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회
또라이 보존 법칙
"아~ 그것 참, 진짜 짜증 나게 하네. 이 사람 뭐야?"
휴대폰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하는 준혁의 모습에 이중근PD는 깜짝 놀란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누가 뭐 어떻게 했어? 어느 놈이야?"
"네? 아뇨. 그게 아니라. 악성 루머 제작한 사람이 이제는 자기 블로그에 영상이랑 메신저 캡쳐본을 올리면서 막 DM을 통해서 메세지를 보내고 귀찮게 하네요. 차단을 했는데도 다른 아이디로 돌려서 계속 오고. 후우."
"뭐? 그거 또라이 아니야?"
"지금 대회가 있어서 참가자분들이 DM으로 문의 넣는 것들이 있어서 계속 확인을 하고 있는데 도배를 해 놓네요. 정도가 좀 심한데."
이중근은 준혁의 성격을 참 마음이 넓은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송으로 안면을 트고 준혁이 화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작진의 실수로 방송이 늘어져도 웃으며 기운을 불어 넣는 모습을 보였고 다급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준혁이 짜증을 낼 정도라면 얼마나 많이 지랄을 했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거 진짜 미친놈이네. 아니, 잘못을 했으면 닥치고 어? 그 벌을 받고 그래야지. 뭐가 잘 났다고 그렇게 떠들어?"
"계속 어그로성 기사가 나고 그러니까 더 그러는 것 같아요. 뭐, 그래도 개인 카페랑 넥게더에는 이야기가 안 나오는데 기사로는 몇몇 곳에서 올라오는 탓에 신경 쓰이고 그렇네요."
그렇다. 준혁이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이 떡밥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자잘한 매체들이 있었고 쉼 없이 기사를 가져다 쓰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절대적인 피해자의 입장으로 쓰면서 저들의 멍청한 짓에 대한 지적을 하는 글들이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직접적으로 언급을 해버리지."
"그냥 MCN에 이야기를 해버리게요. 악의적으로 정신적인 피로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요."
"그래. 또 그런 것 같네. 저런 애들이 그런 짓도 잘 하지. 근데 뭐라고 보내냐? 반성을 한다고 뭐 적기라도 하니?"
"그럴 리가요. 그냥 자기보다 다른 이들의 잘못이 더 크다. 자기는 적당히 어그로만 끌고 접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뭐, 이런 거죠. 보세요."
준혁이 건넨 휴대폰의 내용을 살핀 이중근은 미간이 확 찌푸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거 진짜 또라이네. 그 스토커처럼 막 따라 붙고 그러는 거 아니야?"
"뭐, 매니저분도 외부 업무 볼 때는 같이 있고 그리고 Tv J 활동 이후에 가드분들도 붙여주셔서 그건 괜찮긴 한데, 이렇게 집요한 애는 또 처음 보네요."
"그런 애들이 다~ 지 만의 망상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애들이야. 종종 방송쪽에도 그런 애들이 있지. 옛날에 10년 전에 주은미라는 게임 도우미 모델이 있었거든? 리그 진행 도우미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팀의 패배가 이 게임 도우미 때문이라고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예? 왜요?"
"아니~ 얼굴이 예뻐서 선수들이 집중을 못했다나? 뭐, 그렇다는데. 어이가 없는 거지. 은미가 말이 도우미지 우리 스태프였거든? 옵저버 역할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다재다능이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것 때문에 우리도 결국엔 고소하고 은미한테 1년 동안 가드 붙이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또라이는 계속 있구나 싶어 준혁은 징그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치를 떨었다.
"그래서 그분은 어떻게 되셨어요?"
"소문이 퍼지니까 해당 팀 선수가 좀 미안하다고 하고 어떻게 하다보니 인연이 돼서 연애하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 뭐, 그 또라이 때문에 인연이 맺어진 거라고 해야 하나? 둘 다 야무진 성격이라서 건물 사고 이래서 갓물주로 잘 지낸다."
"그건 다행이네요."
"아무튼 빠르게 법적 진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 괜히 오래 시달린다. 이거 보니까 딱 그 놈이 떠오르네. 어휴."
질색을 하면서 반응을 한 이중근은 이내 준혁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 오늘 넥스트TV 담당자도 만난다며?"
"네. 이야기 좀 나누려고요. 미안함이 적잖게 있던 것 같더라고요. 괜히 정치인하고 엮여서 루머 양산이 됐으니까요."
"아무튼 넥스트TV가 움직였으면 이미 게임은 끝났으니까 마음 편히 하고 그래. 괜히 화나고 그러면 몸 상해."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당연한 거지. 아무튼 대회 준비 잘하고. 나대해 그거 콘셉트는 확실히 재미는 있겠더라. 우리도 좀 봤는데 와~ 진짜 깜짝 놀랐잖아. 이건 프로 선수들과는 다른 맛이라서. 이벤트로 좀 열면 괜찮을 것 같더라."
"콘텐츠로 뽑아 가셔도 되는데 한 번 해보세요. 그 스폰서 하나 물고 돌리면 괜찮을 거에요."
이중근은 흔쾌히 콘텐츠 사용에 대한 부분을 허락해주는 준혁의 말에 입꼬리가 훅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리면서 말했다.
"헛흠. 그, 그래도 될까?"
"네. 뭐 기회가 많이 있으면 그 분들한테도 좋은 거죠. 근데 어그로는 확실히 살피셔야 할 거에요. 저도 미리 파악을 하고 리스트를 뽑아 놓은 거라서. 실력이 좋은데도 낮추고 활동하는 스트리머들도 있으니까요."
"아~ 그렇겠네."
"리스트는 제가 드릴게요. 일단 리미트 워치 94명, 리그 오브 파이트 142명 정도 인데 20명 정도로 축소해서 이벤트로 돌리면 괜찮을 겁니다. 금액도 적게 들어갈 거고요."
준혁이 리스트 제공까지 해주고 나름의 조언까지 해주자 중근은 입꼬리가 결국 다시 올라가면서 좋아하다가 이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이걸 내가 받아서 좋아하고 있고 그러면 좀 그런데. 음, 네가 고생하고 그러는데 내가 좀 못났다."
"에이, 아니에요. 그냥 저도 짜증 나고 그러니까 그런 거죠. 아무튼 뭐,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하네요. 든든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 해주니 내가 부끄럽다. 아무튼 녹화 마무리 잘 하고 어? 힘 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네. 알겠어요."
"그래. 화이팅."
멋쩍은 감이 있었는지 이중근은 자리를 떴고 그런 이중근을 향해서 준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이런 쇼맨쉽이 이중근의 입에서 퍼져 준혁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라고 퍼져 이 쪽으로 조금 더 어그로가 튀기길 희망한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 이야기는 넥스트TV 쪽으로도 흘러갈 것이라고 여겼다. 이중근PD는 넥스트TV 쪽과도 연줄이 있으니 아마 오늘 자신의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식으로 전달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사이가 되도록 자신이 중간에서 넥스트TV와 QGN 방송 사이에서 부지런히 노력을 해줬으니 말이다.
'얻을 것은 얻어내고 마계화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지.'
블루디카에 호치 대신에 급작스레 등장한 간달푸는 마계화 토벌전에 있었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다.
일정이 끝나면 이를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황궁으로 입궁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밀린 일정으로 인해서 상황에 따라 오늘 혹은 내일 황도로 향하기로 한 상태였다.
'마계놈들이랑 붙어 먹은 황실 기사단이라니. 미친.'
다행히 이와 관련된 사실은 아직 임원들 밖에 모르는 상태인데 이걸 해결 하려면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 희한한 놈이 계속 DM으로 난리를 피우니 더 혼쭐이 나라고 이런 액션을 취한 것이다.
"차라리 반성문을 써라. 반성문을. 보니까 결론은 다 쓰레기라는 거잖아."
* * *
"요새 많이 힘들지? 미안해."
"아이~ 아니에요. 뭐, 그냥 다 그렇죠. 그리고 형이 왜 사과를 해요. 넥스트TV도 피해자인데요?"
이윤기는 적잖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준혁에게 사과를 했고 준혁은 손사레를 치며 괜찮다는 액션을 취했다.
하지만 이미 이중근을 통해서 준혁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함을 전해 들은 이윤기는 진짜 미안하고 화도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미친놈 하나 때문에 참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죠. 저는 괜찮으니까 사과 같은 거 하지 말아요. 무슨 형이 사과를 해요. 누가 보면 형이 루머 퍼트린 줄 알겠어요."
"아니, 그래도 도의적으로 미안한 부분이 있지. 너한테 부탁해서 참가하고 그런 거잖아."
"에이~ 저도 좋으니까 갔죠. 넥스트TV에 그 어떤 안 좋은 감정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놈 때문에 왜 사이 좋은 저희끼리 서로 미안해 하고 그래야 해요? 그러지 말자구요. 이상한 놈은 따로 있어요."
연이은 준혁의 다독이는 말을 듣자 이윤기는 준혁이 저런 다독임을 들어야 하는데 자신과 넥스트TV를 생각해주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확실히 이번 사건의 책임을 강하게 물게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러니까 맛있게 고기나 먹고 가자고요. 저 형이 고기 사준다고 해서 밥도 조금만 먹고 왔어요?"
"어휴~ 그럼. 많이 먹어. 돼지 한 마리를 먹어도 된다."
"그건 오버구요. 넥스트TV가 저는 괜히 정경유착이니 개소리 같은 거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어서 안도 했거든요."
"우리가 뭐, 그렇게 할 건덕지가 있나. 아무것도 없지. 우리도 어이가 없었다니까? 법무팀에서는 그냥 미친놈 아니냐고 대놓고 말하더라. 아무튼 너 대회에 맞춰서 이렇게 한 거 보면 악의적인 부분이 크니까 법적으로 대응도 확실히 할 수 있고 그렇다네."
준혁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법적인 부분은 감당할 수 있는 상태래요?"
"그런 건 잘 모르지. 근데 뭐, 회사 일도 다녔다고 하고 조교수인지 뭔지도 했다고 하고 그러는데 돈이 없겠니."
"흐음. 자기들끼리 막 얘가 더 나쁜놈이라고 까고 그러던데."
"어. 나도 그게 웃겼다. 지들이 지들 쓰레기라고 공개를 하더만. 덕분에 처벌이 더 무거워질 거라고 하더라."
이윤기의 이야기에 준혁은 그제야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는 듯한 표정을 일부러 살짝 지어줬다.
대인배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솔직히 화도 많이 났다는 것을 나름 어필해주기 위함이었다.
"아무튼 너는 대회 준비 열심히 해라. 아! 그리고 우리가 미안해서 그 넥스트TV 자체적으로 치킨 기프티콘 이런 거 기부 좀 해주고 싶은데 될까?"
"에이~ 아니에요. 뭘, 또. 그거 시청자분들이 기부해주신 분들도 있고 그래요. 상금도 그래서 좀 더 커졌고요."
"그래도. 우리가 좀 마음 편안하려면 그러고 싶어서. 딱 각 대회마다 200마리 씩 기부할테니까 잘 써줘."
"아이 참, 괜찮은데. 그러면 제가 좀 미안해지잖아요."
"네가 미안할게 뭐 있냐. 제일 피해자가 넌데. 네 덕분에 소기업 스트리머들이 좀 활력이 돌고 그러니까 고마운 거지."
"참, 알겠어요. 잘 쓸게요."
그렇게 지원도 받아내면서 준혁은 기분 좋게 이윤기와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고기가 역시 맛있네요."
"그렇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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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