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05화 (475/548)

505회

선지자

"음, 이것 참. 용캐도 이런 환경을 조성하며 유지하고 있군."

고대 물의 정령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며 랜서는 감탄을 했다.

정령의 손길이 느껴지는 이질적인 조형물과 자연 환경 등은 지금 세계의 정령들에게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전 세계인가? 아니면 그 이전?"

그렇게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풍경을 살피며 돌아다니던 랜서는 물 웅덩이들을 보며 말했다.

"허가 없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화를 하고 하니 이곳의 주인께서는 혹시 초대를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러자 물 웅덩이에서 물의 정령 한 마리가 나와서 랜서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무례한 침입을 이해해주고 초대를 해줘 고맙습니다."

정중하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한 랜서를 물의 정령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쳐다보면서 그저 날개를 파닥이며 자신이 해야 하는 길 안내를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있었다.

"이런. 손님들이 먼저 있었군요."

* * *

적어도 마스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이의 말에 준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런 대답은 호치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넌 누구지? 이곳은 블루디카에서 내린 금지 구역이다. 우르크 황실의 비호를 받아 진행되는 법령이므로 이에 대한 합당한 발언이 없을 시, 즉각 구금 하도록 하지."

"곤란하군요. 일단 그래도 편법이지만 초대를 받았는데 이해를 해주심이?"

"인디고, 비비안. 나는 우르크 제국의 황실 기사단원으로써 황제 폐하의 지엄한 명령을 실행해야겠네."

능글한 대답은 호치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호치는 비비안과 준혁에게 본인의 뜻을 밝혔다.

준혁은 비비안을 쳐다 보니 비비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저는 뭐, 이곳의 주인인 비비안님의 의견에 따를 생각입니다."

랜서는 자신이 말한 대답으로 인해서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어이~? 정체를 밝힐 생각인데. 나는 용병이라고. 그냥 대륙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용병 말이야. 증명패도 있어."

랜서는 자신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한쪽 손을 들고 품 속에서 백금색 용병패를 꺼내어 호치에게 날렸으며 호치는 그걸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S급 용병? 웃기고 있군. 그리고 이 패는 300년 전에 폐기 된 것이 아니던가."

"뭐? 300년 전에 폐기?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절대로 용병패가 바뀌는 일은 없을 건데?"

"흥! 실력을 한번 보자꾸나!"

그 말과 함께 호치의 몸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펑퍼짐한 한복과 비슷한 옷을 입던 호치의 몸이 급작스레 부풀어 오르더니 펑퍼짐한 옷이 타이트한 옷으로 바뀌어 버렸다. 또 전신의 털은 예리하게 서 있었는데 털 하나 하나가 예리한 창첨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변화에 준혁은 순간 게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한 압박감이 전달 되며 온 몸에서 땀이 쑥 빠지는 것을 느꼈는데, 아득한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미친 파워 인플레. 이 미친 세상은 그랜드 마스터가 거의 사실 상 최강자라고 해 놓고는!'

설명을 들었을 때 그랬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짜잔~ 이런 느낌이라서 준혁은 한숨이 속으로 튀어나왔다.

'마스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자칫 잘못하면 죽을 지도.'

그렇게 고개를 작게 저으며 호치의 움직임을 보았는데 깜짝 놀랄 상황이 펼쳐졌다.

"한번 막아 보거라!"

호치가 우렁찬 외침과 함께 빠르게 돌격하여 주먹을 내질렀는데 눈 앞에 있는 사내가 손가락 하나로 뭔가를 휘적 하더니 호치가 튕겨져 나왔다.

"고대 룬?"

"룬?"

비비안의 말에 준혁은 기묘한 표정으로 쳐다 보았지만 호치의 굳은 표정을 보면서 질문을 하지는 못했다.

"역시 수상한 녀석이 맞구나."

"아니 그게 아닌데. 참, 이거 난감하군."

그런 말을 할 시간에 뭐라도 이야기를 하면 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준혁은 들었지만 이어지는 호치의 공격에 그의 방어도 찢겨지기 시작했다.

호치의 손에 바람의 기운이 번개의 기운이 뒤섞이기 시작하니 고대 룬이라는 방어 기술을 뚫고 타격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난 싸울 생각이 없네만. 특히 백호의 후손이라면 더욱 더."

"감히 우리 노친네를 입에 올려?"

"끄응. 조상보고 노친네라니 백호 일족은 여전하구만."

호치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고 나름 힘 조절을 한다고 해도 그는 호치의 공격을 상당히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준혁은 그것을 보면서 마스터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사내는 적어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강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답은 하나겠네.'

고대라는 단어를 붙여야 이해가 가는 기술을 쓰고 호치와도 저렇게 싸우는 이,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 자신이 정보를 찾아 들었던 인물.

"지금은 랜서라고 했던가?"

나직하게 내뱉은 준혁의 말에 당사자가 되는 이는 씨익 웃으며 호쾌하게 등에 메고 있던 창을 꺼내어 말했다.

"맞아. 너를 보고 싶었어. 라온 길드장."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짓이겨 돌격을 하더니 그대로 창대를 휘둘렀다. 휘둘러진 창대는 호치의 몸을 시원하게 격타 했으며 호치는 방어를 했으나 헛바람을 삼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선지자!"

"그건 자네들이 붙여준 것이고. 그냥 평범한 이들이라고 해줬으면 해."

"빌어먹을 선지자 녀석이었군."

"아쉽게도 그렇게 되어서 미안하군. 백호 일족은 여전히 거칠어. 특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좀 늦게 알아보는데."

"조상님이 워낙 멋져서 말이야. 창대를 그렇게 휘감고 있으니 알아 볼 턱이 있나."

"아! 그건 실수로군.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중간계가 많이 오염이 된 부분이 많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창대에 뭔가 있는지 호치는 선지자라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전투 모드를 풀었으며 이내 흥이 식었다는 듯 말했다.

"선지자든 뭐든 일단 우르크 제국의 비호를 받고 있는 법령을 어겼으니 황궁에는 끌려 가야 할 것이외다."

"오, 이런. 뭐… 나쁘지 않지. 어차피 황제랑도 이야기 할 것이 있고. 거기 간달푸도 그대로 있으려나?"

"간달푸를 아시오?"

"음~ 황제의 손과 발을 모르면 곤란하지."

그것도 그렇겠다 싶어 호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준혁에게 물었다.

"이봐, 인디고. 자네 이 친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던데."

"과거의 행적 때문에 누군가 저런 비슷한 실력자를 찾아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길드의 정보망을 돌리고 있었는데 대략적인 것은 찾은 상태였습니다."

"과거의 행적?"

"바아루크 제국."

"바아루크? 바아루크라면 오크의 나라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랜서를 보자 랜서는 이내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모험가들이 초창기 시절에 거기서 마족을 제거했었지. 거긴 힘에 눈 돌아간 녀석들이 많아서."

"뭐라고? 마족과 결탁을 했단 말인가?"

"수 많은 황위 계승자들은 무력을 뽐내야 하니 힘이 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은 가지고 오려고 하지. 그 중에 미친 놈팽이들이 있어서 3주 정도 머무르며 정리했지. 바아루크 황제의 부탁도 있었고."

바아루크 제국은 오크의 제국이며 강력한 힘을 숭상한다.

하지만 그 힘은 본인 내면의 것이며 다른 것에서 빌려오는 것을 혐오한다.

그런데 그걸 황제 계승자 중에서 일을 벌였으니 수치였을 것이고 목이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시작 되었다고 했던데."

"맞아. 그때부터 시작 되었지. 그게 마계에서 진행한 것이든 누가 진행을 해버린 것이든. 시작은 되었지."

뭔가 미묘한 소리였고 호치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계 세력 말고 또 다른 존재들이 있다는 건가?"

"나와 같은 자들이 있겠지. 존속, 중립, 파괴 각기 다른 의미로 우린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

"나 역시 모험가와 다를 것 없어. 그냥 먼저 온 존재들일 뿐. 그리고 조금 더 특수한 환경일 뿐이지. 근데… 확실히 라온 길드의 길드장은 특이하군."

준혁은 선지자, 즉 베타 테스터라고 추정되는 이의 입에서 나온 특이하다는 발언에 긴장감이 샘솟아 올라왔다.

"음! 들어보니까 최초의 뭐… 이런 것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모험가 최초 접속 및 여러가지 업적을 많이 클리어를 한 상태죠."

"… 그래서 그런가?"

"뭐가 다른가요?"

"음. 어쩌면 녀석이 이렇게 빨리 성장을 시키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자신의 성장에 이유가 있다는 뜻에 준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호치 역시 의문을 가졌다.

"녀석? 누굴 말하는 거지? 그리고… 인디고의 성장이 왜? 인디고는 이곳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노력한다. 당연히 성장이 빠를 수 밖에."

"하하, 맞아. 그렇게 하면 강해지지. 모험가 치고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 라온 길드장은 그걸 넘어섰어. 마스터 상급 정도라면 이해가 가는 수준이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인간도 아니고… 이런 존재는 꼭 핵심적인 역할을 하더라고."

"… 그렇다 치고 녀석은 누구인가?"

"음? 음… 높은 곳에 있는 존재라고 해두지. 자네 조상이 별 말이 없다면 그냥 덮는게 좋아. 당신의 조상은 일족에게 큰 미안함을 갖고 있으면서 굉장히 사랑하니까. 안전을 위해 덮어두는 걸꺼야."

호치는 정말로 조상인 백호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물러 설 수 밖에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은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간달푸라면 들어서 황제에게 보고 하려고 눈이 뒤집혔을 건데. 물러날 줄 알다니. 이런… 측근이지만 심복은 아니겠네."

예리한 랜서의 이야기에 호치는 정말 불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흥, 심복이 아니던 말던 널 황궁으로 데려갈 정도는 된다."

"어차피 내가 갈 건데. 데려가 주면 좋고. 음~ 그래. 여기에 있다는 것은 확인을 했으니까… 일단 황제부터 만나고 다시 만나기로 하지. 어때, 가능한가?"

준혁은 충분히 가능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덤으로 좋은 정보들도 준다면요."

"좋아. 그리고 여기 주인에게도 할 말이 있는데 그것도 전할 겸 이곳을 빌려도 될까 싶은데."

비비안은 랜서의 이야기에 자신에게도 할 말이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수락을 했다.

"좋습니다."

"오케이. 이렇게 쉽게 진행되니 좋군. 아! 맞다. 그전에 그 백호족 후예님?"

"존칭은 갑작스레 말 편히 해 놓고."

"하하? 그런가? 아무튼 가기 전에 드래곤 플라이에 있는 드래곤 만드라고라좀 캐서 가자고. 용병 업무로 이쪽에 왔거든. 상점 주인이 참 친절하고 괜찮은데 후딱 일처리하고 가고 싶어."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둘이서 하면 금방 할 것이기 때문에 호치는 수락을 한 뒤에 비비안과 준혁에게 인사를 건넨 뒤 그를 데리고 심층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졸지에 남겨진 비비안과 준혁은 어색한 표정으로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비비안은 그런 준혁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쉬다 가실래요? 인디고."

"아닙니다. 뭐, 그래도 업무는 봐야죠. 후우. 갑작스레 등장해서 당황스럽네요."

"그러게요.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정말 고생이 많을 것 같아서 준혁은 길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답을 하면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군.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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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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