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회
어? 너는?
마총을 위시한 사냥 방송이 끝이 날 즈음에 준혁은 길드로 돌아가서 내구도가 10도 남지 않은 마총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허허, 내구력이 너무 바닥이네요. 많이 쏘기는 했어도 유니크 제품이 이 정도로 떨어질 정도라면. 적어도 소재를 고급 광물인 미스릴 이상급으로 만들어야 뭐라도 답이 나올 것 같네요. 지금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 차후에 개선하고 도전해 봅시다."
기존의 앞선 솔로 공략 사냥보다는 이와 관련된 초점을 가지고 1부 방송의 마무리를 진행하려고 있을 때, 준혁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길드원의 모습에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응? 방송중인데?'
라온 길드원들의 방송 매너는 익히 소문이 날 정도로 좋아서 이런 일이 자주 없는데 준혁은 일단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다가온 이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대장! 방송 중 실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때마침 미스릴 캤습니다! 이거 드리겠습니다!"
"예?"
꺼낸 미스릴을 보니 35kg 정도는 추출할 수 있는 원석을 긁어 모아 내려 놓고 있었으며 이걸 제대로 추출만 한다면 웬만한 고급 방어구 세트를 뽑아낼 정도였다.
"총! 총을 만들어서 써주세요! 하앍! 총, 총이 좋습니다! 우람하고 거대한!! 그 총을 만들어주세요!"
그의 외침에 시청자들은 밀덕이 이번 사냥 방송을 보더니 뽕맛에 거하게 취해서 일을 저질렀다는 식의 이야기를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오. 저, 아직 미스릴을 다루면서 만들기에는 마공학 수준도 부족하고 이건 아닙니다. 족히 35kg 정도는 추출이 가능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현금으로 억 단위가 될 수도 있어요. 얼른 집으세요."
현금으로 억 단위가 된다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깜짝 놀랬다.
"우, 우람한 총을 보고 싶습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 저는 대장장이만 하는데요. 마공학이나 이런 건 너무 복잡해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장장이랑 광부 하면서 돈도 어디 쓸 곳도 없습니다. 부디 만들어주세요!"
"아이고. 제가 이야기를 먼저 내뱉은 것이 있으니까 확실히 콘텐츠화 시켜서 만들겁니다. 제가 단순히 마총 위주로만 제작을 하고 있는 것은 탑승형 골렘의 기본 작업을 위한 것이고요. 그렇게 되려면 아직 진짜~ 오래 걸리니까요. 이건 가지고 계세요.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제가 따로 구매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훈지(훈훈한 지원)를 하시면 안돼요."
완강한 거부에 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탑승형 골렘 만드려면 저 혼자 못합니다. 길드원분들이 다 도와주셔야 가능해요. 그때를 위해서 부지런히 레벨 올려주시고 기술 연마 해주셔서 도와주세요. 그게 이런 물품을 주시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됩니다."
"… 네! 알겠습니다. 꼭 도움이 되도록 부지런히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마공학이랑 연금술도 배워보겠습니다! 이 악물고 노력하면 되겠죠!"
"현실은 노력을 해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상 현실은 반복 숙련 작업을 하다보면 레벨과 등급이 올라서 괜찮아질 겁니다. 여기서는 정말 시간의 노력이 배신을 하지 않죠. 대신 저는 방송을 하는 입장이기에 이런 시간의 노력이 좋지만 현실에서 하시는 일도 있을 테니까 적당히 취미 생활로, 건강 상하지 않는 선에서 해주세요."
준혁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이래저래 감동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눈 앞의 사내는 코를 쓱 훔치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 괜찮습니다. 저 백수입니다."
"예?"
"저 백수라서 시간 많아서 노력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꼭 하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아니… 그런데 미스릴을 저에게 주실 생각을 하셨다고요?"
"네!"
정말 해맑게 이야기를 하는 남성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이 나왔고 준혁도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라가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다…
'어?'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나 이런 상황 어디서 경험을 해 봤어…….'
기시감은 짧은 순간이지만 진해졌고 머릿속에서 번뜩 스쳐가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과거… 그러니까 회귀를 하기 전의 라온 크루 초창기 시절에 궂은 일을 많이 하던…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있었다.
한 3개월 정도 궂은 일만 하는데도 즐거워 하며 같이 놀았는데… 어떠한 콘텐츠로 인해서 그를 방치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었다.
아마도 머리를 꽤 써야 하는 콘텐츠였고 광고도 달린 거라서 1개월 정도 합방을 하지 않았고 그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냥 크루를 나갔다.
당시에 자신이 따로 연락을 해서 그래도 고생했다는 식으로 300만 원 정도는 챙겨주기는 했으나… 방송 종료 이후에도 고된 작업들을 주로 다 처리해서 진행했던 녀석에게 턱 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물론 그 당시 라온 크루는 사실 상 정글 수준이라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준혁의 입장에서도 저 300만 원은 꽤 큰 돈이었다.
다만 당시에 녀석이 너무 맹한 기질이 있어서… 나름 광고비도 덜어내서 줬던 걸로 기억을 했다.
'이름이… 되게 촌스러웠는데. 그… 뭐였지?'
기시감이 짙어지면서 녀석의 말투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아! 박봉덕"
"어! 맞습니다. 제 아이디가 박봉덕입니다. 대장! 저를 알고 계셨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름을 듣고 눈 앞에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들며 맞다고 이야기를 하자 준혁은 당황을 했다.
하지만 이내 티를 내지 않고 꾹 참아내며 말했다.
"그~ 성실한 분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랬구나! 헤헤. 영광입니다."
순박한 웃음과 어리숙한 행동… 딱 사기 맞기 쉬운 케이스인 그의 모습에 준혁은 미스릴 원석을 이 만큼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분명 사기꾼이 다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했다.
"미스릴 원석은 칼스 레이너 백작님께 판매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판매를 하시고 새롭게 마공학이랑 연금술을 배우신다고 하시니까 기초적인 제품을 좀 많이 구매하시고 차후에 쓰실 돈 조금이랑 해서 남기신 뒤에 골드는 정리해서 현금으로 갖고 계세요."
"아… 그냥 갖고 있다가 나중에 드리면 안될까요?"
"음~ 시세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미스릴 가격이 변동 폭이 제법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판매를 하시고 쌀 때 사 놓는게 좋아요. 지금 미스릴 시세가 제법 올랐으니까 좋은 기회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방송 종료를 하려던 준혁은 30분 정도를 그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시청자들 역시 방송을 하면 할 수록 어수룩함이 눈에 보여서 그런지 왜 특별하게 챙겨주냐는 말 보다는 사기 안당하게 잘 챙겨주라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들이라고 다르게 느끼지는 않는 듯 했다.
'하, 회귀 전의 시청자들이면… 빨아 먹어야 제 맛이라고 부르짖었을 건데. 확실히 달라졌어.'
다른 방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 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온 크루의 방송을 볼 때에는 클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면을 쓴 것이든 아니든 아무튼 훈훈한 분위기라서 준혁도 기분 좋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에 골드 관련 역시 캡슐에서 나가기 위해서 방송을 잠시 껐을 때, 큰 손이라 불리는 이들이 다가와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뒤에 평균가로 이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때도 라온 크루가 좋다고 다가왔던 맹한 녀석이었는데.'
현실의 박봉덕이 어떠한 존재인지 만나지도 못했었기에 준혁은 이렇게 자신이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피해자를 만나게 되니 머쓱한 느낌만 들었다.
은별도 지은도 뭔가 잘 풀어낸 것 같지만 아무튼 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한번 알아 볼까?'
다른 것은 몰라도 방송을 한다고 하면 자신이 후원이라도 꾸준히 해줄 수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한 달에 적어도 알바를 하는 정도의 금액을 꾸준히 넣어준다면 히어로 크로니클의 벌이와 함께 생각을 해서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음, 근데 뭐… 연락처를 알고 그래야지.'
개인적으로 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이 생색을 내려고 그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이디는 알고 있고 직업도 파악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지. 길드 내에서 개인 공방도 있을 정도면 실력은 있다는 거니까. 한번 만나보면 되겠네.'
우직하게 하는 이었다. 쉼 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말이다.
'현실에서는 힘들어도 히어로 크로니클에서는 이걸 보상해 줘. 아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저 성격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면 분명히 잘 될거야.'
물론 자신이 이상한 녀석에게 박봉덕이 이용 당하는 것을 잘 관리 해줘야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박봉덕을 마지막까지 챙겨주고 캡슐을 빠저 나와 방송을 다시 시작하니 채팅창 분위기는 아주 훈훈했고 레인보우 세븐 시리즈 이벤트를 아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기프티콘도 걸려 있는 만큼 아주 즐겁게 이를 진행했으며 이 날의 방송은 방송의 재미와 훈훈한 미담 그리고 시청자들의 만족감까지 최고로 채운 명품 방송으로 남게 되었다.
당연히 방송 종료 이후의 파급도 상당했으며 박봉덕의 이야기도 이래저래 퍼지면서 훈훈한 일화로 변경 되었다.
물론, 순박한 백수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지만 나쁘지 않은 이미지라서 준혁은 이를 제지를 하지는 않았다.
만약 방송을 할 욕심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서 캐릭터를 잡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봉덕아. 이번에는 어찌 잘 지내게 되면 좋겠다.'
회귀 전의 방송 스타일을 계속 떠올리니 파도파도 괴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하고 바르게 살자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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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