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회
어그로 대회(?)
"야, 준혁아. 내가 게임 해설을 21살부터 했다. 그 나이 때에 게임 해설을 한 애들이 100명이다 치면은 지금 나만큼 버틴 사람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버텼느냐? PC방 해설도 가고, 지방 대회 해설도 가고, 또 이렇게 당황스러운 이벤트… 다 참가했다. 준혁아. 맡겨 줘라."
준혁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게임 해설 위원인 김준현에게 해설을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을 해주었다.
"고마워요. 형. 음, 아무리 브론즈, 아이언이라고 해도 대회에 참가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소 싶었거든요. 그래서 리그 오브 파이트, 리미트 워치 양쪽 모두 해설이 가능한 형 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데 스케줄은 괜찮으세요?"
"스케줄? 하아~ 요즘에 스케줄이 어디있어. 그냥 QGN 방송 활동이랑 대회 해설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아무래도 히어로 크로니클에 메인이 되다 보니까 우리가 해설을 해줄 수 있는 대회들도 줄어들고 그러더라고."
씁쓸하게 말하는 김준현을 향해 준혁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건 아마도 자신이 굴린 스노우 볼이 이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본래보다 빠르게 등장한 히어로 크로니클은 기존의 게임 시장을 그야말로 뒤집어 놓았고 모든 게임들의 아성을 다 박살내고 홀로 군림을 하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자신이 와장창 깨지기 전에 자신이 땜빵질을 해서 그나마 버틴 상황이었다.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는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해외에서는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 점유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고 해외 유저들이 한국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음, 히어로 크로니클 관련으로 해설 준비도 좀 해보시죠?"
"하아~ 당연히 하고 있지. 내가 너 카페 만들었을 때 사실 9000명? 이 정도 때 가입한 사람이다. 거기서 기술 정보랑 능력치 관련이랑 공격력, 방어력의 명확한 수치와 데미지 감소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
"와… 대단하십니다."
"대단은 무슨 거기서 연구한 자료 올린 사람들이 대단한 거지. 나는 그거 보고 내 캐릭터로 살살 테스트 해보고 있어. 확인 좀 하려고. 뭐, 근데 95% 정도는 사실이더라고."
"네? 그러면 캐릭터 잡탕되지 않아요?"
"잡탕이든 뭐든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차후 대회가 있을 때 빠르게 입 좀 털 수 있지. 뭐, 다른 해설 위원들도 마찬가지일 걸. 연세 있으신 분들은 히어로 크로니클 리그가 나오면 은퇴하신다고 하시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
이에 준혁은 김준현의 페이를 확실히 잘 챙겨줘야겠다고 여겼다.
"음, 해설 페이는 정규 리그 페이에 따로 행사 비용으로 드릴게요."
"뭐? 정말? 아니 그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대회 각 2일로 잡아서 진행을 한다며?"
초기에는 그냥 8강부터 결승까지 다 하루에 끝내려 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느낌을 제대로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대회를 나누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하루 8강 전을 진행하고 그 다음날 준결승전 3,4위 전 및 결승전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뭔가 제대로 선수 대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그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참여한 이들의 배려라고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네. 4일이죠."
"그러면 비용이 너무 큰데."
"따로 챙겨 드리는 건 비상금으로 쓰세요."
"… 준혁아.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나는 널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대신에 해설을 좀 잘 부탁 드릴게요. 솔직히 왜 저런 플레이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올 건데… 음. 적어도 추측으로 일반인 시청자들이 이해는 되도록 해주시면 돼요. 아! 거친 말은 좀 자제 해 주시고요."
"하하, 걱정 마라. 이미 네가 대회 진행한다고 해서 그러길래 넥스트TV보니까 연습을 하시는 여성 스트리머분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보면서 많은 멘탈을 잡았지. 나도 네 방 시청자다."
자신이 해설 위원을 뽑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는 듯 이야기를 하는 준현의 센스에 준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에 준현은 살짝 웃으며 자신이 예상한 결과를 이야기 해주었다.
"어그로가 많이 튈 수 있잖아. 적당히 중재할 누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나일 것 같더라고. 흠흠. 뭐, 아니라면 내가 슬쩍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지. 우리 씩씩이 분유값 벌어야 해서."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가장의 모습에 준혁은 준혁은 찡한 감정을 느꼈다.
"흠, 그러면 제가 종종 대회 열 때 형이 해설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뭐? 정말? 당연하지! 그런데 이런 대회를 계속 연다고? 규모가 이렇게 큰데?"
"자주는 못해도 종종 열게요. 그리고 단순히 리그 오브 파이트나 리미트 워치의 대회만 거론하는 것은 아니에요. 형이 히어로 크로니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하니까 한번 진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요."
"설마, 그 결투장 대회 또 열어보는 거야?"
"각 한번 잡아 보려고요. 음, 그리고 콜로세움이나 이런 쪽에 연동도 해보고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쪽이 있다면 여러 곳에 이야기도 해볼 참입니다."
준혁의 이야기에 준현은 클래스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내 잠깐 생각을 하더니 히어로 크로니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음, 그 대회는 무료로 할게. 페이를 받는 것은 좀 그런 것 같아. 연구를 한 것을 나도 풀어보는 거고, 또 내용에 전문성이 너무 적어. 다양한 직업, 다양한 기술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결국엔 중요한 기술들은 조금씩 숨기기 마련이잖아. 모르는 것도 있고 그럴 건데. 부실한 해설을 하면서 얻기는 좀 그렇네."
해설 위원으로써 프로 의식이 가득한 준현의 이야기에 준혁은 새삼스럽지만 나름의 존경심을 갖게 될 정도였다. 늘 허허 거리며 웃던 그가 달라 보였다.
하지만, 자신도 사람을 부리면서 무보수로 부리는 것이 얼마나 지랄 같은 것인지 잘 알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못하든 잘하든 해설은 해설이죠. 노동에는 정당한 댓가가 들어가야 합니다. 제 주관이에요. 잘하는 사람을 섭외하지 못한 제가 잘못이지 잘못한 형이 잘못이 아닙니다. 그냥 더 신경 써줘서 방송을 해주시면 되는 거죠."
준현은 굉장히 감동을 먹었다는 표정을 하면서 준혁을 쳐다 보았다. 솔직히 내뱉고 난 뒤에 아차 싶었다.
솔직히 QGN 방송 활동과 약간의 행사 정도로는 현재 두 아이의 아빠인 자신의 벌이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개인 방송도 예전만 못한 시들한 인기였고 주택 대출 받은 융자를 갚으려면 나라는 괴물이 되어 게임판을 휘저어야 했다.
그런데 프로 정신이 그만 이걸 내뱉고 말았는데, 준혁이 자신의 체면도 살려주면서 다시 한번 챙겨주겠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마음 속의 말이 튀어 나왔다.
"준혁아,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
"네?"
"아, 아니. 하하 농담이고. 그냥 고마워서."
진정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는 준혁을 보면서 빠르게 농담이라 이야기를 했지만 진심이 튀어나온 입에 민망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을 숨길 순 없었다.
그리고 준혁은 이를 보면서 정말 이쪽 업계가 히어로 크로니클로 인해서 많이 힘들구나 싶기는 싶었다.
'아직까지 프로게이머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그것도 이상해. 충분히 리그가 진행될 법 한데. 게임사에서 왜 안 만들지?'
익스퍼트 등급의 모험가들이 즐비하게 쏟아지는 상황인 만큼, 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영 소식이 없었다.
"그나저나 프로 게임단이 생성되지 않는 거에요? 히어로 크로니클은. 충분히 상업성 있어 보이는데. 으음, 초기에는 말이 좀 있다가 지금은 아예 쏙 들어간 것 같은데요?"
"쩝. 나도 그게 의문이다.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기존 애들이 좀 반발도 있는 것 같기는 하더라고. 리그 오브 파이트나 리미트 워치 등이 메인인 게임 판에서 연습생들도 이 게임 위주로 계속 돌렸는데 갑자기 히어로 크로니클이 등장했으니 애매하지. 과거에 스페이스 크래프트1, 스페이스 크래프트2 파동 만큼이나 크다고 하더라."
확실히 기존 인기 프로 게이머들의 앓는 소리가 나올 만 했다. 히어로 크로니클은 정말 느닷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원인에는 너도 있다고 하던데."
"저요?"
"응. 프로게이머가 한 게임에서 생성이 될 때 가장 쉽게 판을 짜는 것이 인터넷 고수나 스트리머들을 좀 긁어 모아서 가볍게 1회 대회를 열어보고 그러는 건데, 이게 너 때문에 쉽지가 않다고 하더라. 네가 초기에 퍼트리는 각종 라온 길드 콘텐츠들이 파급력이 너무 크다 보니까 대회를 열어도 과연 관심이 생길까? 라는 의문도 붙는다고 해."
"아!"
"그리고 프로 게이머들이 너보다 더 좋은 컨트롤 싸움을 펼친다고 해서 막 최강의 이미지가 생기고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너는 이미 그랜드 마스터라는 말도 안되는 경지에 올라섰고 익스퍼트들이 싸우는 거 보면서 우리가 최강이다! 이러면 뭔 의미가 있겠어."
할 말이 없는 묵직한 팩트였기에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마지막은 현 히어로 크로니클의 불안한 정세야. 프로 대회가 열렸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 마족 떼려 잡겠다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고 너는 블루디카에서 최초로 유저가 자신만의 영지를 세우고 있고, 온갖 각종 모험을 펼치고 있는데 그게 들어오겠냐. 애매한 거야. 들어보니까 지금 프로 대회 열려고 바짝 레벨 업에 치중한 연습생 애들이 있는데 걔들도 익스퍼트 상급 수준이라고 하더라. 일단 노력은 해봤는데 판이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적어도 마스터 급은 되어야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단다."
김준현의 정보를 듣고 준혁은 라온 길드가 너무 커져서 생긴 문제 아닌 문제에 입을 다셨고 김준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프로 구단들 형성되면 라온 길드에서 많이 빼가려고 할 걸?"
"뭐, 그러면 자랑스럽고 그렇죠. 저희 길드 소속 프로 게이머들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래? 화가 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에이~ 무슨 강제로 붙잡고 있는 곳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러 가는건데 박수치고 축하해 줘야죠. 직업도 찾는 건데."
"으음. 그 말 구단 프런트들에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와~ 너는 진짜 멋진 녀석 같다. 인재 유출되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 먼저 일 것 같은데. 허허, 진짜 달라."
가볍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해준 준혁은 아무튼 결론은 해설 위원은 제대로 된 이를 구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우리 때문에 리그 생성이 뒤로 쭉 밀렸을 줄이야. 허허. 신선한 경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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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