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회
라온 크루의 성장
마계는 여러 세계의 잔여물들이 모여진 세상이다. 본래라면 이뤄질 수 없는 형상이지만 어째서인지 마계는 이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게 아마 마계왕의 힘이 아닐까 예상을 하며 그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한다.
아무리 망나니 같은 마족이라도 적어도 마계를 유지하는데 노력하는 마계왕, 루시퍼에게는 존중을 표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릴리스는 오늘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베히모스는 강함을 논할 때는 거짓을 이야기 하지 않아.'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그의 단점이지만 강함을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탁월하다. 그 역시 마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이니 말이다.
영역 확장이나 순위 싸움에는 별 관심 없고 단련에 집중하는 탓에 벨리알의 뒤를 이어 3번째로 꼽혔다.
벨리알의 경우에는 마계의 깽판(?)자로써 일정 이상 미친 짓거리를 하는 녀석들을 어떠한 영역에 있던 죽이며 돌아다니는 녀석이었다.
그는 그게 마계를 유지하고 수호한다고 생각하는 자로써 어지간한 지배자들이 연합하여 그를 공격해도 몸을 피신하고 그저 다시 마계를 돌아다녔다.
이런 모습 덕분에 그의 강함을 인정한 지배자들은 노는 것(?)도 벨리알에게 걸리지 말고 놀라는 말을 자신들의 산하에 있는 마족들에게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벨리알이 순순히 물러가서 다행이지만 만약 자신들을 개인적으로 상대를 하게 된다면 꽤 위험할 수도 있다고 여겼기에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릴리스 역시 그 중 하나로써 좀 과하게 기를 빨고 다녔다가 일족의 아이들이 꽤 많이 다칠 뻔 했기에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벨리알은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마계의 집행자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릴리스는 알고 있다. 벨리알은 자신이 나름 가늠할 수 있는 강자라면 베히모스는 아니었다.
그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본신의 모습은 그와 함께 나타난 그가 속했던 대륙의 크기 만큼이나 거대했고 작게, 작게 축소 되었지만 거대한 산과 같은 크기는 되었다.
그때 자신에게 내보였던 눈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을 심어주었는데 그러한 강자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따.
"베히모스 역시… 그의 영역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야. 루시퍼를 상정했을 때 나는 그의 4배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계산 자체가 틀렸구나."
소위 말하는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싸움이라고 비교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베히모스는 최상급 익스퍼트라고 기준을 잡는다면 루시퍼는 최상급 마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몇 배의 기준 따위가 아니라 아득한 경지의 차이야. 그래서 그 근육바보는 단련을 하고 있는 거고… 그러면 벨페고르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딱히 그런 강함에 대해서 궁금한 이유가 있나?"
"…!!!!!"
릴리스는 뒤에서 들려오는 나릇한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빠르게 몸을 빙글 돌렸는데 그곳에서는 하품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벨페고르가 있었다.
"하음~ 반가워. 오랜 만이지? 아니다. 중간계에서도 만났나?"
"… 그, 그래. 반가워."
"반가우니까 다행이네 아까는 표정이 공격을 하려는 줄 알고 나도 딱 밤 한 대는 때려야 하나 고민했거든."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어. 너무 인기척이 없으니까."
"흠. 그런가? 베히모스가 말한 것처럼 단련 좀 해야겠네. 그 정도로 나약하면 되겠어?"
"근육 바보 이야기는… 잠시만! 어떻게?"
자신과 베히모스가 대화한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을 품은 릴리스는 황당함에 벨페고르에게 되물었다.
"그거야 뭐, 아는 소식통이 있어서."
"베히모스 그 바보가 말해준 거야?"
"딱히 그런 건 또 아니고."
"그러면 둘이서 이야기한 걸 어떻게 알고 있지?"
"의문을 제기하는 건가?"
묘한 느낌의 물음에 릴리스는 순간 그렇다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멈칫하게 되었다.
의문을 제기한다… 그 발언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쉬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 그냥 뭐, 물어 본 건데. 내가 약자멸시를 해서 의문 제기한다고 죽이는 놈도 아니고."
"… 이상한 질문이라서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 뿐이야."
"오호~ 그렇군."
순식간에 말을 돌려서 잘 풀어나가는 릴리스의 모습에 벨페고르는 박수를 쳐준 뒤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내가 계속 해서 질문을 할 테니까 잘 생각해서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어. 심심해서 그런 쓸 모 없는 것을 조사하는 거야? 뭐, 마계는 심심하니까. 이해는 한다만."
"그렇… 지. 갑자기 2명이 사라졌으니."
"흠~ 이거 마계왕의 신뢰가 그 정도 밖에 안됐나.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섭섭하겠군. 제 목숨 다 받쳐 마계의 부흥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후후후."
오묘한 벨페고르의 말에 릴리스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것을 내보이지는 못했다. 자신은 대답하는 위치고 벨페고르는 묻는 위치다.
그리고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향해 호기심을 보이는 벨페고르에게 릴리스는 자신이 그에게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히모스나 루시퍼와 같은 어떠한 두려움이 약간이라도 느껴지지 않았다. 베히모스는 그걸 자신이 외면을 하는 것이라 했는데 저 말은 그 아득한 경지에 벨페고르가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 영역이었다.
'루시퍼보다 더 높은…….'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마계의 통치에 관심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벨리알도 벨페고르의 영역에는 들어가지 않았어.'
뭐, 벨페고르의 영역에서는 벨리알의 기준이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그와 트러블이 생겼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뭔가 벨페고르로 인해서 자신이 여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깨닫게 되어 바짝 긴장감이 올라왔을 때 릴리스는 침을 꼴깍 삼키며 벨페고르를 쳐다 보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서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는데, 릴리스는 그게 마치 유희를 즐길 때의 눈빛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빨리 눈을 돌리면서 벨페고르의 말에 대답을 하며 주제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수상한 것은 수상한 거니까. 그 답지 않게 조급한 것도 있었고. 그나저나 영지에서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분이 왜 여기까지 직접 행차를 하셨는지 잘 모르겠어. 필요한게 있다면 그냥 밑에 녀석들 시키지."
"아~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확인도 좀 해보고. 판단력은 있는지 이것저것 요리조리 살펴 봐야 해서."
"부족하다면?"
"대체품은 많지 않을까? 그 정도면."
"그렇…겠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벨페고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자신의 몸이 뭔가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신히 그의 배려로 입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릴리스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음? 왜 그렇게 떨고 있나? 몽마의 지배자가. 흠, 거 베히모스 말처럼 몸 좀 단련시키면서 조용히 짱 박혀 있어야겠네."
"… 그럴 생각이야."
"지켜 보도록 하지. 열심히 운동해서 힘을 길러야지. 좋네."
그 말과 함께 갑자기 호흡을 크게 할 수 있게 되었고 릴리스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떨궈 온 몸에서 나온 땀이 바닥을 적셔 있는 것을 보며 정신이 외면을 했다는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너무 아득해서 인지를 하면 죽는다는 것 외에는 떠올릴 수 없어서 정신이 외면하는 것이다. 다만, 몸은 그걸 느끼고 있어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이고 말이다.
'…미친 이런 녀석이 왜?'
왜 마계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써 군림하지 않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의구심을 내뱉을 수 없다.
그렇기에 릴리스는 호기심을 참아내었다.
"적당히 참을성도 있어 보이고. 지금처럼 잘 지내면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아?"
"맞아."
"자, 그럼 얼른 가 봐야지. 우리 왕 적당히 괴롭히고."
릴리스는 분명 루시퍼와 벨페고르 사이의 어떠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거래가 아마 지배자들을 제거하는 어떠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렸고 이를 베히모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베히모스와의 대화도 파악하고 있었어. 감시를 하는 걸까?'
그렇기에 글로 전달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짜면서 베히모스에게 정말로 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가서 이와 관련된 추측을 전달해주기로 결정했다.
"괴롭힌 적은 없는데. 그런 수준도 안되고. 정말 열심히 단련이나 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네."
"그래. 베히모스에게 잘 배워도 그는 꽤 성실한 친구거든. 그나마 좀 낫지."
마치 자신의 계획도 알고 있다는 듯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땀이 흘렀다.
"뭐, 아무래도 좋지. 이해한 것 같으니까. 그러면 나는 오랜 만에 산책이나 좀 하면서 다녀야겠네. 그럼 이만 헤어지도록 할까?"
"그래!"
"너무 빨리 대답을 해서 섭섭하긴 하지만 뭐, 다시 한번 만날 것 같으니까."
"그럴 리가."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니까. 하하."
그 말을 끝으로 벨페고르는 사라졌고 릴리스는 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호기심이 자신의 목숨을 끝장낼뻔 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베히모스와 같은 이들이 가만히 있을 때 그냥 있을 걸!'
이건 그냥 자신이 죽겠다고 앉아서 날 뛴 꼴이었다. 하지만 몽마로써 호기심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었고 릴리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일단 생각한 것은 전달해야겠다고 여겼다.
벨페고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 베히모스도 얼핏 이 정도는 눈치 채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잠깐 욱한 느낌이 올라왔지만 그저 참아낼 뿐이었다.
"후우. 몽마생 힘들어지네."
=============================
[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