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464화 (434/548)

464회

예상치 못한

펠레아스…

비비안은 덧 없는 기다림에 잊으려 했던 그 이름을 다시 떠올리며 미소를 머리에 그렸다.

정령인 자신이 다칠까 봐 안전부절 하지 못하며 적들과 더 가까이 싸운 이상한 계약자였다.

중간계에 소환이 되어 사망을 하더라도 정령계의 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은 단 한번도 정령계로 강제 소환의 기억이 없는 정령이었다.

펠라아스는 엉뚱했지만 따스했고 엉망진창이었지만 곧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펠라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펠라아스와 자신은 살아갔다. 행복하게 100년의 시간을 보내며 이곳에서 살아갔다.

하지만… 세상이 끝을 향하고 있었다.

펠라아스의 몸에서 하나, 둘 상처가 늘어났고 그의 상처가 너무 심해 자신도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던 그 날…

펠라아스는 말했다.

"햇살이 밝은게 오늘은 썩 괜찮네. 잔파리 녀석 같은 놈들을 후딱 정리하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비비안."

그러나 비비안은 알고 있었다. 그의 무구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무뎌진 상태였으며, 집안에 봉인 되어진 마지막 그것이 풀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하지 못했다.

"기다릴게. 언제까지나."

"아, 걱정하지 말라고."

펠리아스는 떠났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다림도 이어졌다. 끝 없는 기다림이었다. 신이 허락을 해준 덧없고 끝없는 기다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신은 자신에게 비비안이라 이름이 적힌 푸른 산호초 반지를 하나 건네 주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저 기다릴 뿐이라는 말만 하며 눈을 감았고 귀를 닫았다.

신은 떠났고 눈물이 흘려졌으며 반지에 닿은 자신의 눈물은 아이들을 만들었다.

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펠리아스의 반지와 자신의 눈물이 뭉쳐져 만들어진 아이들이었다.

애증과 같았지만 그렇게 또 기다렸다. 아이들로 인해서 조금 요란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다릴 뿐이었다.

"펠리아스. 당신보다 위대한 뜻을 이행하는 수호자가 나타났는데. 어째서 당신의 모습을 본 것일까요."

호치라는 이와 함께 투닥거리며 말을 하는 소리가 전달 되어져 온다. 이곳은 자신의 영역이기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꼭 펠리아스와 같았다. 엉뚱하고 따스했고 곧았다.

"다른 점은 엉망진창은 아니라는 정도일까. 후후."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수]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아이와 함께 다른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잔뜩 기다리고 있었으며 비비안은 처음으로 아이들을 바로 보았다.

마족에게 타락이 되어도 이곳을 지켜던 아이들의 의지를 무심하게 넘겼다. 어쩌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안하구나. 못난 나를 지탱해줘서 고맙다."

그러자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안겨 들어왔고 비비안은 정말로 태양이 따스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없는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비안은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너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주… 긴 이야기를."

* * *

"이거… 자네들 아니면 영 살기 글러 먹은 곳이군."

"그 정도입니까?"

"음. 솔직히 말을 하면… 이 안쪽으로 더 진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네. 딱 이 정도까지만 확장을 해서 유지하도록 해. 그 이상을 간다면… 적어도 마스터들이 1개 군단 급으로 있다면 몰라도 말이야."

"예?"

"… 이상해. 뭔가 뒤틀려 있어. 마족이 여기 왔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아. 뒤틀림이 상당히 심하군."

"뒤틀림이요?"

"그래. 저들로 인해서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계화를 시키기 딱 좋은 곳이었어. 이거 꽤 사안이 복잡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는데."

"블루디카에 대한 정보가 꽤 많던데 파악이 안된 부분인 겁니까?"

"이런 걸 아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나. 그리고 대부분의 재료는 블루디카 초중반 부분에서도 충분히 나오는데. 굳이 무리해서 들어갈 이유가 없지. 자네들과 달리 목숨이 하나니까."

호치의 이야기에 준혁은 바로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렇긴… 하겠네요."

"대부분 이런 곳으로 오는 이들은 용병이 많지. 마스터 급의 용병이 이곳에서 재료 수집 의뢰를 하겠나? 그렇게 한가할 리가 없지. 뭐, 이제는 좀 달라질 것 같기는 하지만."

모험가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익스퍼트들에 대한 대우가 미묘해졌다. 그리고 마스터로 성장할 이들이 제법 많아지면서 우르크 제국 전역에서도 모험가들의 성장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같은 익스퍼트라고 하나 분명 모험가와 기존 거주민들과의 익스퍼트 수준은 질적으로 차이가 났다.

깨달음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모험가들의 익스퍼트 수준은 두 단계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결과가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그 숫자가 수 십, 수 백을 넘어 수 천, 수 만의 단위가 되버린다면 이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기에 마스터들까지 양산이 된다면 대륙을 수호하는 이들이 이에 따른 밸런스 조절을 들어가야 할 참이었다.

급이 낮던 높던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차이는 엄연하게 확실히 있었기에, 양산해서 쓴다면 왕국이 제국을 노릴 수도 있는 것이고 제국이 대륙의 일통을 꿈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들은 대륙의 대표 강자들의 힘을 잘 모르기에 나서는 머저리들일 수 있으나 모험가들의 힘이 그 어디든 집결되기만 한다면 판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우르크 제국은 그걸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라온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하긴 그렇긴 하네요. 저희 같은 모험가들이야 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아무튼 덕분에 연구도 많이 활성화 되고 좋아. 자네가 무슨 탑승형 골렘을 만든다는 소문도 있고 그러던데 맞나?"

"예. 뭐. 그렇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것이 있었네. 연구도 진척되었고 꽤 좋은 성과도 얻었지. 다만 곧 폐기 됐지만."

"예?"

"그 골렘을 만들 돈으로 더 좋은 장비를 입히는 것이 훨씬 좋으니까. 마스터들끼리 겨루는데 있어서는 나쁘지 않겠지만 그 이상의 실력자들에게는 별로 좋지도 않아. 뭐, 마스터의 여벌 목숨 개념이긴 했으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갔지."

사실 준혁도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으나 비용을 생각하면 좀 앞이 깜깜할 지경이기는 했었다.

"그 정도입니까?"

"아마, 제국에서 집중 투자하여 그 정도가 나왔으니 자네들의 길드 예산 규모로는 2년 정도는 부지런히 집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걸세. 물론, 기존 제품보다 좋다는 보장도 없지. 지금도 연구를 하는 이들이 몇 있기는 하지만 결론은 힘들다는 것이지."

뭔가 좀 허탈했다.

이미 뭔가 대단한 결과가 제국에 존재한다는 것도 좀 허탈했고 그게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에 허탈했다.

"그 정도로 효율이 떨어집니까?"

"뭐, 나는 써보지 않았네만 음~ 다른 녀석들은 써 봤을 거야. 종종 실험 대상으로 사용도 했거든. 하지만 한결 같이 말하는 건 굳이 이걸 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

"왜죠?"

"가동을 하려면 자체적인 마나 소비도 증가되고 혹은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나석을 가공해서 넣어야 하는데, 마나석이 한푼 두푼 싸구려 물품도 아니고. 차라리 골렘 양성을 하는 것이 적어도 익스퍼트들을 막는데 훨씬 낫지."

"으음!"

"강제적인 회복을 위해 물약을 먹는다고 해도 그게 또 얼마인가? 만약에 보조를 하던 마나석이 시간이 다 되어 더 이상 보조를 못하면? 적군에게 그 탑승형 골렘이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이야기 하는 호치의 발언에 준혁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런 생각은 못했네요."

"거기에 자네들의 보안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나? 만약 거대 세력이 탈취라도 한다면 어쩔 생각이지?"

"자네들은 특히 보안에 취약하지. 트리톤에서 길드 하우스를 절반 가량 오픈하여 트리톤 주민들과 어울리더군. 뭐, 신규로 지어지는 곳은 좀 자제를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누구라도 위장을 해서 잠입하기가 매우 용이하다는 거야."

"……."

"기존의 설계도를 가지고 만드는 제품들이야 뭐, 탐 낼 이유가 없지만 연구를 통해서 얻어지는 고급진 정보들은 아주 매력적인 것들이지. 뭐, 그쪽 부분에 있어서는 트리톤에서는 칼스 레이너 백작이 힘을 써준 듯 한데. 이제는 좀 다르지."

칼스 레이너 백작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줬는지 몰랐던 준혁은 새삼스럽지만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정말 그가 아니었으면 줄줄 정보가 샜을 것이다. 뭐, 딱히 비밀스러운 것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출이 안되면 좋을 것까지도 퍼졌을 수도 있었다.

"단순 제작 정도만 지금은 하게나. 자네들 수준으로 그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분명히 먹히거나 뜯기거나 할 거야."

"… 일단 보류를 해야겠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빠르게 받아 드리니 편하구만. 말을 해줘도 말 귀를 못 알아 먹는 녀석들이 천지에 널렸는데 말이야."

"아무튼… 이 뒤틀림 연구를 위해서 제법 오래 머무를 수 있겠어. 괜찮나? 뭐 이런 청소도 종종 해주고 자네들의 베이스 캠프 주변도 대충 정리 해주겠네."

"감사합니다. 제가 마족 관련 조사로 인해서 장기간 머무르게 되었다고 설명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호치는 매우 기분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준혁은 어차피 예견한 일이긴 해서 편안하게 받아드렸다.

'뀽에 이어서 호치라. 확실히 안전은 하겠네.'

일단 안전 확보가 더 된다는 것에 준혁은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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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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