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467화 (437/548)

467회

호치

"조상님."

호치는 달리는 와중에 자신의 조상인 백호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백호가 이야기를 걸기 전에는 딱히 먼저 거는 일이 없었기에 백호는 흥미로운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왜 그러느냐? 나의 얼간이 후손이여?"

"장난은 그만 두고 하나 물어 봅시다."

"장난을 친 적은 없고 진실만 이야기 할 뿐이지."

"거, 참 후손한테 말 좋게도 하시네."

여전히 골 때리는 조상이라며 투덜거린 호치는 약간의 침묵 뒤에 말을 꺼냈다.

"우리 황제님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었소?"

"기르메쉬 말이더냐? 으음.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것은 3번의 세상을 같이 살았지. 뭐, 그래도 서대륙의 수호자로 있다니 내가 호기심이 나지 않겠느냐? 그래서 먼저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어? 다 했어. 넥타르라는 신주는 끝내 주었지."

입을 쩝쩝 다시며 이야기를 하는 백호의 말에 호치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내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 황제님 성향을 아주 잘 알 것 아니오?"

"뭐, 나름 알고 있지.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뭐… 그렇긴 한데. 그래서 하나 묻고 싶소. 황제 폐하가 혹, 마족과 관련된 일에서 우리의 지령을 바꾸는 적이 있었소?"

"있기야 했지. 균형을 깬 녀석이 자체적으로 본인에게 자해를 하거나 세력을 제거 해 놓을 때. 싹 죽일 것을 조금 죽였지"

호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밑에 사람 시켰는데 뭐… 중간에 책임자를 바꾸거나 그런 거 말이오. 내가 겪어 본 중에는 한 번도 없었거든? 중간에 애들이 죽지 않는 이상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은 롤랑이라는 놈팽이가 지금 수상하다는 거 아니냐?"

"… 크흠.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좀 그렇고."

"쯧쯧. 됐다. 알아 봐 주마. 못난 후손 녀석. 제사도 제대로 안 지내주는 못난 후손놈을 위해 내가 이렇게. 어? 현무 후손들은 매해 모여서 제사도 잘 진해주고 그런다는데. 쯧."

"아, 거참. 내 이번에는 폐하께 받은 신주를 제사 때 올릴테니 그만 좀 투덜 거리시오."

"역시 한방이 중요하지. 우리 호치 후손이 나는 제일 좋아. 이렇게 조상이랑 농담 따먹기 해주는 후손이 세상에 어디 있어? 하하하.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서 대륙에 술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술 좋아하는 친구라고 말을 하니 딱 한 신이 떠올랐다.

"그 디오니소스님에게 가는 겁니까?"

"아, 그 친구가 그래도 황제하고 좀 친하고 그래. 그리고 다들 좋게 보는 신이지. 주당이라면 다~ 좋고 그러니까.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봐. 신주 조금 나눠 준다고 하면 신혈도 내놓을 녀석이니. 흐흐흐."

황당한 소리를 내뱉고 잠시 사라지더니 이내 자신의 몸에 거대한 무엇이 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크흡!?"

"자, 잠깐 이봐. 내 후손 몸 터져!"

"강맹하고 용맹하며 신의가 넘치고 아무튼 존나게 멋진 호치여! 신주가 있다는 말을 들었… 아니.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해서 이 몸이 같이 왔는데. 어이쿠. 이거 견디기 힘든 가보군. 젠장. 백호에게 전달해서 말하겠네."

내부에서 투닥거리는 답 없는 조상님과 술에 미친 신놈 때문에 이런 일을 겪을 줄을 몰랐던 호치는 온 몸이 욱씬 거리는 감각에 분명 [신열]이 올 것이라고 여겼다.

긴 세월을 살아 몸뚱아리를 단련 시켜 놓치 않았다면 진즉에 몸이 폭사를 했을 것이다.

'미친 주정쟁이들!'

욕이 나오려 했지만 호치는 꾹 참으며 말했다.

"누구 하나 좀 빨리 나가죠?"

이에 디오니소스가 후다닥 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백호는 멋쩍은 목소리로 호치에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어흠. 그 놀랐지?"

"그대로 몸뚱아리 터지고 이승에서 하직 할 뻔 했네요."

"흠흠. 그, 그러니까 그게 미안해. 어휴. 뭐라도 더 많이 알려주려고 그런 거지. 그렇지? 디오니소스? 저 양반도 그렇다고 고개를 마구 끄덕이네. 흠흠. 그, 신주 약속은 괜찮은 거지?"

후손 몸뚱아리 터져 나간다는데도 신주 타령하는 것을 보면서 확 그냥 신주를 내다 버릴까 싶었지만 호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약속은 지킵니다. 이야기나 해주쇼. 좀."

"하하, 역시 호탕해. 역시 내 핏줄이야. 어~ 그러니까 롤랑이라는 녀석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냐고 물어보니까. 으음~ 그래. 미스틱이라는 친구를 본인이 설득해서 바꿨다는데?"

"음? 설득?"

"어~ 그러니까. 토벌을 하러 가는 곳이 고향인데 거기가 더럽혀진 그~ 미스틱이라는 녀석이 보면 껄끄러우니 자기가 가겠다고 설득을 했다네? 미스틱이라는 녀석은 간달푸라는 놈에게 수정구로 보고를 했고 간이 승낙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압니까?"

"마족들이 서대륙에서 날뛰기 시작해서 감시 차원으로 살피고 있었는데 봤다고 하더군. 황궁에서 벗어난 지역이니 뭐, 살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까. 모험가 길드 중에서 가장 큰 녀석들도 같이 우르르~ 다니니 술 먹으며 보기 딱 좋다고."

기가 찬 이유였지만 디오니소스의 기행을 익히 들어 알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는 신이지만 지금의 세상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중립신에 가까웠다.

연이은 세상의 멸망으로 인하여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마저 아스라지니 그는 중간계에 더 이상 애정을 갖지 않았고 그저 관리하는 자로 위치하는 이었다.

그래서 우르크 제국에서 가장 무난한 활동을 하는 신이기도 했다. 때로는 작위를 지난 마족과도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중립지역인 우르크 제국 내에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간달푸에게 보고가 된 거라면… 폐하께서 승인을 하신 건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한 일이라고 하더군. 원정 출병 이후에 이런 변화를 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던데? 디오니소스가."

"음!"

"애초에 황실 기사단원이 동료를 위한다고 잘난 황제가 내린 결정을 바꾸는 일이 가능한지 처음 알았다는데."

그제서야 호치는 뭔가 확실하게 깨달았다.

'간달푸… 그 친구가 중간에서 승인을 했다면. 폐하께서 지금 롤랑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호치는 간달푸가 우르크 황실의 어두운 면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은 내부적으로 비고와 황제를 수호하는 역할이지만 간달푸는 외부에서 직접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우르크 제국에 해가 되는 것은 자신의 가족마저 목을 칠 정도로 그는 황실에 충성을 다한다.

누군가는 그를 충견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그는 개처럼 주인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다. 그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로써 이를 진행하고 차후에 주인에게 허락을 받기도 한다.

'간달푸가 이상함을 느끼고 수락을 한 것일지도. 이래저래 한번 살피긴 해야겠어.'

뭔가 황실 기사단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된 것이라고 여겨져 호치의 안색은 굉장히 좋지 않아졌다.

"아~ 그래. 근데 디오니소스가 옆에서 그러는데 음~ 미스틱이라는 녀석보다는 롤랑이라는 녀석이 이끄는 것이 훨씬 박진감이 있다고 하더군."

"박진…감이요?"

"그래. 미스틱은 모험가들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병력을 유지하면서 갔지만 롤랑은 그런 것이 없다더군. 어차피 불사의 모험가이고 장비 유실의 경우에는 동료가 챙길 수 있으니 강하게 밀어 붙이며 제거를 한다던데."

"그렇게 무식하게요? 롤랑이 그럴 친구는 아닌데?"

"모험가를 이용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건지 몰라도 아무튼 그렇게 한다고 하더군. 꽤 많이 죽고 되살아 났다고 하던데. 뭐? 어~ 1000 단위는 넘어갔다고 하네. 거의 2000명이라고? 많이도 죽었는데."

2000명은 전원 익스퍼트 중급 이상일 것이니 이건 말이 안되는 수치라고 호치는 생각했다.

'라온 길드에서 우르크 황실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을 정도야. 인디고도 자세히 알아 보고 온다고 했는데. 뭘 하려고 하는 것이지?'

일단 간달푸를 만나 봐야 뭐가 나오든 할 것 같았다.

'젠장, 비비안씨와 드디어 좀 친해지나 싶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입장이라서 그런지 괜히 마음도 쓰였고 쬐끄마한 꼬맹이들(물의 정령)이 파닥거리며 달라 붙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말동무가 생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잘 나눌 수 있겠다 싶은 시점에서 이런 찝찝한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 라온 길드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뭐? 어~ 그래? 별 생각 없다고? 토벌 퀘스트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데? 그리고 탐색 기술이 높은 이들이 점점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분석],[공략] 뭐 어쩌고 저쩌고 떠든다고 디오니소스가 이야기를 하는구나. 허허, 모험가라서 참~ 신기하구나. 신기해."

삶의 방식이 달라서였을까? 호치는 모험가들의 이러한 반응에 조금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로 기분 나빠하는 기색은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천 단위를 넘어서 만 단위까지 진입을 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었다.

"일단 정보는 감사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신주는 이번 일이 끝나고 제를 올릴 때 공물로 받치도록 하지요. 꾸준히 살펴 주시면 2병 올리겠습니다."

"허허, 우리 후손님. 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어! 잘 모르시네. 그런 서비스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잖아. 음! 각각 한 병씩 야무지게 챙겨서 먹으면 참 좋겠군."

"이상 증후가 있으면 바로 들을 수 있습니까? 신주는 총 6병이 있습니다."

"어이쿠! 나도 가서 살필까? 아우~ 나는 좀 그런데. 내가 움직이면 다른 늙탱이들도 움직여야 해서. 아이고~ 디오니소스가 잘 해준데. 어떻게 한 달 정도 봐주면 되는 건가?"

"4병 올리겠습니다."

"크으! 봤지. 디오니소스! 이게 내 피를 이은 후손이란 말이지! 뭐? 반해 버릴 것 같다고. 솔직히 나도 그래. 으하하. 자네가 좀 고생 좀 해줘. 아이고~ 좋다."

자신들은 급하지만 저 위의 세계에 있는 신들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호치는 올라오는 씁쓸함을 참아 내었다.

황제를 모시게 되었을 때, 자신에게 말했다.

< 신은 지상이 이제 아무런 의의를 두지 않는다. 그저 재배하고 썩으면 갈아 엎는 것이지.>

이에 자신은 이걸 부정하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황제는 무심한 눈빛으로 말을 더 해주었다.

< 처음은 아쉬움에 눈물도 흘렀지만 반복되는 파괴와 창조는 그들의 정신과 마음을 망가지게 했다. 마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그 부분 때문이지.>

그리고 모험가들이 등장하고 활개를 치고 다니는 지금 황제께서는 과거와는 다른 말을 하셨다.

< 그들로 인하여 이곳이 살아남을 수도 신들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그들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무의미하지만 그들로 인하여 이곳은 변화를 맞아 살아남을 것이다.>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은 사실 이었고 자신의 조상님 역시 모험가가 엮이니 지상에 더욱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 말을 롤랑도 들었다. 분명히. 그런데도 모험가를 가지고 그렇게 다룬다는 것은 모험가의 불사를 믿고 가볍게 다룬 다는 것이다.'

불사를 하지만 죽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모험가도 죽으면 이래저래 곤란한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과격한 운영을 한다는 것은 간달푸가 설계를 해서 무슨 일을 진행하거나 혹은 롤랑이 독단적으로 뭘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간달푸가 폐하께서 내뱉은 말에 부정스러운 행동을 할 가능성은 0%다.'

그렇게 생각이 복잡해지는 시점에서 호치는 모험가의 세계에서 할 일이 있어 나갔던 준혁이 블루디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확인하며 신주에 대해서 떠드는 저 위의 주정뱅이 신들에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4병을 꼭 올려 보내고 싶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어? 어어! 하하. 걱정 말아라. 무조건 한다. 무조건."

"그럼, 두 분 따로 말씀 나누시고 저는 일 좀 하겠습니다. 신열와서 몸 쑤시기 전에 좀 해놔야겠네요."

"오냐. 그렇게 하려무나 내 자랑스러운 후손아. 하하."

분명히 무슨 생색을 내려 사라진 백호의 모습이 그려져 호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내 준혁을 보며 소리쳤다.

"인디고~ 꽤 늦었어. 나 출발할 뻔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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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표지가..나와서..

허락을 받고..요로코롬 바꿔봣네요.

좋은 표지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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