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회
황제
'뭐지.'
가서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딱히 얻은 것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알 수 없고 어디 팔아 먹지도 못하는 기묘한 장비들만 한 가득 얻었다.
'백호도 튀어 나오고. 참, 뭔가 거대한 존재들이 밀집된 곳이 우르크 제국이라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쩝.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준혁의 진지한 얼굴에 간달푸는 턱을 긁적이더니 이야기를 걸어왔다.
"혼란스러운가?"
"네? 아, 뭐. 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번에 이해하고 납득하기에는 힘든 부분들이 많아서요."
"그렇기는 하지. 자네가 따로 찾아본 역사들도 있는데 말이야."
"예. 뭐, 좀 그런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어서요. 기본적으로 저는 조율자와 서번트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살펴야 하는 가 싶었는데 아니었네요. 너무 스케일이 커지는 바람에 답답합니다."
간달푸의 물음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나름 생각을 정리했던 것을 이야기 해주었고 간달푸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조사를 하려고 했지?"
"그냥 옛 강자들을 조사하려고 했죠. 뭐, 친구로 사귄 존재에게 의뢰를 부탁 받은 것도 있고 해서. 강자들을 조사하다 보면 어떤 큰 줄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조사한 이들이 있나?"
"대략적으로 추린 이들은 있습니다."
"한번 이야기 해보게."
준혁은 간달푸가 호기심을 갖는 것을 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있을 것 같아서 7명의 인물을 거론했다.
별빛의 마법사 스타리(Starry)
오원소 정령의 왕 그레이트 원(Great One)
제국을 세운 검의 아버지 척준경(拓俊京)
천공의 지배자 스카이(Sky)
세상을 훔친 페이커(Faker)
1/3의 세계를 지배한 골렘 마스터(Golem Master)
거미족의 어머니 엘리스(Elise)
"음? 기록이 잘 안된 인물도 있는 것을 보면 공을 많이 들였군? 자네가 이런 것을 조사하는 지는 몰랐는데."
"다양하게 조사는 하고 있었습니다. 혹 우르크 제국과도 연이 있는 이들이 있습니까?"
"모두 다 인연이 있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이기에 폐하를 보지 않은 이는 없다네."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중립>지역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그렇군요. 혹시 가장 강한 존재가 누군지 아십니까?"
"음, 일단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네. 거미족의 어머니 엘리스… 그녀는 다른 존재들과 급이 달라."
"그, 그렇습니까?"
"어머니라 불린 이유는 그녀가 최초의 거미족이고 홀로 존재하는 자이기 때문이지. 폐하께서도 존중을 표해주는 여왕이야."
엘리스가 그 만큼 강력하다는 소리에 헛바람이 터질뻔했다. 엘리스는 그냥 단순히 위대한 거미족의 여왕이라는 정도 밖에 없었고 이 중에서는 제일 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예상 외군요……."
"자네는 누구를 선택했는데?"
"저는 그레이트 원이나 스타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흐흐. 그런가? 하지만 틀렸어. 그 둘은 7명 중 2약으로 최약에 꼽힌다고 할 수 있네."
"예? 아… 그렇습니까? 그럼 척준경은 어떻습니까?"
"음… 척준경. 그는 복잡한 위인이지. 오로지 검으로 모든 걸 이룩했어. 그리고 검으로 끝을 보았지. 세상을 잘랐고 진실을 엿 보았을 때, 흔들린 이들과 달리 그는 검을 쥐었고 제국을 세웠지. 2강 중에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네."
뭔가 어마어마한 존재라는 것이 느껴져서 준혁은 고개를 끄덕여졌다.
"그 엘리스라는 존재와 비슷한 겁니까?"
"아니네. 그녀는 독보적이야. 7명 중에는 단연 최강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6명을 2강, 2중, 2약으로 나눴을 뿐이야."
"아!"
"척준경과 비등한 것이 골렘 마스터라고 할 수 있겠고. 스카이와 페이커가 2중에 꼽히지."
"예상 외네요. 페이커가 최약체로 꼽힐 줄 알았습니다."
"세상을 훔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네. 사실 어쩌면 엘리스와도 비슷하게 겨룰 수 있는 이가 페이커일 수 있지. 3강으로 늘린다면 페이커가 들어갈 걸세."
뭔가 서열이 매겨진 것 같아서 준혁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고 추가적으로 간달푸가 직접 보았다는 듯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간달푸도 뭔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단순히 9클래스 유저가 아니지. 이럴 줄 알았다.'
이미 황궁에서 보인 그 기묘한 것부터 해서 진즉에 범상치 않은 존재라고 여겼는데 준혁은 이런 존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에 부담감이 훅 몰려왔다.
'아니 주변에 왜 다 이래?'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이래저래 엮이더니 스케일이 올라가도 너무 올라갔다.
처음에 베타 테스터 서비스를 받게 된 것도 뭐 원치도 않았는데 이렇게 된 것인데, 이래저래 한숨이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며 질문을 마저 이었다.
"혹시 조율자들이 저 중에 있습니까?"
"흐음… 글쎄. 조율자는 자신을 밝히기 전까지 그것을 알 수가 없어. 그들은 시작부터 함께 하니까."
"시작부터 함께 한다는 말씀은……?"
"그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자란다는 뜻이네. 뭐,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우리가 파악한 조율자는 그런 이들이 꽤 있었지."
"임신과 출산을 통해서 태어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준혁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조율자는 베타 테스터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가설들이 모조리 틀린 것이 되어 버린다.
'말도 안돼.'
히어로 크로니클의 24시간은 현실의 24시간과 동일하다. 그런데 무슨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을 한단 말인가?
'시간이 가속되는 것… 어!? 시간 가속?! 시간의 배율이 저들이 활동할 때는 다르게 적용되었다는 가능해. 물론 현실과 괴리감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다른 폴리곤 덩어리 가상현실 게임들도 시간 배율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게임 이용자가 느끼는 부담감으로 인해 1:10 정도로 제한을 둬서 사용을 하기는 하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가능한 이야기는 해. 1년이면 10년이니까. 근데 여러가지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이상인 것 같은데. 사람들은 괜찮은 거야?'
사람에 따라 뭐 50배도 괜찮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긴 해서 이런 이들을 골라 진행했다면 뭐, 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따진다고 해도…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준비하고 있다고?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이해불가의 게임이라고 불린 히어로 크로니클이기에 준혁은 이런저런 정보를 전해 듣게 되자 얼굴이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금 세계의 역사가 흘러가게 되었네. 그게 자네 덕분이야. 물론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는 없어. 하지만 흐름이 시작 되었으니 결말이 나오겠지. 자네의 곧은 결의가 해답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군."
"…감사합니다."
"그리고 충고를 하나 하자면 길드 하우스는 안전한 곳이 아니네. 그저 자네의 길드가 뭉쳐서 쉴 수 있는 곳 밖에 되지 않아. 왜냐하면 자네는 길드 하우스를 개방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서는 모험가이기에 이 세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네."
"……."
"뭐, 자네가 투명하게 운영을 해서 딱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많은 것을 밀집시켜 놓지는 말아. 분산을 해 놓는 것이 좋을 걸세."
"감사합니다."
이미 예상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충고를 들었으니 준혁은 이 진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덤덤하게 말했다.
"길드원들을 여기저기 흩뿌릴 겁니다. 당장에는 우르크 제국에서 활동하는 길드원들이 많아질 테지만 점점 더 발전해서 서대륙의 나라를 더 나아가서 대륙을 무대로 활동하겠죠. 그렇게 길드가 될 것입니다."
"… 좀 더 가속화 시켰으면 좋겠군. 찡얼거리는 녀석들이 많아. 뭐, 깨끗한 탓에 역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말이야. 이제는 자네도 자작이 되었으니… 뭐, 그런 이들도 줄어들 거야. 그렇게 된다면 귀족전이 발생되거든."
"아?"
"그래서 자작위를 받으라고 한 걸세."
그런 걸 미리 이야기를 해줬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말을 준혁은 내뱉고 싶었으나 머쓱한 웃음으로 넘겼다.
"세상은 믿기 힘든 일들이 많다네. 자네 세상은 어쩔지 몰라도 이곳은 더 그렇지. 하지만 그나마 괜찮은 이가 칼스 레이너 백작이야. 장사치지만 신의를 아는 녀석이랄까? 툭툭 건드리면 반응도 재미있고."
"그건 좀……."
"왜? 자네 지인이라서 좀 그런가? 걱정 말게. 이런 걸 해줘야 그가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늙은이 심술이 있어야 그 알짜 영지를 욕심 내는 녀석들에게 지켜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연구소를 박아 버린 이유도 있지. 서번트 녀석이 재미난 짓을 해 놓아서 쉽기도 했고."
준혁은 간달푸가 입은 웃지만 무심한 눈빛으로 <욕심 내는 녀석들>이라는 내뱉는 것을 보면서 그가 칼스 레이너 백작을 일부러 그렇게 괴롭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냥 그 정도로 툭툭 해줘야 그런 놈들을 거를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까?"
"그런 걸세. 아, 그리고 자네 길드 문양을 자작 직위 문양으로 넣었는데, 수정하고 싶으면 칼스 레이너 백작에게 이야기를 하면 되네."
"아닙니다. 딱 좋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었고. 그리고… 자네가 얻은 장비들은 뭐 잘 얻은 것 같더군. 눈썰미가 좋아."
"예?"
아무것도 좋은 게 없는데 무슨 귀신 씨 나락 까 먹는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반문을 했다가 이내 준혁은 뭐 그러려니 했다.
"아… 네."
"음. 아무튼 그렇네. 더 말해주면 중립에서 너무 벗어나니 이 정도가 내 호의네."
"…감사합니다."
"아무튼 고생 좀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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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병실 이동이 있으셔서요..
제가 좀 글을 어제 올리지 못했네요..
오늘도 좀 이래저래 해서..글이 이렇게 늦었는데..
죄송하고 양해 부탁드리렉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