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83화 (353/548)

383회

일정 수정

"준혁아, 너 정말 괜찮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중근 PD는 방송 녹화가 끝난 뒤에 꽤 피곤함을 드러내는 준혁을 보면서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여태까지 방송을 하면서 준혁이 피로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피곤함을 드러낸 것이다.

"네? 아~ 뭐, 괜찮습니다."

"녹화 중간마다 허리를 자꾸 주물럭 거리는 것을 보니까. 캡슐에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어제 무리를 좀 하던 것 같던데."

"아~ 뭐, 좀 그런 부분이 있기는 있죠."

"눈 밑도 다크 서클이 생긴 것 같고 아까 진경 작가한테 들었는데 코피도 흘렸다면서. 대기실에서."

"하하, 그냥 조금 났어요. 금방 멎었습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해. 진짜 건강이 최고다. 젊어서 건강 챙겨야 해. 내가 이게 꼰대 마인드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야. 젊어서 건강 챙기면 중년이 편안해 지거든. 일도 열심히 하는 거 좋은데 쓰러지거나 그러면 큰일 난다."

최근 들어 부쩍 준혁의 일정이 바빴다는 것은 그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 정도로 바빴다.

오프라인 부분에서도 대회 준비나 본인의 일정 때문에 정말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준혁의 경우에는 혼자서 일 처리를 거의 대부분 진행을 하기 때문에, 같이 행동하는 매니저도 없어서 피곤함이 배가 된 상태였다.

"예. 뭐, 이번 일정만 좀 풀어 나면 그래도 좀 편안해져서요."

"그러면 다행이고. 지은이가 좀 챙겨주고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음, 밤 늦게 일이 끝나니 그것도 힘드려나?"

이중근은 옆에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지은을 향해서 이야기를 했고 지은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그렇진 않아요. 제가 잘 챙겨줘야죠. 몸 관리는 음! 자, 잘 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 연인이 다 그렇게 챙겨주고 좋은 거지. 허허. 아무튼 오늘 회식을 못해서 아쉽게 되었어. 지은이가 준혁이 좀 잘 챙겨줘."

"네. 그럴 거에요. 회식은 다음에 해요. 다음에."

"그래. 다들 수고했어. 다음 녹화 때 보자고."

그렇게 이중근이 자리를 뜨고 준혁은 발갛게 달궈진 지은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새신랑이 겪는 피곤함이랑 어째 증상이 똑같지?"

"강준혁! 너어~?"

"크흠, 뭐 그렇다는 거지. 오늘 보양식 챙겨준다고 했으니까 기대한다?"

"치~ 그건 챙겨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흥. 짐승."

지은의 이야기에 준혁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대기실 소파에 몸을 기대며 밤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절대로 이렇게 수습이 불가능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던 것과 달리 어쩌다보니 일을 치르게 되었다.

덕분에 좀 더 책임감도 생겼고 더 좋은 방송을 해나가자는 의욕도 솟구쳤다.

남자는 여자 앞에서 만능이 되고 싶어 한다는데 어떠한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절대로 지은을 실망 시키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음, 그나저나 그렇게 얼굴이 엉망인가? 나름 잘 버틴 것 같은데."

"몰라… 자꾸 그런 거 질문 하지마."

"하하, 알았어. 그나저나 중립 지역 관련으로 누나 팬들도 반응 괜찮지?"

"응. 전반적으로 다 좋다고 하더라. 어차피 라온 크루는 개인팬으로 시작해서 크루 자체 팬덤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많으니까. 다들 좋아하고 있어. 방송 종료할 때 반응도 좋았고."

"진짜 괜찮았어? 그냥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면 좀 그래서. 나는 내 방송만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모니터링을 못해서."

"아니야. 진짜야. 그리고 크루원들이 지원을 해서 간다고 하니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중형 규모 파티는 될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이야."

많이는 데려갈 수 없다.

외곽에서 커버를 해준다고 해도 다른 크루원들의 장비 상태나 레벨의 수준이 자신이 커버를 하면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 홀로 버티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반 길드원들을 받아드리는 부분에 있어서 10명 내외로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타이트한 감이 적잖게 있었다.

또 이들의 이동 비용을 자신들이 지불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금액적으로도 한계가 있었고 말이다.

"게임사 측에서는 어떻게 해준데?"

"뭐, 콜로세움으로 연결해서 진행을 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지. 중립 지역의 몬스터인데 마족 계열이라고 얼핏 들었거든."

"엑! 마족?"

"응. 생각을 해보면 이 게임의 주적이 누구야? 마족이지?"

"… 그렇네?"

"그러니까 뭐, 마족을 잡는 라온 길드 대충 포장도 쉽고 그러니까 진행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 추측이야. 진부한 스토리기는 해도 마족에게 위협 받는 세계를 모험가가 힘써서 구하는 내용이 이 게임의 궁극적인 메인 스토리일 거고… 뭐, 그런거지."

메인 스토리는 여태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다. 애초에 메인 스토리라는 것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각 나라마다 굵직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들 궁극적 메인 스토리를 추측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혁의 이야기는 매우 그럴 듯했다.

"그렇네? 확실히 고문서에도 마족은 천하의 나쁜놈이라고 표현이 되어져 있잖아.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을 안 했어."

"나도 최근에야 이런 생각을 해본 거라서. 아무튼 천천히 진실을 파헤치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마족에 대한 대비도 좀 하고."

"그렇겠네. 마족… 와, 두근두근 거린다."

정말 재미있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지은을 보며 준혁은 그저 미소를 지어 웃을 뿐이었다.

자신은 피가 마르는 것이지만 남들은 그저 즐길 거리에 불과했고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해서 즐기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선사할 이유는 없다고 여겼다.

'치트키 사와 진행한 것만 잘 하면 돼. 그러면 최소한의 시간과 준비는 하는 셈이니까. 그래. 그러면 돼.'

* * *

집에 도착한 준혁은 일단 몸을 좀 풀기 위해서 반신욕을 진행했다. 방송국에서는 그냥 지은 때문에 장난스레 이야기를 했지만 확실히 피로도를 상당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도 하고 건강하게 잘 먹는데… 고작 이 정도면 나도 확실히 문제긴 하네."

아직 팔팔한 20대 초인데 전반적으로 체력이 엉망이라는 뜻이었다.

"수면 시간도 늘리고 다시 시간 좀 조절해야겠어. 휴방 날짜도 다시 진행하고."

본래는 휴방 날짜가 있었는데 히어로 크로니클을 진행하면서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휴방을 하는 일이 없었다.

일 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쉬어줘야 하는데, 워낙 이들이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없이 계속 달린 것이다.

"근데 또 일정이 바쁜데… 쉬기가 좀 그런데."

치트키 사와 협업을 하고 나면 또 엄청난 물이 들어온 상태라서 부지런히 노를 저어야 하는데 휴식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준혁은 이내 머릿속에서 하나가 스쳐갔다.

"아! 1부 방송만 진행하고 쉬면 되잖아?"

어차피 방송을 하지 않아도 히어로 크로니클은 매일 접속해서 살펴야 한다. 그렇기에 그 시간대만 방송을 켠다고 해도 딱히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대충 4시간 ~ 6시간 정도니까 되게 짧은 방송일 거고. 충분하네."

준혁이 4시간 ~ 6시간 짧은 방송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대부분 일반 스트리머들의 방송 시간 정도였다. 준혁을 포함한 라온 크루 멤버들의 방송 시간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긴 상태였을 뿐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그러면서 머릿속에 스쳐가는 아이디어는 2부 방송으로 종종 광고 방송을 껴서 진행을 하면 꽤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원래는 없었던 2부 방송을 진행함에 따라 나름의 임펙트도 있을 것이고 확실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짤막한 광고라서 큰 수익을 보고 진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괜찮은 수익을 크루원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은 스폰을 받은 곳에서 신규 게임이나 어떠한 요청을 받았을 때 진행하는 시간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았고 말이다.

"그래. 휴식은 좀 해야지."

생각은 정리한 준혁은 정규 공지에 이 부분을 써서 일정을 수정해야겠다고 여겼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나름의 밸런스가 잘 맞춰진 휴방 아닌 휴방 일정을 만든 준혁은 시간이 꽤 되었음을 살피고 반신욕을 끝마쳤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한결 가벼운 상태로 욕실을 빠져 나왔는데, 갑자기 코끝에서 정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그러면서 칼질 소리도 주방에서 나는 것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살피니 그곳에는 지은이 무엇인가를 썰고 있었다.

"응?"

"어. 다 했어?"

"뭐야? 언제 왔어? 그건 또 뭐고?"

"삼계탕. 집에 오기 전에 부탁을 해 놨지. 그리고 쪽파 조금 썰고 있는 중."

"헐. 몸 보신 해준다더니 정말 준비한 거야?"

"내가 해주려고 했는데 맛을 장담할 수 없어서. 그냥 되게 맛있는 집에서 시켰어. 그래도 세, 세팅은 내가 했어."

준혁은 지은의 이야기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어휴, 약간 출출했는데 정말 좋네. 역시 여자친구 밖에 없다."

"치~ 당연하지. 아무튼 빨리 옷 마저 입고 와. 패, 팬티만 입고 있으니까 좀 부끄럽고 그래."

"응? 어어. 그래야지. 미안."

생각을 해보니 준혁은 자신의 옷차림이 좀 횡했다는 것을 깨달아 머쓱한 표정으로 방으로 바로 들어갔고 지은의 얼굴은 발갛게 달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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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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