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회
대연맹
"Tv J에서 진행한 회의 봤지? 음. 라온 크루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동맹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우리에게 영향을 덜 주면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많이 개선될 수 있도록 말이야."
라온 크루 스트리머 대전에 대한 연습 게임을 준비하면서 히어로 크로니클 관련 이야기를 건넨 바바는 길드장으로써 정말 공감하면서 해당 회의를 봤다.
크루의 생성, 길드의 설립, 방송의 문화도 모두 다른데 갑작스레 동맹을 부탁한다고 한다면 라온 크루에 그냥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라온 크루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고 적어도 이건 봉합하고 가야 했다.
"공감이야. 그래서 나도 솔로로 길드를 운영하는 대형 스트리머 방송을 봤는데, 확실히 자기 만의 방 문화가 정착이 됐더라고. 규모는 1만 명 정도로 작기는 하지만 작아도 확실히 현재 우리보단 낫더라. 조금 늦어도 천천히 자기만의 콘텐츠를 풀어나가고 있었어."
"맞아. 우리는 내부를 다질 시간도 없이 따라잡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 미친 듯이 채찍질만 하면서 달렸지. 덕분에 서로가 불편해 하는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 더 문제는 서로 배려를 한다고 이것저것 입을 열지 않기 시작하니까 서로 불만이 쌓여서 이렇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바바에게 계속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것도 있어. 냥냥소녀님이 하는 말 들어보니까 뼈 때리는 것 같이 아프고 미안하더라. 쩝."
바바는 크루원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정말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다. 최근에 진짜 많이 힘들어서 방송이고 뭐고 그냥 푹 쉬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쉰다는 것은 히어로 크로니클도 쉰다는 뜻이고 이렇게 쉬어버리면 자신은 더 이상 방송에 복귀를 할 수 없게 된다. 쉰 만큼 뒤쳐질 것이며 콘텐츠를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으로 변경될 것이다.
즉, 방송 도태로 이어질 것이고 억지로 이를 악 물면서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모든 것이 인정 받게 되고 조금이라도 해결이 될 가능성이 보이자 이래저래 라온 크루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자신이 준혁과 상의를 했을 때, 선뜻 전화 통화로 고민도 들어주고 상담도 해주면서 진지하게 받아줬는데 덕분에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만약 Tv J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대회로 인해서 분위기가 조금 유해지기는 했겠지만 히어로 크로니클이 다시 주력이 된다면 애매해졌을 가능성도 적잖게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해줘서 고마워. 어영부영 길드장이 되긴 했어도 그래도 책임감 있게 하려고 했는데 잘 이끌지 못했어."
"아니야. 그게 다, 방송에서 나왔던 개성 때문에 그런거지."
"음. 그러게 우리 답지 않게 그냥 강제로 뭉치려고 했어."
"맞아. 우리는 솔직하게 뭉치는 것도 있지만 통수를 치고 장난도 치고 그래야 재미있는데, 히어로 크로니클은 한 없이 진지해지는 부분이 있었잖아."
"그러게. 다른 게임과는 달랐어. 너무 모순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느리지만 빠른 템포로 상황들이 진행되다 보니."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데 다른 곳은 빠르게 콘텐츠가 진행되니 그거 따라 잡으려고 그냥 똑같이 쭉 달리기만 하다가 이도저도 다 잃은 그런 느낌."
"오오! 그래. 그런 느낌. 아무튼 그래서 방송이 좀 애매했어. 팬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았고."
라온 길드를 따라하는 아류 길드가 될 것이냐고 말을 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당시에는 어그로라고 생각을 하고 차단을 진행했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냉철하게 봤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홀로 개성을 살리며 길드를 만들고 이끈 이들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살아남고 있지만 뭉쳐서 따라잡기 급급했던 곳들은 다들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근교에 자리 잡아 초기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3362 길드도 말이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라온 크루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은 도와준다는 말을 했어. 하지만 그 도움으로 인해 우리의 문화와 분위기가 망가지는 것은 원치 않아 했고. 그래서 우리가 중심을 잡아 놔야 해."
"흐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도 될까? 전혀 나쁜 감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야."
"물론이야."
"우리는 길드를 유지 하되 흩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각자의 개성을 살린 플레이를 하면서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봐. 음~ 라온 길드가 굵직하게 4개로 나눈 것처럼 우리는 그냥 각자의 방송 스타일로 나뉘어지는 거야. 그러다가 중요한 일에는 하나처럼 움직이고. 분열이 아니야.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각자의 시청자들에게도 이해를 시킬 수 있을 거야. 단합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지금 길드원들은 사분오열로 나뉘어진 상황이다.
서로를 믿는 동료라고 보기보단 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바바의 경우에는 중간에 끼어서 고생한다는 것 때문에 덜한 편이지 길드 마스터로써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고 타박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애초에 바바가 길드 마스터가 되었을 때, 졸지에 떠 맡게 된 것을 웃기다며 같이 웃고 놀리던 그들이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나오니 바바를 공격하고 있었다.
"바바에게 공격이 가면 안돼. 바바는 충분히 노력했어. 우리가 이걸 수습하고 바바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느끼게 해줘야 해."
"음. 맞아. 일단 우리끼리 그렇게 해야 해. 솔직히 그냥 장난스레 넘긴 길드 마스터 때문에 바바가 욕 먹는 거 보면 미안해서 예전처럼 장난도 못치겠더라고."
"다른 콘텐츠를 할 때도 눈치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 크루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자. 3362나 이런 쪽 말이야. 거기도 많이 힘들던 것 같은데."
"그러게. 다른 크루의 길드들도 살피고 솔로 길드도 살피면서 좋은 점만 취해보자. 서로 노력하면 바바도 좀 편안해 질 거고."
큰 뜻을 위해서 잠시 흩어지자는 결정을 내렸지만 바바는 이후에 다시 뭉치게 된다면 어쩌면 라온 길드에게 굳이 동맹을 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가졌다.
지금의 마음처럼 서로에게 솔직하다면 말이다.
"그래. 알겠어. 뜻이 그렇다면 우리 길드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를 하자. 천천히 다시 내실부터 쌓아 올리자."
그렇게 바바의 길드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길드의 재정립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그 과정에서 되려 크루원들끼리 더 돈독하게 되었다.
그간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고마움도 표현을 했고 아쉬웠고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니 처음부터 즐기지 못하고 따라기 급급했던 길드의 방향성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쏟아졌다.
"반드시, 반드시 다시 똘똘 뭉쳐보자."
"그래. 어차피 한 지붕에 있으니까."
"고롬고롬. 그리고 뭉치면 바바한테 힘 팍팍 실어주고."
"맞아. 고생 좀 덜 해야지. 바바님 충성!"
이러한 크루원들의 반응에 바바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재결합될 길드의 모습이 어떠할 지 큰 기대를 하면서 자신도 시청자들을 잘 다독이며 길드의 소중함을 잘 일깨워 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그리고, 인디고님한테 조언도 많이 받아야지. 부끄럽다고 결코 우물쭈물하지 않을 거야.'
* * *
바바의 크루가 긍정의 변화를 걷는 것과 달리 몇몇 크루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3362 길드가 그러했는데, 옆에 너무 잘 나가는 라온 길드가 있다 보니 아무리 잘해도 2인자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 이래저래 아쉬운 소리만 나오는 상태였다.
일부 길드원들은 스트리머가 방송을 포기하고 길드에 집중을 해서 살리겠다고 노력을 하는데, 굳이 그렇게 계속 비교를 하고 투덜거려야 하냐는 말이 나오면서 서로 질타를 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3362와 라온의 차이는 길드 자금에 있어서 투명한 사용을 했던 라온과는 달리 3362는 스트리머들이 개인적으로 장비를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부족하면 그것을 꺼내어 썼다.
따로 채워 넣는 경우는 드물었고 애초에 시청자들 역시 길드 기금을 게임 내 후원 정도로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투덜거리는 이들은 골드를 그렇게 받아갔으면 콘텐츠라도 잘 뽑아내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못했다는 말을 했고 결국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바바의 길드처럼 동일하게 길드는 유지하되 각자의 팬덤끼리 구역을 나누고 활동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버렸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공대협은 길드를 나가서 따로 활동하겠다는 것을 선언했다.
공대협의 이런 의견을 또 크루에서는 자체적으로 잡지도 않은 채 인정을 해버렸고 5000명 정도의 길드원들을 이끌고 공대협은 적당한 규모의 해안 도시에 자리를 잡아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탈과 분열되어 움직인다는 것으로 인해 분위기가 많이 깨졌고 결국 라온 크루 대회에 3362 크루는 참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연습 경기에서도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고 소통도 되지 않아서 시청자들에게도 쓴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흡수를 요청할 때 해줬을 걸. 이게 이제는 건드릴 수도 없는 독이 됐다. 뭔가 괜찮게 되는 것 같았는데 결국엔 극독이 됐어."
"복잡하네요. 나름 노력을 해서 복구하나 싶었는데."
"후우~ 진짜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겠다. 공대협도 많이 실망한 것 같기는 하더라."
"따로 알아봐야죠 뭐. 쩝. 형은 대회에 집중해주세요. 제가 대략적으로 알아보면서 풀어나가 볼게요."
"그래. 알겠어. 아무튼 네가 또 고생이 많다. 어휴. 이벤트 때문에 바쁠 건데."
"그건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다시 뭉치게 해야죠. 마족들이 판치는데 뭉쳐야 살죠. 흩어지면 아무것도 안돼요."
"그래.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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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