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07화 (477/548)

507회

선지자

기르메쉬가 모두를 물리고 난 뒤에 황좌에 앉아 있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나가 무섭게 기르메쉬의 황좌 주위에 128개의 작은 마법진들이 생성되더니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기르메쉬를 거대한 철탑의 입구로 이동시켰다.

"흥,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초대를 하다니. 여전히 건방지군."

기르메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탑의 문은 열렸고 일직선으로 이어진 긴 길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작은 소녀가 있었으며 소녀의 주변에는 여러가지 정교한 인형들이 흩어져 있었다.

방패를 든 전사, 거궁을 쬐고 있는 궁수, 마법을 연성 하는 마법사 등등 다양한 인형들이 마치 체스 말처럼 대립하고 또 흩어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기르메쉬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했다.

"인조의 신이여. 늘 말하지만 그대의 초대는 지엄한 황제를 초대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

이러한 기르메수의 말에 인형들을 가지고 놀던 소녀는 그것을 멈추고 손가락을 튕기니 기르메쉬가 바로 앞까지 도착을 했다.

"이제 됐지? 게으름뱅이 황제."

"내가 부지런하면 세상이 돌아가겠는가?"

"흥. 변명은."

소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조의 신이었고 기르메쉬는 소녀를 보면서 조금은 역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해괴한 탈은 뭐지?"

"재미있는 걸 발견해서. 어때? 이게 귀엽다는 느낌이 주나?"

"어린 아이라고 다 귀여울 순 없지. 그리고 그 속이 무감각한 신이라면 더욱 더."

"재미없는 황제 같으니."

그러면서 소녀의 모습에서 변화할 생각은 없다는 듯 인조의 신은 장난감을 계속 갖고 놀며 말을 이었다.

"[선생] 만났던데."

"아, 그래. 오랜 만에 나에게 깨달음을 준 존재지. 황제로써는 생각해도 백성들의 입장을 생각한 적은 오랜 만이었으니까. 평범하지만 재기 발랄한 녀석들이 주변에 모인 탓에 비범하게 되어버린 케이스더군."

"맞아. 선생은 그렇게 만들어졌지."

"그것도 그대의 작품인가?"

"이곳에서 내 작품이 아닌 것은 없어. 선지자들도 모두 다 선정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할 것도 그냥 풀어둔 이유가 있지."

"수정되어야 할 것?"

기르메쉬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인조의 신의 계획은 알 수 없다. 녀석과 자신을 만든 위대한 흔적이 이곳 만큼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애초에 이쪽과 저쪽은 별개로 별개로 구분되어져 있었다.

"흐음. 몰라도 돼."

"흥. 알고 싶지도 않다."

"거짓말쟁이까지 되려고 하는 거야? 그 황제가?"

"헛소리를 할 것이라면 그만 가겠다. 나도 바쁜 몸이라. 구제의 광기에 빠진 녀석이랑 그걸 또 엉망으로 만든 게으름뱅이 놈팽이 녀석 때문에 중간계가 시끌시끌 해졌거든."

"루시퍼는 착해. 너무 착해서 그렇게 된 거야. 차라리 신좌에 앉았으면 나았을 녀석인데. 아쉽다는 말이지."

"신좌에 있었어도 광기가 가득했을 것이다. 녀석은 그야 말로 광기와 같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으니."

광기와 같은 사랑이라는 기르메쉬의 말에 인조의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 만큼 루시퍼가 잘 어울리는 단어가 없다는 듯 생각하면서 말이다.

"벨페고르는 버튼을 눌렀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잘 있었는데 가속화를 진행해 버렸어. 녀석도 그걸 느꼈나 봐."

"운명에 불을 붙인 자로써 그걸 느끼는 것 역시 대단한 것이지. 많이 성장했군. 네 도움이 있다고 해도."

"그러게. 마계에서는 사실 상 신이라고 봐야지."

"신 따위 되어서 무엇할까. 더군다나 마계의 신이라고 해 봤자 시간이 지나면 갈려지는 부속물일 뿐."

"글쎄. 녀석은 통제를 하려고 하던데. 어쩌면 최초의 마신이 될 지도 몰라."

최초의 마신이라는 말에 기르메쉬는 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그리하면 재정립의 조건이 수립되겠군."

"단지… 희생이 필요할 뿐이지."

"얼마나 필요할까."

"글쎄. 중간계가 될 수도 있고 마계가 될 수도 있고… 아무도 알 수 없지. 조건은 달라. 다만 가치를 따져야겠지."

"흠. 그것 참 곤란한 일이겠군."

"곤란할 것도 없어. 곤란한 것은 저 위에 녀석들이지 나는 아니니까. 나는 내가 가장 합리적이라서 생각한 답안을 내어 놓을 뿐. 그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지. 그저 흘러가게 둘 뿐이야."

"책임감도 없으면서 신이라고 불림을 받고 싶은가?"

"그러니까 [인조]지. 진짜는 그러지 않아. 뭐, 애초에 관심도 크게 갖지 않을 걸. 수 많은 세계가 그녀의 손에서 탄생 되고 있어. 너의 놀이터가 확장 되가는 것을 느껴지지 않아?"

기르메쉬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글쎄? 대답해줄 의무가 없군."

"야속한 황제 같으니."

"그나저나 부른 이유는 고작 선생이라 불린 선지자를 만나서인가?"

"그를 고작이라고 폄하할 순 없지. 그는 굴하지 않는 모험가이자 작은 영웅이다. 소시민적 모습은 보여도 그건 그것대로 보는 맛이 있지."

마치 그를 장난감 대하듯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기르메쉬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랜서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기르메쉬는 꽤 그를 높게 평가했다. 정확히는 정말로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임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것이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귀한 것이다. 그리고 지엄한 존재에게 그것을 느끼게 해준 이는 더욱 더 존귀한 것이다.

"여전히 어울리는 것이 역하군."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만들어진 걸 어쩌겠어?"

"그래서 더 말하긴 귀찮으니 불러온 이유는."

"중간계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 해 줬으면 해서."

무엇을 이야기 해 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본인이 보려면 충분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지?"

"정말 모르는 거야?"

"무엇을?"

"써번트들을 묻고 있잖아. 그들이 스스로가 무기가 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 지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해?"

"흠. 알게 뭐지? 몇몇 은 나의 보고에 잠들어져 있고 몇몇은 살아 남아 형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몇몇은 세상을 여기저기 떠돌고 있지. 망령의 의지대로."

"[선생]에 대해서 모르는 구나? 세상에."

랜서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르는 것이 많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삶이 7번째 이어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

"푸핫. 무슨 소리야. 7번째라니. 하긴… 7번째긴 하네."

"흐음? 무슨 의미지?"

"그는… 저 위에서 7번의 세상을 겪었지. 과거의 영웅이었고 수 많은 이들의 선생이었으며 구원을 쫓아가는 불굴의 몽상가."

7번의 세상이라는 것이 기르메쉬는 멸망한 세상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곳이 아닌 유희의 장소를 그 만큼 겪었다는 것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그곳에서도 그는 [선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을 고한 건가?"

"거짓은 아니지. 7번은 맞아. 이곳에서."

"흐음. 아무튼 선생이 써번트를 만나서 무기화 시킬 수 있다는 건가?"

"아니. 그는 그 정도가 아니야. 선지자를 키울 수 있다. 써번트의 의미가 무엇이지?"

써번트는 대외적으로는 선지자들이 부리는 이들이고 수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들의 무력 도구였다.

그들의 곁에서 그들이 원하는 최상의 무구로 변모하는 마력 제품. 그것들은 선지자와 강한 교감이 필요했으며 실제로 무구가 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그게 되고자 뜻을 보여야 했다.

그리하여 파트너이자 무구이자 친위대로써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선지자들의 무궁한 힘까지 받으면서 성장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써번트를 통해서 말인가?"

"그는 써번트를 각성 시킬 수 있어. 그 개체들을 수집하여 깨운다면 그건 통상적인 선지자의 9할에 가까운 힘을 뽑아내겠지. 물론… 장기적으로는 전투가 힘들겠지만 적어도 대륙 멸망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을 걸."

"딱히 그는 그런 욕망이 없었다."

"맞아. 그는 없지. 하지만 그는 무구가 된 써번트 12개채를 소유하고 있어. 내가 확인한 것만 그 정도인데… 몰랐어?"

기르메쉬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기에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상관 없지. 그가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어. 그저 흘러가는 순리대로 두고 볼 뿐이지. 내 백성만 문제 없으면 된다."

"흐음. 여전히 무관심하네. 가르침을 받았으면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들 달라진 건 없다. 자유에 대한 책임까지 내가 어찌해줄 수는 없으니."

기르메쉬의 발언에 인조의 신은 입술을 삐죽 튀어 나오게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너만 잘 했어도 오래갈 세상들이 많았어."

"짐승같이 내가 모든 것을 해주는 세상이 재미있겠느냐? 자유 의지는 모든 것을 모든 존재들이 부여 받은 특권이다. 물론 너에겐 없는 것이지만."

"말도 나쁘게 하는 황제 같으니."

인조의 신은 신이지만 자유가 없다.

그저 기계처럼 짜 놓은 판을 굴릴 뿐이다. 수 많은 판들이 있고 그 중에서 최적의 선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마치 거대한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흐름에 있는 이들은 무궁한 자유가 있다. 이 흐름을 멈출 수도 거세게 만들 수도 방향을 비틀 수도 있다.

기르메쉬는 이러한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것을 꿈꾸는 백성들이기에 긴 시간을 이렇게 지내는 것이었다.

"흥. 아무튼 선생을 조심하라고. 써번트가 너무 많아. 그건 좋지 않지. 그리고 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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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_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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