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412화 (382/548)

412회

이게 뭔데

당황스러운 녹화였지만 진행은 깔끔하게 이뤄졌다. 시청자들과의 결투는 이미 기존 인터넷 방송에서도 많이 즐겼기에 방송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단지 시청자들이 평소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는 QnA 코너에서 꽤 당황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갓 정직원이 된 27살 팬인데요. 요즘 들어 부쩍 방송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분들도 한번 도전을 해볼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으로 인디고님이 강의를 좀 해주셨으면 어떨까 하는데 혹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도 참고를 해서 한번 올인을 해볼까 싶거든요."

불과 며칠 전에 자신이 지은에게 답변을 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또 해야 하는 것이지만 준혁은 이에 대해서 방송을 통해 진지하게 말을 해주기로 했다.

"어~ 말씀을 해주신 강의 부분은 논외를 치고 지금 말씀한 부분에서 벌써 위험한 부분들이 많아요."

"어떤 부분이 위험하다는 것이죠?"

"자! 도전을 해볼까? 여기는 좋아요. 취미가 돈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방송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질문자분께서 말씀하신 '올인'과 '주변에도 많다'는 점이에요. 타 플랫폼은 모르지만 넥스트TV에서 스트리머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실까요?"

준혁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리질을 쳤다.

"최소 20명 이상의 시청자가 보는 스트리머분들이 3500명 이상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저와 라온 크루가 계속 지속적으로 대회를 여는데 그 기준이 딱 이 정도 규모의 분들입니다."

"아……."

"자, 그러면 20명 미만의 시청자 수를 보유하신 분은 몇 분이나 계실까요? 비슷하거나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충 스트리머가 7000명 수준이라고 가정을 하고 계산을 하면… 실질적인 문제가 하나 생기죠. 생계… 올인을 하게 된다면 현실적인 부분이 해결이 안돼요."

응원의 말이나 노하우 전수가 아니라 바로 인터넷 방송계의 현실을 거론하는 준혁의 말에 질문자는 생각해보니 너무 단순하게 생각을 했다고 여겼는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절대로 올인을 해서는 안됩니다. 취미로 하면서 틈틈이 하시다가 그 다음에 고정 시청자가 늘고 적어도 300명 이상의 시청자가 유지되는 그 정도가 되면 고민을 해볼 수도 있어요. 300명 시청자가 있어도 솔직히 불안합니다. 시청자의 이탈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더불어 300명의 시청자가 있어도 지금 일하시는 금액보다 훨씬 적게 벌거에요. 단순히 딱 생활만 가능한 수준일 겁니다. 아! 파트너를 달면 보조 옵션이 좀 되기는 하지만 이게 요즘 조건이 깐깐해서 1년 이상 버틴 스트리머 정도는 되야 달 수 있을 겁니다."

방송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 이런 경고를 준 뒤에 준혁은 대략 말을 정리하고 강의에 대한 의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절대로 제가 응원을 해줄 수 없어요. 회사 어렵게 취직해서 올인을 한다고 퇴직을 했는데. 방송이 생활비도 어려운 수준이라면… 자신의 취미가 지옥으로 변하겠죠. 그래서 일단 이 부분을 집고 넘어가고… 강의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걸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누구를 가르칠 위치도 입장도 되지 않아요."

단호하게 준혁이 이야기를 하자 여성MC인 김나은이 의문을 표했다.

"어, 그렇게 말씀을 하기에는 지금 인디고님은 너무 큰 스트리머가 아닌가요? 최근에는 U튜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채널이라고 랭크를 할 정도인데요."

"방송을 고등학교 때부터 해서 뭐, 나름 짬이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정말 운이 좋아서 성장을 한 거라서요. 운으로 성공을 했는데 무슨 그럴 듯한 말로 저를 포장할 생각이 없어요. 지독한 레드오션의 시장에서 정말 운이 좋아 빠르게 성장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줬다고 말을 할 수 있는 히어로 크로니클이 딱 좋은 타이밍에 세상에 공개 됐어요."

"아… 운이라는 건가요?"

"열심히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열심히 안 했는데도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도 있죠. 저는 그래서 제가 실력이 좋아서 그렇다는 말은 죽어도 못할 것 같아요. 운이 좋았고 운이 여기서 더 좋아서 시청자분들의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온 거죠."

불합리한 말이지만 운이 좋았다라는 표현 외에는 준혁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운이 좋았다. 이 말 외에는 제가 할 말이 없어서 강의를 할 수 없고 또 누군가 제 의견을 듣고 그걸 자신의 인생에 투영해서 실행한다는 것이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거절을 합니다. 살아온 인생, 주변의 환경, 일을 시작하는 시기. 이 모든 것이 다른데… 제가 누군가에게 강의를 하고 인생에 변화를 주려 한다고요? 그것만큼 무책임한 행동은 없다고 봐요."

표정에서 정말로 그건 하기 싫다는 것이 드러나는 준혁의 답변에 MC들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준혁의 말을 들으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인생, 환경, 시기… 이 모든 것이 다른데 어떻게 지금 당장 성공한 상태라고 뒤이어 시작하는 너희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겠는가?

정말 진지하고 진솔하게 준혁이 이야기를 하자 돈도 제법 벌고 집에서 하는 거라 괜찮을 것 같은데 나도 방송을 직업으로 삼고 올인을 해볼까? 하는 이들도 다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어우, 굉장히 진지하게 잘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물론이죠. 정말 중요한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 나름대로 방송을 하시려는 분들이 적은 가격으로 취미로 차근차근 방송을 하실 수 있는 견적, 설정 이 정도만 도움을 드릴 순 있어요. 그걸 공지로도 걸어 놨고요."

"그렇군요. 시청자분 좋은 조언이 되었나요?"

남성MC인 김준현의 이야기에 시청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들어보니까 확실히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여겼습니다. 진솔한 답변 감사합니다! 대장!"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는 조언인데도 좋게 받아주셔서 저야 감사하죠."

"아닙니다! 진짜 새롭게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분위기가 포장이 되자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질문을 하는 이를 뽑았다.

"연예인들과 많이 알고 계신가요! 인디고님의 학창 시절 친구분들은 공부를 잘하는 그냥 평범한 고딩이었다! 이랬는데… 인맥이 너무 극한의 인싸십니다! 근데 본인을 자꾸 아싸라고 하시는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어~ 많이 알고 있지는 않고요. 음. 그냥 연예인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요… 제가 원래 진짜 아싸거든요?"

아싸라는 발언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야유 소리가 방청객 석에서 쏟아졌고 준혁은 당황해하면서 바로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근데 정말로 님들. 제가 인싸라고 하시면 조금 억울한게 제 고딩 시절 님들도 함께 했습니다? 제 생활 패턴 아실 거 아니에요. 방송을 위해서 이 한 몸 열심히 살았습니다. 크흠. 아무튼 억울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인싸는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확실히 고등학교 시절부터 방송을 했기에 올드 시청자들은 준혁의 변명에 순간 납득을 했다는 듯한 채팅이 올라왔다.

하지만 질문자는 조금 달랐다.

"저도 시청자 수 17명부터 보던 초기 팬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방송은 주4회 혹은 5회일 경우가 많았는데요?"

"어억! 그, 그게 그러니까 그 나머지 시간은 크흠. 공부를 하고 그랬습니다. 학생인데 본분은 공부죠. 크흠. 아무튼 인싸 아니고 오해가 있으신 겁니다."

"인싸가 아니라면 어떻게 여자 친구가 무려 임지은일 수 있는 겁니까… 대장! 이건 아싸를 기망하는 행위입니다!"

지은은 이 상황이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웃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하아… 그냥 인싸라고 할게요."

"그냥 아싸의 서러운 한풀이었습니다."

"잠깐만요. 이건 거짓말이군요."

"네?"

"채팅창에 한 채팅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싸는… 이곳에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 기만자일 뿐이다."

준혁의 발언에 질문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씨익 웃었고 채팅창 반응 역시 준혁의 의견에 동일했다.

집 밖은 위험하다는 둥,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둥, 전기 장판 위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식의 말들이 가득했다.

"그, 그런!"

"아주 당차게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은 결코 아싸가 아니십니다."

"……."

"아무튼 여기 계신 모두는 저와 같은 기만자라고 온라인 채팅에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으니 저 말이 맞는 걸로 하고 이만 기만자들의 QnA는 끝을 내는 것이 어떨까요? 사진도 같이 찍고 싸인도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준혁의 의견에 아싸임을 주장했던 시청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MC들 역시 대화를 듣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것을 깨달아 빠르게 코너를 마무리 지었다.

"어우~ 역시 말 솜씨가 왜 최고의 스트리머인지 보여지죠?"

"그러게요. 지은씨는 어떠셨어요?"

갑자기 지은에게 질문을 하는 MC였지만 지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싸 아싸가 중요한 가요? 그냥 제 눈에는 최고로 멋진걸요."

"아……."

모두를 탄식에 빠트리게 하는 지은의 발언에 준혁을 제외하고 다들 그 상태로 죽게 만들었다.

"어우… 네. 두 분의 달달한… 모습 잘 봤고요. 방송은 오늘 여기까지 마무리 짓는 걸로 하고 싸인회랑 사진 촬영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방송 시청해주신 시청자분들 너무 감사하고 고생하셨고요… 마지막에 큰 타격을 입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모두 다음에 봐요~!"

"안녕!"

마무리 멘트를 치며 방송 종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방송 화면이 꺼진 뒤 10초 정도 뒤에 채팅을 치며 솔로의 서러움을 여기저기서 드러내었다.

하지만 덧없는 외침일 뿐이었고 옆구리만 시릴 뿐이었다.

누군가 전기 장판으로 따끈하게 지지고 있는데도 춥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 채팅의 주인공이 자신인 것처럼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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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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