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387화 (357/548)

387회

일정 수정

차 안에 들어온 준혁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최대한 상황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회귀 전의 기억들을 다시 하나, 둘 꺼내어 보면서 자신이 어떠한 식으로 그 사건이 터졌는지 말이다.

한민수…

자신에게 칼을 꼽았던 녀석이었다.

여성 길드원들을 이용해서 자신이 성적 추행을 하고 좋지 않은 행위까지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라온 길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시점에는 자신도 좀 정신을 차린 상태라서 길드원을 상대로 어떠한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오프라인에서는 더욱 조심했으나… 지인들과 자리를 하면 좀 풀어져서 조금 즐겁게 놀기는 했었다. 뭐, 한민수는 특히 편안한 상대라서 더욱 그런 면이 높았고 클럽도 종종 가서 미팅도 같이 하고 놀고 그랬었다.

물론 술 자리에서 딱 끝났지 그 이상은 절대로 가지 않았다. 나름 대형 크루를 이끌고 있었고 길드도 운영 중이라서 수익도 꾸준히 올려 잃을게 많은데 위험한 상황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했다.

단순히 게임으로 즐겼던 부분에서 이게 성적 추행의 증거가 되어버렸고 이렇게 저렇게 얽히더니 그냥 성범죄자가 되어버렸다.

준혁은 그때 한민수가 주범이고 그 외의 여성 2명은 그의 지인 동생이라서 돈을 좀 받고 시키는대로 하는 공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이 기상천외한 만남을 갖게 되면서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 한민수도 이용 당한 건가?"

그는 지은의 열성 팬이었다.

열성 팬으로써 댓글 조작 및 여론 조작을 하면서 라온 크루에 어떻게든 비벼서 성장하고 진입을 시도하려는 스토커적 기질이 있는 녀석 이었다.

"설 익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아직 설 익어서 커다란 악이 되기 전에 내가 목을 제대로 쳤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복잡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내기 위해서 준혁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을 떠올렸다.

"주니… 정확히는 준희였고 한 명은 아름이었지. 뭐,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법정 싸움을 한 탓에 잘 알고 있고."

그런데 저들은 자신들이 라온미르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노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은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는 듯 보였고… 박지영 팀장은 오늘 자신에게 이야기를 했다.

"윤준수 대표이사…는 분수를 모르는 녀석을 눌러 무너트린다고 했었어."

지은은 연예인에서 스트리머로 전업을 했고 자신은 저런 큰 연예인이 넘어와서 방송을 하는 것은 인터넷 방송계를 죽이는 일이라고 투덜거렸다.

그 전에도 몇 번 불만을 표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만약 윤준수에게 껄끄러움을 선사했다면? 넥스트TV도 라온미르가 모회사인데… 당연히 자신이 무너지는데 크게 일조를 했을 것이다.

몇몇 이들과 친했다고 한들, 저들도 밥그릇이 중요하지 친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음이 복잡하다."

정말 마음이 복잡해졌다.

윤준수 대표가 일을 진행했다면 뭔가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 분명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쉬며 한 시간이 넘도록 준혁은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아직도 멀었네."

자신은 아직도 멀었다는 결론이었다.

"인터넷 방송계를 떠나야 할 정도로 나는 잘못을 했는가? 이런 것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 나는 아직도 덜 된 것 같다. 내 마음이 평생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로 남았을 수도 있고 또 몇 명은 관리 부실로 인터넷 방송을 그만 둔 애들도 있는데……."

아직까지 가해자의 입장에서 억울함만 생각을 하는 듯 싶었다. 피해자 입장이 되어서 몇 개의 사건을 경험하고 얼마나 화가 솟구치는지 자신이 직접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 억울한 부분도 있을 거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거고… 하지만, 그건 가해자 입장일 뿐이야. 피해자가 진짜 용서를 해주지 않았다면 무의미하다. 법적 책임을 지고 나왔다고 범죄자를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는 것처럼……."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는데…

"저 여자 애들도 인생이 심란하구나."

쉽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다니는 것 같아 보였다. 윤준수 대표가 진행한 일로 추정된 자신의 회귀 전 사건은 결코 깨끗한 일이 아니었다. 누명을 씌우고 사람을 나락으로 떨궈 내는 것인데… 분명 뒷세계의 일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이미 거기에 얽혀 있었다.

임지은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비슷한 또래 수준일 것인데… 저들도 편치 않은 인생이었다.

"흐음… 더 반성하면서 살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고 했으니까… 정말 그렇게 살아보자."

수 많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과연 이 추측으로 인해서 지은과 헤어질 것이냐? 혹은 그런 감정이 드느냐? 라고 생각을 한다면 전혀 아니었다.

되려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더 잘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윤준수 대표가 나설 정도였다면 상처를 꽤 깊이 받았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아! 잘 하자."

어쩌면 지은과 자신이 이렇게 연인이 된 것들이 회귀 전에 받았던 상처를 잘 보살펴 주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준혁은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준혁은 평소처럼 시간을 보냈다.

충격을 받는 일이 생겼지만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고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발생 시킬 수 있는지도 느꼈다.

"옛 선조께서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고 말했던 것이 거짓이 아니야."

자신의 자그마한 말이 주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을 하면서 준혁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말을 정말 조심하고 조심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고 현관문 쪽으로 돌리니 거기엔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는 지은이 있었다.

"나 왔어~"

"어서와. 추운데 좀 따뜻하게 입지. 괜찮아?"

"응! 완전 따뜻하게 입었지롱~ 헤헤."

베시시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지은을 보니 준혁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겪으면 겪을 수록, 알면 알수록 밝은 모습 뒤에 겁도 많고 소심한 모습이 꽤 있었다. 종종 다부진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좋지 않은 말을 하면서 나름의 여론 조성을 하며 상처를 줬으니 미안함이 많이 들었다.

"뭐야~? 그 눈빛은."

"아니. 그냥 예뻐서 그렇지. 웃으니까 더 예쁘네."

"너… 너는 가끔씩 그냥 바람둥이처럼 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래? 바람 핀 적도 없고 필 생각도 없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섭섭하고 그런데?"

"아, 아니~! 바람둥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멘트가~! 멘트가 갑자기 너무 훅 들어오면 내가 가슴이 막 두근 거리고 그러니까. 응?"

변명을 하면서 커다란 눈망울로 자신의 눈치를 보는데 준혁은 정말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말했다.

"농담이야. 근데 진짜 예뻐서 튀어 나온 거야."

"치이~"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 한번 눈치를 보는 지은을 보며 준혁은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손을 허리로 내려 감싸 않으면서 소파에 같이 앉게 만들었다.

"뭐야~? 갑자기 자연스럽게 앉게 만들고?"

"하하, 그냥. 옆에 딱 붙여 놓으려고. 어디 못 도망가게."

"으으! 또또."

지은의 반응에 준혁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소파에 기댔고 지은은 뾰루퉁한 모습으로 준혁을 흘겨보며 말했다.

"근데~ 이것보다 일찍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응?"

"적어도 한 시간 전에 마친 것 같은데~?"

"아~ 생각을 좀 정리할 게 있어서 차에서 좀 오래 있었어. 그런데 그거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지. 나한테 다~ 연락 들어온다구."

지영이 연락을 해줬다고 대충 예상을 하면서 준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이야기를 했다.

"그~ 뭐, 주니? 라는 누나 후배도 만나고 그래서 깜짝 놀랐잖아. 와~ 저렇게 예쁜 사람이 연예인을 못하네. 이랬지."

"역시~ 준희가 진짜 만났나 보네. 아름이도 같이 보고?"

"모르지. 그냥 주니라는 말만 들었는데. 소개는 안 받았어. 인사만 주고 받았고. 근데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야?"

"응. 종종 연락하고 지냈는데. 연락을 끊었더라구. 근데 지영 언니가 회사에서 봤다고 이야기 해주더라.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준희랑 아름이가 너 봤다고 이야기를 해서… 뭐 전달 받았지."

"오~ 역시 지영 팀장님이 CCTV 역할을 했구만?"

"앗! 그건 아니고."

지은은 준희와 아름을 이야기를 할 때 예전에는 알았는데 이제는 연락이 끊긴 인물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확실하네. 모든 것은 윤준수 대표의 머리에서 시작된 거구나.'

따질 생각도 없고 따질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에 준혁은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윤준수라는 존재가 정말 위험한 존재라는 것도 인지하면서 그와 무엇을 할 때는 최대한 조심을 하고 또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연락 안되는 사람들이 선배님이라고 하고 다녀?"

"뭐… 그래도 같은 소속사였으니까?"

"친했어?"

"응~ 그냥 다들 똘똘 뭉칠 수 밖에 없어서. 다 그렇지 뭐. 근데 왜 자꾸 물어? 설마~ 진짜 예쁘다고 막 그러는 거야?"

"에이~ 비교 불가의 존재가 여자친구인데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 그냥 아는척을 했는데 이게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아니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접근인지 막 생각이 들어서."

납득할 만한 준혁의 말에 지은의 표정은 바로 풀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사람은 맞아. 근데 지영 언니도 연락처를 모르는 상태로 헤어졌다고 하는데. 뭐, 잘 모르겠네. 뭐든지 열심히 하던 아이들이니까 잘 할 거야."

"음… 뭐, 그러면 다행이고. 요즘에 부쩍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경계심만 높아지더라고."

이어진 핑계에 지은은 완전히 의심이 사라졌는지 고개를 끄덕거렸으며 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방송 조금 일찍 끄고 데이트나 갈까?"

"정말?"

"두어 판 정도 판 수 조절하면 일찍 끝나니까."

"응응! 가자."

밝게 웃으며 좋아하는 지은을 보면서 준혁은 앞으로 더 잘해주자는 생각을 하며 복잡했던 생각을 접었다.

'뭐, 그 이상한 44살 먹은 아저씨는 알아서 뭐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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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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