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회
황제
'우르크 제국이 중립 지역… 신도 마족도 기르메쉬가 정한 일정 수치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활동에 자유가 보장된다는 뜻이겠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준혁은 빨리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이런 것들을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다면 반드시 실수를 하니 정리를 하고 일단 둬야 했으니 말이다.
'기르메쉬가 이야기를 한 것을 들어보면… 1세대 존재, 즉 신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그냥 가볍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정체가 뭐지?'
그는 신들도 개의치 않아 했으며 강력한 초기 생존자들 역시 별 것 아니라는 식의 모습을 보였다. 단지, 창조주… 즉 서버 컴퓨터만 어떻게 신경을 쓰는 듯 했는데 그 마저도 애매한 뉘앙스였다.
'후우… 그것보다 가장 큰 문제가 모험가들의 문화가 NPC들에게 퍼진다는 것이 문제라니 환장하겠군.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모험가들의 문화가 이 곳에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소리였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분명 일이 발생될 것이다.
1. NPC가 모험가 세계에 관심이 높음
2. 계급과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의문 생김
3. 변화로 인한 문제가 여기저기 발생
4. 마족 개입 100%
5. 혼란 가속
6. 신들 아 ㅅㅂ, 이번 세계 또 실패
7. A:소멸, B:정화 고민
- A 소멸 선택
→ 마계 엔딩.
→ 마계 엔딩 원흉으로 찍히면 망함.
- B 정화 진행
→ 죽어라 굴러야 함.
→ 결말은 미정
'단순히 문화가 퍼져서 그렇지는 않을 꺼야. 뭐가 문제라서 그럴까?'
이 부분을 좀 더 고민을 하다가 준혁은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자신들이 그저 데이터에 불과한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그런 걸까? 신도 창조주도 그저 데이터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그렇게 된다면 분명 세상은 더욱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모험가들이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자신들이 그저 만들어진 존재라고 여겨진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삶이 모욕 받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애초에 유희라는 단어 때문에 모험가들을 싫어하는 NPC들도 엄청 많았으니 가능성이 높았다.
또 신에 대한 불신과 세상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면서 이미 멸망을 맞이해서 피해를 본 피해자의 입장인 마계 세력과 동조를 하여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막장 드라마도 펼쳐질 수 있었다.
'이미 있을 수도 있지.'
머리가 더 깨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며 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냈다.
"끄으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정말 헤어 나올 수 없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진짜… 인생이 바뀌고 좀 열심히 살려고 하니까 이걸 이렇게 하나. 정말 너무한 거 아니오…….'
나름 갱생도 하고 진짜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뭔가 자꾸 고난이 오는 것을 보면 자신이 뭐를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기르메쉬의 말도 뭔 뜻인지 잘 모르겠고. 대략적으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안내는 해준 것 같지만 명확하게 말한 것은 없어.'
적어도 이번 사건이 걱정이 되는 이라면 적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가르쳐 줄 만도 한데 그냥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별로 믿지 않을 이가 대부분인 허황된 이야기와 같았다.
'애초에 게임 속 역사가 기록된 것들이 있는데 이 말을 믿겠냐고.'
되려 기르메쉬가 자신을 놀린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준혁 자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다시 내쉬려고 할 때, 앞서 걸어가던 호치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무엇이 그리 고민이지."
"네? 아! 안녕하세요."
"… 반갑네. 모험가. 하지만 난 인사를 하지 않았어. 질문을 했을 뿐이지."
호치의 이야기에 준혁은 아차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답변을 해주기로 했다. 황궁과 관련된 이들은 도통 정 붙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게… 좀, 앞서 다가올 큰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적은 강대하고 제대로 파악도 못했는데… 저희는 약하고 위치도 노출된 상태랄까요. 길드원을 비롯해서 트리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잘 처리를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하네요."
"책임감이 큰 모험가로군. 거짓은 없어."
"네? 아…예. 뭐, 길드장이니까요.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이 다 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의외라는 듯 준혁을 쳐다 본 호치는 이내 말했다.
"그런 자세라면 결국 승리를 할 것이네. 굽히지 않는 신념에는 길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는데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폐하께서 자네에게 무구를 하사 하시는 이유가 있군. 그것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니 잘 선택해서 가져 가도록."
"그런데… 어떤 걸 가져 가야 하는 겁니까? 사실 저에게 주신다는 것은 본래 2개였는데… 그것도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셔서."
"그건 아마 간달푸님이 준비를 해놨겠지. 그리고… 그에 걸맞는 장비를 갖추면 나오면 되네. 뭐, 욕심을 내서 과하게 가져가도 상관은 없지만 그건 자네의 선택이고."
기르메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물품들이 잠들어 있을 황실의 아이템들을 휩쓸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 라고 준혁은 생각을 해본다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과유불급이야.'
세트 아이템이 깨지게 생겼으니 그에 맞는 아이템 정도만 챙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아마도 세트 옵션이 무너지니까 챙겨주는 거겠지.'
자신의 장비도 기르메쉬가 트리톤에서 잠입 활약을 했을 때, 강화를 비롯해서 각종 도움을 주었던 것이니 세트 장비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니 나름의 배려를 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솔직히 장비류 교체를 하는 것 만으로도 기적이잖아.'
사람이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혁은 호치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할 때가 있죠. 이 장비도 기르메쉬 황제께서 도움을 주신 것이라서."
"호오? 그런가?"
"네. 아무래도 세트로 입는 것이다 보니 이런 배려를 해주셨지 않을까 싶네요."
"흐음. 하긴, 그렇겠지. 자네 그럼 생각보다 괜찮은 모험가겠군."
"예? 감사합니다?"
"하긴 자네는 좀 유명한 인사니. 그 말들이 맞다면 으음. 나 역시 기대를 하도록 하지."
< 호인족, 백호의 피를 이은 총영수 호치가 당신을 인정했습니다.>
< 총영수 호치의 인정은 당신이 호인족을 상대할 때, 절친한 친구처럼 여길 것입니다.>
< 백호의 피를 이어 받은 호치의 인정으로 인하여 당신에게 깃든 현무의 축복이 반응을 합니다.>
< 고대 서의 수호자가 당신에게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 총영수 호치가 당신에게 현무의 기운을 읽어내고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현무님?"
"아! 네. 그, 조금 연이 있어서."
"현무님의 인정이 있었군? 자네 그냥 좋은 모험가였군! 음. 그래. 폐하께서 모험가를 황궁에 입궐을 시켰을 때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 호오. 동대륙과도 연이 있는 것을 보면 음~ 그래. 앞으로 그렇게 열심히 하도록 하게."
눈 앞에 있는 호인족이 현무와 같은 백호의 피를 이은 존재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이를 수하로 두고 있는 기르메쉬는 도대체 뭐하는 존재인가 싶었다.
'여긴 무슨 영웅 집결소야 뭐야.'
그리고 이런 호치를 평대하면서 행동한 간달푸의 모습을 떠올리면 분명 간달푸는 단순히 9클래스 유저의 마법사가 아니다.
뭔가 아주 더 대단한 작자라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니까 황제의 이야기는 이제 99% 정도 신뢰를 해도 될 정도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지. 머리가 더 터지겠군.'
준혁은 아찔해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이것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황제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것을 나눴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적당히 둘러 대는 것들도 생각해 놔야 했다.
'적당히 장비들을 보여주면서 시간을 좀 보내고. 모험가 길드로써 좋은 역할을 해줘서 이런 선물을 받았다는 식으로 에둘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아, 그리고 이를 가지고 시청자 이벤트를 한다는 걸로 말 좀 돌리면 괜찮겠다.'
역시 간단하게 좋은 것은 바로 치킨 기프티콘 뿌리기가 효과가 제일 좋았고, 최상위 5인을 추첨해서 한돈 세트, 한우 세트를 지급하는 걸로 진행하면 마무리가 될 듯 했다.
'적어도 더 상위 옵션의 유니크 아이템으로 갈아 끼우는데, 이렇게 뿌려야지.'
그래야 같이 참여한 길드원이나 시청자들에게도 적당한 위로가 될 것이다. 분명 자신이 가장 큰 공훈을 세운 것은 맞다고 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서 그들이 박탈감을 느끼면 안되었다.
최대한 위안을 줘야 했기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무엇보다 현재 평균 시청자가 35만 명이 되었으니까. 이벤트 할만 하지.'
제우스의 재민이 방송을 나간 뒤에 평균 시청자 수가 만 단위로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평균 시청자 수가 2배 정도 뻥튀기 되었다.
'단 맛을 계속 느끼게 해주고 라온 길드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줘야 해.'
자신들의 아이돌이 좋아하는 방송이라고 방송을 볼 정도로 애착을 가진 이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팬심이라도 얻어낼 수 있다면, 이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다 왔네. 그리고 너무 깊은 선택은 독이 되니 가볍게 선택하는 것도 좋아."
"네. 감사합니다."
평범한 석문을 호치가 열었고 준혁은 겉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공간이기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이내 들어가면 뭔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달라지는 밖에서 보던 것과는 완벽히 다른 내부 상태를 보면서 마법이 걸려 있었음을 깨닫고 침을 꼴깍 삼키면서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나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지. 그럼, 즐기도록 하게나."
호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문은 다시 스스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닫혔고 준혁은 일단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저 장비 아이템을 먼저 살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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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수능 잘 보셨길 기원합니다.
아부지..병원에서 나오다 보니 어제가 수능이었다는 걸..
알게 되엇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