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15화 (485/548)

515회

의미

랜서는 우르크 황궁에서 블루디카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꽤 이곳저곳을 들 쑤시고 다녔는데, 호치가 옆에서 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민폐적 행위를 할 뻔 하기도 했다.

몬스터들을 싹 다 치워주겠다는 의욕은 좋았으나 몬스터 대이동을 만들 뻔한 사건이었다.

해당 몬스터들은 준혁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던 잡몹으로 분류되는 몬스터들이었는데 이들을 그냥 방치하며 둔 것은 다른 지역의 몬스터들이 오지 못하고 먹이 사냥만 하다가 돌아가라는 의미에서 내버려 둔 것이다.

물론 그쪽 영역에 블루디카에서 현재 고급 자원으로 분류되는 희귀광물이 나오는 광산이 있어서 도움을 주겠다고 그런 것인데 자칫 잘못하면 광산일이 마비되고 토벌 싸움을 벌일 뻔했다.

이쯤 되면 민폐라서 움츠리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사과를 호쾌하게 하더니 비비안의 영역 근처의 몬스터들을 토벌해주겠다고 설쳤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외곽 지역을 털어버린 것인데 문제는 이 때문에 몬스터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지역 탈주 및 비비안 영지로의 침입을 진행하여 호치가 정말 고생을 엄청했다.

준혁 역시 이를 수습한다고 자신의 힘으로 새롭게 거듭난 정령인 [수]와 행정 업무에 정신이 없는 뀽도 도와서 사냥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다행히 U튜브 영상이라도 따서 건지긴 했지만 울컥하는 마음이 튀어 나와서 적당히 좀 활동해 달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뭐, 굉장히 미안해 하기는 하지만 랜서는 악의 없는 무차별적인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호치가 딱히 크게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일의 대부분을 호치가 수습을 하는 만큼 이래저래 자신이 먼저 이야기 꺼내기가 벅찼다.

혹 황제가 연관이 있나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는 상황이었는데 랜서만 생각하면 아주 피곤했다.

"후우… 진짜 답답하다. 답답해."

악의가 아님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고의적이었다.

그 역시 수 많은 게임을 했던 인물이고 수 많은 히어로 크로니클의 역사를 몸 소 겪은 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본인의 행동에 대한 것은 파악하고 있을 것인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선지자는 배타 테스터다. 즉 유저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준혁은 더욱 뭐라고 하지 못했다.

혹시 몰라 랜서가 인터넷에 자신에 대한 글을 쓴다면 이래저래 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혼인 신고도 한 마당에.'

그냥 자신 한 몸 건사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딸린 식구들도 많고 무엇보다 지은과의 혼인 신고도 걸렸기에 그냥 저 이레귤러와 같은 존재가 후딱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게임 외부에서 일을 진행하며 보내고 있지만 게임에 접속만 하면 자신 역시도 다른 크루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되려 더 많이 올라왔다. 소중한 것이 많아졌고 잃을 것도 많아졌다.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끄응. 이유라도 알면 좋겠는데. 엿 먹이자고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뭘 파악하려고 하는 건가?"

행동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랜서의 행동은 어떠한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준혁은 최근에 랜서가 사고를 쳤던 곳들을 살피며 이리저리 뭐가 바뀐 것이 있는지 보았는데 딱히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뭐, 기존보다 몬스터가 많이 줄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원치 않은 토벌로 인해서 발생된 부분이 크다 보니 상관이 없었다.

"후우. 재료 아이템을 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몬스터 드랍 완제 장비들을 원하는 것 같지도 않고."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블루디카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 중얼 거리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뀽이 들어왔다.

"인디고. 언제 온 거야?"

"방금. 생각할 것이 많아서."

"생각?"

"음, 랜서라는 이가 벌인 것들이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사고를 치는데 악의는 없고 그런데 실수는 아닌 것 같고. 복잡 미묘하다고 해야 하나."

랜서를 거론하자 뀽의 표정은 미묘하게 바뀌었다.

"랜서의 행동은 이상해. 그런데 나는 랜서를 못 봤다뀽."

"응? 랜서를 못 보다니?"

"직접으로 본 적이 없는 걸? 이상하게 계속 엇갈린다고 해야 하나.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냥 그런 존재다라고 들어만 봤어."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뀽 봤다고 했는데."

"앗! 자기만 보고 나한테는 이야기도 안 건 거야뀨웅?"

"업무가 너무 바빠 보여서 이야기를 걸지 않은 건가?"

"… 그런가? 하긴 업무는 늘 많으니까. 으으으. 근데 그 랜서라는 존재가 업무를 늘린 것이 너무 많아서 나도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뀽!"

차라리 전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블루디카의 행정 업무는 많았고 뀽이 상당히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는 소드 마스터 상급에 7클래스 마스터지만 다양한 일을 해왔고 경험이 있다. 덕분에 행정 처리로써 아주 최상의 존재였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수 많은 경험은 블루디카의 행정 업무에 큰 획을 긋고 있었다.

트리톤에 있는 해리가 놀랄 정도이니 말이다.

"하긴 뀽 네가 랜서에게 화가 날 만 하지."

"딱히 화가 나진 않는다 뀽. 난리를 피웠지만 하기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뀽!"

"응?"

"호치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인디고의 정책은 안정적이지만 위험하다뀽. 몬스터는 통제할 수 없다구~ 귀찮더라고 이렇게 정리를 한번 해줘야 3년 ~ 4년은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다뀽. 트리톤에서도 토벌을 하는 이유가 이거다뀽."

준혁은 단순히 토벌을 하는 것이 주변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토벌을 안하면 문제가 생기나?"

"물론이다뀽.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뀽. 연구 통계에서 무려 21배가 높다고 알려졌다뀽!"

"헛!"

"그리고 녀석이 번식을 시작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뀽."

최소 마스터 이상의 몬스터들이 쏟아진다는 것이기에 준혁은 곤혹스러움이 몰려왔다.

"그럼 랜서가 문제를 일으킨 곳들이 다 그런 쪽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뀽. 하지만 비슷한 지형임은 부정할 수 없다뀽. 그리고… 랜서라는 인물이 고대 룬 마법을 사용한다뀽. 그걸로 어떠한 도움을 줬을 것 같다뀽."

"도움?"

"아마 인디고의 정책이 안정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뀽. 적어도 생산과 관련된 부분은 말이다뀽. 그래서 귀찮은 존재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뀽."

그래서 호치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마법진 같은 걸 뭐 설치하고 그런 건가?"

"그런 것은 아닌것 같다뀽. 하지만 호치의 석판과 비슷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뀽."

호치의 석판이라는 말에 대현은 마족 처리에 특화된 석판을 호치가 블루디카 내부, 외부에 꽤 많이 심어 두었던 것을 떠올렸다.

"음? 그 말은 무슨 함정 같은 걸 설치했다는 거야?"

"그런 것이 아니다뀽. 나도 고대 룬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지 못하는데 끄응! 흐음~!비교 할 대상이~ 아! 드래곤의 용언과 같다뀽!"

갑자기 튀어나온 드래곤의 용언은 순간적으로 준혁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드래곤? 용언?"

드래곤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중간계의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그다지 큰 움직임은 없었다.

그저 어디어디에 드래곤이 있다~ 이 정도의 소문은 나 있지만 말이다.

용언 역시 알고 있었다. 드래곤의 절대적인 힘 중 하나로 일반적인 마법과 궤를 달리한다는 정도였다.

"드래곤의 용언은 그 자체가 힘이다뀽! 뚫는다고 하면 정말 뚫고 막는다고 하면 막는다뀽."

"그런!"

"대신에 그 용언의 힘은 드래곤도 쉽게 쓰지 못한다뀽. 절대적이지만 드래곤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것이다뀽! 그래서 용언을 개발시킨 드래곤의 마법을 배우는 것이다뀽."

"그런 비사를 어떻게 알고 있어?"

"이래 보여도 뀽은 천재다뀽! 몸이 약해서 이런 정보와 지식만 습득했다뀽."

굳이 뀽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뀽이 뭔가 욱하는 듯이 반응하자 준혁은 사과를 일단 했다. 아킬레스건 같은 개념인 듯 싶어서 말이다.

"아, 미안 그런 뜻이 아니라.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게 신기해서 말이야."

"그, 그런거냐뀽? 미안하다뀽. 알 수 밖에 없다뀽. 뀽이 알고 지낸 선지자 중에서 드래곤이 있었다뀽."

선지자가 드래곤도 될 수 있냐는 듯 쳐다 보니 뀽은 태연히 이야기 했다.

"그 어떤 것도 된다뀽. 불경한 말이지만 신도 될 수 있다뀽. 그리고 마족도 될 수 있다뀽. 선지자는 그게 된다뀽. 그저 위대한 신의 부름에 이끌리는 이들이기에 위해를 가할 수 없다뀽."

"죽으면 다시 탄생되고 그러는 건가?"

"그것까진 모른다뀽. 하지만 뀽이 반푼이 서번트가 되는 그 날, 끝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줬다뀽."

준혁은 뀽의 설명을 듣고 랜서의 위험 순위를 최대로 올렸다.

하지만 뀽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 그가 게임 내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떠뜰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알고 있는 비밀이 많은 만큼, 말도 안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책임질 무게도 만만치 않을테니 말이다.

'핵폭탄이나 다름 없군. 젠장. 아무튼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맞네.'

=============================

[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