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회
이게 뭔데
▷진결충성맨: 진결을 사랑하는 팬으로써 달달하지만 솔직히 울컥했다.ㅠㅠ
- 진결충성맨 님이 1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넥스트TV 클립 영상 ]
영상이 재생되고 지은이 마지막에 말한 내용에 열혈도르의 채팅창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 아싸 인싸가 중요한가요? 그냥 제 눈에는 최고로 멋진걸요.>
그리고 이 발언을 본 열혈도르는 쓴 웃음을 지으며 오늘 왜 이 게임을 했을까? 라는 자책을 했다. 그것도 영상 후원을 켜서 결제까지 진행하면서 말이다.
- 열혈도르군! 유이는 정말 이~ 만큼 보고 싶었는걸!
- 헤에~ 선배! 어제 저랑 영화 보기로 약속 했잖아요?
- 흥, 이거 받아. 어제 바로 주려고 했지만 깨, 깨끗이 하고 주는게 좋으니까!
- 혹시 오늘 약속이 있으신가요. 열혈도르씨? 혹, 없으시다면 저랑 오늘 시간을 함께 보내주셨으면 해서요.
- 선물 감사해요. 예쁜 옷인데. 꼭 다음 데이트 때 입고 나올게요.
현금 결제를 하면서 가상의 여자 친구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보내고 시청자들과 함께 흠뻑 오덕오덕한 문화에 빠졌는데 이 영상 후원은 너무 큰 타격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벤을 해라! 목을 쳐라!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공식적인 커플임을 알고 있기에 그걸 또 벤을 하고 목을 치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뭐, 분위기가 갑자기 싸하게 되기는 했지만 달달한 흐름에 어울리는 후원이기는 했다.
다만 현실과 가상이라는 갭이 너무도 컸을 뿐이다. 영상 후원자 역시 울컥했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말이다.
"어. 음. 아우~ 허허허. 달다. 너무 다네."
정말 친한 동생이자 좋아하는 스트리머이기에 열혈도르는 차마 내면에서 올라오는 부러움과 질투를 표현하지는 못하고 그저 달다는 말만 연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내뱉고 싶은 말을 내뱉는 시청자들을 보며 살짝 눈물이 고였다.
▷열혈도르욱: ㅠㅠ 씨이벌 너 후원자야 너 왜 그르냥. ㅠㅠ 갑자기 광역딜을 꽂아 버리네. 멘탈 터질 뻔.
▷근본잔디왕도르: 하,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성도르: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니냐고. ㅠㅠ 아키라랑 데이트 코스 짜고 행복회로 돌리는데 이런 짓을. ㅠㅠ
▷무적솔로도르: 잔인했다. 이건 아니야. 광역딜이 너무 데미지가 쌨다. 씹덕들이라도 데미지는 입는다고!!
▷악성우결충: 하~ 이건 나도 안하는 짓인데. ㅠㅠ 너무했다. 너. 여기에 진결을 갖고 오면 어카누. ㅠㅠ
▷1124차원매니저: 야~ 촨인한 녀석인데? 흐흐. 사탄도 울고 가겠어. 허허
열혈도르는 자신의 기분을 대신하여 실컷 채팅을 친 시청자들을 보면서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다.
"님들. 괜찮습니다. 온라인이라서 더 빛나는 것이 있다고요. 2D라서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겁니다."
시청자들은 열혈도르의 마음 속 울부짖음에 눈물을 흘리며 그렇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다시 분위기가 괜찮아 지려고 할 즈음에 뒤이어 눈치 없는 후원이 하나 날라왔다.
▷속보전달맨: 오늘자, 속보! 얼렁보삼~
속보전달맨 님이 25,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U튜브 영상 ]
열혈도르가 허용한 U튜브 영상은 첫 번째로 라온 크루 관련 영상과 3362 멤버들 및 일부 친분 있는 영상이거나 두 번째는 좋아요 수가 5000 이상이고 싫어요가 500 이하인 영상만 재생이 되었다.
후원된 영상을 보니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클린 영상으로써 열혈도르는 분위기를 좀 전환하는 영상이길 희망하며 재생을 했다.
하지만 이건 헛된 바람이었다.
재생된 영상은 준혁과 지은이 홍대 밤거리를 누비며 데이트를 하는 영상이었는데 손을 꼬옥 잡고 돌아다니면서 이래저래 챙겨주는 것이 훈훈한 미소가 멤 돌았다.
문제는 지금 여기는 2D 미소녀 연애 게임을 하고 있는 방이었고 앞선 영상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와장창 깨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허."
열혈도르는 속보전달맨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시청자가 재미있고 좋은 영상이 나오면 그냥 이곳저곳 영상 후원을 뿌리고 다니는 시청자라는 것을 알기에 차마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청자들 역시 끓어 올리던 텐션이 턱- 풀리게 되었으며 열혈도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 음! 하아. 씨이벌~ 이게 무슨 소용이냐. 겨울철 옆구리 시려워서 좀 해보려고 했는데. 개풀. 으어어아!"
열혈도르의 울부짖음에 시청자들 역시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후우. 리그 오브 파이트나 하러 갑시다. 오늘 탑에서 기강을 좀 잡아야겠다. 이 원한 좀 풀어야겠어. 오늘 이 게임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타(현자타임)이 좀 세게 왔는지 열혈도르 역시 텐션이 다운된 분위기로 그냥 게임을 넘어가기로 했고 속보전달맨은 방의 리액션에 당황한 듯 추가적인 후원으로 사과를 표했다.
▷속보전달맨: 어;;; 다들 보셨나요?;;; 지송합니다. 중복인 줄 몰랐어요.
속보전달맨 님이 5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중복 배송 지송함다.;;
사과를 하는 속보전달맨의 이야기에 열혈도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휴, 속보전달맨님 5만 원 큰 후원 감사합니다. 아~ 근데 그 중복 배송이 아니라요. 크흠. 그 하아~ 아무튼 그게 슬픈 전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타이밍이 조금 애매해서 그런 거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게 또 사과를 할 그건 아니라서 시청자들 역시 열혈도르의 말에 동조를 하며 속보전달맨을 챙겨 주었다.
그가 가지고 오는 정보들은 방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런 실수 한 두번 쯤이야 눈 감아 줄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마음이 너무 시린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속보전달맨: 아! 음; 아닙니다. 다시 보기 빠르게 훑어 봤는데;;
속보전달맨 님이 25,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크흠. 게임 데이트 코스 짜고 계셨군요. 크흠. 오늘은 빠르게 퇴장을! 미안요!
25000원을 더 채워서 총 10만 원 후원을 하며 사과를 한 뒤, 사라진 속보전달맨이 남긴 후폭풍은 다들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채팅창의 누군가 연애하고 싶다는 말을 남김에 따라 씁쓸함은 가속화 되었고 열혈도르는 밀려오는 현타를 극복하고 방송을 이어 나갔다.
그 모습은 정말 프로라고 할 수 있기에 시청자들은 금세 호응을 해주었으며 이날 열혈도르의 방은 더욱 끈끈하게 단합될 수 있었다.
물론 이 방송을 시청한 솔로 남성들만 말이다.
* * *
"오우야. 이걸 이렇게?"
넥스트TV 핫클립을 보던 준혁은 오랜 만에 상위권 클립 영상에 열혈도르가 있어 영상 확인을 했는데, 그걸 본 뒤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지은 역시 뭐라고 형언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말이다.
"타이밍이 참 그랬네. 타이밍이 잘못했네. 후원을 해주신 분은 잘못이 없어. 그냥 타이밍이 잘못했어."
"크흠. 그렇긴 하네. 쩝."
열혈도르는 정말 방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 만큼이나 방송을 하는 시간이 길고 유일하게 라온 크루에 대항할 수 있는 크루를 구성할 수 있는 이기도 했다.
거의 방송과 결혼을 했다고 말을 할 정도로 모든 시간을 방송 콘텐츠에 쏟아내는 그는 일 주일에 1회 휴식을 하는데 히어로 크로니클 이후에는 단 한번도 쉬지 않고 풀타임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팬들은 열혈도르를 향해서 이제는 방송 말고 연애를 좀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열혈도르는 히어로 크로니클의 효과로 인해서 신규 시청자들이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연애를 하며 시간 소모를 할 순 없다며 일에 집중을 했고 이에 감명 받은 팬들은 더욱 높은 팬심을 보여 주었다.
유입된 신규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열혈도르가 최근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적이 있었는데 넥스트TV 파티에서 자신에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지은과 연애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질문을 했는데 사생활적인 부분은 거의 없고 일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냐는 것과 방송에 방해가 되지 않냐는 질문들이었다.
마치 그런 부분이 적다면 연애를 하고 싶다는 듯 말이다.
이에 준혁은 솔직한 답변을 해주었다. 신경은 쓰이지만 원론적인 답변인 일과 사생활을 구분해서 진행을 해야 하고 방송 콘텐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이 연애를 해도 방송에 집중을 하고 있고 연애를 하나, 하지 않으나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고 조언을 하면서 말이다.
열혈도르는 이를 듣고 연애는 힘들겠다는 말을 씁쓸한 톤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연애를 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는 연애를 하게 되면 아주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그야 말로 열혈이었고 방송에 많이 집중을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식으로 아쉬움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혁은 일부러 동맹 크루 및 친분 있는 스트리머들이 있는 자리에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도 않았고 조용히 사귀었다. 나름의 배려였다.
그런데 오늘 저 방에 폭탄이 연속으로 2방 떨어진 것이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후원 좀 해야겠네."
"우리가 잘못한 건 아닌데."
"음. 연애를 하고 싶어도 두 가지에 집중을 못한다고 강제로 끊고 있거든. 방송에 집중을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일부러 연애 이야기도 먼저 안 꺼내는데."
"아~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응. 우리가 너무 알콩달콩하면 주변 분위기가 우울해지니까. 솔로의 슬픔이지."
지은은 확실히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만 원만 후원할까? 힘내라고."
"어음. 그러자."
그렇게 준혁은 부계정인 공포의쓴맛이라는 아이디로 접속을 하여 열혈도르에게 조용히 화이팅! 이라는 문구와 함께 10만 원을 후원했다.
만인이 아는 준혁의 부계정이기에 열혈도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 준혁아? 어어. 고맙다. 하하. 아이참~ 괜찮은데. 허허. 제수씨랑 어~ 뭐, 데이트 잘하고. 음! 그래 후원 고맙다. 나중에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하하."
열혈도르는 이런 준혁의 배려를 알고 있었기에 괜히 멋쩍어 하면서 고마움을 표하면서 이내 준혁이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본인의 일도 바쁜데 동맹 길드의 스트리머 및 친분있는 스트리머의 핫한 부분들을 빠르게 캐치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살피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래서 대기업을 초월해서 월드로 성장한 거겠지.'
자신과는 의형제로 지내는 동생이지만 정말 존경할 수준이라고 여겨졌다.
'나도 길드장으로써 더 열심히 해야지. 동생들이 믿어주고 힘을 실어 주고 있는데. 음. 이런 배려를 해주지 않아도 잘해보자고.'
라온 길드와의 유일한 동맹 길드인 만큼, 방송에 시간을 좀 더 갈아 넣어 걸 맞는 위치까지 끌어 올리자고 생각했다.
'일단 이 티몽부터 찢어 죽이고, 난 뒤에 히어로 크로니클 다시 시작하자. 더욱 더 시간을 갈아 넣어 주지!'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있어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그였기에 방송에 더욱 인생을 갈아 넣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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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