게 많은 것을 알게 된 지배층들이 허무감을 느껴 마계와 접선 되기 전에 깔끔히 처리를 할 지, 혹은 일부 정화 작업을 할 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이 퍼지게 되면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야기 해줄 수 있네."

여긴 계급사회였다.

신분의 격차가 있고 각자 그 계급 속에서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세계는 계급은 없다. 물론 부를 기준해서 계급을 나누기도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다 같은 국민으로 이야기를 한다. 귀족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상들이 이곳에 퍼진다면? 기득권층과 피지배층 문제도 있을 것이고 각종 혼란이 여기저기 득시글 거릴 것이다.

그러면서 마계에서도 아주 높은 끗발을 가진 이들이 이런 혼란을 부추기면서 날뛰게 만든다면?

"그… 혹시 마족들이 지상을 혼란하게 하고 신들이 알아서 세상을 무너트리게 만드려는 그런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까?"

"아니. 신들에 대한 반감을 만들어서 흡수하는 것이지. 마계라는 것도 창조주의 허락이 있으니 존속 되고 있는 것이니까. 여기가 없어지고 마계가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

"그래도 큰 그림은 제법 잘 생각하는군. 아무튼 인디고 자네가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될 거야. 무너지는 것도 다시 살아나는 것도… 자네를 기점으로 하여 많은 변화가 생기겠지."

끔찍한 소리였다.

히어로 크로니클을 즐기는 인구가 얼마인데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만약 세상이 잘못되었는데… 이게 자신의 탓이라고 한다면?

'현실에서도 죽을 지도.'

숨이 턱 막히는데 준혁은 심호흡을 하면서 일단 최대한 진정을 한 뒤에 말했다.

"지금처럼만 해도 될까요? 딱히 이곳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없이 같이 잘 어우러져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인데요."

"글쎄. 일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마족이 날뛰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군. 수호자라는 직업은 그게 가능하다고 들어서 말이야."

"… 그렇습니까?"

"자네가 아직 모른다면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니 적당히 긴장만 하고 있으면 되겠지."

무슨 탐지 능력 같은 것이 있는 것이구나 싶어 준혁은 맨 몸으로 뭘 하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뭐, 아무튼… 그래서 자네에게 내가 무구를 준다는 것이야. 뭐, 일단 갖고는 있었던 것인데… 수호자 외에는 그냥 고철 덩어리 같은 느낌이라서."

"아… 네. 감,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도 없네. 나도 나름의 빚을 갚는 중이니까."

"……."

"그런데 인디고. 내 말을 그냥 다 믿는 건가?"

준혁은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찰나에 질문을 하는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는 못 믿어도… 80% 정도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믿는 거면 다 믿는 거지 20%는 뭐지?"

"전부를 믿는 경우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음! 효심이 깊군? 혈족이라면… 그럴 수 있지."

납득을 했다는 표정을 짓는 기르메쉬를 향해서 준혁은 마침 생각난 것이 하나 있어 재빠르게 질문을 하나 던져 보았다.

"그런데… 혹시 이런 존재를 알고 계시는지 질문을 해도 됩니까?"

"이런 존재? 궁금하군 한번 해 보도록."

"번개를 다루고… 창을 쓰는 사람인데… 마족을 제거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음? 마족을 제거 하고 다니는 존재라고?"

"네… 그렇습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시작이 되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뭔가 알듯말듯한 표정을 짓는 기르메쉬였고 준혁은 침을 꼴깍 삼키며 기대를 했다.

"글쎄…?"

"아… 너무 정보가 없었죠. 죄송합니다. 그 혹시 조율자… 라는 이들 같아서."

"후후, 그럴 지도 모르지."

"네?"

"어쩌면 자네와 가까운 존재일 수도 있어. 그의 재능은 무극이니 어떠한 것이든 가능할 수 있겠지. 창은 그에게 있어서 좋은 무기였으니까."

자신과 가까운 존재라는 말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전대?"

"그럴지도. 하지만 그가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했는데. 흐음. 뭐, 알 수 없지. 관심도 없고. 그저 나는 이곳에 있을 뿐이니까."

"……."

"아무튼 인디고 자네는 내가 주는 것을 받아 사용하도록 하라. 그리고… 그 장비들은 이제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보고에서 교체를 해도 된다.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주는 선물이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도 없다. 그저 무의미한 것들일 뿐. 이만 물러 가도록."

그 말과 함께 기르메쉬는 손을 휘적였고 그 순간 바로 간달푸의 마법이 풀렸다. 이후 간달푸는 탁자를 똑똑- 두 번 두드리니 아까 사라졌던 호치라는 인물이 다시 들어 왔다.

"호치, 폐하께서 무고의 입고를 허락 하셨으니 데리고 가면 된다."

간달푸의 이야기에 호치는 준혁을 향해서 따라오라는 시선을 던지면서 기르메쉬에게 예를 갖춘 뒤 이동하기 시작했고 준혁은 기르메쉬에게 어정쩡하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 호치를 따라갔다.

이렇게 물러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정쩡하게 물러났지만… 기르메쉬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은 상태라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그냥 떠났다.

그리고 그 둘이 나간 뒤에 문이 닫히니 간달푸는 다시 결계 같은 것을 두른 뒤, 기르메쉬를 쳐다 보며 말했다.

"사실일까요?"

"글쎄… 그 역시 나와 같다. 나는 저울대라면 그는 무게추와 같지. 판결은 오로지 창조주의 결정이니… 나는 그저 여기 있을 뿐이다. 다만, 흥미롭겠구나. 마족을 제거 하고 있었다라… 후후후."

"존속을 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상관 없지. 신들도 참 껄끄럽겠구나. 고대 신의 피를 받은 반신 수호자와 버림 받음을 알고 있음에도 최선을 다한 전대 수호자… 뭐가 어찌 되련지. 이번 세상은 참 재미나게 돌아가는 군."

"마계의 거악들이 너무 과하게 준동을 했습니다."

"그건 조율자 정도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우리는 신경 쓸 일이 없다. 모든 선택은 책임이 따르는 법. 트리톤을 잘 감시해라. 그곳이 앞으로의 세계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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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이번 달은..정말 언제나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ㅠㅠ... 이 말 밖에 드릴 말씀이..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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