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회
의미
장원영 팀장을 만나고 온 당일의 방송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수련의 탑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도 좀 하고 다시 한번 라온 길드의 이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독점보다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도 자신이 너무 강해서 몬스터 사냥에 대한 부분이 파티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생 중인데 더 강해지면 이건 혼자 다른 게임 하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를 한 면도 적잖게 있다는 솔직한 말을 전했다.
확실히 마스터에 도달한 이들이 등장하면서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질적 차이를 느끼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의 차이는 어떠한 수준일 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준혁의 발언이 과대망상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루디카에서 마스터 2명에 최상급 익스퍼트 4명 상급 익스퍼트 4명으로 구성된 파티보다 준혁이 개인적인 솔로 사냥으로 적당히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며 사냥을 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것은 준혁이 길드 내의 인물들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스스로 성장을 멈춘 것이라고 표현했다.
당연히 이런 팩트 체크 정보들은 순식간에 퍼졌고 다음 날에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무난하게 방송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랜서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길드원 및 대연맹 소속의 일부 인원들을 데리고 블루디카 초보자 가이드 등을 찍으며 소통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삼일 째가 되던 날, 아침부터 장원영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꽤 어색한 목소리였는데 치트키 사로 방문이 가능하냐는 질문이었고 준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대표님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위신을 떠올린 준혁은 그가 말이 통하는 사람임을 알았기에 별 걱정 없이 흔쾌히 수락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에게 후원을 했던 큰 손이었다.
'제발 좀 편안하게 풀려가자. 제발!'
* * *
치트키 사를 방문한 준혁은 자신을 마중 나온 장원영 팀장에게 이런저런 분위기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하지만 장원영 팀장은 보고는 올라가서 만남은 형사되었지만 딱히 어떠한 분위기가 조성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을 전했다.
"다만 이렇게 만남이 성사된 것을 보면 문제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그렇겠죠?"
"네. 대표님의 성격상 의미 없는 자리를 만들지는 않으시니까요."
"다행이네요."
장원영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은 좀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긴장은 하고 가자는 생각을 가졌다.
팀장하고 대표의 차이는 엄연히 있고 보고 듣는 것이 완벽하게 다를 테니 말이다.
'마음에 들었네 뭐네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건 있는 자들의 유희와 다름 없겠지.'
그런 것은 깔끔히 정리하고 철저한 보안 확인을 걸쳐 준혁은 대표실에서 위신을 만났다.
"어서 와. 이렇게 만나는 건 오랜 만이군."
"안녕하세요."
"방송 잘 보고 있었어. 여러모로 바쁘던데."
"네. 뭐, 이것저것 하다 보니 바쁘게 지냈네요."
"히어로 크로니클의 전 세계 점유율을 떨어 트릴 정도로 강력한 한방을 날리다니 아주 깜짝 놀랐단 말이지."
넥스트TV 월드 스트리머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준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스폰을 받는 부분이 있어서요."
"스폰 금액보다 훨씬 클 텐데. 아무튼 그래도 우리 쪽도 많이 정신을 차렸지. 스폰이라는 개념은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진지하게 고민을 하더라고."
"네?"
"음, 스폰보다는 히어로 크로니클의 모범 가이드로 라온 크루를 생각 한다더군. 자네의 공략 영상 들이나 행동 영상들을 홈페이지에 실어서 초보자 육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던가? 아마, 차후에 연락이 갈 것 같아. 물론 자네의 영상을 따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두둑하게 해당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고."
준혁은 뜬금없는 소리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에!? 히, 히어로 크로니클 홈페이지에 제 영상이 가이드로 쓰인다고요?"
"그렇지. 훌륭하니까. 관심 있나? 자네가 여기서 허락해주면 일이 좀 더 쉽게 풀릴 거고."
"아… 그런 부분이라면 제가 더 영광이기는 한데. 음.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당황스럽긴 하네요."
"원래 모든 것은 다 당황스럽게 제안으로 다가오는 법이지."
"네… 뭐, 그런 경향이 적잖게 있죠."
베타 테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왔다가 영업을 당해 버리니 실로 당황스러웠지만 수익적인 부분을 떠나서 확실히 히어로 크로니클의 역사에 자신이 한 획을 그었다고 느꼈다.
"흠, 그나저나 베타 테스터 때문에 고생이라고 들었는데."
"아. 네, 뭐 조금 그렇죠. 멀리 보면 긍정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적어도 이야기는 나누고 진행을 해야… 너무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많아서. 내부에서 말이 나올까봐 걱정이 큽니다."
"그렇지. 블루디카라면 그런 부분이 더 존중되어야 하지. 맞는 말이야."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해주는 위신의 모습에 준혁은 대화가 통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원영 팀장의 경우에는 베타 테스터에 대한 기록 열람을 할 수 없는 듯 보였기에 만약 거기서 끝이라면 자신은 그냥 마음 고생하면서 랜서가 자발적으로 떠나기를 기다릴 뿐이었을 것이다.
헌데, 해당 베타 테스터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대표가 동의를 표해주니 뭔가 든든했다.
"적어도 보고는 해주고 뭔지 알고 겪었으면 했습니다."
"흠. 무리하게 진행을 하긴 했나 보군. 하긴, 자네 방송을 보면 몬스터들 습격에 막기 급급한 모습도 보이고 그랬긴 했지."
"… 네. 좀 너무 몰려와서. 익스퍼트 중, 상급 몬스터를 잡고 레벨 업을 할 정도였습니다."
"큭큭. 고생이 훤히 보이는구만."
그랜드 마스터 익스퍼트 중급, 상급 몬스터들을 잡고 레벨업을 했다는 것은 미친듯이 쏟아지는 물량들을 막아냈다는 뜻이었다.
아마 이걸로 평범한 사냥을 했어도 충분히 그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 시간이 많이 잡아먹혀서 일이 밀렸던 부분이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길드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이 빠진 것이라서."
"웃으며 대답할 것이 아니었군."
"그런건 아닙니다. 시청자들도 웃으며 봤는걸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흐음. 뭐, 본론으로 들어갈까?"
위신의 이야기에 준혁은 어떠한 이야기든 들을 자세가 되어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네."
"좋아. 음, 간단하게 말해서 베타 테스터들은 폐기가 된 것이 맞네."
"폐기요?"
"그래. 이미 그들은 테스터들을 끝내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지."
"그러면… 랜서는 베타 테스터가 아닙니까?"
"아니네. 그는 베타 테스터지."
무슨 괴변을 내뱉고 있냐는 듯 준혁이 쳐다 보니 위신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베타 테스터들의 성향을 그대로 이어 받은 잔재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
"… 잔재물?"
"히어로 크로니클은 기존 게임과 달리 초고도의 AI로 NPC들이 돌아가지."
"설마!? 베타 테스터들의 행동 데이터를 AI로 만든 겁니까?"
"정답. 그들의 행동 양식은 우리가 설정했어. 창조, 유지, 이간, 파괴 이걸 반복하게 만들었어."
만들고 지속 시키며 음모를 꾸미고 파괴를 시킨다.
베타 테스터들이 앞선 세계에서 이러한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준혁은 곤혹스러웠다.
"본래는 이 잔재물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올바르나. 상황이 이상하게 꼬였네. 랜서의 계정 잔재물이 살아나고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것들이 등장했어. 뭐, 랜서가 초기에 정리를 한 것 같고. 위험이 되는 써번트 역시 봉인을 한 듯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러한데. 이게 올바른 행위는 또 아니거든."
"… 잔재물이라는 건 이해를 합니다만 올바르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없어야 할 놈이 설치고 있어. 그러면 문제는 계속해서 잔재물이 생성된다는 거야. 좋던 싫든. 그 결과는 중간계에 심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고… 아마 가장 껄끄러운 신이 등장을 할 걸세. 아, 자네는 알고 있겠군. 인공의 신이라고."
인공의 신이라는 말에 준혁은 눈을 번쩍 떴다. 그 놈의 인공의 신이 뭔지 꼭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공의 신은 간단하네. 저울과 같은 녀석이야. 서버 컴퓨터에게 상당한 권한을 받은 보조 역할이라고 보면 돼. 모든 것을 균형을 놓고 살피지. 그런데 변수가 생기면 조절을 하다가 엎어 버리지."
"아?"
"특히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과거의 잔재물들이야. 문명 발전에 아주 복잡한 역할을 부여하니 말일세."
"과거의 잔재물이면… 마족도 포함이 되는 거군요."
"그렇지. 그래도 균형을 위해서 마계를 유지 시켜주고 있지. 아무튼 그런데… 이 랜서라는 녀석이 좀 복잡해. 가장 대단했던 베타 테스터의 잔재물이거든. 문제는 이 잔재물이 해당 베타 테스터의 영상 구슬을 통해 그의 이념을 확실히 이어 받아서 좀 문제가 된 케이스거든."
뭔가 랜서가 복잡한 존재라는 걸 알게된 준혁은 얼굴이 한 없이 어두워졌다.
"아마, 중간계에 큰 위기가 곧 다가올 걸세. 마계의 강림 정도? 아니면 더 나아가서 중간계의 멸망? 혹은 마계와의 합일?"
"네?"
"그걸 막는 역할이… 수호자라는 직업인데. 흐음. 해당 세계의 수호자가 어째서인지 몰라도 수호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고 뜨더군. 다른 세계의 위기를 막았는지 말이야."
준혁은 위신의 이야기에 식은땀이 등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크 스타를 막고 난 뒤에 자신에게 수호자의 역할이 모두 끝났다는 알림이 떴으며 모든 제한이 풀렸다.
그리고 종족도 변화가 되었고 수호자에서 더 나아간 세이비어라는 직업으로 전직을 해버렸다.
"… 그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잔여물이 배워야 하는 것인데. 이상하단 말이지."
"그걸 모험가가 배웠으면 어떻게 되나요."
"흠. 캐릭터의 증발이겠지. 뭐, 초기화가 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거야. 레벨 1로 돌아가고 다시 시작해야 할 걸. 그래서 잔여물들이 습득할 수 있게 숨겨 놓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준혁은 그제서야 자신이 왜 그렇게 빨리 강해지고 많은 것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참고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만약 그렇게 희생을 한다면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하나요?"
"그렇겠지. 하지만 그걸 준다고 해도 1레벨부터 키우는데 그게 할 맛이 나겠나? 지금 적어도 마스터 정도는 되었을 건데."
그랜드 마스터입니다라고 말을 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준혁은 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결론은 이건 자신의 선을 넘어섰다는 거다. 게임사의 도움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말이다.
만약에 자신이 수호자인 것을 숨기고 계속 진행하다가 히어로 크로니클이 망하면?
라온 크루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양자택일인데 한 쪽 밖에 선택을 할 수가 없구나. 정말 외통수다.'
준혁은 긴 한숨을 내쉰 뒤에 마음을 가다듬고 위신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