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회
라온 크루의 성장
"믿은 내가 바보지~"
"어이. 릴리스. 너 때문에 내가 의심 받고 그랬는데 말이 왜 그래? 어? 더군다나 훈련도 못하게 방해를 하면서."
"흥. 몸 만 좋으면 뭐해? 밤 일을 하지도 않는데."
"내 힘을 나눠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지 말고 너도 운동을 해서 키워 보는 것은 어떤가? 내가 잘 가르쳐 주지."
"됐네요. 근육 덩어리 1인자."
베히스모스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릴리스를 향해서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밝은 모습을 지었다.
그리고 릴리스는 발끈해야 할 베히모스가 밝은 표정을 짓자 의아함이 들었다가 그가 내뱉는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1인자? 흠. 말이 좀 싸가지 없기는 했어도 실력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군. 그렇지 레비아탄이 바짝 따라오고 있고 발록도 최근 참여를 하기는 했어도 꾸준히 몸을 훈련하고 단련한 내가 1인자지. 하하하."
"멍청이."
"난 멍청이가 아니다."
"… 너랑 이야기를 해서 뭘 하겠어."
"흥! 그렇다면 얼른 나가라. 1인자인 이 몸은 훈련을 하기 바쁘니까. 하하하."
마치 어떻게 저런게 마계의 지배자 중 하나가 되었지? 라는 표정으로 베히모스를 본 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좀 더 쓸만한 녀석들에게 가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거야. 그래도 내 부탁을 들어줬으니 한 가지 조언을 해줄게."
"뭐? 조언? 훈련에 관련된 부분인가?"
"아니야! 이 근육바보야!"
"근육바보! 으음. 근육…이 매력적인 말이긴 한데. 바보가 붙으니 이게 반박도 힘든 말이군. 으음!!"
"닥치고 내 말 들어. 그렇지 않으면 또 와서 계속 운동 못하게 할 테니까."
"제기랄. 끔찍한 소리를 내뱉다니 전쟁 선포인가!"
릴리스의 표정은 더욱 썩어 들어갔지만 이내 손을 휘적거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근육 삼형제들. 절대로 루시퍼나 벨페고르에게 엮이지 마. 적어도 중간계 일이 다 수습되기 전까지."
"응? 벨페고르에게는 내가 갔다왔는데 어떻게 엮이지 말라는 것이지?"
"그 정도는 괜찮아. 다만 그들이 부탁을 하거나 그러면 모두 외면하고 거절하라는 거라고."
"흐음. 마계왕은 요즘 좀 수상하긴 했어도 벨페고르는 그런 것이 없었는데?"
"오~ 그래도 마계왕이 수상한 것은 알고 있었나 봐?"
"당연하지! 뭔가 더 강력해진 느낌이었으니까. 혼자서 좋은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게 그렇게 이어진 것인가 싶어 릴리스의 미간이 순간 와장창 찌푸려졌지만 이내 펴지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잠깐. 너… 루시퍼의 강함을 느낄 수 있어?"
"그렇다. 그는 강력한 존재지.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거 아닌가?"
"세상에. 그의 무력을 짐작할 수 있는 마계인이 있었다니! 이 근육 바보가!?"
"… 무슨 의미이지?"
"어느 정도로 강해진 것 같아? 예전에 비하면 말이야."
"음. 나를 기준으로 따져야 할 것 같은데. 나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했는데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나?"
"지금 이 모습이야? 아니면 네 본 모습?"
"당연히 내 본신의 모습이다. 이 모습 정도면 마계왕이 머리카락 한 올도 되지 않는다."
릴리스는 베히모스가 본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기준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멍청한 근육이라고 놀리긴 하지만 그가 자신의 말에 어느 정도 호기심을 갖고 어울려줘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베히모스가 본신의 모습을 드러낸 다는 것은 상대를 무조건 죽인다는 뜻이었으며 살아 있는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자신도 3500년 전 즈음에 그 모습을 봤는데, 흉포한 눈빛에 정신이 옭아매져 버티는 것이 한계였다. 현재는 그때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졌을 테니 쉽게 짐작이 되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진 릴리스의 표정에 베히모스는 턱을 긁적이다가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
"아! 이 정도는 될 것 같군."
"뭐가?"
"벨페고르와 마계왕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뭐어? 벨페고르가 너 만큼이나 강력하다고?"
"무슨 소리인가. 마계왕이 나고 벨페고르가 마계왕이라는 거지."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대는 벨페고르의 강함을 모르는 것인가? 음. 아니면 정신적 외면을 겪고 있는 것인가? 하긴… 그의 강함을 아는 이가 몇 이나 되겠냐만은… 적어도 지배자라서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마치 그걸 모르냐는 듯 쳐다 보는 베히모스의 눈에는 의구심이 가득했고 릴리스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계왕은…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아니였어?"
"아니다. 마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존재다. 나 역시 그의 숭고함에 존경을 표하고 있지. 그리고 그의 강력함에도 존경을 표하고 있다."
"그러면…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는 벨페고르라고?"
"그렇다. 발록이나 레비아탄이 벨페고르의 영역 근처는 쳐다 보지도 않는 이유가 그러한 이유다. 음, 그것을 몰랐다고 한다면 그대는 진정 단련이 필요할 것 같군. 지배자의 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박탈 당할 것이다."
멸시감이 아니라 감도 오지 않았다. 벨페고르는 과거에도 최근에도 만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에게서 마계왕에서 받았던 감각을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베히모스의 압도적인 힘과 같은 것도 말이다.
"너와 같은 느낌도 받은 적이 없어."
"음. 그렇다면 내가 경고하도록 하지. 벨페고르와 연관된 것 같다면 그냥 릴리스 네가 조사하는 것을 멈추도록 해. 그렇지 않는다면 죽는다. 내가 파악하기로는 벨페고르는 마계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도 추측일 뿐이지만."
"뭐라고?"
"마계왕 역시 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벨페고르는 귀찮아 할 뿐이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귀찮을 것이다. 그는 순리대로 흐르기를 희망하는 자다. 종종 유희를 즐기기도 하겠지만… 음, 그래. 지상의 황제와 같다고 보면 되겠군. 적어도 이 마계에서는 말이야."
황제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안다. 천계도 마계도 어찌 못하는 중간계의 최종 수호자라고 불리는 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이야기 하는 베히모스의 모습에 릴리스는 굉장히 낯설음을 느꼈다. 전혀 근육 바보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근육 바보인척 한 거야?"
"무슨 소리이지? 근육은 중요하다. 나약한 모습으로 그의 강력함에 다가선다는 것이 내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강해지겠지."
"… 속였네. 바보인 줄 알았는데."
"릴리스 자네는 몽마의 여왕이라 불리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순수하군. 강자 중에 바보가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자신이 걸어온 길로 일가를 이룬 존재들이다. 지배자 중에는 바보가 없다. 그저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행동하는 이들일 뿐. 나 역시 훈련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베히모스가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자 릴리스는 뭔가 심장이 콩닥하는 느낌을 가졌다. 그리고 이내 이 느낌이 무엇인지 파악을 했고 불신의 마음을 가졌다.
'바보 이 와중에?! 내가 저 근육 바보에게!?'
날개의 파닥임이 빨라졌고 그런 모습을 본 베히모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곡을 찔려 화가 났나? 날개짓이 빨라졌군. 이 몸은 모르는 것이 없지. 후후. 걱정 마라. 나는 그대를 이용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어울렸고 그저 내 목표들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 모르는 것이 없기는 이 바보 근육이! 말도 안돼. 내가!? 아닐 거야."
"음? 아무튼 단련을 하고 싶다면 오도록! 적어도 100년 안으로 지금보다 반절 이상은 강력해지도록 만들어주지!"
"100년 동안 몽마를 옆에 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말해?"
"그런! 나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됐어. 아무튼 호기심을 자극 시켰으니 알아보기는 할 거야. 대신에 네 말대로 조심은 하도록 할게. 알아내는게 더 있으면 알려도 주겠어. 이건 대서비스라고?"
대서비스라는 말에 베히모스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릴리스에게 말했다.
"몽마가 대서비스라니. 설마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를 노리는 것은 아닌가?"
"아니야!"
"크흠. 그렇다면 고맙게 받도록 하지."
"흥. 바보 같으니."
"이 몸은 바보가 아니다만."
"됐어. 나 갈 거야."
"어? 음. 잘 가게나."
그렇게 릴리스가 휙 하고 사라지자 베히모스는 머리를 긁적인 뒤에 벨페고르와의 만남을 다시 떠올렸다.
벨페고르는 자신이 처음 만났을 때와 동일하게 아직까지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누구를 죽였는지 살렸는지 도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아마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 말이다.
루시퍼의 경우에는 힘의 편린이라도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도 없이 증발되어 사라진 것을 보면 벨페고르가 무엇을 한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
지금 본신으로 돌아가 결투를 해도 1할의 승부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마계왕 루시퍼도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인데 자신이 입을 연다는 것은 그냥 죽여 달라는 것이다.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제기 이후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강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자신은 그런 강자가 아니기에 입을 닫아야 할 뿐이다.
"호기심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촐랑거리면서 까불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원."
경고를 해줬음에도 죽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베히모스는 의욕을 다졌다.
"나도 제대로 된 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 시킨다. 이 나약한 몸으로."
그렇게 오늘도 베히모스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아득한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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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