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회
어? 너는?
루시퍼는 한 없이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벨페고르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지루하면 마계의 보존을 위한 움직임을 펼치는 것이 어떤가? 원한다면 어떠한 것이든 해줄 수 있네."
벨페고르는 이러한 루시퍼의 말에 오우거가 고블린 흉내 내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뿐히 무시했다.
"훠이~ 그런 귀찮은 말 하려면 저리 가라고. 나는 나름 확실히 다 해줬단 말이야. 네가 직접 확인도 했다며?"
"그래. 확실히 뭔가 업(業)이 끊긴 것이 느껴지더군. 수호자의 카르마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 네 말대로 동대륙의 귀찮은 존재들과 엮인 것 같다는 것도 확인했고."
"그러면 거래는 깔끔히 끝이 났는데. 우리의 왕께서는 이렇게 날 귀찮게 찾아 오는 것일까요. 하움~"
하품을 하면서 한껏 귀찮음을 표현하는 벨페고르의 모습에 루시퍼는 그 어떤 불쾌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서대륙에서 많은 것을 잃었어. 직접 확인을 했다가 말이야. 뭐, 오리악스가 나름의 연줄로 준비를 했지만… 시선을 끌어줄 이가 필요해."
"단호하게 거절을 하도록 하지. 나도 잃은 것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그리고 새로운 균형… 아니지 관리자들과도 음~ 뭐랄까 척을 너무 지면 또 재미가 없고 그래."
"마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도?"
"글쎄. 지금 자네가 가만히 있다면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지. 괜한 움직임을 한 탓에 꽤 많은 선들이 잘려져 나가지 않았나? 나도 하나 날아갔는데. 손해 배상 청구를 하고 싶지만 참았고. 고생을 하는 것을 아주~ 잘 알아서."
벨페고르도 황제의 기사단으로 인해서 거처가 하나 통으로 날라가 버렸다. 딱히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중간계를 살피는 놀이터일 뿐인데 말이다.
뭐, 그들과 나름 좋은 거래도 했는데 아마도 루시퍼와 뭔가 일을 했다는 것을 들키는 바람에 괜히 불똥 튀어 박살이 난 듯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똥 튀김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일단 자신에게 경고가 들어간 것과 다름이 없으니 결론은 이번 일을 하면서 자신은 사실 상 얻은 것보다 손해가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벨페고르의 이야기 속에 담긴 뜻을 루시퍼는 알기에 약간의 침묵을 한 뒤에 다시 말했다.
"이미 우리의 계책이 진행된 곳들이 있어."
"오, 그거 축하해. 뭐든지 뜻을 이루면 좋은 거지."
"좀 더 활성화가 된다면 오리악스 정도면 100%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할 수 있네."
"그것 참. 중간계 녀석들은 참 신기해. 늘 호기심이 많아서 본인들 세계 위험을 불러 일으켜. 우리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크크크."
루시퍼는 벨페고르의 대답이 중간계에 존재한 녀석들에 대한 조롱일 수도 있지만 자신들에 대한 조롱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신들도 넘어서면 안되는 호기심을 탐닉하다가 세계의 멸망까지 갔다고 보면 되었다. 과도한 호기심은 타락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지금 무너져 버린 곳의 생존자인 자신들이 중간계를 자극 시켜서 그곳에서 살아가고자 행동을 하고 있으니 이는 생존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규칙에 반하는 행동들이었다.
즉, 위험한 행동이었고 마계의 위험을 불러 올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벨페고르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조롱을 하면서 자신을 쳐다 보는 것이다.
"… 변화에는 위험이 따르지."
"글쎄. 능력의 차이에 따라서 위험이 동반 되느냐 평화롭게 교체가 되느냐 뭐, 차이가 있겠지. 물론 왕인 자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날이 섰군."
"번거로운 일에 얽매이는 것이 싫으니까. 이봐 루시퍼. 자네가 마계의 생명체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나는 딱히 그렇지 않아. 중간계의 미친놈들과 같은 또라이들이 아주 널리고 널렸어. 약육강식이 당연하고 배신이 당연한 세상이 이곳이지. 내가 굳이 애정을 가져야 할까?"
부족한 세상이다 보니 아귀들의 다툼이 되었다. 영지를 가진 귀족들이 크게 사치를 즐기는 것도 아니었다. 사치를 즐기는 것보다 강해지는 것을 택하는 것이 마족이었다.
투쟁과 생존을 위해서 부를 누리는 것은 제 한 몸은 오롯하게 간수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었지 어정쩡한 놈들이 과시를 하면 정말 강한 놈이 찾아오던 떼거지로 약한 놈들이 찾아오건 어떠한 형식으로든 뜯어 먹기 위해 달려 들었다.
이러한 마계의 모습은 벨페고르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유지할 뿐이다.
중간계의 황제가 보여준 것처럼 그저 딱 자신의 왕국을 지킬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거처하고 있는 곳을 중점으로 지키지만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살아가는 녀석들 정도까지는 챙겨줄 마음은 있어 나름 지배자로써 지켜주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자신의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굳이 자신의 살았던 세계에서 보았던… 멸망의 끝자락에 보인 미친놈들보다 더한 녀석들을 위해서 힘을 쓸 이유는 없었다. 저들은 그저 자신과 모두 관계가 없는 존재들이다.
마음씨 좋은 왕이나 관심을 갖는 것이지 그저 지금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만족을 하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되려 저것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면 더 큰 문제가 생기고 이래저래 피곤한 일만 생긴다고 생각했다.
피어나면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과도하게… 정말 쓸모 없는 것들이 늘어난 마계가 그들로 인해서 망가지고 있다면 그들을 죽이거나 혹은 그냥 몰락을 향해 가면 되는 것이다.
굳이 지금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중간계에 침투를 하여 자신들이 겪은 아픔을 주려는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천계를 침범을 하면 이해나 할 수 있지, 중간계 침범은 그리 마음이 동하지도 않았다.
"… 불쌍한 녀석들이야. 풍요로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태어났지. 배신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태어났어."
"흐음. 모든 것은 운명이지. 이봐. 루시퍼. 내가 너를 왕이라 부르는 것은 너의 행동에 숭고함이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네가 하는 행위는 신이 우리 세계를 무너트린 것처럼 마계의 힘을 빌려 중간계를 무너트리는 거지. 결론은… 너나 저 위의 것들이나 똑같다는 뜻이야."
"……."
"그러니 나에겐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아. 그저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너의 부탁을 들어준 것일 뿐. 설마,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확실한 민폐는 맞는데 말이야."
루시퍼는 벨페고르의 이야기를 부정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기에는 마계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마계와 중간계를 융합할 생각을 갖고 지금 마계화라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중간계의 풍요로운 곳을 조금 빌려 쓴다는 개념으로 말이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침입이자 약탈이지만…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맞는 말이야. 인정하고도 있고."
"그래. 그렇다면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자꾸 귀찮게 하면 그냥 내가 정리를 해주려고 그랬어."
"정리?"
"반으로 줄이면 되잖아? 그러면 적어도 5000년은 더 가겠지."
"… 벨페고르!"
"루시퍼. 마계에 쓸모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어. 생명체는 존재의 이유가 필요하다. 그저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것은 무가치해. 나는 그런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너의 숭고한 노력에 지켜보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나의 집에서는 큰 소리는 사절이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축객령에 루시퍼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차라리 반을 줄일 바에 반을 지상으로 보내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군. 그러면 마계 자체가 정리가 될 테니까."
"그것도 좋지."
"네가 위험할 텐데."
"그것도 나쁘지 않아. 언제까지 목숨을 연명할 건데? 죽을 때가 오면 죽는데 말이야."
"목숨도 귀찮은 것인가!"
"사는 것도 귀찮아. 이봐. 왕. 내 입장은 중간계의 황제와 같다고 보면 돼. 그러니 더 이상 고블린이 오우거라고 말을 하는 헛소리를 할 생각이라면 떠나 줬으면 해. 겸사겸사 귀찮게 굴지 말고. 진짜로 할 수도 있으니까. 협박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 한 거야."
"그렇게 된다면 내가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 흐음. 그걸 내가 왜 자네에게 받아야 하지? 마계는 각자의 것이지. 그건 참 큰 착각을 한 것 같군. 정말로 하고 싶게 만들고 있잖아?"
벨페고르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광기와 비슷한 일렁임에 루시퍼는 굳은 표정을 지은 뒤 말했다.
"한번 해 보게."
"그러지. 그걸로 마계의 운명은 점지어진 걸로 하자고. 외부에서 내부에서 펑~ 하고 터지는 환상의 세계로 말이야. 즐겁고 신나는 곳이 되겠어."
"… 빌어먹을."
"그럼 이제 꺼지도록 하지. 나를 공격한다는데 굳이 이야기를 해줄 필요도 없지. 아! 가는 길에 뭐, 죽이고 싶은 애들이 있다면 죽여도 되니까 마음대로 행동하고."
"후우… 내가 과했던 것 같군."
"나도 농담이야. 귀찮아. 그런 거."
루시퍼가 발을 빼자 벨페고르 역시 바로 농담이라 응수를 하면서 한 없이 귀찮은 듯 의자에 기대어 말했다.
"세계는 모험가의 편이야. 루시퍼. 그러니 모험가의 흐름을 살피면서 일을 진행해. 괜히 지금 나섰다가는 원망만 살 뿐이니. 나름의 조언이라고."
"… 고맙군."
"그럼 잘 가도록 해. 대화가 재미가 없네. 뭐라도 중간계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방문을 거절 하도록 하지."
다시 한번 이어진 축객령에 루시퍼는 떠났고 벨페고르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눈을 감고 앉아 있던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치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때 그 인디고라는 모험가 녀석이 폭풍의 핵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흐음. 뭐, 루시퍼 녀석이 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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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건강 조심하세요.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조심 또 조심입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