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회
변화
게임과 현실의 외모가 똑같기에 바로 준혁은 눈 앞에 있는 봉덕을 알아차렸고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형! 이 분이 우리 길드장님이셔."
"그래. 알고 있어. 좋은 분이더라."
"맞아. 헤헤."
밝게 웃는 봉덕을 보며 박봉구 이사장은 따라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쳐주었고 준혁의 머리는 살짝 띵했다.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먼저 이야기를 드리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네요."
"아하하… 조금 놀랐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그 친형제… 인 거죠? 봉덕씨랑."
"네. 맞습니다. 제 동생입니다. 이래저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요. 덕분에 우리 봉덕이가 많이 밝아지고 씩씩해졌습니다."
준혁은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 보여서 이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아닙니다. 봉덕씨가 워낙 열정적이라서… 어떠한 것이든지 극복을 했을 것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봉덕이가… 정말 열정적입니까?"
"물론이죠. 하나 같이 어려운 일을 끈기 있게 하고 있는걸요."
"그렇군요. 이 녀석이. 진짜 후후.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니 준혁은 그저 멋쩍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우리 회사랑 대장이 콜라보를 한다고 해서요."
"우, 우리 회사?"
"네!"
우리 회사라는 말은 여러가지 표현으로 쓰일 수 있지만 보통 저렇게 젊은 이가 이사로 활동하는 상태라면 적어도 방계 혹은 직계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준혁은 박봉구를 쳐다 보니 그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BD 화학 부사장 겸 재단 이사를 지내고 있는 박봉구라고 합니다."
"허허허… 그, 네 안녕하세요. 허허허."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결코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감사의 뜻을 라온 크루의 이름으로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옆에 있는 지은은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 싶었지만 준혁은 상황적인 부분을 이해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좀 많이 놀랬을 뿐입니다. 음, 봉덕씨가 BD 그룹의 자제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백수라고 이야기를 해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거든요. 마음씨가 착해서 자기 걸 그냥 막 나눠주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두푼 하는 것이 아니라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봉덕이가 제 마음을 연 이에게는 그런 성격이라서."
"네…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니까 제가 그 현금으로 환전 시켜주면서 여유 자금으로 쓰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라고 했는데 허허, 참. 이게 좀 민망하게 되었네요."
BD 그룹은 45조 ~ 50조 정도의 자산 규모를 갖고 있는 그룹이니 몇 천 만원 정도는 그냥 우스운 금액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저게 다 현금으로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준혁이 봉덕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러면 회귀 전에도 BD 그룹 자제였을 거고. 왜 나를 좋아한 거래? 그때 나는 양아치 기질이 있었는데. 이거 영 찝찝한데.'
괜한 찝찝함이 몰려왔지만 이내 그것들은 회귀 전의 일이기에 지금 당장하고는 상관 없어서 털어 내었다.
지금은 봉덕에게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4000만이든 뭐든 일단, 재벌하고 척 져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 적당히 박수 쳐주고 빨리 런 하는 것이 좋겠다. 그나저나 미영 누나는 이거 알고 있었을 건데? 아닌가? 모르고 있었나?'
오늘 이야기를 했던 것을 보면 딱히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도 했다. 박봉구 이사에게 꽤 사무적으로 대했던 것을 떠올리면 말이다.
'아무튼 희한한 날이구나. 봉덕이가. 하~ 인생 괜히 걱정한건가. 애초에 그냥 잘 살았을 아이 같은데. 으음. 아무튼 마음은 놓이네.'
어찌 되었든 과거 자신이 선한 마음씨로 다가온 녀석을 이용만 하다가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고 방치한 것과 다름이 없으니 녀석이 BD 그룹에 오너 일가든 뭐든 간에 제대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금전 감각은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아.'
자신이 기억하기에는 조금 어리버리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간에 대현은 대기실에서 봉구, 봉덕 형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봉덕과의 개인 팬미팅에 박봉구의 브라콘(?) 같은 것을 뭔가 잘 다독여주는 느낌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30분 가량을 이야기 했을 때, 박봉구는 자신이 준혁을 쉬지도 못하게 하고 계속 붙잡아 놨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봉덕을 데리고 대기실에서 나가줬는데 준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드디어 편히 쉬었다.
물론, 옆에 있는 지은은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30분 동안 그저 긴장된 표정으로 계속 있었고 말이다.
"깜짝… 놀랐어. 갑자기 웬 재벌이 나오는 거야."
"음, 나도 봉덕씨가 BD그룹 오너 일가라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들어."
"에에? 정말?"
"응. 해외 팬분들 중에서 억 소리 나는 후원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있어. 중동 팬이 2명 러시아 1명, 중국… 그 알지? 자기네 플랫폼 오라고 꾸준히 꼬시는 양반. 그 사람까지 해서 5명 정도 되거든. 근데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넣어주는 분들도 또 있어. 이 사람들은 적어도 준재벌급 중에서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일 거잖아?"
준혁의 이야기에 지은은 눈이 동그랗게 되며 놀라움을 표했다.
"정말? 와, 대단하네."
"응.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늘 남기지. 내가 러시아어랑 아랍어를 조금씩 인터넷으로 배우는 이유가 그거야. 중국어는 날 영입하기 위한 밑 거래 같은 거지만 이들은 아니니까."
"러시아어랑 아랍어 할 줄 알아?"
"많이는 아니고 가볍게 인사 정도는 주고 받는 정도? 유치원 수준은 되겠다. 어려운 단어 나오면 절대 모르고. 그래도 나름 그렇게 신경 써줘서 해주니까 좋아하더라고."
"당연히 좋아하지! 그게 정성이잖아. 요즘은 그냥 다 번역기로 해서 하는데. 배워서 한다는게 얼마나 대단한데."
"응. 그래서 방송 더 열심히 하라고 넥트로 후원 엄청 해줘. 그 후원 채팅으로 하면 어그로가 끌리니까 넥트로만 최근에 부쩍 넣어주시더라고."
그래서 최근 팬 카페에서는 해외 큰손들이 떠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말도 잠깐 나왔으나 친목은 벤이고 시청자 닉네임 언급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아닌 이상 경고 조치 및 정도가 심하면 바로 추방이기에 그런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으음."
"그러니까 해외에서도 나름 잘 나가는 기업일 거고.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의 덩치 차이를 감안하면 뭐,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 팬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고."
"그런데 왜 놀랐어?"
"아니. 봉덕씨는 내가 백수인 줄 알았으니까 정말 놀랐지. 애가 순진무구? 천진난만? 뭐, 그렇더라고. 그래서 아이고, 미스릴 같은 귀한 광석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이거 자칫잘못하면 애 상처 받겠다 싶어서 단도리질 쳐준 거고. 아무튼 그런 거야. 인연이 참 재미있다. 재미있어."
"그러게. 좀 나도 황당하면서 웃기네."
"그나저나 이런 사정 미영 누나가 모르려나?"
"그런건 저쪽에서 공개를 하지 않으면 말 하면 안되는 거겠지. 미영 언니가 대단하다고 해도… 오너 일가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의 해프닝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긴 하네. 그나저나 그러면 봉덕씨는 게임 계속 하려나? 이렇게 공개를 하는 건 그냥 감사 인사를 하는 거고. 게임 접고 뭐 오너 일가 활동하고 그러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음~ 아쉬워 하는 사람들 많겠다. 봉덕씨가 우직하게 서브 직업 키우는 모습에 팬이 된 길드원들이 꽤 많았거든. 그래서 나는 스트리머 관심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권유도 할 생각이었고."
"이제는 절대로 불가는한 이야기네."
"그렇긴 하지.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
오너 일가의 자제가 뭣하러 스트레스가 가득한 인터넷 방송을 켜서 진행하겠는가? 연예인도 아니고 더 아류 취급을 받는 인터넷 방송인 생활을 말이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준혁은 코에서 뭔가 뭉클한 느낌이 나더니 코피가 주륵 흘렸고 재빠르게 티슈로 코를 막았다.
"아~ 코피 또 터졌네."
"에잇! 그러니까 잠을 자야지!"
"그게 쉽지가 않았어. 요새 알잖아. 되게 바빴던 거."
"알긴 알아도 이러니까 내가 속상하잖아."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함을 드러내는 준혁을 보면서 지은은 더 이상 어떠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저런 표정은 정말로 반칙이었으니 말이다.
"건강 검진 결과 나오면 두고 봐. 내가 아주 타이트하게 건강을 챙겨주겠어!"
"어음… 그 알겠어. 잠을 좀 더 늘리긴 할게. 건강도 좀 더 챙기고. 흠흠. 아무튼 오늘은 그리고 무조건 데이트야."
"됐거든? 그리고… 데이트 할 수 있겠어. 직계 일족이 온 행사인데… 뭔가 더 생길 것 같기도 한데."
"아! 그렇겠네. 으음."
"어쩌면 그냥 이렇게 집에 가서 쉬는게 좋을지도 몰라."
지은의 이야기에 준혁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자리에 오래 있으면 분명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드니 말이다.
"음, 그래 피곤하니까 쉬는 걸로 가닥을 잡자."
봉구, 봉덕 형제와 이야기를 더 나눴다가는 머리가 더 띵해져서 코피가 하나 더 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서 탈출이 답이라고 여겼다.
'거대한 대상을 만나면 피하는게 답이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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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