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회
일정 수정
악의적인 대회 운영 방해를 한 이에 대해서 정말 신속하게 진행된 강력한 제재의 모습들은 참가자들의 분위기를 잠깐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이내 준혁의 방송 시청자 중 큰 손이 이를 해결해 주었다.
바로 상금 후원을 진행한 것인데 준혁의 방에서 굵직한 1000만 원 후원을 하면서 우승팀에게 각각 300만 원을 추가로 전달해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순식간에 1500만 원 규모의 상금이 올라가자 참가자들은 위축되는 거고 나발이고 눈을 부릅뜨고 더욱 열심히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큰 손에게 만약 즐겁고 재미난 모습을 보인다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주 가끔이지만 굵직한 후원을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계에서 큰 손들은 한 번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 주머니를 여는 것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기에 기회라고 여겨 더욱 더 멋진 플레이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큰 손의 도움을 받아 대회의 분위기가 끌어 오르고 다시 정상적으로 대회는 운영되어 프로스트와 파이터 게임즈 측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면서 4일 간 지속된 라온 크루의 대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 대회가 진행되고 나서 라온 크루의 평균 방송 시간은 일일 17시간 정도로 거의 중노동을 진행했으며, 대회가 끝난 뒤에는 준혁을 비롯해 라온 크루의 상당수가 목에 피로가 쌓여 살짝 쉬어 버렸다.
다행히 병원에서 목 보호를 위한 약을 복용하면서 진행한 탓에 이 정도였지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했다면 방송을 며칠은 쉬어야 할 정도로 망가질 수준이었다.
그 만큼 열정적으로 진행을 한 것이었으며 라온 크루가 자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모두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대회를 망치려고 했던 <버섯심기장인>은 더욱 용서가 안된다는 여론이 확산 되었고 말이다.
"버섯심기장인… 이 회사에 직접 찾아와서 용서를 구했다고요?"
"아무래도 파이터 게임즈 측도 그렇고 넥스트TV 측도 그렇고… 협조를 해주니 일처리도 빨리 될 수 밖에 없잖아. 더군다나 신청서에 확실히 표기도 되어져 있고."
"절대로 갑질처럼 행동한 것처럼 보이면 안 되는데. 그런 애들은 영악해서 그걸 또 이용하려는 것도 있어서."
"CCTV도 찍혔고 이런 식으로 회사를 찾아 오면 안된다고 정중하게 존댓말로 이야기도 해주고 90도 인사까지 하면서 보냈지. 여기도 빠삭하니까. 덤으로 추가로 찾아오면 CCTV 영상을 비롯해서 영업 방해 관련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하니 바로 사라지더라고."
"그것도 쇼라고 볼 수 있네요. 절박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넥스트TV 측에서도 과도한 제재가 아니냐는 식으로 문의를 넣었다고 하던데.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 일반 시청자면 모를까 스트리머라면 회원 가입 조항에 그게 있다고 딱 보여주면서… 끝을 냈다고 하던데. 추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려면 변호사를 통해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고 하더라."
준혁은 그 부분은 이미 진즉에 들었기에 적당히 고개만 끄덕였다.
꽤 열 받은 목소리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해줬는데 뻔뻔하기 그지 없는 녀석이니 약한 소리를 해줄 필요가 없다면서 말이다.
"그 다른 팀원들은 뭐, 이상 없다고 해요?"
"상금 때문에 모인 팀이라서… 딱히 큰 친분은 없다고 하더라고. 근데 확실한 건 어그로를 하도 끌어서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그 연습 스크림이라고 하지? 비공개로 진행하는 연습을."
"그렇죠."
"그때도 몰래 방송을 켜서 4명의 스트리머 시청자들이 유입되게 하고 좀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아… 그런 건 미리 말했으면 조치를 했을 건데."
"실력이 꽤 좋아서 그냥 상금만 받고 찢어진다는 마음으로 참았다고 하더라."
박지영의 이야기를 들은 준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런 모습이 어디서 약간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귀 전의 나랑 살짝 비슷하긴 하네…….'
방송 시청자 수가 살짝 정체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저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청자 유입을 위해서 별별 어그로를 다 끌고 쇼를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비공개 스크림 연습을 방송에 공개 하는 미친짓을 하는 양아치 수준은 아니었고 그냥 광역 어그로들을 끌어서 시청자 수를 채우려고 노력했었다.
꽤 거침없이 이야기를 한 탓에 여기저기 욕도 먹고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대기업 반열로 들어가는 것이 꽤 쉽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근본 없이 들어가고 쌓은 탓에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에 이뤄졌지만 말이다.
"나이는 몇 이에요?"
"나이는 네가 들으면 놀랄 걸?"
"어려요? 말투 보면 좀 어릴 것 같기는 하던데."
"아니. 그러면 좀 감안이라도 하지. 46살 이더라."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지영을 다시 한번 쳐다 보니 지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후우… 44살이라고. 근데 집도 어지간히 그냥저냥 사는 것 같아. 차도 우리 나라 고급 세단 차량… 1억 정도 하는 거, 그거 타고 왔더라."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연세도 있는 분이 왜?"
"몰라. 그러니까 우리도 일단 존댓말을 했지. 아무튼 뭐, 벌금이든 뭐든 다 낼 수 있는 건 맞나 봐."
"돈 있다고 그렇게 당당했구나."
"그렇지… 돈 그게 많은 건 줄 알고 건방 떠는 놈이지. 진짜들이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터질 애들이."
꽤 서늘한 발언을 하는 박지영을 놀란 눈으로 쳐다 보자 지영은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도전을 하는 건 비슷한 위치에서 하는 거고 라이벌이 되는 거지. 하루 강아지가 짖는 건… 그냥 소리 소문도 없이 터지는 곳이 저 위에 세계야. 전 계열사에 있을 때 몇몇 기업이 그렇게 날라가는 거 나도 꽤 봤고."
"아~"
준혁은 M&A 같은 걸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그런 쪽은 먹고 먹히고 돌아서면 등에 칼 꼽는 무서운 곳이라고 알고는 있으니 말이다.
"나이도 많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고 그저 자기 부모 등골 빼 먹는 케이스였겠지."
"……."
신랄하기 그지 없는 지영의 이야기에 준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녀석은 불쾌하기 그지 없는 대상이었지만 아무래도 나이를 듣고 난 뒤에 거북한 느낌이 조금 들었는데 지영이 저렇게 강하게 말하니 뭔가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좀 그랬다.
"나이 듣고 좀 그런 면이 있지?"
"음, 아무래도… 좀. 근데 그 나이에 그런 말을 한다는 것도 좀 웃기고."
"책임감이 없는 거지. 방송 기록도 살폈는데 말도 굉장히 험하게 하던데. 나름 그래도 게임에 대한 재주는 있어서……."
"엄청난 거죠. 재능은. 44살에 챌린져인데. 30대 중반에 챌린져 달고 대박이라고 옛날에 이야기 났던 사람들도 있는데. 44살이면… 재능은 정말 엄청난 케이스인데. 으음, 시대를 좀 엇박자로 탄 건가."
"글쎄… 재능이 엄청 난 것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뭔가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
기묘한 지영의 발언에 준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불법 프로그램 쓴…?"
"리그 오브 파이트 측에서 자료를 스크랩 하면서 터치 관련 부분이나 여러가지 게임 로그를 봤는데 너무~ 기계처럼 일정한 것들이 많다는 거지."
"그런거 쓰면 방송에서 티 나지 않나? 무슨 표시가 있을 건데… 그건 확실하지 않으면 망하는 건데."
"리그 오브 파이트가 따로 진행하는 제재인데 무슨 상관이겠어.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 목록에 올라가는 거지. 적어도 값싼 프로그램은 아니고 최소 몇 백 만원 규모의 불법 프로그램이라고 추측하던 걸."
버섯심기장인의 방송 규모를 보면 저걸 썼을 때, 무조건 적자가 확실했다. 그의 방송 규모는 평균 70명 정도의 수준으로 수익적인 부분도 그리 높지 않다.
파트너도 달지 못한 상태이기에 한 달에 50만 원 ~ 100만 원 수준을 버는 정도는 될 것인데 방송 기간을 따졌을 때, 2년 4개월을 방송했으니 불법 프로그램이 500만 원이라는 가정으로 최소 억 소리 나는 금액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 집이 잘 살긴 하나 보네. 억 대를 까먹은 것을 보면."
"아무튼 그래서 벌금이나 이런 건 별로 두렵지 않은 것 같아. 지금 이 상황도 뭔가 이용하려는 듯한 느낌이 많으니까."
"골치 아픈 상대랑 엮인 건가?"
"골치 아플 이유가 이제 없지. 우리 대표 이사님이 매우~ 화가 났거든."
"윤대표님이?"
윤준수 대표 이사를 거론하는 박지영의 말에 준혁은 윤준수와의 만남들을 떠올려 보았다.
사업적인 부분은 대부분 박지영과 함께 했지만 그가 있었던 자리를 떠올려 보면 확실한 점들이 있었다.
굉장히 칼 같은 성격으로 인해서 은원 관계, 손익 계산 등이 굉장히 확실한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힘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지. 근데 더 무서운 것은 강한 힘을 지닌 이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어.'
그야 말로 보이지 않는 칼이었다. 지은에게 들어본 정보까지 더하면 회장의 최측근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개된 것도 없는 아주 은밀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은 대게 위험했다.
"라온 크루는 라온미르MCN의 간판이니까. 간판을 더럽히면… 아주 화가 나지."
"으음… 막 다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에이, 영화 너무 봤다."
"아하하… 그런가요?"
하지만 자신이 영화 같은 일을 겪으며 몰락도 해봤고 더 나아가 초현실적인 경험을 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기에 그저 어깨를 으쓱 거릴 뿐이었다.
"음~ 허튼 짓을 막 시작할 때 잘라야 하니까. 뭐, 이 부분은 우리가 확실히 책임질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너무 바쁜데 이것까지 신경 쓰면 그렇잖아."
지영의 말은 충분히 납득이 되는 발언이기에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버스는 떠났고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뭔가 진행될 것 같은데 어정쩡한 위치에 있으면 똥 물이 튀는 것 밖에 없다.
"뭐, 치트키 사와 잘 이야기 해서 히어로 크로니클이나 신경 쓰는 걸로 하고 이만 가보도록 하죠. 이것만 해도 머리가 아프니."
"이게 제일 큰 이벤트니까 확실히 신경 쓰라구~"
그렇게 준혁은 지영과 대략적인 진행사항들을 이야기 한 뒤에 라온미르MCN 본사의 미팅룸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이동하려 했다.
띵-!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준혁은 나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안색이 딱딱하게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여성 2명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자신을 성범죄자로 몰았던 인물들이었으니 말이다.
"어머? 안녕하세요. 지은 선배님… 남자 친구시죠?"
"팬이에요~ 정말 멋지세요."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그 순간 들려오는 이들의 음성에 준혁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네? 아… 네. 안녕… 하세요? 지은이… 아니 지은 누나를 아세요?"
"아~ 저희가 옛날에 라온미르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이었거든요."
"근데 나이가 애매해서 나오게 됐죠. 지은 선배님보다 저희가 나이가 조금 많고 그러니까 애매하더라고요."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하기에 준혁은 그러려니 하면서 어색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셨구나. 하긴 정말 치열한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일을 하시는 거에요?"
"네? 아~ 네. 뭐… 그런 비슷한 거죠. 여기 대표님이 저희를 좀 취업 알선? 그런 걸 해주셨……."
"주니야. 그런 것까지 이야기를 왜 해."
"앗. 그런가. 아무튼 반가웠어요. 연습생 때 지은 선배님이 여자 연습생들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해줘서 기억이 많이 남거든요. 아무튼 나가시는 거죠?"
준혁은 이들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고 이들은 들어가며 윤준수 대표 이사가 있는 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그들이 올라가면서 준혁은 형언 할 수 없는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쳤고 제대로 된 판단이 하기 힘들어져서 일단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해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 이건, 이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예상한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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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떡밥들도 하나, 둘 회수도 하고..
정리도 하고..
글겠ㅅ브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