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회
호치
호치의 등장은 블루디카를 더욱 안정화 시켰다. 그리고…
"흐음?"
호치가 무슨 이유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비비안을 만나러 굉장히 자주 간다는 것이었다.
뭐, 각종 이유를 만들어서 만나러 가는데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하러 가는 것인지 백호의 수다 기질 때문에 가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자주 찾아가는데도 비비안은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니 희한할 따름이었다.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자신이 없어도 둘이서 시간을 보낼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그게 또 괜찮은 것 같았다.
'내 정보만 유출되지 않으면.'
유출하지 않으려고 해도 호치 정도면 그냥 자신의 상태를 쫙쫙 다 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블루디카는 안정화가 좀 더 이뤄졌다.
비비안과 많은 대화를 하는 건 둘째 치고 호치가 정말 일을 열심히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족 방비 관련으로 말이다.
항구부터 골목 구석구석 마족에게만 타격을 줄 수 있는 석판형 지뢰(?)를 심어 놓았는데, 신성력이 순식간에 쏟아져 중급 마족까지는 온 몸이 타 죽어 버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물품을 진짜 여기저기 깔아 놓았는데, 호치의 말에 의하면 조상님 힘을 빌려서 일반 석재에 힘을 불어 넣으면 끝이라 별 것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호의 힘이 깃든 석판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어지간한 7클래스 마법 주문서 값은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에 대해 챙겨주려 했지만 조사를 하러 왔고 밥 값은 해야 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다.
"음, 뀽하고 어울리기도 잘 어울리고."
뀽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좋은 이라고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수] 역시 꽤 호치를 따랐는데, 아무래도 비비안과 오래 대화를 하면서 그런 듯 보였다.
'뭔가 많이 바뀌긴 했어. 이게 절대자가 주는 안정감인가.'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강자들을 준혁은 임의 상 이들을 절대자라고 표현을 했다.
물론 절대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급이 나눠지는 것을 브라운 공국에서 확인을 했지만 아무튼 히어로 크로니클의 세상을 알면 알수록 파워 인플레가 너무 심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히어로 크로니클 할 때도 마스터는 나름 있어도 그랜드 마스터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는데. 밸런싱 조절을 하는 건가?'
국가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이들도 있었고 익스퍼트가 지금 자신들 만큼이나 많았던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급으로 성장한 곳은 아무도 없었다. 기껏해야 왕국 정도고 그조차도 제국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다.
'알 수가 없네. 뭐, 나는 그 정도까진 키울 생각은 없지만.'
지금 정도로만 운영이 되면 딱 괜찮은 사이즈가 나올 것이다. 자신 말고도 다른 크루원들이 이런 대규모 토벌을 지휘하면서 각자의 방식을 이제 슬슬 보이며 다시 성장해 나간다면 말이다.
'북어형을 기본으로 해서 휴먼캔디님도 충분히 리더 자질이 있고. 계속 대규모 로테이션을 돌려야지.'
타 대륙 진출에 대한 부분도 차후에 준비를 해서 진행하게 된다면 10% ~ 20%만 빠져도 괜찮을 것이다.
'블루디카를 기반으로 하면 제일 좋지. NPC가 아닌 모험가들 위주로 진행을 하면 더욱 좋고.'
모험가들을 위한 무역 영지처럼 블루디카를 발전시키면 자체적으로 블루디카 역시 순환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이곳을 좀 더 발전 시키고 뭔가 특화 시킬 건덕지가 있어야 한다.
'던전이 발견되면 제일 좋은데. 시대 배경이 달라지면서 던전에 관련된 것도 싹 사라져 버렸으니.'
자신이 기억하는 히어로 크로니클의 세계관과 지금의 세계관은 시대적 흐름이 달랐고 덕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던전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기껏해야 필드 보스로 [물의정령]이 있었지만 이걸 NPC화 시켜서 아군으로 만들었으니. 그리고 필드 보스도 아니었지. 잠 자고 있는 드래곤 급이었어.'
호치도 비비안의 강함을 인정할 정도였으니 말을 다할 정도였다. 아마 그녀의 힘이 깃든 곳에서 싸움을 한다면 쉽게 무엇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비비안은 자신의 구역 외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던전이나 이런 걸 파악하기 힘들 것이고. 흐음,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뭔가 사연 많은 곳이라서 던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나 발견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었다.
"끄응.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밖은 어떻게 되고 있으려나. 오늘 도착해서 토벌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북어형이 이끄는 마계화 원정대가 이번에 진행된다고 했었다. 황실 기사단들과 함께 한다고 했는데 [롤랑]이라는 사람이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줘서 좋은 인물 같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음, 호치에게 롤랑에 대해서 좀 이야기나 물어 볼까?'
자신이 뭐라도 더 파악을 해서 북어형에게 알려주면 좀 더 좋게 일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호치도 순찰 돌고 와서 있는 상태고.
연금술 관련 반복 노가다를 한다고 방송도 켜지 않은 상태라서 호치와의 대화가 꺼릴 것이 없었다.
"호치님! 차 한잔 하실래요?"
"오~ 그거 좋지."
호치는 밝은 표정으로 준혁과 함께 응접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미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는 시원한 음료들을 꺼내면서 호치에게 건네 주었고 호치는 호쾌하게 마셨다.
"크아~ 역시 시원한게 좋구만. 자네들이 참 그런 거 보면 신기해. 아공간을 그냥 마음대로 쓰는 거잖아?"
"나름의 제약이 있죠. 뭐, 비슷한 거 있으시잖아요? 포켓."
"오~ 포켓을 알고 있군? 아직 모험가들에게 없는 정보일 건데. 하긴 뭐, 자네라면 모르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
"우연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뭐, 쓸만한 포켓도 갖고 있고요."
"오호? 그런가? 포켓에 들어간 물품들은 모두 안전하지. 뭐, 근데 자네들과 달리 이 포켓은 돈 있는 놈들만 쓸 수 있어서. 재료도 재료지만 제작 가공도 힘들어. 적어도 각 분야의 장인들이 떼로 달라 붙어야 제작이 되는 것이니."
"그럴 것 같긴 합니다. 워낙 대단한 물품이니."
포켓이 여러개 있다면 인벤토리도 대폭 늘어나는 것이나 다름 없었고 효율적인 부분도 커지니 확실히 귀한 대접을 받을만 했다.
"요새 감사할 따름입니다. 호치님 덕분에 블루디카가 좀 더 안정감이 높아졌어요. 마족에 대한 불안감도 덜해졌고 말입니다."
"별 것도 아니지. 바위 잘라다가 그냥 심기만 하는 건데. 그리고 블루디카에서 마족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어. 확실히 완벽하게 뺀 것 같더군. 흔적도 제대로 지운 것을 보면 확실히 작위가 있는 녀석 같아."
작위가 있는 녀석이라면 사실 상 마계의 원로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준혁은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 정도로 높게 봐야 하는 겁니까?"
"정령들의 기억을 나름 읽었네. 힘을 회수하면서 녀석이 보였던 힘의 운용도 나름 파악을 할 수 있었지. 녀석은 분명 그곳에서도 나름의 영역을 확보한 존재였어."
"영역의 확보라면?"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이 있다는 이야기지. 마계화가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영역이 있었어. 절대적인 힘을 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야. 뭐, 그로 인해서 나름의 패널티가 있었겠지만. 비비안이 나서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 같더군."
"… 저 혹시 제 주변에는 왜 자꾸 그런 강자들만 끼는지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제가 무슨 잘못된 인생을 사는 건가요?"
"하하하, 무슨 농담이 그렇게 재미있나. 그냥 자네가 그러한 운명을 타고 난 것이지.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런 건."
운명이라는 말에 뭔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회귀를 경험한 이후 오컬트 적인 부분들은 모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다 생각을 하다 보니 강한 압박감이 몰려온 것이다.
다행히 게임이라서 다행이지 현실에서 이런 수준의 복잡한 일에 엮였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후… 그런 건 좀 그렇네요."
"흐음. 아마 자네 직업 때문에 그렇겠지. 그 직업이 본래 좀 그래."
"아?"
"솔직히 말하자면 대륙에 마족이 나온 것도 자네 때문일 수도 있어. 수호자의 등장은 마족의 재림이라고 하거든."
이 부분은 시스템에서 주의를 받았던 적이 꽤 있었던 지라 준혁의 표정은 바로 어색해졌다.
"하하, 농담이네. 본래 나오려고 하던 녀석들이 나온 거지. 마계도 흐음. 뭐, 지금 정도면 나올 정도가 됐지. 그것도 정상은 아닐테니."
"마계에 대해서 아십니까?"
"조상님이 세계에 몇 번 관여를 하신 탓에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되더군. 후손과의 대화를 참 좋아하시는 분이라서."
"… 그렇군요."
"묻지 않는가?"
"그런 건 좀 그렇습니다. 지금이 중요한 거죠."
"좋은 생각이네. 더 깊게 들어가면 자네만 더 피곤해지니까. 아무튼 갑자기 왜 차를 마시자고 한 거야?"
갑작스레 본론으로 훅 들어오는 호치의 말에 준혁은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사실 이번에 마계화 토벌이 진행되지 않습니까?"
"아아~ 뭐, 그렇지. 오늘 진행될 거라고 알고 있네. 그게 왜?"
"아니. 거기에 저희 길드원도 있으니까 그 책임자 되시는 분이 어떠한 성향인지 파악이 되면 제가 알려줘서 병력 운영에 더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어서요."
"하하, 그런건 어렵지 않지. 자네가 가는 곳이 북동쪽 코크 해협 쪽 맞지?"
"예. 맞습니다."
"거긴 미스틱이 나가지. 거기가 고향이거든."
"예? 롤랑이라는 분이 가셨다고 하셨는데요?"
호치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지? 미스틱이 그곳을 가기로 했는데."
"그… 처음부터 라온 길드를 이끈 것은 롤랑이라는 분이라고 했는데요? 비밀 지령도 말씀해주셨고요."
"비밀 지령? 그 딴 것이 어디 있나? 단순 토벌인데. 황실 기사단은 비밀 지령 따위를 내리지 않네. 오로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행동하지."
"예? 그것 때문에 트리톤에 있는 길드원들도 많이 비웠습니다. 용병 작업을 진행 해서요. 서대륙으로 사방팔방 흩어졌는데……."
"흩어져? 그렇다면… 힘이 분산 되었다는 뜻이잖아?"
뭔가 이상하다는 듯 생각한 호치는 영 찝찝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산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전방위적 감시가 아닐까요? 나름 그래도 익스퍼트들만 쭉 추려서 진행이 되었거든요. 선수금으로 받기도 했고요."
"그런가? 그래도 이건 일 처리가 이상한데. 폐하의 명이 아니라면 자네들과 관련된 부분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인데. 일단 나도 보고는 좀 해야겠군. 뭔가 찝찝해. 그 자네 길드원들에게 뭔가 이상한 것이 있는지 잘 살펴 달라고 하게나."
"아. 네 알겠습니다."
"흐음. 뭔가 찝찝해. 으윽! 조상님 호기심도 적당히!"
백호가 또 난리가 났는지 호치는 혼잣말로 야단이 났고 준혁은 일단 접속 종료 이후에 이걸 전해야겠다고 여겼다.
'괜히 호치가 찝찝하다고 하니까 나도 찝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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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